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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시아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모두잘살길
작품등록일 :
2016.03.03 20:53
최근연재일 :
2016.03.18 18:05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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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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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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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03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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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제국의 검(3)

DUMMY

‘뭐가 이리 복잡해.....’

수십 개의 정보 서명란을 보며 그는 이마를 찌푸렸다.

‘200자 이상 적이시오.’

심지어 자기소개까지 적어야한다. 게다가 200자 이상이라니. 한참 뒤에야 다 적은 그는 덩치를 바라봤다.

“이제 다음날 오시면 됩니다.”

“아니, 오늘은 왜 안 돼요?”

“죄송합니다. 저희 주점 규정입니다.”

그는 한숨을 쉬고 벌떡 일어났다. 그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니 내가 몇 시간을 기다렸는데. 너무한 거 아니야?”

“손님. 목소리를 낮추시지요.”

“아니, 이게 누구야?”

흑발을 엉덩이까지 기른 섹시한 미녀가 계단에서 내려오며 웃고 있었다. 쫙 빠진 허리와 엉덩이, 탄탄한 가슴, 그리고 하얀 얼굴.

도무지 주점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보기 힘든 완벽한 미인은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영주님 아니세요?”

‘쳇......’

“맞습니다.”

동시에 덩치가 넙죽 엎드렸다.

“죄, 죄송합니다. 공작님!!!”

“일어나요. 나도 기다리다보니 조금 화가 났던 것 뿐이에요.”

덩치는 벌떡 일어나 허리를 숙이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무래도 불똥이 튈까 두려운 것이리라.

“호호...... 그나저나 여긴 웬일이죠? 제국의 검께서 이런 누추한 곳까지.”

“입구를 보니 그다지 누추하지는 않더군요.”

“아, 대리석 기둥들 말인가요? 만들 때 신경좀 썼죠.”

“이곳의 여자들이 그렇게 예쁘오?”

“물론. 하지만 몸 파는 천한 것들과 비교하지 마세요. 손을 잡는 건 되지만 그 이상의 신채접촉은 안됩니다.”

그녀는 위로 올라가며 주변을 둘러봤다. 다행히 보는 눈은 없었다.

“올라오시지요.”

의외로 내부도 술집보다는 카페느낌이 풍겼다. 붉은 색으로 도배된 방도 없었고 벽지도 전부 초록색 이였다.

“자, 들어오시지요.”

안에 들어가니 초록색 머리를 길게 기른 여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테이블에 놓여진 건 찻잔이었다.

“저희는 술과 차를 섞어 만든 티 드링크(tea drink)를 팔고 있습니다.”

‘봐도 봐도 신기하네.’

여기가 이름만 주점이지 사실 이정도면 찻집이라고 해도 믿을 것이다.

“그럼 좋은 시간되시길.”

웃으며 그녀가 사라지자 루헨드 게넨은 의자에 앉았다.

“생각보다 미남이시군요.”

“고맙군.”

“다시 말하지만 손잡는 것 까지만 가능합니다.”

“걱정 마. 나도 이상한 취미의 변태는 아니니까.”

“후후.....”

그녀는 작게 웃으며 티 드링크를 잔에 따라줬다. 루헨드 게넨은 맛을 음미하며 천천히 먹었다. 술도 매우 도수가 작은 술이었다.

“맛이 어떠세요?”

“좋군.”

은은한 차향이 코끝을 간질이는 게 나쁘지 않았다.

“전쟁터는 어떤 곳이죠?”

“어디를 가나 상상 이상을 보여주지. 시체야 말할 것도 없고 토하고 있는 신병이나 살려달라고 발버둥치는 겁쟁이들은 넘쳐나지.”

“용케 살아남으셨군요.”

“뭐 운이 좋았지.”

또르르......

그는 티 드링크를 마시며 주변을 둘러봤다. 방안은 굉장히 소박하면서도 운치 있었다. 벽에는 몇 개의 그림들이 걸려있었고 주변엔 장식용 검이나 마차 바퀴들이 있었다.

“일 하는 건 어떻지?”

“힘들지요. 가끔 변태들도 온답니다.”

“골치 아프겠군.”

“듣기로는 최연소로 소드 마스터가 되셨다는데 맞나요?”

“응. 하다 보니 되더군.”

“하하..... 대단하군요.”

루헨드 게넨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녀를 돌아봤다.

“혹시 시간나면 저택에 와. 나도 대접하지.”

“정말요?”

“그래. 어차피 최근 따분하니까.”

그는 방을 나오며 나름 상쾌한 기분을 느꼈다.

‘가끔 들러야겠군.’

아래를 내려오니 아까 본 흑발의 미녀, 브리나가 웃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괜찮군.”

“오늘은 첫날이니 돈은 받지 않도록 하지요.”

“뭐 정 그렇다면야..... 고마워.”

밖으로 나오자 이제 12시가 되가고 있었다. 그는 주린 배를 움켜쥐며 가까운 식당으로 걸어갔다.

‘돼지들의 축제’ 식당에 들어간 그는 구석의 테이블에 앉아 주변을 둘러봤다.

사람이 무척 많았다.

점심시간이고 도심지라 그런지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 중 누군가가 손으로 루헨드 게넨을 가리켰다.

“어? 저 사람 영주님 아니야?”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씨발........’

루헨드 게넨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주님 맞으세요?”

“예. 맞습니다.”

“어머, 영주님이 이곳까지 오셨어.”

식당을 꽉채운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루헨드 게넨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한숨을 쉬었다.

‘영감에게 한소리 듣겠군.’

가게 주인인 뚱뚱한 50대의 남성이 달려와 고개를 넙죽 숙였다.

“미천한 루미스트에 사는 음식상인 루닐이 공작님을 아룁니다.”

“그만 하세요. 저도 그냥 심심해서 둘러보는 중이니까.....”

“여러분!!! 공작님이 오신 영광스러운 날, 지금 드시는 모든 음식을 제가 쏘겠습니다!!”

“와아!!!!!!”

‘하. 가지가지 하는군.’

결국 오도 가도 못한 신세가 된 그는 구석자리로 돌아가 창가를 바라봤다.

창가의 풍경은 정말 평화로웠다.

굳이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게 있다면 현재 바쁜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다였다.

그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다가오는 직원을 바라봤다.

“영주님. 무엇을 주문하시겠습니까.”

“가장 비싼 걸로.”

“예. 이번 음식들은 다 사장님이 내신다니 참고해주세요.”

귀여운 여직원이 싱긋 웃고 사라지자 그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그의 귀로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전부 들렸다.

[저 사람이 제국의 검이래.]

[와. 칼 한번 휘두르면 수백이 죽는다는데.....]

그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테이블에 올려지는 음식들을 바라봤다.

‘신경 쓰이는군.....’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그는 대충 음식을 먹고 밖으로 나왔다. 그는 정처 없이 걷다가 공터를 발견했다.

여신의 총명함이 가득한 공원.

그는 커다란 공터로 들어가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조금 낫군......’

그는 한결 나아지는 기분을 느끼며 하늘을 바라봤다.

“저기요.”

한참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돌린 그의 눈에 바구니를 여러 개 들고있는 여자가 보였다.

“새 모이 사실래요?”

“그걸로 뭘 하죠?”

“새들에게 뿌려주는 거죠.”

“그럼 새들이 내게 뭘 해주죠?”

그녀는 그의 옆에 앉아 모이를 뿌렸다. 그러자 비둘기들이 나라와 모이를 쪼았다.

“마음이 조금 안정된다고 해야 하나? 혼자 있을 때 덜 외롭게 해주죠.”

루헨드 게넨은 모이를 사서 주변에 뿌렸다.

구구.... 구구구.....

비둘기들은 정신없이 모이를 쪼기에 바빴다.

“그다지 안정이 안 되는데?”

“당신은 외로운 적이 없었나요?”

외롭다?

지금껏 인생을 스스로의 힘만으로 이겨 내온 그는 외로운 적이 없었냐는 말에 잠시 고민했다.

“없었소.”

“그렇다면 당신은 강한 사람이군요.”

“당신은 이 도시에 살아요?”

“네. 브린스 사거리 변두리 쪽에 살아요.”

“모이를 팔아서 돈이 잘 벌려요?”

“아뇨. 입에 풀칠 할 정도죠.”

루헨드 게넨은 은화를 건냈다.

“그 모이들, 내가 다 사리다.”

“정말요?”

“그렇소.”

그녀가 모이를 건네자 그는 모든 모이들을 주변으로 뿌렸다.

구구구.....

수십 마리의 비둘기들이 주변으로 날아왔다.

“뭐하는 거예요?”

“나도 오늘부터 외로워지고 싶어서 말이오. 일부러 모이를 뿌려보았소.”

“풉. 그거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에요?”

그녀는 그에게 도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과 재밌는 곳, 그리고 사람들이 많은 곳들을 알려줬다.

“당신은 참 많은 걸 알고 있군.”

“그야 여기서 태어났으니까요.”

루헨드 게넨은 벤치에서 일어났다.

“당신 아버지가 오늘도 술주정을 부렸소?”

“예. 나오기 전에.....”

그녀는 가끔 아버지가 주정을 부려 어머니와 자신을 폭행했다고 말했었다.

“갑시다. 당신 집으로.”

“자, 잠깐. 가서 뭘 하려고요?”

“머리 나쁜 짐승은 매가 약이오.”


“이 씨발 놈의 여편네!”

눈이 붉게 충혈된 남자, 세르는 사라진 아내를 찾기 위해 집안을 이잡듯이 뒤졌다.

이미 꽤 취한 그는 주변의 물건들을 집어던지며 분을 풀고 있었다.

똑똑.

그는 화가 나서 달려가 문을 벌컥 열었다. 익숙한 딸이 서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등 뒤로 덩치 큰 남자가 서있었다.

“저 사람은 누구냐?”

“그게.... 아버지랑 만나보고 싶데요.”

그는 난데없이 루헨드 게넨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꿈뻑거렸다.

‘내가 너무 취했나?’

분명 방금 그가 자신의 주먹을 검지 하나로 받아친 것 같은데......

“행동이 무례하시군요.”

“왜 내 딸내미랑 같이 있는 거냐. 빨리 꺼져!”

‘말로해선 안되겠군.’

루헨드 게넨은 그의 등 뒤로 돌아가 간단한 관절기를 걸었다.

“컥!”

“아픕니까?”

술 취한 그는 루헨드 게넨에게 붙잡혀 발버둥 쳤다.

“더 아프십시오. 당신 딸이랑 아내는 더 아팠을 겁니다.”

“푸, 풀어줘!!”

루헨드 게넨은 자경단을 불러 그를 정신 수용소로 보내버렸다.

“괜찮소?”

“예. 그래도 조금 씁쓸하네요.”

그녀는 멀어져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너무 걱정 마시오. 정신 수용소에 들어갔다 나오고 새사람된 사람을 많이 봤으니.”

그가 전쟁터에서 본 병사들 대부분이 정신 수용소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죽으나 사나 상관없는 그들은 최전방에서 인간방패 역할로 쓰이다 죽는다.

하지만 그곳에서 살아남으면 필시 느끼는 게 있을 것이다. 전보다 더 열심히 산다는 열망 같은 것이 보통이다.

“그럼 난 이만 가보겠소.”

“잠시 만요. 이름도 말하지 않았잖아요.”

“난 루헨드 게넨이라 하오.”

“영주님이랑 이름이 똑같네요. 풀네임까지 똑같다니 신기하네.”

“내가 영주요.”

“네?”

잠시 멍해졌던 그녀는 잠시 뒤에야 정신을 처리고 헛웃음을 지었다.

“정말요?”

“그렇소.”

그녀는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일어나시오.”

“주, 죽을죄를......”

그는 긴 한숨을 쉬며 그녀를 일으켰다.

“애초에 내가 하고 싶어서 한 일, 당신의 잘못은 없소. 그리고 앞으로 힘든 일은 나의 저택에 오면 해결해주겠소. 원한다면 일자리도 주지.”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루헨드 게넨은 그녀의 집을 나오며 하늘을 바라봤다. 이제 대충 오후 4시 쯤 됐는지 하늘이 조금씩 붉어지고 있었다.

그는 문득 전쟁터에서 구르고 있을 부관 하리드 부머가 떠올랐다.

‘잘 하고 있을지 모르겠군.’

그동안 수년간 같이 지내며 정이든 부관이 갑자기 그리워진 그는 한숨을 쉬었다.

“내 돈!!!!”

젊은 여인은 달려가는 남성을 보며 손가락질을 했다.

“내 돈. 내 돈을 저 놈이 잡아갔어요!!!”

모두 그녀를 돌아봤으나 아무도 달려가서 잡아주진 않았다. 애초에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든 모르는 사람이니 도와주지 않는 것이다.


작가의말

 이번주는 오후조인 관계로 새벽에 올립니다. 내일은 아침에 올라올수도 있어요.


글이 진부하다고 판단하여 비유나 은유를 넣어보기로 했습니다. 와, 졸려 죽을 것 같아요. 눈에 핏줄이....... 자러 가겠습니다~~


수정했습니다.


13화 전면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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