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음~ 저는 글 하나 완결내고 최근에 새로운 글을 쓰기 시작한 초보 글쓴이입니다. 제가 첫 작품 전투씬 쓰기 전의 고민과 같은 고민을 하시는 것 같군요. 제 경우에도 김한님처럼 게시판에 문의를 했습니다. 전투씬 잘 쓰시는 분들의 글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었지요.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좋은 작품들을 추천해주셨고, 많은 도움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도움이 되었던 것은 쓰기 어렵고 힘들어도 일단 많이 써보는 것이었습니다. 일부러 전투씬을 많이 넣어서 한 번이고 두 번이고 더 써봤더니 지금은 전투씬 쓰는게 두렵지 않아졌습니다.
그렇다고 아직 부족함이 사라진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은 겁내지 않고 쓰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스스로 큰 성장을 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김한님도 다양한 전투 장면을 찾아 읽어보시고, 또 많이 써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다른 것도 고려할 것이 많겠지만 전투에서도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일단 내적인 변수로는...
병종/병수/지휘관 등 그것도 세분하면 여러개가 될 것인데... 그런 것들을 고려해야 하고
외적으로는 지리/기후/외병력운용/외교관계/ 등... 나열하면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일단 대충 요정도...
전투는 1:1 전투, 그냥 싸움레벨의 전투와 부대와 부대간의 전술레벨의 전투, 그리고 나라와 나라간의 전략레벨의 전투... 용어야 뭐 다르겠지만 이런식으로 규모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가 있을겁니다.
가장 쓰기 쉬운건 1:1이고 그 다음이 1: 다수... 변수를 최소한으로 하고 한명이서 상대해야 하는게 가장 쉽겠고, 커질수록 변수가 많아지니 어려워지겠지요.
혼자 싸우면 혼자만 생각하고 적의 숫자와 적들의 상관관계와 움직임 동선들만 고려하면 됩니다. 다대 다로 싸우면 아군의 상관관계, 움직임, 동선과 다수의 적과의 움직임, 동선 등을 고려해야 하니 복잡해지고요.
그러다가 부대단위로 넘어가면 그것은 더 크게 작용하겠지요. 물론 보병을 궁병에 이런식으로 단순화 해서 그릴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화 되면 될 수록 전투의 묘사레벨은 떠러지겠네요.
일단 여러가지를 고려하고, 시나리오를 작성해서 하나씩 풀어가겠지요. 그 와중에 중심 인물이 되는 사람이 있냐 없냐, 중심 인물이 혼자냐 여럿이냐에 따라 전투의 시선이 이곳 저곳으로 옮겨갈 것이고...
특히 전략을 짤 때는 가끔씩 보면 어거지 스러운, 작가가 하나의 목표를 두고 거기에 끼워맞춰서 변수를 다 제거하고 그냥 때려 맞추는, 단순화 하자면 '적장이 흥분을 잘한다.' '적병은 호구다.' '적들의 반응과 눈설미는 허수아비가 참새를 노려보는 정도이다.' 정도의 가정을 통해 말도 안되는 전략을 자기 멋대로 만들고는 하는데... 솔직히 그렇게 보면 좀 어거지가 심합니다.
전략도 각 변수에 따라 여러가지의 가능한 시나리오가 있고 그중 확률이 높은 것을 선택하고 포기하고 또 선택함으로서 각종 변수를 제외시키거나 포함시켜 만들어 내는 것이고 그 중 의외성 조차 고려해야 하는 것인데...
예를 들자면.
100대 500의 싸움이 있고, 100의 50은 보병 50은 궁병인데 앞에 협곡이 있고 500은 기병 100, 보병 300, 궁병 100인데 협곡을 지나가려고 한다고 했을 때... 대부분 보면 100명을 다스리는 지휘관이 협곡에 매복하여 500을 무찌른다 정도의 단순함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20의 보병과 지휘관 스스로 500의 적병을 자극하여 협곡에 매복시킨 병사들로 하여금 길을 차단하게 하고 돌을 굴려 적들을 망하게 하고 살아남은 자들을 처리했다. 정도가 조금 더 복잡해진 경우고...
여기서 더 나아가면, 500을 협곡에 몰아넣기 위해 100인은 협곡에 단순한 함정과 매복을 하는 척을 통해 적을 유인해 치는 척을 했는데 그것이 적에게 분쇄당하고 의기양양해진 적이 도망치는 적을 몰살시키기 위해 돌격하며 대형이 흐려졌을 때 각기 병종별로 돌을 굴려 길을 차단 후 각개격파를 하는 등... 조금 더 나아간 복잡한 전투가 예상되는데...
여기서 주 시점이 100인의 지휘관 쪽에 있고, 500인의 지휘관은 능력없는 호구라는 가정이 필요합니다. 거의 주인공 쪽이 100인이고 500인 쪽의 지휘관은 능력없는 호구이거나, 능력 있는 척 하는 호구이거나, 아니면 성격이 모난 호구로 그려지는데, 어떻게 하든 그 지휘관이 호구가 아닌데도 그런 함정에 들어가게 하는 법을 개발해야 하고, 그렇게 해야 정말 제대로 된 전투 신이 그려지며, 또한 그러한 계획, 전략을 만드는것이 작가의 역량이겠지요...
역사의 도움도 받고, 다른 전쟁 소설들... 삼국지도 좋고 뭐 이것저것도 좋고...
많이 보고 많이 쓰면서 많은 변수들을 파악하고, 변수를 제압하거나 통제하는 수단을 만들어 그를 글에 녹여내시면...
전투를 잘 그리기 시작할겁니다...
소설이란 매체로 헐리우드 영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화려한 전투씬을 쓰긴 힘듭니다. 한계가 명확하죠.
눈으로 보이는 전투씬을 아무리 열심히 외향적으로 묘사해 봐야 잘 그린 그림한장 보는 것 보다 못합니다.
하지만 소설만이 가지는 장점은 명확 합니다.
바로 각 인물들이 가진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거죠. 전투씬을 쓰면서 많은 분들이 보여주기에 치중한 나머지 전투 당사자들의 내면을 서술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투씬에서 인물들의 내면 묘사는 생각보다 굉장한 효과를 불러일으킵니다. 단순히 눈으로 보이는것만 서술하는 것 보다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하면서 작중의 인물들과 같이 호흡하게 하죠.
독자는 이로써 작중이 인물들과 함께 칼을 휘두르고, 구르고 , 말을 달립니다. 같이 전장에 설수도 있고요.
그 외에도 흥미로운 전투씬을 묘사하기 위한 실험적인 방법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 일본 비쥬얼 노벨이나 라이트 노벨 방면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능배틀물"을 서술하기 위해 개발된 방법들이라 할 수 있죠.
여기엔 몇가지 타입이 있습니다.
생각나는걸 적어보자면 우선 fate/stay night로 유명한 나스 키노코씨는 전투씬을 적을때 자신만의 "고유 언어"를 많이 사용하면서 그 고유언어로 화면 전체를 덮어버립니다.
예를 들어 "trace on! 동조 개시! 구성물질 해명!" 등으로 시작해서 그럴듯하게 포장된 말로 화면을 빽빽하게 채웁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취향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 볼 경우 소위 "중2병 같다"라는 말을 하기 쉽습니다. 나스 키노코가 글을 쓸때 그럴듯 하게만 포장하려고 한다는 말은 이런 성향 때문입니다.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은 대사 위주의 싸움입니다. 그냥 입을 터는거죠. 대표적으로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같은 전투씬이라 할 수 있겠네요. 애니메이션을 보나 소설을 보나 주인공 카미조 토우마는 싸울때 말을 너무 많이 합니다.
자신의 과거부터 시작해서 타인의 과거까지 줄줄이 언급하면서 말이죠. 이런 대사를 주절주절 한페이지 넘게 하면서 한대씩 주먹도 날려주고요.
이럴 경우 독자는 주인공의 대사에 깊이 몰입하면서 전투의 흐름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결국 말싸움만 하다가 어처구니 없는 최후의 일격 한방으로 결판나기 때문에 별로 선호하지 않는 부류도 많고 전투의 액션성이 좀 떨어집니다.
마지막으로는 그냥 생각의 기법으로 끊임없이 서술하는 겁니다.
사람이 싸울때 이성적으로 싸우진 않습니다. 끊임없이 뭔가를 생각하고 그러죠. 작가 자신이 전투에 몰입하면서 자신이 생각나는 모든걸 텍스트상에 옮깁니다.
이건 어떤 효과가 있냐면 무지막지한 텍스트 량으로 독자를 '시각적으로 압도'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적당한 가독성을 가진 문자가 빽빽하게 쓰여진 종이나 화면을 보면서 마치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 추구하는 '시각적' 효과를 문자로 억지로 구현하는 방법이죠.
이 이외에도 많은 방법들이 있습니다만 다 적을 수는 없네요. 작가님이 적절하게 알맞은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게 과제 겠죠. 꼭 멋진 전투씬을 적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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