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부끄럽지만 장르문학에 발을 들여놓은지 10년이 넘었어요.
그동안 정말 세수레의 수레에 달하는 책을 읽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일단 인터넷 연재의 특성상 참신한 소재, 확 끌어드리는 매력을 주는 독특한 캐릭터가 인기를 끄는게 당연하죠.
그런데 요즘은 책으로 반권정도 연재한 이후 바로 출판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부류의 책중에서 정말 수작으로 남는 책도 많이 있지만, 설정은 좋았으나 그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의 개연성이 억지로 조합되거나 소재의 불충분, 반전의 부재 혹은 비약으로 인해 흥미를 잃게되는 책이 많이 있죠.
고로. 저는 시작을 설명으로 해도 봅니다.
다만, 조금 연재하고 그 연재 부분의 참신함과 매력만으로 출판이 결정나고 출판 이후의 글을 읽을때 그 앞부분에 미치지 못하는 전개로 실망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연재를 한다는 것은 독자와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행위니까요.
어떨 때 실증이 나냐구요? 겨우 설정 즉 도입부만 읽었는데 출판결정 날때랍니다.
1. 제목이 어둠의... 암흑의.. 다크... 이렇게 시작되는 주제에 정작 내용물을 까보면 선 성향일 경우 바로 집어던짐.(그러나 블랙 계열로 시작하는 소설의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되므로 어지간해선 제목 보고 걸러버림.)
2. 민족주의 배경으로 나오는것 무조건 집어던짐.
자기나라 칭찬해주는것은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환영받지요. 쪽발 나라도 뻘짓만빵의 극우파가 아무리 뻘짓을 해대도 잘먹고 잘살듯이 짜장 나라도 가운데 나라느니 상국이니 꼴깝떨어도 다들 좋아하듯이.. 그러나 외국에서 보면 완벽한 x신짓이죠. 솔직히 사명대사 이야기 읽으면서 집어던지지 않은건 그것이 시험에 나오는것이라서 그랬던것 뿐, 그런거 보면 한민족이 찌질민족으로 변하는 것 같아서 견딜수가 없더군요. ex) 척준경의 혼을 불러 내 몸에 빙의시켰다..
3. 어중간한 현실대입 비난소설
현실을 비난하기 위해 소설을 쓴게 분명한데 정작 공부는 하나도 안하고 카더라통신+키워통신으로 닦여진 지식만 믿고 써내려간 소설.
4. 맞춤법 틀린 소설
글 좀 쓰는 사람도 종종 틀리는 수준은 이해할 수 있으나 초2 이하 레벨은 그냥 집어던짐.
더 생각하면 훨씬 더 많이 나올 것 같지만 대충 이정도로...
1. 아무 전조 없이, 이유 없이 '운명의 수레바퀴' 같은 식의 이야기가 나올 때.
2. '나중에 듣기로...' 라는 식의 이야기가 나올 때.
3. 3인칭인지 1인칭인지, 문장, 혹은 문단 내에서 바뀌어 알 수 없을 때.
4. 소재만으로 시작한 글일 때.(차후 글이 막히는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 글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는 소재가 다 떨어진 후, 막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4번 같은 경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초반에 세계관을 늘어놓은 글을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대지가 굳건하면 건물은 보다 안전하겠죠.
글을 읽는 것이 뭔지 모르면서, 눈으로 보인다고 다 글을 읽는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에게, 글읽기란 어려운 작업이 분명합니다. 적어도 글을 읽는다는 것은, 그 글의 의미와 그곳에서 표현된 의도 그리고 서로 다른 문장들이 얽히고 어울리면서 만들어가는 글 속의 숨은 또 다른 맛을 찾아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읽기는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가슴으로 그리고 그 글을 읽고 느껴지는 여운으로 읽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글읽기를 모르는 분들이 많으면 많을 수록 글은 그 본래의 의미를 잃고 그저 눈을 자극하는 단순한 글자들의 나열들로 변질된다고 느낍니다. 눈의 즐거움을 쫓는 분이 아니라 글을 읽고 글의 즐거움을 쫓는 분들이 그리워지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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