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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시아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모두잘살길
작품등록일 :
2016.03.03 20:53
최근연재일 :
2016.03.18 18: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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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0,531

작성
16.02.0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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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제국의 검(1)

DUMMY



브잔티움력 40008년. 로스티아 제국.


그는 포위해오는 적들을 묵묵히 바라봤다.

굳건히 서있는 모습이 철탑 같은 사내, 루헨드 게넨 공작은 늙은 하이에나 부대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제 총 1만 2백 57번째다.

지금까지 왕이 루헨드 게넨을 죽이려고 일을 꾸민 횟수다.

루헨드 게넨 로펠리시아 공작.

그의 또 다른 이름은 ‘로스티아 제국의 검.’

그가 없는 로스티아 제국은 어느 순간부터 상상할 수 없었다. 그는 로스티아 제국의 전쟁 영웅이었다.

항상 왕은 불리한 전쟁터로 그를 내몰았다. 병력 두 배 차이로 사지에 내몰린 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사실 왕이 암살을 보냈을 때도 미리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루헨드 게넨은 모른척했다.

그의 이런 강직한 성격엔 다 이유가 있다.

로펠리시아 가문.

대대로 실력 있는 검사를 배출해낸 무예 가문.

로펠리시아 가문엔 한 가지 전통이 있었다.

‘왕은 어떤 경우에도 배신하지 않는다.’

대대로 반란이나 전쟁이 일어나 왕의 안위가 위태로우면 로펠리시아 가문의 기사가 왕을 호위했다.

로스티아 제국 건국 초기부터 이어져 온 충성의 맹약.

수백 년간 선조들이 이어온 전통을 그의 선에서 끊을 수는 없었다.

그는 검에 마나를 집중시키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소드 마스터만 사용할 수 있는 오러 블레이드.

투명한 엷은 막이 검을 감싸자 주변에 서있던 기사들이 흠칫 몸을 떨었다.

현재 루헨드 게넨의 소드마스터 경지는 [최상급]

그가 태어나기 전 최강의 기사가 소드마스터 [중급] 이었던 걸 감안하면 루헨드 게넨은 천재라는 말로 부족했다.

게다가 그의 나이 아직 27세.

그는 최상의 경지에 도달했으며 동시에 대륙에서 최연소로 소드 마스터가 되었다.

그는 다가오는 적들을 보며 최대한 오러를 날카롭고 길게 만들었다.

오러 변형.

중급 소드마스터 이상이 아니면 불가능한 기술.

늙은 하이에나 부대는 전원이 300이었다. 하지만 루헨드 게넨의 바벨론의 이빨부대는 다 합쳐봐야 고작 100명.

늙은 하이에나 부대는 모두 최상급 소드 익스퍼트.

즉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기 직전인 자들이 대부분이다. 그것뿐이면 화라도 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대부분 실전 경험이 풍부한 40대의 전사였다.

그에 반해 바벨론의 이빨 부대 전원은 이제 막 전쟁터에 온 신입 기사들. 검의 경지는 바벨론의 이빨 부대도 대부분 최상급 소드 익스퍼트였다.

“전원 잘 들어라!!!!!”

“예!!!!”

“난 아군을 돌봐주지 않는다!! 일단 전투가 시작되면 적을 죽일 생각을 말고 최대한 살아남을 생각을 해라!!! 알겠는가, 제군들!!!!!!!!!!!”

“예!!!! 알겠습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무거운 공기를 뚫고 대지를 울렸다.

‘일단.... 수적으로 너무 밀린다.’

기선제압이 필요했다.

루헨드 게넨은 오러를 전력으로 모아 검 테두리로 빙글 빙글 돌렸다.

우우웅......

천천히 돌던 오러의 회오리는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검을 한번 휘두르자 오러의 폭풍이 검에서 뿜어져 나와 전면의 기사들을 쓸어버렸다.

블러드 허리케인(blood hurricane).

기술 이름처럼 실제로 피가 나오진 않지만 피처럼 붉어 붙여진 이름.

사실 소드 마스터들도 오러를 날리기만 했지 기술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루헨드 게넨에겐 오러를 이용한 기술이 필요했다.

불리한 전투.

전투에서 사기가 꺾이면 패배할 수 밖에 없다.

루헨드 게넨은 자신의 모든 검술을 동원해 최대한 화려하고 위력적인 기술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 블러드 허리케인이다.

쿠웅......

블러드 허리케인은 150의 늙은 하이에나들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린 것도 모자라 뒤에 있던 작은 산을 날려버렸다.

실로 어마어마한 위력.

늙은 하이에나들이 주춤하는 사이 루헨드 게넨이 검을 높이 쳐들었다.

“부대!!!!!!! 돌격!!!!!!!!!”

“와아!!!!!!!”

한순간에 사기가 올라간 지금.

지금이 기회다.


바벨론의 이빨 부대는 20명이 죽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실적을 올렸다.

적들은 완전히 괴멸해버렸다.

애초에 숫자가 많아도 루헨드 게넨의 오러 블레이드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최상급의 소드 마스터.

이미 최상급 소드 익스퍼트들 따위와는 비교 자체가 민망했다.

“부관!”

“부관 하리드 부머!”

“병사들에게 편히 쉬라고 해라. 이제 전투는 끝이다.”

“예, 알겠습니다!”

부관은 주변을 돌아다니며 지쳐있는 그들을 격려하고 쉬게 했다. 루헨드 게넨은 하늘을 올려보며 한숨을 쉬었다.

오늘은 국왕을 만나는 날이다.

‘짜증나......’

가문의 전통으로 이어져온 충성의 맹약만 아니라면 그따위 왕은 죽여 버렸을 것이다.

사실 루헨드 게넨이 마음만 먹으면 단신오로 왕성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

루헨드 게넨은 대륙 최강이었다.

마법사 몇 명이 들러붙어 해결할 수 없는 존재다.

“후우.....”

하지만 대대로 이어진 전통은 항상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루헨드 게넨 로펠리시아. 왕을 아뢰옵나이다.”

가운데 머리가 까진 국왕은 피식 웃고 손을 좌우로 흔들었다.

“일어나게. 한두 번 오는 것 아닌데 매번 이럴 필요 없지 않은가.”

“폐하. 나라의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합니다.”

“잔소리 말고 일어나게.”

루헨드 게넨은 조심스럽게 일어나 늙고 초라해진 국왕을 올려봤다.

‘제기랄......’

루헨드 게넨은 등 뒤로 감춘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단 한 번의 일격.

단순한 주먹질이어도 국왕은 가슴에 구멍이 뚫려 죽으리라.

“게넨 공.”

“말씀하시지요.”

“그대는 내가 그대를 얼마나 미워했는지 알고 있소?”

루헨드 게넨은 왕의 의중을 살피기 위해 그의 얼굴을 자세히 뜯어봤다.

왕의 얼굴은 무표정하고 무미건조했다.

‘무슨 생각이지.....’

생트집을 잡아 말도 안되는 역적으로 몰아넣으려는 것일까?

“그것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항상 하해와 같은 은해에 탄복하고 있나이다.”

“은해? 내가 보낸 암살자는 잘 처리했소?”

으드득

어금니를 깨문 루헨드 게넨은 부글부글 끓는 속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말씀이신지.....”

“다 나가 있거라!!!!”

할버드를 꼬나든 병사들이 나가자 왕은 루헨드 게넨의 눈을 지그시 바라봤다.

“자, 주변의 눈과 귀는 모두 사라진 것 같구려. 말해보시오. 게넨 공.”

“솔직히 지금도 폐하를 죽이고 싶습니다.”

“끌끌..... 솔직해서 좋구려.”

“하지만 로펠리시아 가문의 전통. 충성의 맹약이 있으니 죽이지는 않을 겁니다.”

왕은 눈을 감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눈을 뜬 왕은 눈 밑의 검은 다크서클을 씰룩이며 지긋이 그를 내려 봤다.

“게넨 공. 당신이 이겼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당신을 풀어주겠소. 본래의 영지로 돌아가시오.”

풀어주다니?

누가 누구를?

“착각하시나 보군요. 제가 당신을 죽이지 못한다고 생각합니까?”

“좋을 대로 생각하시오. 앞으로 더 이상 암살기도나 억지로 전쟁터로 가라는 일은 없을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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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당신의 무능함과 자존심에 이제 질렸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국왕나으리.”

그는 불경죄로 백번 죽어 마땅한 말을 남기며 인사도 없이 대실을 나갔다.

“후우.....”

국왕 루메니아 드리드 프로스페우스 12세는 창문을 보며 긴 한숨을 쉬었다.


“오랜만 이군요.”

빙글 웃으며 그를 보고 있는 늙은 집사, 로니아 드릭시아는 오랜만에 보는 주인을 왕성 입구에서 반갑게 맞이했다.

“그래. 할아범 몇년 세에 신수가 훤해졌구만.”

“저야 언제나 늙어가고있는 신세지요.”

“전쟁터에서 구른 나보단 얼굴빛이 좋은데.”

마차에 오른 루헨드 게넨은 창틀에 턱을 괴고 밖을 바라봤다. 뚱한 그의 표정은 불만이 가득했다.

“무슨 고민이 있으십니까?”

“시끄러. 말시키지 마.”

제국의 수호신이 하는 말 치고는 조금 과격한 말이지만 드릭시아는 웃기만 할뿐 말이 없었다.

“할아범.”

“말하시지요.”

“국왕을 죽이고 왕이 됐다면 어땠을까?”

“....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은 방법이군요. 주인님은 지금껏 잘 참았습니다. 이제 왕명이 내려진 이상 주인님이 성에 불려갈 일도 없구요.”

“하지만 국왕 녀석, 마음에 안 든단 말이야. 지금껏 실컷 부려먹고 착한척이야.”

“하하..... 이해하시지요. 그분도 늙었으니 이제야 마음이 변한 것 아니겠습니까.”

“아씨, 짜증나.”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루헨드 게넨한 한숨을 쉬었다. 전쟁터에서 수십, 수백 번을 구르고 살아돌아온 그에게 평화로운 풍경은 어색하기만 했다.

‘뭐 이것도 이거 나름 좋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이 보기에 좋긴 했다.

“영지에 가시면 영지를 관리하셔야 합니다.”

“그래. 귀찮으니 앞으로 머리쓸 일은 말하지 말자. 어차피 다 나중에 할 일이지만......”

루헨드 게넨은 하늘을 바라보며 둥실 흘러가는 구름을 멍하니 바라봤다.

‘이게 평화라는 걸까.....’


“영주님이 오신다!!”

저택 앞에 서있던 하인, 하녀들이 바짝 긴장하여 부동자세로 서로를 마주봤다.

루헨드 게넨 로펠리시아.

우습게도 그들은 저택의 주인인 그의 얼굴을 늙은 몇 명을 제외하면 지금껏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워낙 전쟁터에 나가다보니 자신의 저택에 방문할 시간도 없던 그는 항상 수수께끼의 인물이었다. 그들은 일을 하면서 루헨드 게넨에 대한 상상을 하는 걸 좋아했다.

신창 브류나크를 뽑아 들고 적들을 쓸어버리는 영웅담이나 고귀한 기사의 혼으로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마을 처녀와의 로맨스를 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그들에게 식상할 정도였다.

“루헨드 게넨 로펠리시아 공작님이 마차에서 나오십니다!!”

하인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모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아......’

그리고 모두 할 말을 잃었다.


기나긴 은발머리를 허리까지 기른 그는 차가운 얼굴로 주변을 둘러봤다.

오똑한 코와 차갑고 날카로운 턱선, 하얀 피부는 그에게 잘 어울렸다. 그가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그가 입은 엉덩이까지 내려온 턱시도가 등 뒤로 나풀거렸다.

“모두 잘 내 집을 지키고 있었어?”

“예!”

“좋아. 날 추운데 들어가서 쉬어라.”

모두 멀뚱히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뭐야, 이게 끝이야?’

영주가 자신의 저택을 몇십년 만에 방문하여 한다는 말이 고작 ‘들어가서 쉬어’ 한마디라니.

보통 이럴 땐 ‘오랜 전쟁을 끝으로 드디어 난 돌아왔다. 앞으로 너희들이 해야 할 일들은.....’ 으로 시작하여 2시간 가량의 연설이 어어져야 맞았다.

“뭣들해? 공작님 말씀 못 들었어?”

드릭시아의 말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 그들은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쯧, 다들 기강이 빠졌군.”

전쟁터에서 거의 인생 대부분을 보낸 루헨드 게넨의 눈에 느긋하게 움직이는 그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다시 교육시키겠습니다.”

“아니, 됐어. 어차피 다들 기다리느라 힘들었을 텐데 그냥 둬.”

드릭시아는 지나가는 나이 든 하녀들과 하인들을 째려보고 저택으로 들어섰다.

2층으로 돼 있는 입구엔 천장에 거대한 샹들리에가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2층 위로 계단이 쭉 이어져있었다.

‘나쁘지 않군.’

꽤나 깔끔한 저택 안을 보며 루헨드 게넨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드십니까?”

“나쁘지 않아. 내가없는동안 모두 고생했군.”

“청소는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니 신경 쓰시지 마십시오.”

전쟁터에서 더러운 군화 때문에 5시간 동안 얼차려를 받는 게 제국의 병사들이다.


작가의말

 오늘도 쉬는 날입니다. 보통 이렇게 연이어서 안쉬는데 일하는 데에서 설날이 얼마 안남

았다고 스케쥴에 따라 이렇게 정했네요. 으아아........... 지루합니다.


 밥먹고 공원으로 조깅하러 가야겠어요. 아 엄청 춥겠다 ㅠㅠ


수정했습니다.


11화 전면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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