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글쎄요. 이 사이트만 봐도 문제가 된 시의 표현수위는 쉽게 눈에 띕니다. 문피아가 특별히 아이들에게 어필하는 사이트는 아니지만 접근금지가 되어있지도 않으니 그렇게 보면 이 사이트도 전량 회수해서 폐기해야하고, 천벌을 받아 마땅하겠죠.
여러가지 생각이 혼재되어 있어서 그러시는 것 같은데, 간단하게 여러가지 가정을 해보시면 됩니다.
1. 제목에 동시가 들어가 있지 않았을 경우: 이 때도 문제가 되는가?
2. 아이가 지은 시가 아니었을 경우: 이 때도 문제가 되는가?
3. 제목에 동시가 들어가 있지도 않고, 아이가 지은 시도 아니었을 경우: 이 때도 문제가 되는가?
3번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면 모친을 살해하는 묘사 자체에 거부감을 느껴 그런 표현이 들어가면 문학이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이고, 2번이라면 그 대상이 아이라는데에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며, 1번이라면 아이가 그런 시를 지었고 그에 대한 '성인'들의 '책임감'있는 행동, 즉 '어른의 관점에서의 아이의 표현 교정'이 없었다는 것을 문제삼는 것이겠죠.
만약 "우리가 잔혹동시라는 책을 만들거야. 거기에 맞는 시를 좀 써봐." 라고 했는데 그런 시를 써낸거라면 아이는 천재입니다. 하지만 아이가 틈틈이 써온 시를 모아서 출판한거라면 걱정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딱 열살짜리 딸을 키우고 있습니다. 제 딸이 그 아이와 다른점은 엄마가 시인이 아니라는겁니다. 당연히 시적 능력(?)은 좀 떨어집니다. 매일매일 시도 쓰고 동화도 쓰고 이것저것 끼적입니다만, 저 역시 모든 낙서들을 모아두고 있습니다만...
잔혹동시를 보고 깜짝 놀라버렸네요.
어린 아이가 대체 무엇에 노출되어 있기에 그런식의 표현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습니다.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겠지만 중요한건 그 아이의 정서가 보편적이지 않다는데 있겠죠. 해당 책의 다른 시도 읽어보았는데 대부분의 시들이 그러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딱 사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라고 낙인찍기 좋을만한 표현들이 대부분이더군요.
단 하나의 시가 아니라 책 전반에 걸쳐 모든 시에 그런 표현들이 사용되고 있다면 분명 아이의 정서상 뭔가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만약 제 아이가 그 시를 써놓고 해맑게 웃으며 이것좀 보라고 했다면 전 만사 제쳐놓고 정신과에 가서 상담부터 받아보겠습니다.
그 아이는 분명 뭔가에 노출되어 있는겁니다. 부모가 문학을 한다고 시를 쓴다고 자유로운 창작,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그 나이때의 아이가 접해선 안되는 뭔가를 접하는 행위를 막지 않고 있다고 전 생각되네요.
저도 다른 시들을 읽어봤습니다. 근데 대부분의 시들이 그렇고, 모르는 사람이 봐도 딱 사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라고 낙인찍기 좋을만한 표현들이 대부분이라...
겨울 선물
찬바람이 불어오네
겨울이야 겨울
겨울잠 자러 가던 토끼가
흰 앙고라 장갑을 주고 가네
꽁꽁 얼음이 어네
겨울이야 겨울
겨울 잠 자러 가던 박쥐가
까만 부츠를 주고 가네
콜록콜록 기침소리가 들리네
겨울이야 겨울
겨울 잠 자러 가던 무당벌레가
알록달록 목도리를 주고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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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강아지
우리 강아지는 솔로다
약혼 신청을 해 온 수캐들은 많은데
엄마가 허락을 안한다
솔로의 슬픔을 모르는 여자
인형을 사랑하게 되어버린 우리 강아지
할아버지는 침이 묻은 인형을 버리려한다
정든다는 것을 모른다
강아지가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있다
외로움이 납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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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오빠
오빠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었다
내 친구가 오빠의 머리카락을 한참 잡아당겼기 때문에
태권도 사범단이면서도 때리는 대신
말없이 참는 오빠
어떤 아이가 날 놀렸을 때 오빠는 그러지 말라고 말려 주었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친구 앞이었기 때문에
남매란 무엇일까 가족이란 무엇일까
피가 섞인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플 때 같이 아프다는 것일까
해당 시집에 있는 시들입니다. 여기서 사이코패스다, 소시오패스라고 낙인 찍기 좋은 표현이 있나요?
이 글 보고 읽고옴요. 근데 그거 열살짜리가 썼더라구요. 개인의견을 내자면 왜이리 화두가 되는지 모르겠네요. 길에서보면 열살짜리애들이 엄마한테 가끔 막말하고 소리지르죠. 그냥 ㅡ아. 이런애구나.ㅡ하면되는걸. 왜 이게 화두되는지. 다른 시도 봐봤는데. 크게뭐랄까. 감동도 없지만 거부감도 없고. 무미건조하게 지나가던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네요. 패륜이 문제라면. 음. 학원보내는건 강압으로 봐야겠죠. 그게 아니란건 입장이 있단거고. 죽음의 가치를 모른 어린이의 입장이 반영된 시가 그게 아닐까 하네요. 어린이는 시체유기의 위법성도 모르니까요
문득 잔혹동시집에 대해 떠오른 생각.
(일부)사람들은 어린이가 어떻게 그런 잔인한 시를 쓸 수 있느냐는 소리를 늘어놓지만, 사실 진짜로 문제 있는 가정의 아이는 자기 감정을 그렇게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는다. 그랬다간 두들겨 맞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문제가정의 아이일수록 자기 감정을 억압하는 데 능하며, 자기 안으로 파고들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폭력성을 드러내게 된다. 그 아이가 잔혹한 시를 쓸 수 있었다는 것은 오히려 그런 시를 써도 자신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아이는 본래 자유로운 존재로,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는 것도, 극단적인 상상으로 표현되는 것도 지극히 당연하다. 그것을 조금도 드러내지 않는 아이라면, 오히려 내면에 깊고 어두운 감정이 들끓고 있을 수도 있다.
이 논란에 대해 다른 분이 쓴 글을 퍼왔습니다. 저도 이거랑 똑같은 생각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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