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가들 사이에 그런 고민 한번 안해본 사람은 드뭅니다.
그리고 그럴 경우 작가들의 선택은 언제나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습니다.
먼저 인기를 얻고 이름을 얻은 후,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보자 라는 파와 인기와 돈이 설령 따르지 않더라도 나는 내 길을 간다. 그러다 보면 독자도 알아주겠지 하는 파로 말입니다.
재미 있는 건 그 다음부터입니다.
작가도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겁니다.
많이 보는 포맷, 인기 있는 포맷, 소위 요즘 잘 나가는 대세 라는 것을 무시하는 게 참 힘들어집니다.
재밌고 신선하고 잘 쓴 글을 많이 읽으면 작가들은 다 그런 글을 씁니다.
그런데 안 그러더라고요... ( ..)
제가 아직도 기억하는 작품이 있습니다.
바람과 벼락의 검, 통칭 바보검이란 작품으로 최후식 작가님의 소설이었습니다.
전 이 소설을 시대를 앞서간 여태까지 나온 장르 소설 중 손에 꼽힐 동양 환타지라고 평가합니다. 책도 구입해서 책장에 꽂혀 있습니다.
정말 재미 있게 읽었고 그 완성도와 스케일, 세계관에 감탄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시장에서 정말 처참하게 망했습니다. 초반에 찍은 부수를 거의 못 팔고 반품 러쉬였다고 들었습니다.
전 정말 그게 이해가 안 갔습니다. 이렇게나 재밋는 소설을... 이렇게나 좋은 구성에 좋은 필력... 퓨전 세계관을 매끄럽게 이어 놓은 소설을 대체 왜? 라고 말입니다.
뭐 바람과 벼락의 검이 흥행 실패했던 원인을 지금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아무리 좋은 글을 쓰고, 재밌는 글을 써도 그걸 독자가 선택 안해주면 무의미하다는 겁니다.
그러니 독자들이 좋아하고 선호한다는 특정 장르나 그 시점에 유행하는 특정 ~물을 쓰는 유혹을 작가가 벗어나지 못하는 겁니다.
작가들이 온갖 장르를 가리지 않고 보거나, 대세라고 불리는 몇몇 ~ 물을 안 보면 그런 소설이 안 나옵니다. 전 정말 그건 자신할 수 있습니다.
물론 어떤 장르가 잘 나간다고 하면 거기에 얻혀 가기 위해 아류작을 쓰는 작가가 없다고 말은 못하겠습니다. 글 쓰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이어야죠.
하지만 이런 원인도 고려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매일매일 글에 고민하는 작가들이 많은데 그 분들이 과연 모두 천편일률적인 글을 쓰려고 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냥 시장의 논리를 무시할 수 없다는 요소가 꽤 크다는 겁니다.
그래서 출판사 컨택이라고 좋아하며 계약 맺었다가 무수한 수정 요구에 망가지는 초보 작가분도 많이 보았고...
그냥 그렇습니다. 작가들도 각자 노력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시장이 확 달라질 수는 없다는 점은 고려하셔야 할 듯 합니다.
비슷한 경우가 소위 드라마 판의 막장 드라마들에게도 적용됩니다.
며칠 전인가 정담에서 막장 드라마의 대명사 격인 임성한 작가의 은퇴? 뭐 이런 내용을 보았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막장 드라마 밖에 쓸 줄 몰라서 그렇게 쓰는 게 아니거든요.
드라마를 주로 보는 주부층이 좋아하는 스토리(?)가 그런 거라 드라마가 그 지경이 된다고 합니다... ( ..)
저도 미국 사는 누나가 있는데 그 동네 한인 커뮤니티의 아줌마들이 버닝하는 소재로 글 써보라며 카톡으로 보내준 내용이 참....
아줌마들 죽고 못살 거라며 호언장담하며 보내준 내용이 가히... 오리지널 막장 드라마 스토리라인이었습죠==
... 진짜로 독자층의 니즈(?)를 무시 못하니 작가들이 쓰는 글도 그걸 따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거 무시하면 안 되요 정말;;;
공감합니다. 현재 대중음악도 소모성있고 중독성있는 가벼운 아이돌 음악이 인기죠. 힙합도 그렇구요. 위에 예시로 나온 드라마도 마찬가지죠. 작곡가들이, 각본가들이 다양한 작품을 안 내고 싶어서 안 내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마찬가지 아닐까요? 또다른 대세가 나오기 전까지는 대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게 시장의 흐름이라 생각합니다. 눈을돌려보면 대세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품들이 문피아에서 살아숨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조회수도 인기도 처참합니다. 조회수, 추천수 많은 작품이 마음에 안 드시면 찾아다녀보세요. 괜찮은 작품들 많아요. :)
제 생각에.. 새로운 전개 신선한 주제는 독자들이 작품에 적응하기까지의 시간과 노력을 요구 합니다. 하지만 한국 장르 소설에 대해 다수의 독자들의 인식은 아쉽게도 시간때우기 또는 흥미위주의 글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이런 인식하에 장르소설에 있어 이른바 진입장벽이 생길수 밖에 없는 작품들에 대한 선호는 낮아지고 시장 논리에 의해 점점 사라지게 되는 거겠지요. 사실 이문제는 작가의 문제라기보다는 수요자인 독자들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해결 될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장르문학 뿐만 아니라 이른바 순수문학이라고 하는 글들도 마찬가지 겠습니다만은(순수 문학이라고 하는 단어자체가 어색하긴 합니다)... 일반적으로 순수문학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접근도는 많이 떨어지는 편이지요. 그럼에도 양질의 글들이 많은 이유는 독자들이 순수문학에 경우 어려울수도 있다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가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 합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구분들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지 않는 한 글쎄요 양판소들의 범람은 어쩔 수 없는 현상에 불과 하지 않을까요..
순수문학 작가님들의 장르문학 진출 혹은 장르 문학작가님들의 순수문학진출이 잦아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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