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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시아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모두잘살길
작품등록일 :
2016.03.03 20:53
최근연재일 :
2016.03.18 18:05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39,999
추천수 :
606
글자수 :
200,531

작성
16.01.29 20:56
조회
1,983
추천
37
글자
11쪽

3.이상한 세계(3)

DUMMY

“자! 여러분! 이 노예를 어떻게 할까요?”

“다리를 잘라버려!”

“아냐. 손가락을 하나씩 잘라라!”

고블린들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사회자 오크는 대답이 마음에 드는지 싱긋 웃으며 노예를 내려 봤다.

“하지만 여러분! 전 이 불쌍한 노예를 풀어주려고 했습니다.”

좌중이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그래. 씨발 새끼들아. 빨리 저 오크를 쳐 죽여.’

류온은 이를 갈면서 문틈으로 웃고 있는 오크를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몬스터들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다 웃고 있었다.

마치 재밌는 공연을 보는 것처럼.

투둑.

사회자 오크는 노예의 발에 묶인 사슬을 끊어내고 그의 발등에 단도를 박아 넣었다.

“끄윽.....”

오랜 노동에 지친 노예는 작게 신음을 흘렸다.

사회자 오크는 그를 일으켜 밀어버렸다. 노예가 힘없이 땅 위로 엎어지며 흙먼지가 날렸다.

“안가?”

노예는 침음을 삼키며 일어나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여러분! 노예가 도망칩니다!”

“배은망덕한 새끼!”

“죽어라!”

사방에서 돌, 야채들이 날아왔다. 노예는 피를 흘리면서도 계속 걸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미리 준배해 둔 갈색 말 앞까지 온 노예는 말고삐를 움켜쥐었다.

그의 입에서 미소가 번졌다.

정말 살지도 모른다. 말에 오른 이상 저들도 잡기 힘들 것이다.

그가 고삐를 당기는 순간.

쒜엑.

날아온 화살이 말의 목에 박혔다.

“아아!!! 저런 말이 죽어버렸군요.”

“하하하!!!!!!”

“꼴좋다!”

노예는 주먹을 움켜쥐며 다시 일어나 걸었다.

“여러분! 저 노예를 정말 죽이길 바라나요?”

“죽여!”

“죽여라!”

몬스터들은 서로 한마음이 되어 어깨를 들썩거렸다.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그들의 어두운 목소리가 황폐한 땅 위에 울려 퍼졌다. 사회자 오크는 빙긋 웃고 달려가 노예를 붙잡았다.

“으아아!!!!!”

노예는 처절하게 반항하다가 결국 힘에 밀려 질질 끌려갔다. 그리고 사회자 오크는 노예를 몬스터들 속으로 던져버렸다.

“와!!!!!!!!!”

“죽여라!!!!!!!!!!!!”

그 뒤는 일방적인 살육이었다.

“우웩!”

류온은 토를 하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갈가리 사지가 찢겨지고 그 사지마저도 종잇조각처럼 찢겨 너덜너덜 해지는 시체가 멀리서 보였다.

류온은 한순간 패닉상태에 빠졌다.

‘잡히면...... 곱게 못 죽어.’

류온은 장롱 속으로 들어가 눈을 감았다.

‘제기랄.......’

두렵다.

이미 한번 죽었지만 저렇게 죽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노예는 쓰레기가 소각장에 버려지듯 몸이 갈가리 찢겨 죽어버렸다.

류온은 갈가리 찢기는 자신의 몸을 상상했다.

‘씨발.... 씨발........’

숨을 뱉자 뜨거운 숨결이 손등으로 느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밖으로 나오자 하늘은 이미 노을이 생기고 있었다. 류온은 멍하니 지는 태양을 바라봤다.

뚝.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씨발......”

류온은 손목으로 슥 눈물을 닦고 일어섰다.

이렇게 된 거 방법은 하나.

최후의 보루를 쓸 때가 온 것이다.

류온은 명함을 꺼내 상세히 적힌 지도를 내려 봤다. 그래도 서울의 지하철 역 위치는 아직 안변했는지 그대로였다.

류온은 밖으로 나가 몬스터들이 학살을 벌인 중앙에 서서 주변을 둘러봤다. 어려웠지만 찾을 수 있었다.

노예가 차고 있던 팔찌.

류온은 검은색 팔찌를 자신의 손목에 끼고 옷소매를 내렸다. 고개를 드는 그의 눈동자는 전보다 훨씬 차가워져 있었다.

“.....언젠가 이 세상의 주인이 누구인지 똑똑히 알게 해주마.”

당시에는 훗날 전설로 불리는 흑마광검(黑魔狂劍)이 그렇게 탄생 할 줄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지나는 길에 슬라임 몇 마리가 있었지만 류온은 신경 쓰지 않았다.

노예를 보고 깨달았다.

이 세계에서 도망칠 곳은 없다.

숨어도 발각되면 죽는다. 이래죽으나 저래 죽으나 처참하게 죽는다.

그럼 부딪쳐 보는 수밖에.

‘이 주변인데.....’

지도의 위치로 보면 분명 이 주변이다. 코끼리 분식점과 롯데월드 건너편 빌딩.

하지만 건물 자체가 없었다.

앞에 있는 건 허름한 공터하나가 다였다. 류온은 주변을 살피다가 멀리서 다가오는 그림자를 보고 건물 뒤로 몸을 숨겼다.

오크 3마리.

그리고 익숙한 얼굴이 하나 있었다. 오늘 처형을 진행한 사회자 오크가 웃으며 그들과 걸어오고 있었다.

부들부들.....

류온은 떨리는 손을 억지로 붙잡으며 숨을 가다듬었다. 지금 붙잡히면 죽는다.

아니 죽음보다 더 끔찍하다.

수다를 떨던 그들은 다행히 류온을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갔다. 그는 조심스럽게 몸을 빼내고 허름한 공터로 다가갔다.

쿵.

하지만 공터로 접근할 수 없었다. 마치 투명한 막이 쳐있는 것처럼 무언가가 막고 있었다.

‘뭐, 뭐야?’

류온은 주먹으로 투명한 벽을 두들겼다.

쿵. 쿵. 쿵.

“잔다르크! 안에 있어요?”

대답이 없었다.

멀리서 아까 지나간 오크들이 돌아오는 게 보였다.

“잔다르크? 씨발! 야! 문 열어! 문 열라고!!!!!!!!!!”

반응이 없었다. 그리고 그럴수록 오크들이 더 가까워졌다.

“니가 오라고 했잖아. 그럼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니야!!!!!”

쑤욱.

허공에서 손이나와 류온을 안으로 끌고 갔다.


사회자 오크, 체르만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분명 인간 목소리였다.

그런데 와보니 사라져있었다.

“체르만님?”

“아, 아냐. 착각했나 봐.”

셋은 다시 아까 얘기하던 처형 공연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갔다.

“인간들을 단체로 잡아 공연해야 해요.”

“무슨 소리! 인간 한명이 얼만데!”

그의 조수 여자오크, 리니아는 얼굴을 구기며 몸을 들이댔다.

“이대로 계속 하자고? 다른 몬스터들 지루해하는 거 안보여?”

남자 오크 조수, 네르는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체르만은 몬스터들에게 공연을 하며 돈을 모으고 있었다.

몬스터들은 이쪽세계에서 인간 못지않게 살며 실란트 라는 화폐를 만들었다.

실란트의 가치는 어마어마했다.

실란트가 통용되면서 고블린이 트롤을 돈으로 고용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그런데 최근 인간 처형 공연 반응이 저조해 수입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만해. 앞으로 낳아지겠지.”

“에휴, 체르만님은 착해서 탈이야.”

체르만은 싱긋 웃으며 리니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리니아. 네르에게 너무 함부로 말하지 말거라. 네르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알잖니.”

“치.... 알았어요. 네르. 미안하다.”

“됐어.”

둘 사이에 싸늘한 냉기가 흐르자 체르만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다.


달빛을 머금은 투명한 그녀의 유리색 눈동자가 자신을 내려다보는 걸 보자 류온은 온몸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마치 엄마 품에 안긴 것처럼.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았어?”

“명함에 적혀있더군요.”

잔다르크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돌렸다.

“그래. 뭐 그건 됐고. 하려고?”

“네.”

잔다르크는 그의 흑색 눈동자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다르다.

처음 봤을 때 고민하던 눈이 아니다. 어느새 류온의 눈동자는 각오하고 있었다.

앞으로 다가올 죽음과 고통을.

“좋아! 마음에 들어. 따라와라.”

“저건 뭡니까?”

류온은 방금 자신이 있던 투명한 벽을 가리켰다.

“결계야. 본부에서 발명한 거지.”

들어와 보니 이 안은 공터가 아니라 거대한 빌딩이 서있었다. 류온은 결계를 신기하게 바라보고는 그녀를 따라 걸어갔다.

빌딩 안은 제법 호화로웠다. 샹들리에로 매 꿔진 천장의 빛이 밝게 넓은 거실을 비추고 있었다.

거의 호텔수준이다.

“신기하지? 밖에 비해 여긴 너무 살만한 것 같으니까.”

“예....”

“사냥꾼의 장점이야. 세계에서 지원받으니 물자는 거의 무한대. 실상 가장 잘 먹고 잘살지.”

잔다르크는 소파위에 몸을 파묻듯 앉아 찻잔에 차를 따랐다.

“앉아.”

류온은 조심스럽게 앉아 주변을 둘러봤다.

“일단 명심해둬. 한번 사냥꾼이 되면 쉽게 철회가 안 돼. 거의 평생 해야 해.”

“예. 상관없습니다.”

잔다르크는 류온의 눈동자를 응시하다가 피식 웃었다.

죽음을 각오한 눈.

강해지기 위한 첫 번째 자질을 그는 이미 숙지하고 있었다.

‘운이 좋네. 길가다 로또를 줍고....’

그녀는 테이블 아래에서 두꺼운 서류들을 꺼내 테이블 위에 펼쳤다.

“자, 어디보자......”

그녀는 서류 속에서 계약서를 꺼내 내밀었다.

“잘 읽어봐.”

“예.”

류온은 차를 마시며 천천히 항목들을 읽어갔다.

‘제 1 항. 사냥꾼의 목숨은 본부의 것이다.’

‘제 2 항. 명령 불복종은 즉시 즉결처분으로 이어진다.’

‘제 3 항. 계약하는 순간 고참께 꼭 [님] 이라는 호칭을 써라. 거부할 경우 명령 불복종으로 간주한다.’

‘제 4 항. 시민들의 안전을 우선시하라.’

‘제 5 항. 쓸데없는 뇌물은 피하라.’

‘제 6 항. 죽지마라.’

다 이해가 가는데 제 6항은 굳이 왜 적어놨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끝입니까?”

“그래. 간단해. 그냥 죽지 말고 강해져서 몬스터 쳐 죽이면 된다.”

류온은 차를 입안에 쏟아 붓고 날인에 싸인했다. 그리고 인주에 엄지를 찍어 지장을 찍었다.

“두렵지 않아?”

“뭐가요?”

“거기 써 있는 것들. 반항하면 죽인다. 축약하면 전부 그런 말이잖아.”

류온은 눈을 가늘게 뜨며 피식 웃었다.

“어차피 세상 이만큼 망해버렸다면 이정도 절칙은 있을 거라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이래죽으나 저래죽어도 죽는 목숨, 쿨하게 살다 죽을 랍니다.”

“호오. 그러셔?”

잔다르크는 눈을 가늘게 뜨며 웃고서 창밖으로 걸어갔다.

“예전에 너와 비슷한 말을 한 남자가 있었어.”

“그게 누구였죠?”

“패왕 이상원.”

“정말요?”

오기 전 신문에서 본 사람이다.

현 고려 최강의 검사.

“옛날엔 그와 같이 수련을 했었거든.... 지금이야 고려 땅으로 넘어가버렸지만.....”

“그는 얼만큼 강했죠?”

“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날 때부터 난놈이었다고 해야 맞겠지.”

류온은 침을 꿀꺽 삼켰다.

현재 류온은 그녀의 움직임도 안 보이는데 차원이 다른 고수라니.

“자! 궁금한 걸 말해봐.”

“잔다르크님은 왜 그렇게 아름다우신거죠?”

“나? 난 원래 받쳐주는 여자라? 원래 예쁘다는 말 자주 들어.”

류온은 그녀의 자화자찬에 속으로 토를 한바가지 게워내며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전에 절 도와주실 때요.”

“응.”

“어떻게 한 거예요? 순간이동하신 거예요?”

“아니지. 빨리 움직였어.”

그녀는 달리는 자세를 취해 보여줬다.

미친.

말이 되는가. 대체 얼마나 빨리 달리면 사람이 연기처럼 흩어지다가 생겨난단 말인가.

그녀보다 강하다는 이상원의 힘이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자, 또 질문.”


작가의말

  이제 완전히 현실과 이별. 새로운 세계에 다시 태어났습니다. 일하고 오자마자 바로 글을 써서인지 무지 무지 피곤하네요 ㅠㅠ


  빨리 다음주가 되어 오후조가 됬으면 싶네요. ㅠ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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