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림주의 님의 서재입니다.

동물농장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완결

강림주의
작품등록일 :
2012.12.13 12:34
최근연재일 :
2012.12.13 13:14
연재수 :
1 회
조회수 :
700
추천수 :
9
글자수 :
5,498

작성
12.12.13 13:14
조회
699
추천
9
글자
12쪽

동물농장

DUMMY

A가 떠올릴 수 있는 최초의 기억은 3년간 밀폐해놓은 푸세식 화장실처럼 진동해오는 지독한 악취였다. 그 이전의 모든 기억들이 마치 지우개로 지운 것처럼 A의 머릿속에서 사라져 있었기 때문이였다. 그것은 마치 A의 기억이 필름 형태로 되 있고 악취를 기준선으로 필름이 찢겨진 것만 같았다. 신이라는 이름의 편집감독이 그 부분을 필요없다고 판단해 없애버린 것처럼.




A는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축사에서 깨어났다. A는 자신이 원래부터 축사에서 살았던 것인지 아니면 다른 어딘가에서 잡혀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니 A는 축사말고 다른 세상이 존재는 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저 갑자기 아무런 기억도 없이 축사에서 깨어났을 뿐. A는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해낼 수 없었다. A는 자신이 누군지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축사를 살펴봤다. 자신이 누군지에 대한 단서라도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한 행동이였다. A는 축사를 이리보고 저리봤음에도 자신이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현재 위치한 곳이 어떠한 곳인지는 알 수 있었다.




A가 위치한 축사는 A가 30명정도 일렬로 누우면 꽉찰만한 길이의 벽 4개로 만들어진 곳이였다. 천장은 중앙으로 갈 수록 높아지는 삼각형의 형태를 띄고 있었는대 가장 낮은 곳은 A가 4명, 가장 높은 곳은 A가 12명정도 설 수 있을만한 높이였다. 문은 단단해보이는 강철문 하나가 달려있었다. 곳곳에는 지푸라기가 있어 눕고 싶으면 누울 수 있었다.




A는 가축들도 있을까하는 생각에 주변을 더 둘러봤다. 하지만 축사에는 축사답지않게 가축이 한마리도 없었다. 대신 사람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대략 30명정도 되 보였다. 그런대 그들은 무엇인가 이상했다. 어째선지 그들은 이족보행이 아닌 사족보행을 하고 있었으며 서로간에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았다. 분위기도 어째선지 인간같지 않다는 느낌이 풍겨왔다.




그래도 사람은 사람. A는 혹시 그들은 무엇이라도 알까싶어 다가가 물어봤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음 모르겠네요. 여하튼 만나서 반갑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갑자기 여기서 깨어나서요. 혹시 이곳이 뭐하는 곳인지 알 수 있을까요?"




A는 그들의 대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들은 A에게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들은 마치 A가 말을 한다는 사실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인지 최대한 멀리 떨어지려 했다. A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네? 저한테 뭐 이상한 것이라도 있나요? 왜 그렇게 멀어지시려 하시나요?"




A가 계속 묻자 그들은 두려워하며 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것은 A가 기대하던 소리가 아니였다.




"꿀꿀!"




A의 얼굴은 정체불명의 감정에 일그러졌다. A는 그들이 자신을 놀리고 있다고 생각해 분노했지만, 동시에 하나도 이해할 수 없이 그저 불가사의할 뿐인 주변상황으로부터 두려움 또한 느꼈다. 그때였다. 축사의 하나뿐인 강철문에서부터 삑삑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꿀꿀거리는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자 두려워하며 문에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 반대쪽 벽에 찰싹 달라붙었다. A는 고개를 돌려 강철문을 바라보기만 했을뿐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문에서 왜 삑삑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이 곧 열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A의 직감대로 문은 열렸다. 그리고 밝은 빛을 등진채 검은 그림자로밖에 보이지 않는 한 남자가 나타났다. 키는 A의 가슴높이밖에 안됬고 어깨도 좁았다. 또한 그는 한손에는 채찍을, 다른 손에는 양철통을 들고 있었다. A는 왠지 나머지들처럼 그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을 느꼈지만, 그런 멍청한 짓은 하고 싶지 않았기에 오기로라도 제자리에 서 그에게 물었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혹시 제가 왜 여기에서 깨어나게 된 것인지 아시는 분인가요?"




그림자만 보이는 남자는 대답하지 않으며 문을 닫았다. 그러자 문에서 후광처럼 뿜어져나와 축사를 밝히던 강렬한 빛이 서서히 얇아지더니 사라졌다. 밝은 빛을 봐서 조리개가 닫힌 A는 더 이상 어둠을 전처럼 볼 수가 없었다. 잠시지만 A는 장님이 된 듯 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 A는 자신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A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고 그러다 무엇인가에 걸려 넘어졌다.




그리고 A가 깨닫기도 전에 무자비한 채찍질이 넘어진 A를 덮쳤다. 훅훅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채찍을 든 남자는 A를 온힘으로 후려쳤다. 찍찍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A의 옷은 찢겨졌고 불로 된 뱀이 지나간듯한 상처가 피부에 남았다. 한방 한방 아프지 않은 것이 없었다. A는 자초지종도 모른채 그대로 얻어맞았다. A는 신음소리만을 흘릴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A는 고통에 온몸을 뒤틀었다. A는 자신이 어째서 채찍으로 얻어맞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고 그것은 A의 마음속 깊은 곳에까지 공포를 새겨놓았다.




영겁같은 시간이 흘렀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채찍질은 멈췄고 채찍을 든 남자는 힘든지 숨을 훅훅 몰아쉬었다. A는 너무 아프고 너무 두려워 울었다. 하지만 우는 소리가 들리면 더 때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A는 온힘을 다해 울음을 그쳤다. A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고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았다. 그저 안전한 곳으로 돌아가 상처가 사라질 때까지 쉬고 싶었다. 채찍을 든 남자는 잠시 숨을 고르고 더듬거리며 말했다.




"나, 나쁜 돼지! 나쁜 돼지! 왜 네 발로 걷지 않고 꿀꿀거리지 않는거야! 나쁜 돼지! 나쁜 돼지!"




"대체 저에게 왜 그러시는 것인가요! 잘못했어요! 제가 다 잘못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A는 울면서 채찍을 든 남자에게 말했다. 한대라도 덜 맞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채찍을 든 남자의 심기를 거스른듯 그는 다시 무자비하게 채찍을 휘두르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한번 축사에는 찍찍거리며 가죽이 가죽을 휘감는 소리로 가득찼습니다.




채찍이 몸에 휘감겨오는 고통은 점점 A의 머리를 새하얗게 물들여갔다. 한대 한대가 그의 몸을 휘감아 올 때마다 A의 머릿속에서 생각은 사라져갔고 저항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라는 원시적 감정이 대신 그 빈자리를 채워갔다. 잠시 후 채찍질은 다시 한번 멈췄다. 그리고 A의 머릿속에는 그저 공포만이 존재하게 되었다.




채찍을 든 남자는 아까보다도 더 지친듯 숨을 훅훅거리며 말했다.




"나, 나쁜 돼지! 네 발로 걸어! 꿀꿀거려! 나쁜 돼지! 나쁜 돼지!"




A는 정상적인 사고를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그저 두려워하며 엎어지고 꿀꿀거리며 네발로 걸어 채찍을 든 남자에게서부터 최대한 빨리 멀어질 뿐이였다. A는 다른 돼지들처럼 벽에 찰싹 달라붙어 오들거리며 떨었다. 채찍을 든 남자는 그것을 보더니 만족스러운듯 히히거렸고 가지고 온 통을 뒤엎어 내용물을 바닥에 쏟았다. A는 축사의 어둠 때문에 그것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기묘한 악취가 풍겨왔다. 채찍을 든 남자는 채찍 손잡이 끝부분으로 통을 두들겨 마지막 한방울까지 바닥에 털어낸 후 문을 통해 축사를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쿵하고 축사를 울렸다.




그 소리를 들은 돼지들은 순식간에 벽에서 떨어져 오물을 향해 질주해가기 시작했다. A는 그들의 속에서 이리저리 얻어맞고 구르고 걷어차였다. 공포로 가득 찬 A는 두려워하며 구석에 머리를 처박고 오들거렸다. 잠시 후 질주의 소리가 사라졌다. A는 끊임없이 바뀌는 주변상황이 그저 두려울 뿐이였지만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축사를 다시 한번 둘러봤다. 벽에 달라붙어 있던 돼지 모두가 채찍을 든 남자가 들고온 오물을 열심히 핥아먹고 있었다. 그들은 어째선지 손을 쓰지 않으며 머리만으로 그것을 먹고 있었다. 그것이 그들의 밥인 모양이였다.




A는 자신이 나머지 그룹으로부터 동떨어져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직도 벽에 달라붙어 있는 돼지는 A가 유일했다. A는 그 사실이 너무도 두려웠다. 그룹에 포함 되 있으면 갑작스럽게 채찍을 맞을 일이 없다. 하지만 그룹과 동떨어져 있다면 언제 채찍에 얻어맞을지 몰랐다. 왜 채찍에 얻어맞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하면 채찍에 얻어맞는 것인지 A는 알 수 없었기 때문이였다. A는 그룹을 향해 네발로 달려갔다. 안 그래도 거대했던 공포는 A가 달리기 시작하자 눈덩이 굴리듯 몸집을 불려갔고 그룹에 도달하기 직전이 되자 A는 너무 두려워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그 거대한 공포는 A에게 채찍을 든 남자가 쏟아놓은 오물이 무엇인지 확인도 하지 않은채 그대로 오물에 머리를 처박도록 강요했다. A는 습관적으로 손을 쓰려 했지만 남들이 손을 쓰지 않는 것을 보고 흠칫해하며 손을 집어넣었다. 만약 손을 쓴다면 채찍으로 얻어맞을지 모른다는 생각때문이였다. A는 온힘을 다해 머리를 처박고 오물을 집어삼켰다.




오물은 지독히도 맛이 없었다. 마치 누군가가 음식물 쓰레기를 똥물에 집어넣고 오랫동안 삭힌듯한 맛이였다. 건더기들은 흐물흐물해져 정체조차 알아볼 수가 없었고 국물은 기분나쁜 기름들로 범벅이 되 있었다. 하지만 A는 멈추지 않고 그것을 먹었다. A가 심각히 굶주린 상태였냐면 그것은 아니였다. A는 매우 배가 부른 상태였다. 하지만 여전히 그룹은 오물을 먹고 있었고 A는 무슨 수가 있더라고 그룹이 하는 것을 따라해야만 했다.




오물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 그룹은 흙속에 배인 국물 한방울까지 핥아먹은 후 구석으로 향해 지푸라기에 몸을 뉘었다. A또한 그들을 따라 지푸라기에 몸을 뉘었다. A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두려울 뿐이였다. 그때 A의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쳤다. 혹시 이렇게 사는 것이 정상적인 것이 아닐까. 혹시 내가 이것을 두렵다고 생각하는 것도 정상이고 이렇게 반응하는 것도 모두 정상인 것이 아닐까. 다들 이렇게 살고 있고 다르게 사는 돼지는 단 한마리도 보이지 않잖아. 그렇다면 이렇게 사는 것이 정상이 아닐 수가 있나? 그래, 이렇게 사는 것이 정상인거야. 다들 이렇게 사는거야. 이것이 정상이야. A는 그 생각으로부터 깊은 만족감을 느꼈다. 그때 A의 머릿속에 바깥 세상에는 다른 돼지들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A는 그 생각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다. 이 세상은 축사만이 유일했다. 축사의 밖에는 채찍을 든 남자만이 살았고 그 외에 다른 세상은 없었다. 다른 세상이 있다는 증거가 없었기에 다른 세상은 없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축사안에는 시간감각이 없었으며 오물이 나오는 주기도 항상 달랐다. 그래서 A는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때 문에서 삑삑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A와 돼지들은 꿀꿀거리며 반대쪽 벽에 달려가 찰싹 달라붙었다. 잠시 후 문이 열렸고 채찍을 든 남자가 축사로 들어왔다. 그런대 그는 평소와는 달리 오물이 아니라 왠 돼지를 한마리 들고 있었다.




채찍을 든 남자는 돼지를 바닥에 눕힌 후 품속에서 주사기를 하나 꺼냈다. 그는 주사기를 돼지의 머리에 꽂았고 내용물을 모두 주입하자 주시기를 빼 다시 품속에 넣었다. 그 후 채찍을 든 남자는 돼지들을 쓰윽 둘러봤고 그 후 축사에서 나갔다. 돼지들은 새로 온 돼지 주변에 몰려들었다.




잠시 후 새로 온 돼지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깨어났다. 그 돼지는 주변을 이해할 수 없다는듯 둘러본 후 A에게 다가와 물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음 모르겠네요. 여하튼 만나서 반갑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갑자기 여기서 깨어나서요. 혹시 이곳이 뭐하는 곳인지 알 수 있을까요?"




A는 두려워하며 그 돼지로부터 도망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동물농장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동물농장 +4 12.12.13 700 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