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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영화의 절대적 1인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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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븀
작품등록일 :
2024.09.12 12:50
최근연재일 :
2024.09.19 07:00
연재수 :
3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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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
글자수 :
11,006

작성
24.09.12 22:02
조회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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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8쪽

1. 예술은 폭발이다.

DUMMY

꿈을 크게 가질수록, 조각나는 파편 또한 크다고 한다.

그렇기에 모두 꿈을 크게 가지고 대범하게 행동해야 한단다.


‘틀린말은 아닌 거 같긴 한데.’


난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그건 너무 힘들다고.


노력해도, 대범하게 행동해도, 시간에는 한계가 있다고.

출발선이 저 뒤로 물러나 있는 사람에게는 너무 가혹하다고.


그저 자기 하고싶은 일을 따라가는 것뿐인데, 어느샌가 거울에 보면 거뭇거뭇한 수염과 축 처진 살이 반겨준다.


딴 길로 안 새고 한 길로만 걸었는데, 그 길이 너무나 구불구불 비효율적이기 짝이없어서, 되돌아보면 시간을 잡아먹는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세월에는 장사가 없구만.’


뭐, 그럼에도 후회스럽냐고 묻는다면,


100%그런 건 아니고.


내가 걸어온 길이 뭐냐고 묻는다면 물론,


“폭발이다아아아아악!”


폭발이었다.


“폭발 드가자!!”


촬영장.


강원도 정선의 한 폐 기찻길.


코레일에서 이미 오래전에 퇴역시켜 고철로 재활용될 운명의 무궁화호 네 량이, 덩그러니 그곳에 멈춰 있었다.


나는 저 기차를, 폐 선로화 함께 폭발시켜야 한다.


권총과 단검, 맨주먹으로 혈투를 벌이던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모든 적들을 물리치고, 테러리스트의 폭탄을 한 번에 폭파한다는 스토리니까.


- 와아아아아!


귓속에, 스태프들의 함성이 곧이 곧대로 때려박혔다.


그리고 그 함성이, 지금 내가 있는 위치를 말해준다.


1인자.

촬영장의 지휘자.


감독.


나는 감독 김석길이다.


*




예술은 폭발이다.‎


이 말이 어디서 나왔더라.

유명 애니의 빌런 캐릭이 했던 것 같은데.


'폭발광'이라는 점에서, 비록 가상의 캐릭터지만 원픽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할까.


‘언제 생각해봐도 심금을 울리는 대사다.’


폭발할 때 느껴지는 굉음, 압력, 섬광, 탄내, 단맛.


그 모든 것은 인간의 오감을 강력하게 자극한다.


‘후각’과 ‘미각’으로 인해 사람들은 요리에 미쳐 쉐프가 되기도, 혹은 돼지가 되기도 하지 않는가?


근데 ‘폭발’은 오감을 전부 만족시켜주는데?


난 진심으로, 이게 중독이 안 될래야 안 될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뭐, 어찌됐든.

구질구질 서론이 길었다.


나는 폭발광이다.


화약폭발이든 분진폭발이든 원자폭탄이든,


그저 바라보고 있는것만으로 가슴이 뻥 뚤리고 막힌 속이 싸악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폭발은 그야말로 스토리의 시작이 될 수도, 절정이 될 수도, 엔딩이 될 수도 있다.


모든 것을 아우르는 형상.

집합체,

절대자.


공기가 찢어지는 듯한 박력은 나한텐 폭발이 술이고 담배이자 마약이고, 야X였다.


그렇기에 나는 영화감독을 선택했다.

모두에게 나의 사상을 전파시키기 위해서.

‘아름다움’을 설교하기 위해서!


"화약 양이 이정도밖에 안 된다고? 말이 돼?"

"감독님··· 이것도 군청에서 간신히 허가받은 겁니다. 아시잖습니까. 어지간한 드라마나 영화는 이거 반도 허가 안 나옵니다."

"Tnt15킬로만 더 넣자.”


나는 조감독에게 통보했다.


"허가받은 규모가 10킬로인데요?"

"주인공이 타고가던열차의 창문이 한번에 확 박살나면서 화염이 뿜어져 나와야 하는 씬이야. 그정도로는 많이 어려워."


적은 양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크레모아 한 개가 대략 tnt 1킬로 정도 위력이니까.


한 번이라도 크레모아가 터지는 장면을 본 사람이라면, 이게 엄청나다는 걸 알겠지.


다만,


‘부족하군.’


하지만 나는 그딴 시답잖은 폭발씬을 찍는 감독이 아니다.


'폭발의 대가.'

'영화계의 테러리스트'

'중동에서 태어났으면 세계를 재패했을 남자'


수많은 수식어들이 이제야 내 등을 따라다니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그, 그래도 그정도의 양은 너무 위험···.”


'영화과 출신 아니고, 줄도 빽도 돈도 아무것도 없는, 진정한 맨땅에 헤딩.’


이만한 핸디캡을 지고서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던 이유는 ‎아주 간결했다.


위험을 감수했으니까.


그 '위험'의 영역은, 신체적, 정신적, 금전적 모든 개념을 포함한 것이었으니까.


“촬영이 어디 안 위험했던 적이 있냐?”


김창석.

이번 영화에서 조감독을 맡은 그가, 눈이 튀어나갈 만큼 크게 떴다.


"창석아. 이 시나리오 받는데 엄청 힘들었다. 너도 알잖아."


각종 영화제 단상을 동네 기사식당 마냥 드나드는 액션 각본의 대가 그라함 클락데일의 마지막 작품.


내용은 절대 멈출수 없는, 수십량 짜리 기차에서 테러리스트, 사이비 종교인과 전투를 벌인다는 심히 어디선가 본 적 있는 파쿠리작 같기는 하지만,


나는 이 작품이 대성할 것을 안다.


"내가 그 할배 시나리오로 영화 찍는 게 소원이었어.”

“···.”

“근데말이야, 치매라더라고. 나한테 시나리오 준 것도 직접 선택해서 준 게 아니라 그냥 예전에 꼬불쳐둔 거 회사에 맡겨서 넘어온 거고.”


··· 고생을 많이 했다.

놀아본 적이 없었다.

이제야 사람들이 내가 만들어낸 폭발을 보고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다만 세상 살이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나는 시간을 너무 많이 소모해버렸으며,


건절히 바라던 인정을 손에 얻지 못할 때도 많았다.


“알겠습니다. 다만, 근접촬영은 포기하시는게···.”


나는 멍하니 전방을 주시했다.


눈에 들어오는 저 기차를, 폐 선로화 함께 폭발시켜야 한다.


“내가 한다.”

“네?”

“나 혼자서 접근한다.”

“··· 감독님!”


만약 멋대로 폭발물 추가해서 촬영하다가 사람이라도 다치면?

뉴스랑 렉카랑 막 날 총 동원해서 담그려고 한다면?

나는 완전 개새끼가 되는 거겠지.

물론 지금도 개새끼가 아니라는 소리는 아니다.


나는 준법, 안전, 이런 따사롭고 부드러운 단어와는 가장 거리가 먼 인간이었으니까.


다만 그럼에도 남에게 위험을 멋대로 떠맡길 생각은 없었다.


“감독님이 직접 들아가신단다!”


조감독이 그리 외쳤고, 모두가 긴장하는 듯한 얼굴을 띠었다.


가장 중요한 대미를 장식할 폭발.


망원으로 땡기면 폭발을 확대할 수는 있을 거다.

드론에 카메라 얹어서 띄우면 근접촬영도 될 거다.


다만, 그럼에도.


반드시 단 한 명은, 폭발지에 접근 해서 손을 들고 촬영하는 핸드헬드 푸티지를 찍어야한다.

사람의 시야처럼, 이리저리 움직이고, 흔들리면서.


그것은 곧, 액션영화의 ‘정수’가 되며, ‘생명’이 된다.


‘안전한 액션은 없다.’


약5년전, 지옥같은 현장에서 구르다 문뜩 얻은 깨달음.

이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만약 ··· 좀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명성과 부, 더 많은 화약을 조금 더 젊은 나이에 얻지 않았을까.

그러면 더 멋진 폭발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Tnt30킬로가 아니라,


Tnt100킬로.

1톤까지도.


무수하게 빛나는 붉은색, 주황색, 흰색.

늘어지는 파장의 스팩트럼을 렌즈에 한껏 담을 수 있지 않았을까.


“크윽 ···.”


포커스 풀러를 돌리는 손목이 시큰하다.

죽도록 고생끝에 명성을 얻기 시작했지만,


나는 늙었다.


아직 내 목표의 중턱까지도 못 왔는데,


늙어버린 것이다.


“폭파!”


다만 그럼에도 신념은 끝까지 지켰고,

열차가 폭발을 맞이했다.


“예술은 폭발이다아아악!”


엄청난 외침과 함께.


물론, 그것이 들리지 않을 만큼 엄청난 폭음과 함께,


쿠와아아아아앙-!


시야가 불타올랐다.


그리고 비명이 들려오고,


“가, 감독님!”

“정신차리세요!”


눈을 감았다 뜨니, 갑작스레 촬영지에서 중환자실로 배경이 바뀌었다.


“···씨바거··· 양반 참, 갈때도 예술로 가는구만.”

“당신은 영원히 대한민국 액션영화의 1인자로 기억될 것입니다.”


‘지랄.’


내 목표는 대한민국 1위가 아니라 세계 1위였는데.


“감독님 길은 저희가 닦겠습니다.”


세계 1위를 목표로 하는 새끼가,


폭발반경 계산도 못 하는 머저리일리가 없는데.


“어떤 새끼가 폭야ㄱ 더 넣었어···.”


이게 내 전생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비루한 탄생과,

애매한 종말.


내가 그렇게 꿈꾸던,


‘아주 멋지고 화려한 폭발’은 아닌,


그저 무궁화호 뚜껑 따질 정도의 더럽고 지저분한 폭발이,

나의 첫번째 엔딩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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