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우리말 큰사전(1991년, 한글학회 편)'에 실린 45만 여 낱말의 표제어 중에서 한자어의 비율은 약 52.1%라고 합니다. 당연히 무협소설을 쓰는데 한자어가 필요하고 때로는 잘 사용하지 않는 한자어도 넣어야 할 상황에서는 넣어야죠. 저도 글을 잠깐 쓰고 있는데 어떤분이 댓글로 굳이 그렇게 한자어를 넣어야 하는냐고 하는 질문도 받았습니다만 저희 세대에서는 친구들끼리 장난칠때에도 자웅을 다투자고 하는 농담도 하고 그럽니다. 그런데 어린분인지 꼭 자웅이라는 한자말을 써야하느냐고 비판하더군요. 씁쓸하지요. 그렇게 따지면 처음에 언급했듯이 한자어의 비율이 과반수가 넘는데 그런것도 다 순수한국어로 바꿔야 하는건지.
한자에 따라 그 의미가 완전히 바뀌는 단어들이 있는 경우엔 한자를 병기하여 오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 좋겠죠.
앞서 랴옹님이 말씀하신 연패가 좋은 예입니다. '連敗'는 연속해서 진다는 의미이고, '連覇'는 연속해서 이김, 계속하여 패권을 잡다라는 의미지요.
보시듯이 그 의미가 정반대입니다. 게다가 무협에서 많이 쓰이는 '검기'라는 단어만 놓고 봐도 '劍氣'인지 '劍技'인지 한자를 같이 쓰면 보다 쉽고, 빠르게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지요. 물론 문맥의 정황으로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만, 문맥의 정황을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 올 때에는 한자의 병기가 이해에 큰 도움을 줍니다.
또한 무협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초식의 경우에도 한자의 병기는 이해를 돕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동자배불(童子拜佛)은 그 초식명을 보면 바로 "아하, 이런 그림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가령, 금룡헌조(金龍獻爪)라는 초식은 한자를 아는 사람들에겐 아하!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손톱을 이용한 무공, 더 나아가선 손톱을 내미는 어떤 형태의 무공이군? 이란 생각이 들게 합니다. 한자의 병기가 이해를 돕는 경우지요.
비단 초식뿐만이 아닙니다. 어느 무협소설에서 '귀곡성'이 등장한다고 할 떄, 귀곡성(鬼谷城), 귀곡성(鬼哭聲)은 그 한자를 병기함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습니다.
지금은 겨우 서너 개의 예만 들었지만 찾아보면 한자를 같이 씀으로써 이해를 돕는 경우가 있으니, 한자의 사용이 나쁜 것만은 아니지요.
물론 무분별한 한자의 남용은 눈살을 찌푸려지게 합니다. 그 점은 지양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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