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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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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잘살길
작품등록일 :
2016.03.03 20:53
최근연재일 :
2016.03.18 18:05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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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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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0,531

작성
16.01.2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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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현실(1)

DUMMY

2009년 11월 3일. 한국.


“이번 역은 영등포 역입니다. 내리실 손님은 오른쪽....”

안내요원의 목소리에 한쪽 구석에 축 처져 잠들어있던 그는 일어날 수 밖 에 없었다. 현재 지하철 안은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xx기업 회사원 하류온.

그는 매일 뼈 빠지게 일해도 쥐꼬리만 한 월급이 전부다.

그가 일하는 곳은 작은 중소기업. 사실 그도 처음에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대기업의 벽은 높기만 했다.

수십 번 면접에 떨어진 그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후우.......”

입구 위로 올라오는 그의 입에서 입김이 나와 어깨 너머로 지나갔다. 고개를 돌리자 도로를 질주하는 수많은 차들이 보였다.

그리고 거리 어디에나 있는 구걸하는 사람도 있었다.

다리가 없이 팔 하나로 바닥을 끌고 장애인이 돈을 구걸하고 있었다. 하지만 류온은 돈을 통에 넣어주지 않았다.

인생은 스스로 사는 것이다.

구걸하는 그의 사정은 딱하지만 류온이 돈을 준다고 장애인의 인생이 확 변할 리는 없다.

사실 류온 본인의 삶도 남을 걱정할 만큼 형편이 좋지 못했다.

xx고시텔

일을 하면서 돈이 부족했던 그가 선택한 최선의 방법은 고시원이었다.

고시원은 불편한 게 많다.

걸을 때 조용히 걷는 건 기본이다.

남자들은 욕구가 올라오면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한다. 바지를 내리고 나는 소리도 옆방에 들릴까 걱정해야한다.

헤어드라이기 소리는 존재 자체가 재앙이다.

하지만 고시원은 싸다. 어쩌겠는가. 돈 없고 빽없으면 살기힘든 게 세상이다.

류온은 방으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고 침대위에 누웠다. 눈을 감자 집에 있는 가족이 떠올랐다. 피곤에 절은 그는 자신도 모른는 사이 잠들어 버렸다.


“앙.....”

류온은 이상한 소리에 눈을 천천히 떴다.

“아응......”

‘뭐지?’

귀를 벽에 붙이자 분명 옆방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옆방 아주머니는 조선족이다. 그녀는 집에 애 둘이 있는 유부녀였다.

하지만 이 소리는 분명 신음소리.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아앙.......”

확실하다. 그녀의 방에 외간남자가 들어와 있었다.

어이가 없다.

집에 처자식 있고 남편 있는 여자가 돈 벌려고 온 외지에서 바람을 피다니. 물론 남편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을 것이다.

류온은 뒷머리를 긁으며 인상을 썼다.

‘골치 아프군.....’

그냥 집주인에게 옆방이 시끄럽다고 말해서 집주인이 크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잠을 자는 건 불가능했다.

류온은 맥주병을 들고 피곤으로 찌든 몸을 다시 일으켜 위에 있는 식당으로 올라갔다. 의자 4개의 테이블 하나에 거의 꽉 찬 작은 식당은 상당히 추웠다.

또르르르.........

맥주잔에 술을 따르자 맑은 소리가 맑은 소리가 들렸다. 류온은 잔을 한 번에 쭉 들이켰다.

추워서 맛을 즐기기는 어렵다.

하지만 술맛은 외로울 때 먹으면 위로가 된다.

류온은 한숨을 쉬며 천장을 올려봤다. 작은 조명이 식당 안을 어둡게 비추고 있었다.

류온은 지금 이 방안이 자신의 인생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하류인생.

자신과 딱 이지 않은가.

그는 한잔 더 먹고 집주인에게 전화했다.

“아저씨. 예. 맞아요. 그러니까 옆 여자가 그런 여자에요. 네.”

말을 마친 그는 맥주를 따르며 목마른 목구멍을 축였다. 잠시 뒤 집주인이 졸린 눈으로 올라왔다.

“옆방 여자가요?”

“네. 남자랑 밤에 좁아터진 방에서 관계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집주인도 그녀가 유부녀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나중에 방 바꿔줄게.”

류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집주인을 돌려보냈다.

이럴 줄 알았다.

처음 류온이 고시원에 들어오던 날 류온은 여러 가지 물어봤었다. 여자를 데려와도 되는지와 친구를 데려와도 되는지.

대답은 절대 불가.

만약 그럴 경우 방을 빼게 만든다고 했다.

‘역시 거짓말 이였군......’

사실 류온도 크게 믿지 않았다. 지금이야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 보는 사이니 이렇게 사이좋은 듯 지내지만 집주인은 장사치다.

장사치는 혀가 길다.

거짓말도 사실도 다 그럴듯하게 바꿔 말한다.

류온은 맥주를 다 마시고 아래로 내려갔다. 방으로 돌아오자 옆방에서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침대에 누우며 류온은 자신이 찌질 하다고 생각했다.

마음 같아선 옆방 문을 벌컥 열고 년놈들을 쫓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럼 곤란해진다.

서로 지켜야하는 선이라는 게 있다.

그걸 넘으면 사람은 숨겨뒀던 본심을 드러낸다. 그 이후로는 돈 많은 인간이 이기게 된다.

옆으로 돌아누우며 문득 형과 엄마가 또 생각났다.

‘직업 구했으려나....’

형은 아직 직업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친척들이 한자리 모일 때마다 왜 아직 직업이 없냐고 닦달했었다.

류온은 명절이나 추석 때마다 친척들의 참견이 기분 나빴다.

인생 스스로 사는 거다. 그리고 자기 인생 자기가 정하는 거다.

친척?

친척끼리 피가 몇 방울이나 섞였을까? 친척끼리 우애가 있었나? 류온이 아는 우애란 슬플 때마다 서로 의지하고 고민이 있으면 술 한 잔으로 웃으며 푸는 것이었다.

하지만 친척은 만나면 다른 가족의 못난 점들을 화젯거리로 대화하기에 바빴다.

사실 설날에 올라가는 것도 지겹다.

어린애도 아니고 나이도 찰만큼 찼다. 올해 24세인 류온은 서로 싸우기만 하는 친척들을 만나기 싫었다.

2년 전 친척들끼리 한바탕 했었다.

고모부가 술을 마시고 폭언을 하긴 했다. 그 뒤 큰아버지 쪽 일가는 같은 지역에 살아도 고모부 쪽 일가와 얼굴조차 보지 않는다.

사람은 평소 말을 안 하고 강하게 말하지 않아도 일부러 그러는 경우가 더 많다.

사람간의 예의.

살아가며 갖출 기본이다. 상냥하게 웃으며 말해도 사실 속으로 비수를 감친 인간은 세상에 많다.

벌써 2년째 친척은 화해를 안했다.

류온은 그런 그들에게 완전히 질려버렸다.

옆방의 소리는 이제 조금 잠잠해지고 있었다. 류온은 천장으로 손을 뻗어 주먹을 쥐었다.

지금은 무척이나 힘들다.

하지만 앞으로도 힘드리라는 보장 없지 않은가.

‘포기하지 말자.’

포기하지 않고 더러고 치사한 하류인생이어도 쭉 밀고 나가는 것이다. 그의 인생에 언제쯤 해가 뜰지는 모른다.

하지만 인생 피기를 바라기전에 노력과 시도를 반복해야한다.

돈이나 명예는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다.

운으로 두 가지를 얻고자 생각하는 건 스스로에 대한 기만이다.

항상 노력하고 생각하며 기회를 엿본 자에게 좋은 결과는 떨어지게 돼 있다.

비록 일에 지쳐서 매일 그만둘까 고민하지만.....

아니, 차라리 더 열심히 일하고 싶다.

더 열심히 살고 싶다.

‘분명 언젠가는..... 웃을 날이 있을 거야.’

겹겹이 쌓인 어둠속에서 그는 조금씩 수면 속으로 들어갔다.


2

잠에서 일어난 류온은 졸린 눈을 뜨며 곧바로 세안과 양치를 했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은 그는 곧장 지하철로 향했다.

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아침 서울 거리는 회사원이 대부분이다. 어제 술을 먹어서 그런가 그의 컨디션은 별로였다.






회사에 오자 류온 말고는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었다.

오전 07:00

일 시작이 08:00까지 인걸 감안하면 상당히 일찍 온 것이다.

류온은 매일 1시간 일찍 온다. 일하기 전 밀린 업무를 더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

“끙.....”

기지개를 킨 그는 하품을 하며 책상위에 엎드렸다.

조금만 자자.

어차피 가장 일찍 왔는데 트집 잡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10분 자려고 한 단잠은 40분 가까이 이어졌다.

“류온!”

귀를 울리는 소리에 류온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옆에 흑발의 여인, 민애가 서있었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평소면 도도함이 넘치는 그녀가 오늘따라 초조해 미치려고 한다.

“무슨 일이죠?”

“밖에 봤어?”

“밖이요?”

창가로 걸어가자 회사 정문 앞에 줄지어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뭐지?’

눈을 비빈 그는 좀 더 자세히 사람들을 살펴봤다.

하 팀장님, 안 실장님..... 다 아는 얼굴이다.

“이게 무슨 일이죠?”

“우리 회사 부도났어.....”

“네?”

민애는 의자에 주저앉아 고개를 떨어뜨렸다.

“망했다고..... 다 밀린 돈 받으려고 데모중이야.”

류온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서둘러 엘리베이터로 달려갔다.

망했다고?

그럼 퇴직금이랑 월급은? 그동안 어떻게 일한 건데?

문을 나서자 머리에 붉은 띠를 들고 있는 분노한 사람들이 보였다.

“하 팀장님!”

“아, 류온씨 왔었구나.”

머리 가운데가 까진 하 팀장은 얼굴이 울상이었다.

항상 팍팍한 일에도 간간히 커피를 사주시던 팀장님. 언젠가 한번 류온은 그에게 보답하겠다고 생각했었다.

항상 긍정적이던 하 팀장의 얼굴은 무척 우울했다.

“사장은요?”

“안 왔어.”

류온은 으득 어금니를 깨물었다.

‘개새끼......’

사장이 회사 망했으면 얼굴 비추는 게 순서 아닌가?

뭐 믿고 이렇게 일한 건데?

7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도 오지 않았다. 지친 사람들은 추위 속에서 컵라면을 끓여 먹었다.

그리고 검은 차 한 대가 그들 앞에 다가왔다.

차에서 내린 50대의 뚱보가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그들에게 걸어왔다.

“제가 사장입니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일어나 달려갔다.

퍽!

그리고 경호원들의 주먹이 날아왔다. 달려가던 사람은 코를 부여잡으며 주저앉았다.

흥분한 좌중이 일시에 조용해졌다.

“월급 안 준건 미안하게 됫수다.”

참으로 귀찮다는 듯 대충 던지는 말투.

속으로는 분명 푼돈에 목 메인 그들을 비웃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들도 여기서 이러는 거 아닙니다. 나중에 나에게 따로 찾아왔어야죠.”

“지랄! 그래서 돈을 줄 것 같으면 우리가 이러겠냐!!”

사장은 악이 뻗쳐있는 사람을 싱긋 웃으며 바라봤다.

“자자, 돈은 계좌로 쏴드리지요. 그러니 모두 집으로 돌아가세요.”

참다못한 류온은 돌을 들어 사장의 얼굴에 던졌다.

퍽!

사장의 씰룩거리는 눈가 위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웃기지마...... 지금 여기서 내놔. 이 개새끼야.”

사장은 경호들을 데리고 그에게 다가왔다. 어느새 둥글게 쳐진 인간의 벽에 류온은 당황하여 주변을 둘러봤다.

“잡아.”

경호원들이 그를 붙잡자 사장은 류온의 얼굴에 싸대기를 날렸다.

“다시 말해봐라.”

“돈 내놓으라고. 이 좆같은 새끼야.”

퍽!

사장의 주먹이 류온의 명치에 틀어박혔다.

“다시 말해.”

류온이 뱉은 침이 사장의 눈가로 들어갔다.

“좆까.”

사장은 팔을 걷어붙이고 그의 몸 전체를 폭행했다.

1시간 정도 지났을까.

너무 심하게 맞은 류온은 귀가 멍멍해 주변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작가의말


 수정했습니다.


 1화 전면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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