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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쑥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자가 은하에서 살아남는 법 외전


[회귀자가 은하에서 살아남는 법 외전] 코시카 백작가의 일상

글의 전개 상 맞지 않아 삭제된 글입니다.

2~3화 사이의 일입니다.


1.

슈르르르륵.

 

내 전용으로 마련된 밥그릇에 떨어지는 사료.

유리, 많이 먹어.”

 

그 밥그릇에 사료를 부은 소녀는 6,7살 정도밖에 안되어 보였다.

하지만 인간과 달리 어딘가 이상해 보이는 소녀의 모습.

 

나 같은 고양이는 없다고?

 

그녀는 인간의 귀가 있었지만 머리 위에 고양이 귀가 달려있었다.

게다가 허리춤에 살랑이고 있는 꼬리.

 

소녀의 이름은 파시야 코시카.

나를 애완동물로 산 코시카 백작의 쌍둥이 딸 중 둘째였다.

자신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애완동물을 가진 그녀는 나에게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바드득.

마치 지구에 있었을 때 군대에서 먹었던 건빵 같은 맛.

이 딱딱한 사료는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 사료였다.

 

헤헤헷.”

 

뿌듯한 얼굴로 내가 먹는 것을 바라보던 파시야.

물도 먹어야지.”

애완동물한테 너무 오냐오냐 하는 건 아니야?”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소녀, 아나스타샤는 자신의 쌍둥이 동생 파시야에게 무언가 탐탁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어차피 애완동물인데 굳이 그렇게 잘 해줘야 돼?”

 

파시야는 한다는 아나스타샤의 말에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그렇지만 인간은 맛있는 간식을 많이 만든다고 들었어. 레네카가 그러는데 아냐가 좋아하는 생선맛 간식도 인간이 만들었다고 했는 걸. 그러니 우리도 인간한테 잘 대해줘야 돼.”

 

이 대사.

그 인간을 애완동물을 부리는 사람이 할 말인가?

 

아니. 키사젤레를 얘가 만든 것도 아니잖아. 이건 그거랑 상관없어.”

키사젤레.

젤리 형태 기호품의 이름으로 연방과 계약해 은하 곳곳에 식품을 판매하는 초거대 기업 라신에서 개발한 제품이었다.

키사젤레는 수인, 그중에서 묘인족을 타겟으로 하여 마치 한 번 맛을 본 이들은 마치 마약 같이 중독성 있는 그 맛을 잊지 못해 꿈에서도 나온다고 말하는 제품.

마치 지구의 고양이용 튜브형 간식처럼 수인이라면 이것에 환장했다.

아 키사젤레란 말을 들으니까 또 먹고 싶네. 나 이거 먹어도 돼?”

 

파시야가 탁자 위에 놓여 있던 키사젤레을 가리키며 말하자, 그것 힐끗 쳐다본 아나스타샤는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에 파시야의 주위에 널브러져있는 빈 포장지 더미를 가리키며 질린 듯한 말투로 말하는 아나스타샤.

 

먹지 마. 내가 나중에 먹으려고 아껴뒀어. 그리고 저 포장지를 봐 오늘 파냐가 먹은 키사젤레야. 무려 한 박스라고! 그만큼 먹고도 부족해? 이제 저거 하나 밖에 안 남았어.”

먹다보니 그만... 그나저나 아냐는 간식시간만 되면 키사젤레만 먹는다니까.”

그게 다 네가 다 먹어서 그때 밖에 못 먹는 거라고!”

 

억울한 듯 파시야에게 말하는 아나스타샤의 외침.

파시야는 어려서 그런지 먹을 것에 먹을 것에 대한 식탐이 엄청났다.

 

유리도 키사젤레 하나 줄까?”

괜찮습니다. 파시야님. 전 애완동물이니까요. 주인님들이 먹는 것을 탐낼 수는 없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키사젤레는 수인 전용 간식.

전생에 수인족이었던 페리온이 맛있게 먹기에 그것을 빼앗아 먹어 봤지만 인간인 나의 입맛에는 이상한 맛 밖에 나지 않았기에 줘도 사양이었다.

 

아니, 나도 안 먹었는데, 쟤를 준다고?”

아냐는 많이 먹었으니까. 유리도 하나 줘야지. 평등하게.”

평등이라는 건 노예를 부리고 있는 우리가 할 말은 아닌데...”

유리는 노예가 아니라 우리 애완동물! 노예랑 다르다고!”

'뭐가 다른 거지?'

 

나는 파시야의 유치원생 논리에 할 말을 잃었고, 그것은 아나스타샤도 마찬가지였는지 그게 진심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방 안에 흐르는 정적.

 

똑똑.

 

아나스타샤님, 파시야님 예절교육의 교육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동하시지요.”

 

문 밖에서 난 소리에 파시야의 삼각형의 고양이 귀가 쫑긋해지며 반응했다.

 

알았어. 들었지? 가자 아냐.”

또 멍청한 선생의 말이나 들어야 하다니, 으으, 짜증나.”

 

교육이라는 말에 한숨을 쉰 아나스타샤는 침대에서 일어나 신경질을 부린 후, 문밖으로 빠르게 걸어 나갔다.

그 모습에 당황한 파시야가 나를 한번 본 뒤, 아나스타샤의 뒤를 황급히 따라갔다.

 

...같이 가. 아냐.”

 

그렇게 파시야까지 나가면서 문이 닫히고 방안에 홀로 남게 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쌍둥이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봤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지."

 

그리고 나의 목을 감싸고 있는 금속을 만지며 앞으로를 생각했다.

 

노예용 목걸이.

제어기와 연동되어 있는 이 목걸이는 착용자가 목걸이와 제어기의 일정범위를 벗어나면 자동으로 전기 충격이 흘러나오도록 설계되어있다.

 

현재 제어기는 방안에 설치된 게 하나.

쌍둥이가 가지고 있는 것이 하나.

이렇게 두 개가 존재한다.

 

이것들을 어떻게 하지 않으면 노예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철컥.

그것은 내가 풀 수 없을 때 이야기였지만.

 

손쉽게 목에 걸린 제어기를 풀어낸 나는 뻐근한 목을 한번 풀어준 후 다시 채웠다.

이런 허술한 잠금장치로는 나를 가두어 둘 순 없다.

하지만 지금 밖에 나가봤자 돌아다니는 수인에게 발각될 뿐이다.

 

지금은 그냥 여유롭게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바드득.

 

역시 맛없네.”

딱히 할 일도 없었던 나는 밥그릇에 남아있던 사료를 씹었다.

 

2.

지이잉.

 

유리, 나 왔어!”

파시야님 오셨습니까.”

 

자동문이 열리며 등장한 파시야는 반가운 듯이 내게 다가왔다.

 

파시야, 손부터 씻어.”

싫어. 고양이는 물에 닿으면 죽는다고. 어차피 함선만 돌아다녔는데 씻을 필요가 있어?”

 

뒤이어 들어온 아나스타샤가 파시야의 행동을 지적했지만, 파시야는 그것만은 절대 안 된다는 듯 질색하였다.

 

내 손이 더러워? 유리?”

아닙니다.”

그렇지?”

 

파시야의 말에 긍정을 표하자, 그녀는 웃으며 나를 만졌다.

 

헤헤헷.”

 

만족하는 웃음을 짓는 파시야.

웃으며 나의 몸 이곳저곳을 늘리며 놀고 있는 파시야의 모습을 보던 아나스타샤는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다가 병균 옮는 거 아니야?”

 

내가 물을 싫어하는 너희들보다 더 잘 씻는단다.

 

괜찮아. 괜찮아.”

 

너는 괜찮아도 나는 안 괜찮다.

 

'좀 씻고 다니라고.'

 

이제 슬슬 그녀가 늘리고 있는 나의 볼살이 아파온다.

 

파시야의 손길에서 벗어나고 싶은 나는 쌍둥이의 곁에있으면서 파악한 일정들을 기억하며 말했다.

 

파시야님 할 일이 있으시지 않습니까.”

아니, 없는데?”

파시야는 내 말에 순진무구하게 아니라고 답했다.

 

아니, 그녀에게는 분명 교육을 받고 돌아와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림책 볼 시간이잖아.”

! 맞다. 그렇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전혀 떠올리지 못하는 파시야를 본 아나스타샤는 넌지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무언가를 깨달은 표정을 하며 책장에서 책 한 권을 꺼내는 파시야.

 

오늘은 어제 읽다가 만 여제님의 이야기를 봐야지!”

 

많은 책들이 전자화된 시대지만 코시카 백작은 아이들의 정서를 위해 특별히 방안에 활자로 된 그림책들을 준비했다.

 

그때 방 안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함교에서 모든 승무원에게 알립니다. 본 함선은 지금부터 워프 준비 태세에 돌입합니다. 워프 예정 시간은 은하 표준시각으로 15:00부터 15:10까지입니다. 승무원들은 지정된 위치로 이동해 충격에 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본 함선은...]

 

또 워프라니 언제쯤 도착하는 걸까? 금방 도착하면 좋을 텐데.”

그러게 이제 우주에서 생활은 질렸어. 장난감도 이제 질려간다고.”

 

쌍둥이는 함선이 워프한다는 이 방송이 익숙한 듯이 태연하게 행동했다.

 

, 워프 전에 나 화장실.”

어제 어디까지 봤더라?”

 

일어서며 용변을 보기위해 일어서는 파시야.

그리고 남은 아나스타샤는 책을 펼치며 파시야가 돌아오기까지 기다렸다.

? 찾았어? 고마워. 아냐.”

 

생각 외로 금방 돌아온 파시야는 그림책을 보기위해 누웠다.

 

맞다 유리 밥 줘야지.”

 

슈르르르륵.

많이 먹어.”

감사합니다. 파시야니...”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밥그릇에 부어진 사료에 감사인사를 하고 그중 하나를 잡았다.

하지만 손에 잡은 사료에서 평소와 다른 무언가가 느껴진다.

마치 모래 같은 황토색의 알갱이.

화장실에 갔다 온 파시야.

고양이 그리고 모래.

설마...

 

파시야님 손은 씻으셨습니까.”

아니? 말했잖아. 고양이는 물에 닿으면 죽는다고.”

...

어라? 선 넘네?

애니까 그럴 수 있나?

아니, 그래도 이럴 수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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