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드려다 봅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펄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저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사나이가 가엽서집니다. 도로가 드려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사나이가 미워저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펄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윤동주(尹東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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