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5cm 깊이의 물웅덩이에서 느낄 수 있는 것과 1M 수영장에서 느끼는 재미는 매우 다르겠죠.
전자에 아무리 워터슬라이드에 파도풀 노천탕 기타 놀이시설이 잘 되어있어도, 후자에 그런 설비가 되어있는 건만 못하겠죠.
소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장르문학이라고 할지라도 그 사람의 상상력이 유영할 수 있을 정도의 깊이를 줘야만 독자에게 재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네요.
따라서 재미를 위해서 최소한의 작품성까지 포기한다 라는 건 변명으로 느껴지네요.
아 본문으로 돌아가자면, 장르문학도 케이스바이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람 저 사람 다 다르듯이 장르문학 소설도 소설별로 이건 좀 내가 읽기에도 별로고, 남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지 않다. 라고 생각드는 게 있는 반면, 이 글은 무척 재밌게 읽었고, 장르문학에 대해서 잘 모르는 지인에게도 한번 쯤 읽어보면 어때? 하고 추천하거나 책을 빌려줄 수 있는 작품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미라는 것은 일말의 기본 조건이 충족되야 비로소 얻어낼 수 있는 것입니다.
재미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
저는 그렇다고 봅니다.
장르는 재미가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재미를 추구한다는 것이 저품질의 말초신경만 건드리는 그런 글을 쓰라는 것이 아닙니다.
재미라는 개체를 이루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선행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지.
얼불노, 나니야 들을 예로 들면 우리나라는 드래곤라자를 예로 들며 비해를 해야 옳다고 봅니다.
미국도 마법사가 킹왕짱이면서 우리나라와 같이 먼치킨으로 가는 소설도 많습니다. 얼불노 작가가 그 점을 확실하게 지적했고요.
우리나라 장르역사, 그중에서도 판타지 장르가 태동한지 얼마나 됐습니까?
수백년의 판타지 계보를 가지고 있는 영미와 비교하며 한탄하는 것을 볼때마다 안타깝습니다.
그렇게 양판소가 싫다면 적어도 그 양판소에 대응 할 수 있는 작품성 있는 소설을 길러내기 위해 약간의 노력을 해야하지 않을까요?
매번 까기만 해서는 자라나는 싹도 제풀에 지처 다시 땅속으로 숨어들거 갈것입니다.
문피아에서 그렇게 작품성이 뛰어다나는 작품들이 왜 빛을 못 바라는지, 한 번 쯤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장르문학의 본질은 재미가 아니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가타부타 본질이 재미가 아니다라고 하면 전 무어라 말씀 드려야 합니까.
장르는 재미추구가 가장 선두에 오는 원칙이라는 것은 제 의견이지 대중의 뜻이 아닙니다.
제 의견을 바로 잡아 주시려면 '지적'뿐만 아니라 '가르침'도 주셔야죠.
재미는 말 그대로 재미입니다. 이것의 정의를 따로 내릴 필요도 없는 순수한 재미입니다.
단순히 하하호호 웃는 것에 그치지 않는 감정 아우르는 뜻입니다.
sf 소설을 읽고 인지를 넘어선 과학적인 부분에 놀라며 재미를 얻습니다.
추리 소설을 읽고 치밀한 내용전개와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재미를 얻습니다.
로멘스 소설을 읽고 알콩달콩한 사랑과 떄론 씁쓸한 치정에 재미를 얻습니다.
전 결국 장르작가라는 생산자의 입장에서 독자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은 궁극적인 가치가 재미라고 봅니다.
너무 추상적인 것일 수도 있으나 제가 생각하기에는 어쨌든 장르는 재미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르소설이 아니라 제대로 된 소설이여도 학교 수업시간에 읽고 있으면 뺏기고 혼나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교단 앞에 선 선생님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그 외에 시간에 읽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사회적 선입견이 많이 들어가 있기도 하지만 요즘은 그렇게 말하기도 힘들 정도로 말도 안되는 글도 나오죠.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같은 게임의 배경이 된 내용도 소설로 나오는데 짜임새나 내용은 재미있고 좋지만 오타쿠가 읽는 책쯤으로 치부시 되며 감히 말하건데 해외라고 해서 모든 작품들이 사랑받는 것은 아닙니다.
항상 너무 대작들과 비교되는데, 대작이 만들어질만한 발판조차 마련되지 않은 곳에서 비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래서 에뜨랑제의 스크린화 시도 및 원소스 멀티유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제발 잘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여기의 성공 여부가 장르 문학의 또다른 발전을 이룩하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죠.
아시겠지만 반지의 제왕도 영화화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전엔 흑속의 진주같은 글이라 판타지 매니아들만 알고 있던 글인 것처럼 지금도 저평가 되는 글이 많을꺼라 생각합니다.
저급의 글이 시장에서 냉정하게 평가받고 사라지지 않는 현재가 유지된다면 앞으로도 한참 멀었다고 봅니다.
장르소설도 문학성을 갖춘 작품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요즘은 장르 소설과 본격 문학 분류하기도 애매한데
어둠의 속도 같은 작품은 sf 장르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독자는 근미래를 다루고 있어도 sf는 아니다! 라고 생각하죠.
도리스 레싱 작가의 생존자의 회고록 같은 작품도 sf 판타지나 환상 문학에 넣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그런 구분의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고요.
문학을 일단 정육점 고깃근처럼 가르는 것 자체를 저는 좋아하지 않는데;
장르문학은 재미만 추구하면 된다, 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는 입장입니다. 일단 그런 기준이라면 양판소로 분류되는 작품이든 뭐든 작품이 소설로서의 완성도가 떨어지든, 당장의 재미만 안겨주면 그냥 좋은 작품으로 분류될 테니까요...
그게 또 장르문학은 저급하다라는 통념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겠죠...
저는 우리나라 판타지도 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인데
한쪽에서는 원죄라도 되는 마냥 아아 한국형 판타지 판타지 하면서
나머지를 매도하거나 공격하는 극단적인 분들이 계시고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판타지는 이미 망했어...라며 등을 돌리니
참...
문피아만 해도 수작이 너무 많은데 저런 작품이 출판이 안 된다면
나는 당연히 안 되겠지..이런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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