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저는 나태한 악마님의 작품만 접해봤는데,
"거미무덤"이었나요.. 그 때 느낌이 좋아서
이 번 "얼음나무숲"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의견을 낸다면 전작을 돌이켜 볼 때,
전체적인 기승전결의 구조에서 "전(65~85%부분)"에서
약간 지친다는 점입니다. 나중에 결말을 읽은 후에
감동받아서 다시 앞으로 가서 읽었습니다.
아마도, 독자에게 허락하는 직관의 폭이 약간
좁은 특성이 있어서가 아닐런지... 성별 차이를
굳이 언급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스토리 텔링
에서 여성분들에게는 충분할 직관적 동화가
남성분들에게는 강요하듯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될 것 같은데,
작가님이 더 많은 얘기를 한다고나 할까...
결말을 읽으면 이해가 되는데, 결말을 모르는
단계에서는 왜 자꾸 같은 얘기를 길게 하는건지
모르겠는 겁니다.
음, 풀어내기 어렵네요.. 비유로 말씀드릴게요.
여자 친구랑 있으면서 많은 대화를 하는데,
말다툼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분위기로 시작해도 그럴 때가 많아요..
반복하다 보니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이유는
제가 끝까지 듣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 들었다고 생각하고(느끼고),
해결책에 대한 의견을 내거나,
마음을 위로해주려고 하는데...
제 말이 먹히지 않는 거예요.. 여자 친구는
퉁명스럽게 나오거나, 건성으로 대충 듣거나
심지어는 오히려 화를 내죠..
그러면, 저도 화가 나서 언성이 높아지고
말다툼으로 번집니다. 억울하죠.. 나는 너를
위해 고민해서 말하는데, 개무시 당하니 화가
안날 수 없죠..
그런데, 여자 친구는 그게 아니더라고요..
아직 얘기가 다 안끝났는데, 제가 다 아는 척
하는 것으로 느끼더군요.. 무성의하게 보이는
겁니다. 그러니까, 화가 나고, 내 대답이 성에
안차는 겁니다.
이것을 깨닫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고,
지금은 동감을 표현하는 방법을 연구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표정..
눈동자.. 감탄사.. 손의 움직임 등등 동감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려고 노력하죠. 잘 안되지만..^^;;
그래도, 효과가 없지는 않아서, 여자친구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참아준다는
식의 반응을 보입니다. 언제쯤 완성의 길에
도달할런지...쓰읍..
남자들은 대충 스킵하고 넘어가는 부분에
여성들은 진짜 전달해야 할 중요한 정보들..
미묘하고 섬세한 감성이 담겨 있는 것 아닌지..
그것은 "글"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음... 여류 무협 작가인 "진산"님의 작품은
많이들 좋아하시니.. 제 생각이 맞다는 확신은
안 드네요.. 그렇지만, 진산님은 남자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로망..."무협"이라는 세계에서
스토리를 풀어내시면서 남성 취향의 대중적
코드를 잡아내신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많은 분이, 많은 여러 좋은 글에 대해 취향이 안 맞아 못 보겠다, 혹은 보기 힘들다는 말씀들을 하십니다.
정말로 좋은, 깊이와 재미가 함께 하는 글들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고 어려워서 취향이 안 맞는다고 안 찾게 되는 글이 또 많습니다.
사실 한국의 판타지, 무협 소설 안에서 취향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 독자들 사이에서는 당연한 이야기이겠습니다만, 다른 일반 소설까지 나아가서, 또 외국에서 쓰인 소설 등으로 나아가 전체적으로 보기엔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것 아닌가 싶어 안타깝습니다.
취향이 너무 쉽게 갈리는 것의 원인 중 하나는 책을 읽는 우리나라 독자들의 다양한 독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옆 일본의 판타지 소설들만 읽어 보아도, 상당히 여러 다양한 생각, 문체와 깊이를 가진 작품들이 나오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매니아만이 읽을만한 취향의 소설이라고 해도 일본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들 인식의 깊이가 더 넓고 보아온 것이 많아 독서에 대한 소양이 깊다고나 할까요. 말하자면, 어려운 주제나 깊은 의미의 글이라도 비슷한 수준의 글들을 익히 봐왔기에 보기가 익숙한 것이지요.
나아가서 우리 독자들이, 서양의 작가들이 그네들 가치관과 역사관으로 써내려간 소설을 본다고 하면, 거의 모든 소설이 취향에 안 맞는다고 여겨질지도 모를 정도지요.
외국 소설 중 영화로 만들어지기 전에도 유명했던 '코난' 시리즈 라든가, '반지의 제왕', '어스시의 전설' 같은 소설을 읽었을 때 어렵기만 하고, 지루하다고.. 혹은 취향 탓만 하기엔 너무 아쉬움이 많습니다. 읽기 쉬운 측에 속하고 모든 외국인들이 즐겨 읽는 '해리포터' 시리즈조차, 책으로 읽었을 때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하는 분들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판타지 문학 이외의 일반 소설들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글을 읽을 땐 밖으로 나타나지 않는, 글 내면에 숨어있는 재미까지 모두 이해하고 느꼈는지 독자들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그 재미를 찾지 못했다고 작가님들께만 뭐라 할 것이 아니라, 독자들 자신도 소양을 쌓아서 더 많은 즐거움을 찾는데 익숙해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들이 끊임없이 계속 나오길 원한다면.. 작가님들께 원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됩니다. 독자들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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