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그렇다면.. 주인공이 숨어서 울고있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들려오는 절뚝거리는 발소리를 표현해야 할 때,
>
터벅. 척. 터벅. 척.
복도 끝쯤에서 절뚝거리는 듯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방향의 갈피를 못잡은 듯, 발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터벅. 척. 터벅. 척.
그러더니 다시 들려오는 발소리. 아무래도 문 바로 앞까지 온 듯하다.
>
여기에서 발소리의 의성어를 제거한다면 몇 독자들은 ' 저 상황에서 절뚝거리는 발소리가 어떤 소리지? ' 라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까요? 현장감 또한 떨어지고 울고있는 주인공 바로 옆에서 그 발소리를 듣는 듯한 표현법이 생각나질 않아요..
꼭 그렇게 제외 할 필요가 있나 싶네요. 영화에서도 보면 소리는 참으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어벤져스나 아이언맨 같은 장르는 소리의 역할이 더욱 크죠. 판무는 전투씬도 많고 스피드하게 가는 게 보통입니다. 의성어를 사용해서 빠른 흐름에 잘 맞출 수 있고, 읽는 이로 하여금 상황을 쉽게 떠올릴 수 있게 만든다면 충분히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요? 물론 남발하는 건 뭐든 문제가 되겠지만, 적당한 건 뭐든 좋은 법이니까요.(범죄나 뭐, 그런건 당연히 빼고요 ;;)
너무 많다면 조절은 하셔야하지만, 억지로 넣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은 오히려 좋지 않을 것 같아요. 계속 그렇게 생각하면 강박관념 같은 게 생길지도...
의성어는 알기 쉬운 표현일 뿐이지, 정확한 표현이 아닙니다.
닭이 우는 소리도 어떤 나라에선 코크두들두이고 어떤 나라에선 꼬끼오지요. 비슷할지는 몰라도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총소리도 탕탕탕, 그러지만 팡팡팡 같이 들릴수도 텅텅텅 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의성어는 알기쉽지만 정확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서는 유치할 수도 있습니다.
만화에서는 꼭 필요한 수단이지만, 소설에서는 별로 필요 없습니다.
(만화에는 대체 수단이 없습니다.)
글이 갖는 한계와 특성을 잘 고려하시고, 장점을 살린다면 의성어는 별로 필요 없습니다.
요새 의성어가 남발되는 것은 만화의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만화도 만화영화가 되면, 의성어 대신에 '음향'을 씁니다.
소설에서 의성어를 쓰는 것은 애니메이션에서 '음향' 대신에 '의성어'를 쓰는 것과 같습니다. 한번 상상해 보세요. 얼마나 처절할지.
의성어 몇 마디로 묘사와 설명을 땜빵하려는 꼼수를 포기한다는 정도의 느낌을 가지시면 될 것 같습니다.
퍽. 퍽. 녀석이 계속해서 문에 부딪쳐왔다.
->바깥에서 뭔가 둔탁한 것이 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점점 더 크고 거칠게 들려왔다. 녀석이 문을 열기 위해 몸을 문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었다. 육중한 몸이 나무 문짝에 부딪히는 소리가 내 신경을 갉아먹었다. 나는 불안에 몸을 떨었다.
누군가가 문에 거칠게 부딪히는 상황을 가지고도 많은 서사와 장면과 스토리를 짜낼 수가 있는데 그걸 고작 퍽 퍽 하는 두 마디로 매조지해 버리는 건 좀 아깝잖아요.
제목보고 '의성어 좀 쓰는게 어때서'하는 생각을 하면서 들어왔는데 읽어보니 좀 이상하긴 하네요. 퍽퍽 이거랑 터벅 척 이것도 너무 좀 뭐라고 해야하나 이런 글을 읽는다면 내용은 진지한데 작가가 좀 어린가 이런 생각이 들것같아요. 약간 오글오글하다고 하면 실례가 될까요.
문에 부딪치는 장면이라면 문을 부수고 들어가기 위함일까요
문이 곧 부서질 듯 흔들렸다. 쾅쾅 울려대는 소리가 녀석의 찢겨진 마음처럼 처절하게 다가왔다. 아득해지는 정신을 붙잡으며
뭐야이게.. 쓰고보니 창피하네요.ㅋㅋㅋㅋ
하여튼 현장감이라는게 꼭 소리로 표현가능한 건 아니죠. 소설인 만큼 등장인물들의 생각을 이용하거나 느낌을 이용하는 게 편하고 좋아요. 단순히 행동만 쓰는 게 아니라 행동의 이유나 동기 그 행동을 하는 기분 같은 것들을 같이 엮으면 현장감도 있고 몰입도도 있어요. 주의할 점은 너무 길어지고 많이 있으면 자칫 지루할수도.
http://krdic.naver.com/detail.nhn?docid=40311700 퍽퍽
http://krdic.naver.com/detail.nhn?docid=39434400 텅텅
http://krdic.naver.com/detail.nhn?docid=38846600 쿵쿵
http://krdic.naver.com/detail.nhn?docid=38808600 쾅쾅
그리고 사전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문에 부딪히는 소리를 나타낸다면, 퍽퍽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철문에 부딫힌다면 "텅텅"이나 "쾅쾅", 나무문 같은 곳에 부딫힌다면 "쿵쿵"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의성어가 가지는 뜻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사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체 두개가 부딪혀서 내는 소리만해도 표현이 수십 가지가 넘습니다.
녀석이 퍽퍽 소리를 내며 문에 부딪쳐왔다.
녀석이 텅텅 소리를 내며 문에 부딪쳐왔다.
녀석이 쾅쾅 소리를 내며 문에 부딪쳐왔다.
녀석이 쿵쿵 소리를 내며 문에 부딪쳐왔다.
어렸을 때 정말 인상깊었던 영화가 있는데요. 네버엔딩스토리 라는 영화입니다.
그때 당시에는 엄청난 특수효과와 멋진 장면들로 가슴이 뛰었는데 지금보니 엄청 유치한 거죠.
의성어는 작가님이나 독자에게 빠르게 상황을 인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그 이미지를 제외한 모든 상황을 거부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활자는 영화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글에 독자 하나하나마다 머릿속에서 각기 다른 영상이 그려집니다. 대신 작가가 의도하고자 하는 부분이 설명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게 필력의 차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Comment '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