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어째서 의성어를 쓰는 것이 분위기가 가벼워지는 것으로 이어지는지 저도 공감하면서도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기본적으로 나이를 먹을 수록 의성어를 쓰지 않게 된다고 생각하거나 의성어를 쓰는 것이 웃기다고 인식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11번가의 기적의 유명 대사 "쉭쉭~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여!"를 생각하면 (물론 그건 상황과 허세 때문에 더 웃깁니다만) 그러한 코미디가 성립하기 위해선 입으로 "쉭쉭" 소리를 내는 것이 유치하다는 인식이 먼저 관객들 간에 공유되어 있어야 하니까요.
그렇죠. 의성어는 초반에 언급한 것처럼 상상을 도와주니 전투 장면만을 얘기한다면 상황의 긴박감을 높이는 것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지문의 호흡을 조절해줄 수 있는 의성어가 사용량에 따라선 오히려 호흡을 깨뜨리고 보기 불편하게 만든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입니다.
이건 어쩌면 우리나라 장르 소설에서 나오는 전투 장면은 어딘지 만화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다른 나라는 안 그렇다는 말이 아닙니다.)
소수의 인원이 수많은 동작을 펼치는 전투 장면이 많죠. 만화의 경우 이런 것은 각 행동을 그림으로 그리면 되고 바로 행동의 과정과 결과가 몇 칸의 그림으로 묘사가 가능합니다만, 글로 묘사하려면 문장과 분량이 늘어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지요.
그리고 늘어난 분량에 비해 행위에 따른 결론이 없다는 것도 지문 길이와 호흡 조절에 문제가 되지요. 쉽게 말해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칼도 여러 번 휘둘렀는데 정작 적은 안 쓰러져서 이후로도 계속 글의 길이가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전투 장면이 아닌 경우에는 좀 다르죠. 예를 들어 폭발 장면의 경우 '전투 장면 중 폭발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한 폭발 자체가 직접적으로 결과와 이어지니까요. 물론 그렇기 때문에 딱히 글이 길어지지도 않아서 조절할 호흡도 없으니 게시물에 언급한 문장 구조만 말하자면 왠만해선 의성어가 별 의미가 없습니다만.
만화에 익숙한 작가들이 소설을 만화 그리듯이 써서 그렇습니다.
만화는 그림만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분위기나 소리를 글로 보충하죠.
충격받아 흔들리는 몸을 그리고는 옆에 '비틀' 이라고 쓰거나 입으로 대롱침을 부는 그림을 그리고 옆에 '슉' 또는 '훅' 이라고 써야 침이 세게 날아가는 상황을 묘사 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소설은 문장으로 그걸 묘사 가능하기때문에 별도의 의성어를 쓰지않죠
- 몰래 잠입한 살수는 지붕에 올라앉아 대롱침을 불어 날렸다. 경비를 서던 무사는 침을 맞는 순간 순식간에 퍼진 독으로 비틀거렸다.
- 지붕에 잠입하는 살수를 그린다. 대롱침을 부는 장면을 그린다 '슉' . 침을 맞는 장면을 그린다 '따끔'. 비틀거리는 무사를 그린다 '비틀'
몰래 잠입한 살수는 지붕에 올라앉아 대롱침을 불어 날렸다 '슉'. 경비를 서던 무사는 침을 맞는 순간 '따끔' 순식간에 퍼진 독으로 비틀거렸다 '비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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