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1234

테라피시아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모두잘살길
작품등록일 :
2016.03.03 20:53
최근연재일 :
2016.03.18 18:05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40,017
추천수 :
606
글자수 :
200,531

작성
16.01.26 19:53
조회
2,068
추천
37
글자
11쪽

2.사고(1)

DUMMY

“나 잔다.”

“어.”

류온은 팔베개를 하고 천장을 바라봤다.

취직이 급선무다.

하지만 면접 준비하는 동안 다시 상당한 시간이 지나갈 것이다.

분명 앞날에 있어 큰 손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힘들어도 일단은 해보고 나서 생각해야 하는 세상이니까.

“야.”

옆을 보자 태환은 벌써 잠들어 있었다. 류온은 속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전에 이곳 주변에 사는 태환이가 아는 여자애와 함께 놀은 적이 있었다. 꽤 예쁘게 생긴 게 마음에 들었었다.

하지만 류온은 돌아누워서 눈을 감았다.

로맨스. 그것도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고시원에서 하루 살기 빠듯한 그에게 사랑이란 쓰지도 못할 예쁜 약이랑 똑같았다.

점차 류온도 잠에 빠져들었다.


“드르렁..... 푸우.......”

류온은 새벽 7시에 잠에서 깰 수밖에 없었다.

자기 전 한 가지 간과한 사실.

태환의 코골이는 극악이라는 것.

류온은 고개를 저으며 화장실로 들어가 세안을 했다. 찬물로 씻고나자 기분이 좀 낳아졌다.

‘그래. 인생 돈 없다고 꼭 못사는 것도 아니고.....’

이참에 더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다. 자리로 돌아온 류온은 옆에서 곤히 잠든 태환을 보고 피식 웃었다.

“야.”

“아우......”

류온은 흔들어 태환을 깨웠다. 깊이 잠든 그는 한참만에야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뭐야......”

“지금 7시 반이야.”

“그래.... 그럼 가야겠네.”

기지개를 키며 일어난 태환은 주변을 둘러봤다.

그들 주변에 자던 사람은 모두 사라져 있었다.

태환이 코고는 소리는 일반 남성 5명이 코고는 소리를 합친 것과 맞먹었다.

도망치지 않고는 못 베길 수밖에.

“나 코 많이 골았냐?”

“어. 미친놈아. 너 때문에 깼잖아.”

“킥.”

둘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로 내려갔다. 욕탕 안을 보자 수많은 사람들이 탕 안에 들어가 있었다.

훌렁 옷을 던진 둘도 안으로 들어갔다.

탕 안에 발을 넣자 익숙한 뜨거운 물이 느껴졌다. 류온은 목 아래까지 몸을 담갔다.

“야. 가끔은 너 혼자라도 이런데 와라.”

“지랄. 비싸잖아.”

“오천원이야, 새꺄.”

“오천원이 애들 장난이냐.”

둘은 탕에서 나오며 샤워를 했다. 뜨끈한 물로 씻고나자 살 것 같았다.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오자 주변은 찌라시로 넘쳐나고 있었다. 익숙한 아침 8시의 풍경이다.

“너 여자는 안 만드냐?”

“내 사정에 여자는 무슨.....”

“새꺄. 그럴수록 더 만들어야지.”

“돈도 없는데 왜 사귀냐. 어차피 사귀어도 행복하게 못해줘.”

둘은 가까운 음식점에서 라면으로 아침을 때웠다.

밖으로 나온 태환은 담배를 피며 하늘을 바라봤다. 건물로 둘러싸인 서울의 하늘은 그림자 때문에 보기도 힘들었다.

“새꺄. 힘들면 전화해. 형이 바로 뛰어올 테니까.”

“지랄하네. 군인이 무슨 수로 나오냐.”

“임마, 내가 고참이야.”

둘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잠시 말이 없었다.

“갈꺼냐?”

“어.”

태환은 담배를 발로 비벼 끄고 지하철역으로 걸어갔다.

“배웅해줘?”

“들어가라. 춥다.”

“그래. 또 와라.”

류온은 멀어져가는 친구를 보다가 돌아섰다.

아마 포기하지 않는다면 태환은 레퍼가 될지 모른다.

힘들기야 하겠지만.

하지만 중간에 포기한다면 결과는 좋지 못할 것이다.

초록불이 되자 류온은 길을 건넜다. 사람들이 많아 여유롭게 길을 건널 수 있었다.

그때는 이 사소한 행동이 자신의 인생을 바꿀 실수가 되리라는 걸 짐작조차 못하고 있었다.

끼이익!!!!!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긁는 소음에 모두 옆을 돌아봤다.

‘어?’

초록불인데 트럭이 달려와 류온의 몸을 치고 옆으로 꺾어 브레이크를 밞았다.

‘뭐야?’

고통은 서서히 끔찍하게 전신으로 다가왔다.

눈은 뜨고 있는 데 몸이 안 움직인다.

“꺄악!!!!!!!”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트럭 운전기사도.

‘나 뺑소니 당한건가?’

몸 상태로 보니 전치5주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다.

생과 사가 직결된 문제.

류온은 필사적으로 트럭을 향해 손을 뻗었다.

트럭은 그대로 지나가며 멀어져갔다. 잘 보니 번호판도 무언가로 가리고 있었다.

‘씨발......’

하고 싶은 일 많은데......

못한 것들 엄청 많은데......

결말까지 하류인생이라고?

류온은 주먹을 쥐며 하늘을 올려봤다. 그의 마음은 이토록 슬프것만 하늘은 시리도록 푸르렀다.

‘엄마..... 형......’

점차 과다출혈로 인한 쇼크가 오기 시작했다. 류온은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조금씩 의식의 끈을 어둠 저편으로 놓쳐버렸다.


류온은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봤다.

‘엄마.....’

대충 옷을 입고 달려온 엄마가 의자에 기대에 자고 있었다. 그리고 엄마의 옆에 형이 기대서 졸고 있었다.

‘제기랄.....’

류온은 어금니를 깨물며 트럭운전기사를 떠올렸다. 얼굴을 그만큼 가리고 번호판까지 가렸다면 아마 잡지 못했을 것이다.

누가 대체 그런 짓을.......

류온의 머릿속에 번뜩 한명이 떠올랐다.

‘사장?’

설마 언론에 퍼질까봐? 류온은 허탈감과 동시에 어이가 없었다.

겨우 돈 몇 푼에?

아무리 돈에 미친 세상이라지만 사람을 트럭으로 친다고?

류온은 자신의 몸을 돌아봤다.

사장보다도 몸이 먼저다. 일단 살아야 할 것 아닌가.

‘어?’

몸을 일으키자 몹시 가볍게 일어날 수 있었다.

‘나 설마 별로 안 다친 건가?’

고개를 돌리자 그게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머리에 칭칭 감긴 붕대, 가슴의 상처.....

살아있다고 하기 민망한 반시체가 누워있었다.

‘그럼 지금 난.....?’

류온은 자신의 몸을 둘러보고 당황하여 잠시 생각을 정리해야했다.

죽어있는 자신의 몸을 보며 영혼상태로 깨어난다.....

‘유체이탈? 이런 미친.......’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어찌됐건 유체이탈이 됐다면 목숨이 위험하다는 뜻이니까.

류온은 원래 몸으로 돌아가기 위해 억지로 다친 몸 안에 자신의 몸을 넣어봤다.

불가능하다.

들어가려고 하면 알 수 없는 힘에 밀려난다. 류온은 주먹으로 침대를 내리치며 벌떡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씨발......’

인생 안 풀리더니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단 말인가.

죽어? 이렇게 허무하게?

류온을 죽인 사장은 스테이크나 먹으며 그의 죽음은 잊어가겠지.

‘방법을 찾아보자.’

류온은 주변을 돌아다니며 살아날 방법을 모색했다.

그러면서 몇 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첫째. 원래 몸으로 들어가는 건 평범한 방법으론 안 된다.

둘째. 현실에 영향을 끼칠 힘은 그에게 없다.

셋째. 본래 몸 주변에서 반경 30m 밖으로 못나간다. 나가면 본래 몸으로 돌아온다.

‘이러면 현실의 엄마랑 형에게 말할 방법도 없잖아.’

류온은 하는 수없이 우두커니 누워서 천장만 봐야했다.

‘하.... 진짜 인생 개 같네.’

뼈 빠지게 일하다가 뺑소니라니......

다음날 류온의 시체 처분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그리고 가족들은 화장을 하기로 했다.

류온은 화로 안으로 사라지는 자신의 몸을 바라봤다.

기분이 묘했다.

굳이 말하면 이미 죽었는데 한 번 더 죽는 기분이랄까.

화르륵......

시체가 타버리고 하얀 유골이 담긴 함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갔다. 가족들은 강가의 배에 올라 류온의 시체를 조금씩 뿌렸다.

백골이 줄어들수록 류온의 몸은 흐릿해져갔다.

‘아무래도 여기까진 것 같군.....’

슬프지만 분명 사후세계도 법칙이란 게 있을 것이다.

죽었다면 다른 방법은 없다.

받아들이는 수밖에.

류온은 사라져가는 유골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돌아보니 태환이 울고 있는 게 보였다.

‘새끼. 군바리가 질질 짜기는.....’

류온은 익히 알고지낸 몇몇의 얼굴을 보며 눈을 감았다.

‘난 이제 어떻게 될까.’

이대로 세상에서 소멸하는 걸까. 아니면 다시 살아날까.

‘뭐가되든 이번 생보다야 낫겠지.’

결국 류온은 하류인생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몸이 사라져가는 지금도 다시 살아나고 싶었다.

‘그냥 죽기엔..... 너무 억울해.’

만약 신이 존재하면 이대로 소멸시키면 영원히 저주하겠다.

그렇게 류온은 속으로 다짐하며 하늘을 바라봤다.

항상 바빠서 몰랐다.

푸른 하늘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그가 죽는 오늘은 유난히 더 하늘이 맑았다.

‘잘하면 아버지를 만날지도 모르겠군.’

먼저 돌아가신 아버지가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계실지도 모른다.

백골이 거의 다 강가로 돌아가자 조금씩 몸이 가벼워져 하늘로 떠올랐다.

동시에 의식이 점차 어두워졌다.

‘모두.... 잘 있어라.’

그리고 완전히 어둠속에 휩싸였다.






눈을 떠보니 사방은 온통 나무뿐이 없었다.

‘뭐지?’

익숙한 오감이 피부로 생생하게 전해졌다. 주변의 사물도 만질 수 있었다.

‘여긴 대체 어디야?’

류온은 잠시 머릿속을 정리했다.

이상한 숲. 그리고 돌아온 몸.

‘여긴 지옥? 천국? 아니면 다른 세상인가?’

일단 배가 고팠다. 류온은 주변에 강가가 있기를 바라며 서성였다.

다행이 강을 금세 찾을 수 있었다.

류온은 강가에 넘쳐나는 물고기를 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가 이렇게 많아?’

뭍으로 입을 뻐끔거리는 붕어만 대략 100마리.

이건 잡아달라고 아우성치는 것처럼 보였다. 류온은 가까이 있는 적당한 나무 작대기를 붕어들 사이로 던졌다.

큼직한 붕어 한 마리가 나무 끝에 꿰어 올라왔다. 류온은 불을 피울 방법이 없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는 수 없지....’

그는 땅을 파고 적당한 나무를 올려놨다. 그리고 그 위에 지푸라기를 모아 올린 뒤 얇은 나뭇가지로 지푸라기 위를 비볐다.

스스슥......

손바닥이 많이 아팠다. 류온은 인상을 찌푸리며 옷을 뜯어내 손에 감고 다시 비볐다.

하지만 연기조차 나지 않았다.

“씨발!!!”

류온은 벌떡 일어나 나뭇가지를 내팽개치다가 작대기에 꿰인 붕어를 바라봤다.

그래도 하나의 생명이다.

태어날 때부터 붕어라지만 죽여 놓고 먹지도 않으면 붕어에게 미안한 일이 아닌가.

류온은 다시 나뭇가지를 들고 나무 위를 비볐다.

“후우....”

조심스럽게 바람을 불자 살짝 연기가 나왔다.

‘조금만 더.....’

스스스슥.......

드디어 작은 불씨가 일어났다. 류온은 서둘러 지푸라기를 모아 불을 만들어냈다.

붕어는 맛이 좋았다.

간도 안 돼 있는데 고소해서 그냥 먹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배가차자 다시 생각이 많아졌다.

여긴 대체 어디란 말인가?

일단 괴물 같은 게 튀어나오지 않아 다행이다. 사실 류온은 죽으면 지옥에 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별로 천국에 갈만큼 깔끔하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천국도 지옥도 아니라니.

일단 숲을 빠져나가는 게 먼저다. 류온은 모닥불 안에 나뭇가지를 집어던지며 나뭇잎을 모아 몸 위에 덮었다.


작가의말



수정했습니다.


3화 전체수정 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테라피시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 5.제국의 검(3) +3 16.02.03 996 20 11쪽
11 5.제국의 검(2) +2 16.02.02 1,152 22 11쪽
10 5.제국의 검(1) +2 16.02.01 1,393 21 12쪽
9 4.망가진 세계(2) +6 16.01.31 1,538 29 7쪽
8 4.망가진 세계(1) +3 16.01.30 1,770 34 11쪽
7 3.이상한 세계(3) +4 16.01.29 1,984 37 11쪽
6 3.이상한 세계(2) +3 16.01.28 1,817 36 11쪽
5 3.이상한 세계(1) +3 16.01.27 1,947 37 12쪽
» 2.사고(1) +4 16.01.26 2,069 37 11쪽
3 1.현실(2) +4 16.01.25 2,136 34 12쪽
2 1.현실(1) +9 16.01.24 2,668 44 11쪽
1 프롤로그 +5 16.01.24 3,059 50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