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대부분의 글은 철학 보단 짧은 가치관, 혹은 지나가듯 꾸는 꿈을 담는 경우가 대부분인, 카타르시스 중심이죠. 처음부터 큰 그림을 그린후 쓰는 글은 철학, 가치관을 담고. 진짜 잘쓰는 분은 철학과 가치관속에 카타르시스, 즉 재미를 담죠.철학이라고할까 가치관이라고할까, 그러한 면을 담은 소설은
귀환병이야기와 여왕의창기병을 꼽아봅니다. 둘다 굉장히 오래된 책들이네요 =_=...
귀환병이야기는 예언에 나오는 마계의 공격을 막기위해, 인간들이 먼저 마계로 쳐들어가고, 그들이 돌아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돌아온후의 현실의 이야기, 과거 마계에서의 이야기. 두가지가 돌아가며 전개가 되고...
일반 판타지에서 아주 쉽게 다루는. 전후 군인에 대한 취급, 혹은 몬스터와 대적한다는 것에 대한 진정한 공포를 알려주는 소설입니다. 다들 소설보면서 카타르시스만 느껴봤지 전쟁장면에서 자기배를 움켜쥐고 아.. 아프겠다.. 하는 느낌은 없잖아요? 이건 보다보면 자기 숨이 막힙니다. 설움과 광기가 참 잘표현된 작품.
여왕의창기병은 작은 파티가 여러일에 얽히면서 대륙을 돌아다니고, 복잡하게 얽혀가는 대륙 정세를 바탕으로 파티의 인물들이 성장해나가고, 서로 얽히는 모습을 쓴 소설입니다. 등장하는 내용을 보면 음식, 치료법, 전술, 음모 등등의 문화들에 대해서 나름 치밀하게 공부를 하시고 썼다는 느낌이 물씬 나는 글입니다. 캐릭터들 이름부터가 나라들마다 프랑스, 영국, 독일 문화권을 돌아가며 다른 언어로 나오니까요. 뭐라고할까요, 대충쓸꺼면 쓰지마라! 라는 느낌이 묻어난다고 하죠.
현실에 대해서 절대 낙관적으로 보거나, 사소한 엑스트라조차 자신의 삶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주인공보다 악역이나 엑스트라를 응원해주고 싶을 정도로 그들의 삶이 더 와닿을 정도니까요.
가장 큰 문제라면 스토리를 제법 빡빡하게 쓰셔서 초반의 미묘한 지루함과 중반의 텍스트의 물결에 익사할 지경이라고 할까요. 결말부분은 나름 찡합니다.
어쩌다보니 추천댓글이 됬는데...
본문에 맞춰보자면, 자신이 진정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이 있다면 굳이 거창하게 표현하거나, 비범한내용을 안에 짜맞춰 숨겨두거나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무슨 장르던 간에요.
왜냐면.. 아무생각없이 글을 쓰더라도, 그것은 인간, 즉 작가가 쓰는 것이기 때문에 작가의 기준과 생각과 가치관이 담길 수 밖에 없습니다. 아니, 그것에 기반하여 써질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그 강도가 어느정도냐의 차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굳이 분류하자면, 재미만을 추구하는것도 작가 자신만의 가치관이라 볼 수 있겠네요. 가볍게 읽으면서 카타르시스를 만끽할 수 있는...
개인적으로는 정통판타지쪽을 선호하는 입장으로써, 인간은 어디까지나 인간으로써 인간의 범주를 넘어서는 능력과 행동은 절대로 싫어하는 쪽입니다. 고생없이 얻는것은 절대 없다거나..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진정한 재미와 카타르시스는 끝없는 비극과 절망, 고통과 노력의 역사가 축적되고 또 축적된 그 이후에 찾아오는 작은 과실하나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제 댓글을 보니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굳이 분류를 한번 더 해보자면
작가의 철학이나 가치관이 담길 수 있는 부분은 두가지입니다.
글을 쓸때 담으려는 작가의 철학이나 가치관, 즉, 담으려는 내용
글 내에서 등장하는 상황과 캐릭터에 따라 드러나는 철학이나 가치관, 즉 드러나는 내용.
담으려는 내용은... 재미만을 추구한다! 전쟁의 끔찍함을 보여주겠다! 등 작가가 글을 쓰기 전부터 의도적으로 담으려고 하는 내용이 표현되는 것이겠고.
드러나는 내용은... 권선징악! 영웅호색! 공산당이 싫어요! 같은, 글을 쓰다보면 그 소설 내용에 따라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작가의 철학이나 가치관이라 볼 수 있겠군요.
위에도 적었지만, 저 같은 경우엔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캐릭터의 역사성', '축적된 시간의 힘' 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제가 자주 드는 예시중 하나지만.. 게임을 하다가 치트를 자주 쓰다보면 처음엔 신나다가도 후엔 지루해 집니다. 너무 쉬우니까요.
하지만 실력이 비슷한 친구와 미친듯이 혈전을 벌여서 승리하면 굉장한 재미와 카타르시스가 느껴지죠.
소설에 빗대보면, 주인공이 아무생각없이 기연을 얻어서 다 썰고다닌다, 쉽게쉽게 상황을 헤치며 지나간다. 이러면 압도적인 부분에 대한 카타르시스는 느껴질지 몰라도 깊은 흥미는 느껴지지 않을겁니다.
개연성에 기반하여 상당한 고난과 시간을 투자한 후에 과실을 얻어내야 재미가 확실하게 와닿죠.
가장 확 와닿을 만한 하나의 예시를 더 들자면...
소설내에서 주인공 능력에 반해 갑자기 좋다고 따라오는 여인에 더 감정이입이 되고 빠져들까요?
아니면, 숱한 전투와 고난을 함께 헤쳐나가고, 서로 튕기고 튕기고 밀고 당기고 한 끝에 사랑에 빠져드는게 더 감정이입이 될까요?
가볍고 짧게 묘사되고 드러난 상황에 대해서는 그만큼 가볍고 짧게 이입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난이후의 단 과실. 사우나에 들어가 봐야 바나나우유의 참맛을 안다고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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