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이스미 형이 할래? “
“ 아니 집주인이 직접 하셔 “
“ 그래, 그러면 ···. 자 히카루의 3차예선 진출과 우리 모두의 성공을 위하여 ~ “
“ 짠 “
집주인 와야가 건배사를 하고 모두가 잔을 짠 하고 부딪힌다. 나를 포함해 프로는 이스미 형, 혼다 형, 와야, 오치, 카도와키씨까지 6명 아직 원생인 나세누나, 후쿠이와 원생을 그만둔 이이지마 형까지 총 9명이 모였다.
“ 카도와키씨도 오셨네요. 원생 모임이었는데 “
“히카루를 축하해주기 위해 모이는 건데 빠질 수 없지 그리고 여기 있는 치킨 피자 내 지갑에서 상당히 나왔다고 ~ “
와야의 물음에 재치있게 대답하는 카도와키씨였다. 사실 카도와키씨보다 이이지마형이 온 것이 더 신기하다. 오늘 이 자리는 나의 3차 예선 진출을 축하하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와 별로 접점이 없었던 이이지마형까지 이 자리에 올 줄은 몰랐다. 듣기로는 원생까지 그만두고 지금은 대학 진학을 위해 공부한다고 그랬나 ···
“ 히카루 3차 예선 진출 진심으로 축하해 ~ “
“ 우리 원생세대 중엔 처음이네, 진짜 대단하다 “
모두가 자기 축하해주는 모습이 정말 고마웠···
“ 대진 운이 좋아서 그래, 나도 대진 운이 좋았다면 충분히 올라갈 수 있었어, “
‘ 쭈욱 ‘ 답답한지 컵에 따라져 있는 오렌지 주스를 원샷하면서 말하는 오치의 말도 진심일지는 모르지만 일단 이 자리에 와주었다는 사실 자체로 정말 고마웠다.
“ 자 자 , 그럼 모여 저번에 계곡에서 말해줬으니까 다들 할 줄 알지 시작한다. ? “
또 하는 건가 ···.
“ 이스~미! 이스~미! 이스미!(짝짝) 이스미!(짝짝) 이스미가 술을 마셔 쭉! 쭉! 쭉! 쭉쭉! “
“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 “
주로 술게임을 주도하는 사람은 나세누나다. 그리고 주로 마시는 사람은 ···
“ 이스~미! 이스~미! 이스미!(짝짝) 이스미!(짝짝) 이스미가 술을 마셔 쭉! 쭉! 쭉! 쭉쭉! “
또 걸렸어 ··· 나세누나가 주도해서 시작한 술게임이 한 30분 정도 이스미형의 얼굴이 걱정될 정도로 빨갛다. 오치, 후쿠이와 뒤에서 함께 지켜보는데도 나세누나가 일부러 이스미형을 집중적으로 노리는 것이 보인다. 나머지 사람들은 카도와키씨를 제외하고는 바둑만 알고 산 사람들이라 ···. 카도와키씨는 적당히 마시기만 할 뿐 개입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카도와키씨를 제외하고 가장 잘 마시는 건
“ 헤헤 이스미오빠 백기사 한 번 해줄까 ? “
“ 아··· 아니 아직 버틸 만 해 “
“ 그래 ~ , 얼마 만큼 ~ 사랑하는 만큼 가득히~”
역시 나세누나다. 본인 말로는 4병까지는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마신다고 한다 ··· 나머지 사람들은 나세누나가 일부러 조절해가며 따라준다.
' 그러고보니까 나세누나가 원래대로 나이면, 고등학교 3학년 아닌가.. '
술이 안 되는 나이지만 타고난 피의 힘으로 모두를 압도한다.
“ 왜 나만 ··· 이렇게 “
“ 허허 오빠 이제 선배들하고 술자리 가질 텐데 구와바라 선생님이 술 주면 뺄 수 있겠어? 미리 내가 연습시켜 주는 거라고 고맙게 생각하고 받아
“ 그.. .그래 고맙다 “
“ 원샷을 못 하면 장가를 못 가요 ~”
불안해 ···.
데자뷰가 느껴진다.
계곡에서 처음에는 형들과 나세누나가 가볍게 목만 축인다고 해서 (사실 나 혼자 말릴 명분도 없었다. ) 다들 가볍게 마시는 줄 알았다. 딸기 당근 하는 용어가 술게임을 위한 말들인지도 몰랐고, 그렇게 취할 정도로 마실지는 몰랐다. 결국 당시 제정신이었던 나세누나와 나 둘이서 같이 간 모두를 방으로 옮겼다.
얼굴이 빨갛다 ···. 이스미형
이스미형은 평소에 남들에게 부탁도 잘 하지 않고, 신사다운 형이다. 내가 바둑을 그만둘 뻔할 때 직접 집까지 찾아와서 나를 설득해준 은혜는 평생 갚지 못할 것이다. 다만···
“ 야 히카루 ~ 이럴 때는 주인공이 마셔줘야지 ~ “
술을 마시면 성격이 약간 바뀐다. 본연의 착한 성격은 그대로 지만 남들에게 권하거나 그런 게 많아진다.
“ 하하···. 내가 사실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어서 “
물론 나는 술을 마셔본 적은 없다. 애초에 법적으로 마시면 안 된다. 나의 이 대답에서 이스미 형이 미성년자가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알지 라는 의문을 가질 법도 하지만 그 정도 판단을 할 정도면 권하지도 않는다.
“ 아 .. 몸에 안 맞으면 안 되지. 주스 따라 줄게 받아 “
가볍게 주스를 원 샷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술을 마신 사람들은 다들 제정신이 아니다.
“ 야 히카루 넌 왜 이렇게 잘하는데 으으으으 나도 잘하고 싶다 “
와야···. 물론 나보다 한 살 많아서 형이라 부르는 것이 맞으나
" 에이, 그냥 편하게 불러 갑자기 형형 그러니까 이상하잖아 "
하면서 본인이 거부하였다. 매번 밝은 표정을 지우며 평소에 답답해도 잘 표출하지 않는다. 원래 술도 잘 못 마신다 들었는 데 고민이 많나 보다.
“ 마자··· 나보다 바둑은 5년이나 늦은 주제에···. , 딸꾹 “
이건 혼다형
“ 에이, 그래도 히카루만큼 바둑만 두는 얘가 어디 있다고 난 솔직히 그만큼 안 했으니 히카루는 인정 ~ “ 이건 제정신인 나세누나 하지만 나세누나도 슬슬 얼굴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 저 누나는, 게임에 안 걸려도 혼자 잘 마시네 '
“ 히카루 형 따위는 ··· 별로 차이도 아나, 아니 내가 오히려 더 잘 두는 국며니 마나 딸국 “
따로 설명할 필요 없는 오치 물론 차마 오치에게까지 술을 먹이지는 않고 주스를 마셨다.
“ 근데 오치 발음이 좀 이상한데? “
평소 오치의 발음이 아닌 약간 어눌한 마치 술 마신 것처럼
“ 누가 오치 옆에 논거야 저거 과일주잖아 “
“ 뭐 저게 과일주였어? 난 술도 종류별로 있길래 주스도 종류별로 있는줄 알았···. “
“ 카도와키씨 정말! “
하지만 미처 대처를 생각하기 전 사건은 터져버렸다.
“ 우우.. 히카루 따위 우···. 웨에에엑 “
결국 파티는 생각보다 일찍 끝이 났다.
=
“ 졌습니다. “
“ 수고하셨습니다 “
또다시 도우야한테 한 명씩 한 명씩 무너진다. 물론 상대는 무너진다는 표현 정도까지 쓸 정도는 아니었다. 프로 5년차인 미이하 4단 그저 압도적인 재능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
생각을 뒤로 한 채 야미노 편집장은 아키라에게 다가갔다.
“ 도우야군 벌써 대국 끝난 건가 ? “
“ 네, 생각보다 초반 형국이 풀려서 쉽게 이겼습니다. “
다른 사람들의 대국은 이제 중반을 접어든다. 그 만큼 압도적인 기량차로 승리한 것
“ 도우야군은 승강대국에서 패배한 적이 아마 없지 ? “
“ 아 히카루한테 과거에 부전 패가 있긴 합니다. “
' 대단하군 ··· '
리그전에 들어간 기사에게 4단의 기사들을 상대하는 건 쉽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는 아직 고등학생 1학년의 나이다. 컨디션이 안 좋은 날 같은 경우 정신적으로 다른 프로보다는 약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도우야는 더 이상 단순한 17살의 소년이 아니다‘
어린 나이답지 않은 정확한 판단력, 흔들리지 않는 정신
‘ 이미 완성된 프로다. ‘
이치류 전 기성을 이긴 것은 그저 우연이 아니다. 더 이상 신인이라 볼 수 없다.
도우야 고요의 아들이 아닌 시대를 이끄는 바둑기사 도우야 아키라
이는 아미노의 판단이 아닌 바둑계 인사 상당수의 도우야에 대한 평가이다.
=
“ 오가타 씨 오늘 연구회는 여기까지 인가요? “
도우야 고요의 은퇴 이후 명인 연구회는 오가타를 중심으로 그 명맥을 이어갔다. 도우야 고요는 가끔식 참석했지만 실제로 연구회를 주도하는 건 오가타 10단
“ 마지막으로 한 기보만 더 보지 “
오가타가 마지막이라 하며 꺼낸 기보는 < 기성전 2차 예선 결승 >
“ 아 이 대국은 저도 봤어요 “
호기있게 말하는 아시와라 5단, 다른 연구회에 가면 촉망받는 젊은 기사지만 이 연구회에서의 실력은 최하위
“ 호오 아시와라 그럼 이 바둑에 대한 평가는? “
“ 저보다 잘 둡니다, 특히 흑의 상황 판단은 아키라와 비슷해 보이네요 “
빠른 인정으로 적절하게 분위기를 돋운다. 하지만 완전히 농담이라고 생각 들지는 않는다.
' 아시와라가 아키라보다는 확실히 밀리고, 이 정도로 히카루가 둔다면 힘들겠지 '
“ 흠··· 그런가 “
“ 근데 오가타씨, 이 기보가 잘 둔 기보긴 하지만 저희가 모여서 분석할 가치가 있는 건가요? “
예전 도우야 고요의 연구회를 계승했지만 모두의 스승이었던 고요의 분위기가 아닌 지금은, 선 후배 같은 분위기로 자신의 의견을 지금처럼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실력만큼은 도우야 고요에크게 밀리지 않는다. 비록 구와바라 혼인보에게 져서 3관왕 달성은 미루어 졌지만 현재 2관왕(10단, 기성) 명인전 타이틀 매치도 곧 있으면 있을 예정이다.
“ 아니··· 그냥 생각을 듣고 싶었다. 아키라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 “
··· 내가 왜 이런 걸 아키라에게 묻는 거지 ? 사실 아시와라의 말 그대로 상당히 수준 높은 대국이었다. 하지만 최정상급 기사들이 모여서 분석할 정도의 가치는 없었다. 물론 아시와라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다만 그래도 묻는 건
“ 대국에 관한 것입니까, 아니면 히카루에 관한 것입니까 ? “
역시 ···. 어릴 적부터 자신을 봐온 만큼 눈치가 남다르다.
“ 히카루에 대해 말해봐라 “
“ 잘 두었습니다. 히카루의 실력이 이 정도라면 저 역시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더 무서운 것은 끝이 안 보이는 깊이입니다. 다른 프로들이 몇 년에 걸쳐 나타나는 실력의 증가가 히카루는 몇 달 만에 나타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
··· 그런가
“ 그럼 분석은 각자 하고 싶은 사람만 하도록 하고 이만할까 .. “
조용히 방 안으로 들어가고 한 대국의 기보를 놓는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처참한 수준으로 진 대국, 스승인 고요에게도 이 정도로 무너진 적은 없었다. 물론 오가타 자신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던 탓이 크다.
프로기사로 자신을 1류로 만들어준 능력 중 하나는 기억력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한 번 둔 대국을 잊지 않는다. 술에 아무리 취해 있어도 .. 물론 당장의 상황 판단은 떨어진다. 하지만
‘ 그 때 그 대국 ‘
히카루와 처음으로 둔 대국 그 대국은 히카루가 둔 것이 아니다. 히카루의 실력은 모든 공식경기를 분석해서 알 고 있다. 다만 히카루와 매우 닮은 그 방식 아니···. 그의 방식을 히카루가 닮았다는게 맞는 표현이다.
‘ sai ‘
히카루가 그날 둔 바둑은 sai의 바둑이다. 내 스승인 고요를 이긴 그 ‘ sai ‘
그렇다면 히카루가 실력을 숨긴 것 일까 ?
‘ 그럴리가 ··· ‘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의문이 든다. 그날 그 바둑 ··· 꿈인가 했지만 너무 선명히 기억난다. 히카루를 추궁한다 하더라도 오리발만 내밀 것이다. 본인이 저번에 아키라를 통해 연구회에 나오라 했지만
‘ 선생님이 무섭다고 나오기 싫다고 하네요 ‘
···
‘ 궁금하다 ‘
그 아이의 정체, sai의 정체
- 작가의말
작중 시점은 북두배(4월)이후 5월부터입니다.(신인사자전이 5월) 당시 히카루의 나이는 만 15세이고 정상적으로 진학하였다면 고등학교 1학년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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