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안녕하세요. 초보 작가 믹기입니다. 강림주의님의 글을 읽어보니 뜨끔하기도 하고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하는군요. 저도 마법을 제 소설 안에 등장시키고 있는데요, 저는 견문이 짧아서인지 저런 세세한 설정을 짜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마법을 논리적,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 많은 베일에 싸인 학문으로 설정해버렸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잘못된 생각이었던 같습니다. 이번 소설에서는 이 설정을 없애버리면 스토리가 완전히 꼬여버리기 때문에 고칠 수가 없지만, 다음 소설에서는 강임주의님의 조언을 참고해서 보다 나은 소설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긴 조언 감사드립니다.
현실성, 개연성이라는 표현을 쓸 것이라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당연한 이야기를 이렇게 알기 쉽게 적는 것 또한 너무나도 힘든 일이지요. 글을 정말 잘 쓰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작가가 아니라서 정보 검색의 부분은 읽지 않았습니다.
판타지 소설에서 현실성을 찾는 것은 전부 이런 맥락에서 하는 이야기인데, 현실성 이야기만 해도 '소설에서 뭐 그런걸 찾냐' 하는 분들이 많아서 장르 소설의 발전을 막는 것 같아 참 아쉽습니다. 그렇지만 그것과는 반대로 자기 맘에 안 들 때, 혹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 할 때 상황에 관계없이 개연성 들먹이는 독자들도 마찬가지의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고생은 하셨는데' 라는 말이 그리 유쾌하게 들리지는 않네요. 마치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무시하며 하는 말 처럼 들리기까지 합니다. 전체적인 댓글의 어조도 그렇고요.
'통찰이라든가 전문자료가 필요한게 아니라 작가의 능력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라는 부분을 보자면, 작가의 능력이 무엇이고 통찰력과 전문자료가 무엇입니까? 통찰력과 전문자료가 곧 작가의 능력인데, 통찰이나 전문자료은 필요하지 않고 작가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는 것이, 한번 비유해보자면 이렇게 들립니다. '쌀이라던가 밀이라던가 그런게 필요한게 아니라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가 필요합니다.'
고전명작들을 보면 대단한 통찰력을 가진 작가들이 보입니다. 서머셋 모옴의 달과 6펜스는 예술이라는 것과 인간의 삶에 대해 대단한 통찰력을 보인 명작이고,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죽음을 맞이한 인간의 모습과 죽음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 대단한 통찰력을 보인, 온몸에 전율이 느껴질만한 명작입니다. 통찰력은 작가의 능력이 아니고, 작가의 능력과 별다른 연관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좀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얼음과 불의 노래는 이 통찰력과 함께 깊이있는 자료조사가 선보여진 대작입니다. 요즘에는 좀 소설이 흐지부지되가는 느낌도 들지만, 얼불노 초반부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할만큼 대단하기까지 합니다. 환상적이고 음습한 마술의 세계와 함께 차갑고 무자비하며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중세 중기~후기의 세계를 몰입감있게 표현해냈습니다. 저는 문창과에 안 가봐서 모르겠는데, 문창과 다니는 친구를 보니까 자료조사 무섭게 하더군요. 현지조사에 대한 감을 잡아보려고 인류학 서적도 많이 읽습니다. 자료조사의 중요성을 얘기해주는 실질사례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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