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이 캐릭을 죽이지 않으면 그건 너 혼자 좋아하는 글이잖아"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악평을 들은 캐릭이라서, 그 말을 듣고 읽는 사람의 감정 또한 제가 수렴해야 하는 건 아닌지 이렇게 의심이 들었습니다.
나도 기획한 범위안에서 글을 쓰고 싶은데, 내 범위 밖으로 반응을 하면 읽어주는 소중한 분들을 위해 죽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갈등이었습니다. 저는 아직 글을 공개적인 곳에 올리지 못한 초보이고 준비중이기만 하지만, 보보군님께서 말씀하신 그 조율의 범위를 제가 어찌 한정해야 할지 아직은 가늠이 되지 않는군요. 그저 조심스러울 따름입니다.
제가 판타지를 쓸 때는 비중이 약한 캐릭터, 혹은 캐릭터가 어느 정도 겹치는 캐릭터는 죽이거나 여행을 떠나도록 했습니다. 그게 글을 더 깔끔하게 만드니까요. 하지만 굉장히 인기가 높은 캐릭터는 조심해야 합니다. 이 캐릭터가 여기서 죽으면 앞으로의 흐름이 굉장히 좋게 흘러간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오히려 마이너스니까요.
위와 같은 경우라면 대부분 독자의 반응이 좋았고, 저 역시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괜히 겹치는 캐릭터를 다 구별해서 쓰는 것보다 간단해지니까요.
하지만 질문 전에 쓰신 경우는 죽이면 안 됩니다. 독자가 읽었을 때 치를 떨 정도로 싫어하는 캐릭터. 주로 주인공의 상대역으로 등장하는 캐릭터가 그렇게 잡혔으면 이건 엄청나게 좋은 것입니다. 그만큼 독자가 몰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니까요. 그럼 이 몰입을 어떻게 끌고 가느냐? 이건 저도 경험이 많지 않아 확신은 드리지 못하지만 저는 한마디 말이나 하나의 행동만 보여주고 주인공이 그 탓에 고민하거나 주변인물들과 갈등을 공유하는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그걸 차근차근 수위를 올리면서 진행하고, 그게 어느 정도 차올랐을 때 커다란 사건으로 터트려줬죠. 그런 다음에는 그 사건을 전부 해결하고, 이제 끝났나? 하고 의문을 가질 때 그 상대역에게 독자가 바라는 결과를 투영시켰죠. 이러면 독자는 끝까지 화를 내고, 몰입하고, 그러면서 글을 끝까지 보게 되는데 결국에는 자신들이 원하는 게 이뤄지니까 작품을 더 좋아하게 되덥니다.
뭐... 몇 개의 작품을 쓰면서 느낀 것이라 확실치는 않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했고, 반응 역시 좋았습니다.
(참고가 되셨기를...)
'죽이다'라는 표현의 다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죽인다'는 것만으로 그 캐릭터를 세계관에서 하차시키는 게 메인으로 '죽이는' 건 아닌 거죠. 원피스 세계관의 사보도 '죽었다'가 다시 등장했잖습니까?
지문에서 그 캐릭터를 '죽여도', 정말로 하차시킨건지 아니면 말로만 '죽였다'라고 말하는 건지는 독자보단 작가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제가 쓰는 글도 '아니 이 캐릭터가 왜 '죽었지'?'라고 싶을 정도로 '죽어버리는' 장면이 등장하긴 합니다만, 그런 캐릭터가 정말로 '죽는다'면 '죽는' 것이겠지만, 말로만 '죽은' 것이고 아직 살아있을 수도 있는 겁니다. 캐릭터의 설정은 작가가 알지 독자가 아는 건 아니니까요.
...위 문장에서 '죽다'라는 표현에 작은 따옴표를 일일이 쳐뒀는데, 어떤 의미로 쓰여졌는지 아신다면, 캐릭터의 '죽음'에 대해 좀 더 깊은 생각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요한 지적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린 것도 아닌, 그저 딱 한 명이지요. 그래서 한 명의 친구가 문피아에 올렸을 때 얻을 수 있는 불특정 독자분들의 리플과는 결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친구에게 보여주고 처음 느낀 감정은, 제가 의도한 대로 캐릭터를 묘사한 것과 그것을 제 3자가 읽고 반응하는 차이의 갭이 너무 커서, 오히려 혼란스러웠다는 점이었습니다. 생각보다 그 차이가 너무 크더군요. 물론 한 명일 뿐이지만요.
그래서 나중에 이 차이가 점점 더 커져서 제가 감당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 원인을 아예 연재중이더라도 제거할 수 있을까 싶어 이렇게 질문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은 어느 정도 작가님들의 친절한 리플들에 의해 얻은 상태이구요.
정말 많은 작가분들께서 이 부족한 질문에 답변을 주셔서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아주 아주 안타까운 건.. 히로인이 이 비호감 캐릭터의 친동생이라는 점입니다.
히로인은 어릴적 화재때 동생을 덮었던 휴유증으로 병약하고 무공을 배울 수 없는 몸인데, 여기에 저의 주관적인 가산점이 붙어서 성격이 조용하고 배려심이 깊다는 이점을 주었습니다.
반대로 여동생은 그 화재 이후 언니에게 부모님의 관심을 모두 빼앗겼다는 질투심과 자신의 실수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다는 죄책감이 더욱 언니를 몰아세우게 되었구요.
그런데 주인공과 히로인이 연결이 된 후, 어른들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여동생도 주인공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그 후에 언니에 대한 질투와 애증이 심해져서 모나고 이기적인 성격이 좀 두드러졌습니다.
그 후의 일은...... ㅜ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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