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가부좌로 앉아 죽어있는 시체를 보게 되었다.
딱히 문제가 있어보이진 않는데요 `-`;
중의적인 표현은 어느곳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완전 같은 의미를 두번에 걸쳐 표현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두번에 걸친 표현으로 문장을 다듬는 것도 하나의 필력이라 생각해요.
앉아 죽어있는 시체를 보았다.
이 경우 어디에 어떻게 앉아 있는지, 독자에게 상상력을 요구합니다. 의자에 앉아죽었나? 아니면 다리를 핀 채 앉아죽었나? 무릎을 꿇었을까? 고개는 숙이고 있을까? 젖히고 있을까? 손은 어디에 어떻게 된거지? 여러 상상을 요구하죠. 이런 상상은 독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피곤합니다.
하지만 가부좌란 표현을 덧붙여서 어떻게 앉아있는지를 설명해주었죠.
가부좌라면 다리를 모은후, 꼬았을테고 손은 무릎 위에 있을 것이란 상상을 하게 됩니다. 가부좌를 했을테니 시선은 정면으로 향하고 있을테구요.
즉, 문장을 보기 편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중의적인 표현을 크게 신경쓰지마세요.
한번 읽히고 바로 상상이 된다면 오히려 제대료 표현한 글입니다.
예 저 문장을 그대로 문장을 수정하려면 어색합니다. 소설은 문장이 모여 장면을 만들기 때문에 여러가지 상황을 따져야 합니다. 죽어있는의 경우엔 참작의 여지가 있으나 가부좌 한채로 앉아는 아닙니다.
가부좌한 채로 죽은 시체가 보였다ㅡ 하지만 저라면 이렇게 하겠습니다.
가부좌한 시체 한구가 보였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정보가 너무 직관적이죠.
예로 든 정황을 따져가며 문장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이 여로 모로 낫지요. 어떤 상황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대략 분위기로 봐서는 무협 특유의 기연을 얻는 과정의 한 문장 같이 보이는 군요. 필요하면 정보를 나누는 것도 좋습니다 가부좌로 앉은 과 시체라는 정보를 말이지요.
송시열은 석회 동굴에서 시체 한구를 발견했다. 가부좌한 시체는 시체임에도 고인의 풍모가 느껴져 절로 숙연해지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어떻습니까?
정보는 더 많아지고 그것을 얻는 입장에서도 훨씬 상황을 파악하기 쉽지 않은지요.
중의적인 표현과 반복적을 혼동해서 사용하시는 듯 해 말씀드린 것 뿐으로 기분을 상하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댓글 여기다 남길께요. 말그대로 의미입니다. 시체가 가부좌 자세를 하는 모습은 아시겠죠? 그 자세로 굳어져서 뒤로 넘어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등은 땅에 닿았으니 누워있는것이고 한기나 경직등의 원인으로 인해 다리 손등의 위치가 고정된 모습이죠. 그런 시체를 보았다고 한다면 어떻게 묘사하실껀지 물어본겁니다. 앉아있지 않으니 가부좌라고 안쓰실꺼같은데 그럼 일일히 (양반다리 하고있고 손은 무릎위에) 등의 직접 설명하시는건지 궁금해서 말입니다. 설명하시는걸 읽어보니 가부좌라는 단어에 앉아있다라는 의미가 포함되있다고 강하게 강조하시는것이 꼭 앉아있을때만 가부좌라는 표현을 써야한다고 하는거 같아서 물어보는겁니다. 정말 궁금하거든요. 가부와 라고 하기도 우습고말이죠.
글쎄요. 딱히 묘사를 많이 할 것 같지 않습니다. 일단 저 장면에서 저라면 묘사를 많이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후 주요 복선으로 작용할 수 있는 문신, 장신구, 혹은 신체적 특징이 있다면 그리겠지요. 무엇보다 저는 늦두더지님의 말을 사실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위에서 보는,
가부좌 자세로
누워 죽은 시체
라는 말을요.
가부좌 자세로 죽은 시체라 하면 분명히 앉아있을텐데 동시에 누워있다는 말을 이해하기 힘듭니다. 굳이 넘겨 짚어 해석하자면 사후경직 이후 가부좌 채로 몸이 굳었는데 외부의 충격에 시체가 가부좌 자세로 넘어졌다는 건가요? 그렇다면 좀 한 편으론 우스꽝스러울지도 모르겠군요. 그리고 그걸 내려다본다?
그리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하이앵글 자체가 좀 권위적입니다.
저라면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그런 식으로 그리진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작중 중심인물이 (1인칭인지, 3인칭인지에 따라 표현 방식이 또 나뉩니다.) 시체에게 원한이 있다면 그런 앵글을 사용해볼만 하겠네요. 아니면 이제는 한낱 시체가 된 옛 고인의 허무함을 그리기 위해서거나.
하나 상황을 만들어보죠.
저는 주로 1인칭 소설을 씁니다만, 1인칭 밖에 못 써서 그런 것도 아니고 3인칭 소설의 구조를 모르는 것도 아니니 한 번 말해보겠습니다.
한 고인이 우화등선 하겠답시고 모처의 동굴에 폐관 수련에 들어갔는데, 주화입마에 빠져 각혈을 하고 고통스럽게 죽었다는 정황이 있다고 합시다.
시체의 그 끔찍하게 일그러진 표정에서 회한 어린 표정. 아쉬움을 주름과 기타 등등으로 표현할 지도 모릅니다. (3인칭이니까요. 1인칭이라면 해당 인물을 중심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그 감정에 취해 이런 걸 읽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자 이제 시체를 보는 인물이 나타났다고 치죠.
복수를 위해 실종된 고인을 찾아 나타난 인물의 성격에 따라 그 대응도 표현도 달라질 것입니다.
인물의 성격에 따라 반응도 나뉘겠지요. 이성적이며 냉소적인 인물이라면 아쉬울지언정 저 고인이 평생을 바쳐 이룩하려던 걸 실패했으니 복수보다 더 달콤하게 여길지도 모릅니다. 스스로를 죽이는 최고의 복수라면서 순수하게 기뻐할지도 모르지요. 다만 그 현장을 보지 못한 것에 아쉬워할 뿐.
인물 됨됨이가 단순하고 그저 자신이 쳐죽일 것만 생각하는 생각이 깊지 못한 인물이라면 그저 화만 내며 시체에 대고 화풀이를 하거나, 허탈해하거나 하겠죠. 인물 자체가 아둔해서(아니면 쓰는 사람이 아둔해서) 저런 식으로 허무 또는 분노만을 그릴지도 모릅니다.
좀 노련한 사람이라면 시체 앞에선 분노와 허무를 그린 뒤 복수의 대상이 이룩한 것이 무너지는 것을 추가로 그리거나 그가 남긴 모든 것들을 허상으로 그리거나 하면서 뒤늦게 깨닫는 식으로 진행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글쎄요. 이건 모두 다 가정일 뿐입니다.
결론은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나뉘겠지만
필요하면 하고 안하면 최대한 묘사는 배제합니다.
그리고 정말로 궁금합니다.
'가부좌 자세'로 '누워있는' 시체 한구란 도대체 어떤 자세를 말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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