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한 장면을 길게 쓰고 싶은 이유가 중요합니다.
만약 단순히 왠지 짧아보여서, 라고 하면 너무 신경쓰지 마시고 장면을 넘어가보세요. 의외로 한 번 그렇게 넘겨보면 그게 더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 중요도 측면에서, 이 장면은 좀 더 길어져야 할 거 같다고 생각된다면, 독자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싶은 부분을 세밀하게 묘사해주는게 좋습니다.
칼을 휘두르는 장면이라면 칼의 날카로움, 베이는 옷과 피부, 내딛는 발, 발에 맞닿은 지면에 스치는 모래 등등.
중요한 건 장면을 늘리기 위해 상관없는 곳의 묘사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대화를 하는 장면이라면 벽의 그림이 어떻게 되어있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화를 하는 자신과 상대방의 표정, 목소리, 말투, 동작, 심리상태를 보여주세요. 그런 것들을 인상적으로 묘사하면 의외로 장면은 상당히 길어집니다.
그걸 파악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걸 방지하는 것이라면 방법이 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습니다만, 일단 하나의 큰 에피소드를 생각해보십시오.
예를 들어, 주인공의 최종 목표는 부모의 원수를 죽이는 것입니다. 그럼 그곳까지의 이야기가 많을 텐데, 처음에는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을 찾는 게 좋겠죠? 그런데 여기서 "앗. 저기가 좋겠어.", "아싸 정보를 얻었다!"하고 끝나버리면 안 되겠죠.
일단 작은 목표가 생겼으면 거기까지 가는데 여러 어려움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 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을 알 법한 사람을 주인공이 알고 있다면 그 사람에게 찾아갈 테고, 찾아갔더니 출장을 가서 한동안 안 돌아온다고 합니다. 그럼 무작정 떠나는데 돈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그 인물을 만나기 위한 곳까지의 거리는 너무 멀어요. 그럼 여기서 무임승차를 하면 주인공이 언제 걸릴지 몰라하며 조바심을 내니 스릴러의 요소가 살아나고, 일을 해서 기차표 값을 모은다면 로맨스의 요소가 나올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하나의 사건이 나왔죠? 이런 식으로 하나씩 사건을 쥐어주며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걸 잘 풀어주고요.
글이란 것은 너무 틀을 맞춰서 쓰면 딱딱해서 못쓰고, 너무 틀이 없으면 갈피가 안 잡혀서 못씁니다.
좀 어려우실 텐데, 쉽게 생각하십시오.
어느 큰 벽면이 있는데 작가에겐 그 벽을 뒤덮을 만큼의 도화지와 충분한 양의 물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는 그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서 벽 전체를 하나의 그림으로 만들어야 하죠.
여기서 벽면은 작품이고, 도화지는 하나의 사건, 물감은 독자가 보는 스토리입니다. 만약 작가의 실력이 좋다면 독자는 이 그림이 "아, 뭐다!"라고 잘 알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짜증을 내거나 무반응을 보일 수 있겠죠.
물론 커다란 벽 한 면을 기준으로 도화지 하나는 무척이나 작아서 딱 뭐다라고 알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도화지에 그려진 게 머리카락이면 머리카락, 나무면 나무, 꽃이면 꽃이라고 알 수 있죠. 그리고 작가는 그 머리카락의 여성의 것인지 남성의 것인지, 그 나무의 뿌리가 산에 박혀 있는 조그맣고 병든 나무인지 숲에 자란 세계수인지, 그 꽃이 절벽에 핀 강인한 꽃인지 누군가 화단에 심은 보실핌이 절실한 꽃인지를 다른 도화지를 사용하여 알려주는 사람입니다. 그건 바로 그 그림을 먼저 완성해도 좋고, 그렇지 않고 좀 늦게 완성해도 좋죠.
뭐, 결국엔 이 말 밖에 드릴 게 없네요. 열심히 쓰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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