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한없이 넓고, 객관적이며, 중립적인 전지적 시야를 갖춘 '신' 또는 '괴물'이라 불려 마땅한 여주인공이 있으면 좋을 거 같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남주는 성급하고, 쓸데없을 정도로 정의감이 넘치고, 그런 주제에 힘은 부족해서 맨날 악을 쓰며 발버둥치고. 또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남주가 인간으로서 특색이 강하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단점이나 약한 면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것들을 내려다보듯, 그리고 그것을 비웃듯, 남주의 모든 노력과 의지를 짓밟아 무가치하게 만들듯,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모두 섞어 이도저도 아닌 쓰레기로 만드는 거 같은 여주를 보고 싶달까요?
간단하게 말하면 남주가 행하는 일에 결말이 최악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방관하며 지켜보다가, 나중에 그 최악의 결말이 났을 때 태평하게, 그리고 철저히 객관적이고, 그렇기에 잔혹하기 그지없는 중립적 설명을 하는 캐릭터?
'거봐, 이렇게 될 거라고 말했었지?'
라는 느낌? 여주 취향이 꼭 그것만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압도적인 통찰력으로 모든 전개를 한치의 틀림도 없이 꿰뚫어보는 여주 캐릭터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완결까지 일관되게 이어질 수 있으면 더욱 좋고요.
솔직히 요즘엔 다 여주 성격이 비슷비슷해서 질리죠. '난 이게 좋다! 그러니 작가 너도 이런 이상형의 여주를 만들어라!' 이런 것도 결코 나쁘다곤 못하겠죠. 독자가 원하는 걸 캐치해서 글로 쓰는 작가는 대단한 거죠.
하지만 독자가 읽었을때 '오, 이런 것도 나쁘지 않은데?'라는 여주를 만드는 작가는 존경받아야 할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인간쓰래기가 아닌 수준에서(거부감이 없는) 뭔가 특별하고 매력있는 이런 여주를 생각해보는 게 어떠신지요. 독자들의 성향도 좋지만, 작가가 독자들의 성향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필하십시오!
Commen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