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솔직히 주인공을 통해서 대리만족을 얻겠다고 하는 거 자체가 예전 독자인 제 입장에선 그다지 활동적인 독서라고 보기 어렵고, 더군다나 제 잇속을 챙기는 인물이던지 속된 '호구'이든지 현실적으로 독자가 그런 인물일 가능성은 극히 드물기에 극단적인 캐릭터성을 앞세우는건 좀 어떨까 싶습니다.
아무리 판타지고 조금 저연령층이 보는 콘텐츠라고 하더라도 독자들 허파에 헛바람 넣는 작가는 믿음이 가지 않아요. 진실된 얘기를 하고 있는게 아니라고 보이기까지 하고... 때문에 작가가 전개하는 논리적 전개에도 거의 이입이 되지 않더라고요...
극단적인 캐릭터성도 좋지만 조금 현실적 인물상을 적어넣는게 맞다고 봅니다.
잘은 모르지만 주인공의 행동에 당위성이 있고 어떤 행동을 하던 그 행동의 이유나 근거가 확실하면 어떠한 타입에 주인공이라도 작위적이지 않고 몰입하기 쉽다고 봅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악당이지만 그럴만한 이유도 그리고 그런 일을 할만한 사고방식과 가치관,
성장환경을 가지고 옳지는 않더라도 그러한 행동을 하는 이유를 알게 캐릭터를 구성한다면 몰입할수도 있지만
약자에게 약하고 강자에게 강하며 공명정대하고 뛰어나더라도 머리에 피도 안마른 놈이 어이없는 과정으로 힘을 얻고 쓸데없는 오지랎으로 깽판친다면 몰입하기 어렵겠죠.
착한 주인공은 의협심도 있고 다른 사람을 돕고 자신의 이익보다 전체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데, 이런 것을 그렸을 경우 일부 독자들이 "힘이 있는데, 왜 휘두르지 않고, 손해를 자초하느냐?" 또는 "저렇게 당하는 것을 보니 답답해서 못 읽겠다, 하차한다"는 댓글을 달곤 합니다. 예전에는 답답한 주인공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는데, 그들이 "이익"보다 "의"를 중시하는 캐릭터로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요즘의 우리 나라는 "돈과 힘과 권력이 최고의 가치"이고, 돈 없고 힘 없는 자들은 "불이익을 받거나 왕따를 당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과거 유행가의 "억울하면 출세를 하라"고 노래하던 시대보다 훨씬 심한 인상을 받습니다. 따라서 소설에서까지 "과정이 어찌 되었든 힘을 획득하고, 힘을 행사하는" 먼치킨적 주인공이 인기를 얻는 것 같습니다.
결국 개인 취향의 변화로 간주될지도 모르지만, "의협"을 환영하던 무협독자들이 "조폭논리로 무장한 주인공"을 선호하는 쪽으로 변화하였는데, 이는 어떤 개인 취향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 분위기의 변화이며, 이것이 결코 좋은 변화로 보이진 않습니다.
"왕이 이익을 추구하면, 귀족과 사회지도층이 이익을 추구하게 되고, 결국 백성도 이를 따르니, 온 나라가 건전한 정신을 잃고, 따라서 위태롭게 된다"고 말한 맹자의 뜻을 되새기며, 진정 우리나라가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는지 회의적인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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