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저도 같은 이유 때문에 갈팡질팡하다가 글만 길어지고 재미는 여전히 없는 소설 하나 쓰고 있는데, 결국 둘 중 하나 포기하시면 됩니다. 당장 인기 끄는 걸 포기하거나 친절한 설명이나 개연성 자체를 포기하거나.
전자를 생각하시면 길게 보셔야 합니다. 혹시, 공모전에 내신 거면 조금 힘드실 겁니다. 더군다나 설정, 세계관, 개연성 이런 것들은 미리 생각하고 거기에 글을 맞춰야 하는 거라 제대로 쓰시려면 집필 과정 자체가 시간 오래 걸릴 겁니다. 생각나는대로 쭉쭉 써나가셔도 되는데, 웬만한 천재나 대가가 아닌 이상 부자연스럽거나 설정 구멍 뻥뻥 나기 쉽습니다. 그걸 피한다고 설명을 늘리면 최소한 초반에는 독자가 힘들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 개연성 갖추거나 설정이 매력적인 작품들은 나중에라도 독자가 늘어날 겁니다. 하지만, 초기 설정이 엄청나게 매력적이지 않은 이상 당장의 인기는 포기하시는 게...
후자를 선택하신 경우에는 쓰고 나서 나중에 하나씩 설명을 덧붙이시면 됩니다. 초반에 너무 생략해서 독자가 아예 이해할 수 있는 수준만 아니면 오히려 진도도 빠르고 재미있는(또는 자극적인) 부분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단기간에 승부 보시려면 무조건 이런 스타일로 가셔야 합니다. 대신 예를 들어 헌터물 쓰시는 거면 초반에는 헌터물 아예 모르는 독자들은 제끼고 간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게다가 장기적으로는 초반 만큼의 재미를 뽑기가 어려우실 겁니다.(물론 그만큼, 아니면 그 이상 뽑으실 수도 있습니다만, 대체적으로는 그렇습니다.) 다만 어느 정도 재미가 있으면 정든 독자들이 중간에 안 나가고 계속 읽어주기 때문에 보통은 초반에 진도 쫙쫙 빼시는 분들이 많긴 합니다.
사실 '개연성이나 설정이 탄탄하다, 아니다'가 작품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이긴 한데, 어차피 웹소설에 대해서든 어느 사이트든 두고두고 곱씹는 작품성 있는 순문학이 아니라 빨리빨리 읽는 패스트푸드류의 소설을 기대하는 독자가 더 많다는 건 이미 아실 겁니다. 비유하자면 요리 과정이 매우 길어서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엄청 기다려야 하고 그 기다리는 시간 중에 '맛있고 몸에 좋다'라는 긴 설명을 들으면서 먹는 슬로 푸드보다는 적당히 맛있고 기다릴 필요 없이 빨리빨리 나오는 인스턴트 식품이 더 땡기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중요한 건 개연성이나 설정이 있다 없다가 아니라, 그게 있다면 언제 얼마나 어떻게 보여줄까의 문제입니다.
저도 글 쓴지 얼마 안 되는 초보라서 이런 저런 얘기 하기가 무례하다는 생각도 드는데, 오랫동안 다른 쪽 인터넷소설 읽어본 입장에서 깨달은 바를 얘기하자면 그렇습니다... '다 가져서 속이 후련한 경우'는 매우 적다는 게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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