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거 뭐더라, 이 상황에 맞는 단어가 있었는데 기억이 안나네요. ~~성이었는데. 아무튼, 현실성 지적하는 댓글-정말 분탕이거나 작중 설정을 무시한 댓글 제외하고-들이 달리는 글들을 보면 대체로 현실성 지적할만 하더군요. 구체적으로 몇가지 사례를 들자면...
1. 중세 배경 인구 100만의 영지에서 완전무장을 갖춘 정규군 40만이 나오는 다는 묘사
2. 일개 도시의 생산력이 왕국에 버금간다는 묘사
3. 16세기 조선시대 배경으로, 기술 하나 개발 완료하고 확산되는 것에 6개월도 걸리지 않는다는 묘사
4. 16세기 조선시대 배경으로, 일개 지방 반란군으로 완전편제 테르시오가 튀어나오고, 실전경험 없는 반란군의 부사관 포함 장교진들이 실전경험 풍부한 중앙의 직업군인들과의 전투에서 줄줄이 저격당하면서도 멘탈이 안 깨지고 끝까지 버틴다는 것
이정도를 들 수 있겠군요. 일반인의 상식이나 역사를 깨는 무리한 전개를 하려면 그에 걸맞는 설명-마법이 되었든, 외계기술이 되었든-이 필요한 법입니다. 무리하는 정도가 클수록 요구되는 설명의 자세함도 커지겠죠.
아무튼, 판타지니까 현실성을 추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라는 본문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네요. 우리는 글을 읽으려는 거지, 누군가의 망상, 혹은 글자 모음집을 보려는 것이 아니니까요.
어디서 본 적 있는데 판타지 소설에서도 현실성의 현실성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세계관에 맞는 현실성이라고 하는 게 맞으려나요. 목이 잘리고 사지가 분해됐는데 \"하하! 난 목이 잘려도 말할 수 있고 팔다리가 없어도 이족보행이 가능하지!\" 이럴 리는 없으니깐요. 물론 무슨 종족은 발성기관이 특이해서 목을 잘려도 말을 할 수 있다- 같은 설정이 미리 있지 않는 한이요. 아마 댓글에서 말하는 현실성은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예를 들면 주인공이 벼락을 맞고 수학 천재가 됐는데, 덧셈을 못한다던지(너무 극단적입니다만.), 아니면 날아오는 총알이 느리게 느껴질만큼 인지능력만이 엄청 빨라진 주인공이 신체의 단련도 없이 이미 발사된 총알을 피해버린다던지 하는 것이요.
핍진성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얼마나 그럴듯 하냐는 이야기인데 가까운 예로 최근에 했었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어차피 허구의 이야기이고 드라마인데 뭐 그리 난리이냐 라는 말도 있었지만, 사람들이 지적했던 이유는 군대를 다룬 드라마가 실제 군대와는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죠. 덕분에 많은 군필자들이 공감을 얻지 못하여 논란이 됐었죠.
또 핍진성과는 관계가 없지만 다른 예로 카프카의 작품 중 하나인 변신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갑자기 자고 일어나니 벌레가 되어 버리죠. 하지만 이 소설을 보고 주인공이 왜 벌레가 됐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는 사람은 없습니다. 작가가 이야기 하려는 것이 그게 아니기 때문에, '마술적 리얼리즘'으로써 그냥 넘기게 되어버리는 것이죠.
핍진성이 충분하려면 글쓴이, 혹은 작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가 '얼마나 말이 되는지' 가 큽니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면서 '에이, 저게 뭐야. 말도 안돼', '무슨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보는 사람은... 있기야 있겠지만 거의 없다고 봐야겠죠.
흔히 어떤 작품이든간에 말꼬투리를 잡고 현실성 없다고 달려드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게 아닌 대다수의 사람들이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한다면 설정 자체에 무리가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 맞겠네요. 글쓴이가 생각한 설정 자체가 개연성이 없다는 소리니까요.
Comment '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