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의 이름을 불러줘요.”
모든 조각은 이제야 하나가 되어 맞물려 갔다.
지나온 기억들과 고통의 시간들은 하나의 실선이 되어 조용히 태엽처럼 감겨들었다.
“잔다르크.......”
갈라진 창공 아래로 흐릿한 회색 눈동자가 파르르 흔들렸다.
그녀의 보석 같은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날 구하겠다고 이러면 당신은 대체 뭐가 남죠?”
사랑은 하나의 비수가 되어 그의 마음속을 파고들었다.
“없지. 이제 조금 있으면 내가 여기 있었고 널 사랑했다는 기억도 다 사라지겠지.”
그는 잔인한 미래에도 별로 슬퍼 보이지 않았다.
아니, 그녀의 볼을 어루만지는 그의 얼굴은 웃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해. 결국 난 여기까지 왔어. 그러니 아쉽지 않아.”
그녀는 그의 가슴속에 안겨 눈물을 흘렸다.
“나에게 키스해줘요.”
그는 탁한 눈으로 그녀를 내려 보며 이게 그녀와 나누는 마지막 키스가 될 거라는 걸 느꼈다.
“잔다르크...... 내 몫까지 살아. 그리고 맹세해줘. 절대 슬퍼하지도 아파하지도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그녀와 입술을 포개며 스르륵 감은 눈꺼풀 뒤로 조금씩 안개처럼 사라져가는 기억의 파편들을 느끼며 그는 서서히 기억의 끈을 놓아갔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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