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인간의 양면적인 면을 표현한 작품들도 있지 않나요. 대표적으로 반지의 제왕의 경우에도 인간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휘둘리거나 아예 악의 진영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죠. 올곧은 선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인간족이란, 사실은 인간족 자체가 아니라 작품 내 주인공을 포함하는 하나의 집합일 뿐이지 않나 싶습니다.
다만, 말씀하시는 것처럼 인간 전체를 근본적 '악'으로 설정한 작품은 저도 겪어본 적이 없네요. 만약 이런 작품이 실제로 전혀 없다면, 독자의 감정이입에 대한 접근성 문제로 사장된 것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악이 승리하는 소설이나 인간 종족 자체가 악해서 멸망하는 소설, 물론 쓸 수 있죠. 딱 들어맞진 않지만 '나는 전설이다' 같은 정말 전설적인 작품도 있고요. 정말 유명한 소설 중엔 사실 이거 말곤 딱히 생각이 안나긴 하네요. 여기서도 인간이 '악'이라기 보단 소수(랄까 혼자)라서 세상에 대해 악이 되어버린 상황이지만...
다만 이 소설에서는 스토리 주제상 그래야할 필연성이라는게 있는데, 말씀하신 '인간 종족이 악이어서 멸망하는' 설정에는 필연적일 수 있는 스토리가 무엇이 있을까요? 또는 다만 재미와 공감만을 원한다고 해도 그런 소설이 재미와 공감을 줄 수가 있을까요?
절대 불가능하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극히 어려운 문제이고, 굳이 실험적으로 그러한 극히 어려운 문제를 돌파해야만할 어떠한 사명감을 느끼는 작가가 아닌 한은 당연히 피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달리 말하자면 만약 그러한 악의 종족이 있다고 쳤을때 그것이 꼭 '인간'이어야할 이유가 있을까요? 주인공이 그 종족의 일원이라 하더라도 종족을 배신하고 빛의 진영으로 가버리는게 스토리 진행하긴 더 좋을 것 같네요.
정리하자면 '있어도 될 법한 것이 굳이 있을 이유는 되지 않는다'가 답이라고 봅니다. 그런 소설이 설마 태초부터 지금까지 없기야 했을까요? 그냥 인기가 없었겠죠. 네임밸류만 가지고도 어느 정도 팔아내는 인기작가가 돈벌 생각 버리고 도전하지 않는 한 그런 작품이 나와서 사람들에게 알려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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