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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jdguswns0908 님의 서재입니다.

표지

독점 남궁대제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얼죽아.
그림/삽화
얼죽아.
작품등록일 :
2022.09.23 16:10
최근연재일 :
2022.10.22 20:4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219,367
추천수 :
4,201
글자수 :
184,176

작성
22.10.14 20:50
조회
4,755
추천
108
글자
12쪽

26화.

DUMMY

26화.



무지막지한 강기세례.

형(形) 자체를 배제하고 쏟아지는 강기의 파편들로 인해 남궁천은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감히 무공명에 당당히 제왕자를 새겨 넣을 수 있는 무공은 단언컨대, 무림에 이것밖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콰광-! 콰아앙-! 쾅-!


남궁천의 신형이 정신없이 뒤로 밀려났다.

넘실대는 파도처럼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강기의 파도는 제 아무리 남궁세가를 수호하는 남궁천일지라도 함부로 경시할 수 없는 위력을 담고 있었다.


쩌정-! 쩡-!


뿐만이 아니었다.

제왕검형은 이름 그대로 일정한 초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시전자의 깨달음에 따라 무한한 변화를 보인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형(形)을 배제해야 했기에, 그만큼 익히기가 까다로웠고, 특수한 자질을 가지지 않는 한 절대 익힐 수 없는 그런 검술.


그것이 바로 제왕검형이다.

헌데, 이건 달라도 너무 달랐다.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남궁천을 놀라게 한 것은 바로 남궁시후의 제대로 정련된 자세에 있었다.

호흡의 들숨과 날숨의 조화는 너무도 평온했고, 진기를 무작정 폭주시켜 발동되는 제왕검형이 아니었다.


제대로 익히고 알고 펼치는 검술이란 뜻이다.


“네 놈······.”


강기의 세례가 멎고, 그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남궁천이 진지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어디서 이 검술을······.”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혼자 배웠습니다. 여지껏 그래 왔듯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남궁천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걸 입 밖에 낼 수가 없었다.

남궁시후의 말에는 거짓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세가에서 제왕검형을 펼칠 수 있는 이는 오로지 나 혼자 뿐.’


가주인 남궁환조차 제왕검형을 이렇게 완벽하게 펼쳐낼 수 없다.

자신이 가르치지 않았다면 남궁환이 가르쳤을텐데, 남궁환조차 제대로 펼치지 못할 제왕검형을 이렇게 완숙의 경지로 펼쳐보인다?

그 말은 곧, 남궁시후의 깨달음 자체가 남궁환을 뛰어넘었다는 말도 된다.


‘천재.’


남궁천의 눈이 번뜩였다.

그 말 밖에는 달리 설명할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것인가.’


탄식이 절로 새어나왔다.

천하의 기재를 눈 앞에 두고 대체 세가는 무슨 짓을 벌이고 있었단 말인가.

지금만큼은 자신의 동생, 남궁환이 미치도록 원망스러워 지는 남궁천이었다.


“조카야.”


남궁천의 입에서 처음으로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참 나.”


난 당연히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조금전까지 죽일 듯이 덤벼놓고는, 단순히 제왕검형을 봤다고 태도가 이렇게 달라진다고?


‘더군다나 제대로 펼친 것도 아닌데.’


남궁세가의 수준이 그만큼 낮은것인가를 따져본다면 사실 그건 아니었다.

다만 내 깨달음 자체가 이미 이들의 경지를 상회했기 때문이었다.


“그만 검을 거두거라. 내 아무래도······.”

“보여 달라면서요.”


난 그대로 검을 들어, 남궁천을 향해 무심히 내리쳤다.

주변 사위를 짓뭉개는 위력의 제왕검형은 남궁천의 사방, 팔방을 모조리 점한 채 공세를 이어갔다.

사방에 즐비했던 우거진 수풀들은 검강에 닿는 순간, 그대로 가루가 되어 먼지처럼 흩날렸다.


“자, 잠깐.”


당황한 남궁천은 연신 내 검격을 막기에 급급했다.


우직-!


그 순간, 내 철검이 비명을 지르며 균열을 일으켰다.


‘제길, 검이 싸구려라······.’


아무래도 이쯤해야 할 듯 싶었다.

더 공세를 이어나간다면 남궁천을 이 자리에서 꿇려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아직 남궁천이 본신 실력을 제대로 끌어내지는 않았지만······이쯤하면 됐다.

난 그대로 검을 휘둘러 검강의 잔재를 해소시키곤, 검집에 꽂아 넣었다.


“······.”


남궁천이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날 향해 다가왔다.

그의 검을 잡은 손이 바들바들 떨리는 것이 내 눈에는 모조리 보였다.


“허, 이건 말이 되지 않는다.”

“말 됩니다.”

“제왕검형을 독학으로 깨우쳤다는게 말이 된다?”


남궁천이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내 위로 거슬러 올라가봐도 네 나이대에 그만한 성취를 이루신 분은 없었다.”


어쩐지 남궁천의 표정이 조금은 상기된 듯 보였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나눌 얘기는 아닌 듯 싶구나. 용봉회가 모두 끝나면 내 다시 너를 찾을 것이다.”

“······.”


진정한 후계 중 하나로 인정한다는 말이기도 했다.

모든 장로들의 지지를 넘어서, 대장로 남궁천의 지지는 특별했다.

하지만 그의 성격상 누군가를 순순히 지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핏줄이고 말고를 떠나서 오로지 세가를 위해서만 움직이는 자였으니까.


“증명은 된 셈이군요. 하지만······일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전 누구의 뜻에 따라 움직일 생각이 없습니다.”

“나 또한 네게 그걸 바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


남궁천의 눈빛이 점점 더 부드러워졌다.

이런 반응을 노린 것이 아닌데, 계속해서 역효과가 나는 듯 했다.


“무가(武家)는 결국 무(武)로써 자신을 증명하고, 그걸 드러냄으로써 만인의 지지를 얻어낸다.”

“역시나······제 방식과는 틀리네요.”


난 피식 웃어주었다.

남궁천이 말하는 바가 뭔지는 잘 알고 있다.

무인은 무로써 스스로를 증명한다.

모든 무가가 취하는 투쟁방식이며, 그렇게 살아남아 당당히 무림의 한 일원으로 생존한다.


“나는 내가 쟁취한 것들을······순순히 나눠줄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


꽤나 많은 뜻이 담긴 말이었다.

장로들의 지지와 가주의 공식적인 발표로 후계위를 굳힌다?

편하다면 매우 편하고 모든 무가가 그렇게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따분한 방식은 결국 내게는 머리아픈 일이 추가된다는 것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압도적인 힘으로 모두를 꿇린다.

나는 반드시 해야할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냥······지켜보십시오.”


난 남궁천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대로 돌아서 걸을 뿐이었다.


* * *


제갈세가는 당연히 난리가 났다.

용봉회 도중, 갑작스레 산왕이 보란 듯 기세를 터트리고는 사라져버렸다.

군중들은 예상치 못했던 산왕이 팽지혁조차 씹어먹어 버릴 정도의 고수라는 데에서 환호했고, 오대세가의 가주들은 다른 이유 때문에 놀란 상태였다.


“해명을 해보시오.”


제갈세가의 가주, 제갈선은 근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잠시 용봉회가 중단되고 오대세가의 가주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구대문파의 명숙들도 모두 참여했지만, 명백히 용봉회의 개최권은 오대세가에 있었기에 이들에게 행사의 책임이 있다 볼 수 있었다.


“······.”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환은 그런 제갈선의 물음에 아무말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어째서 산왕이란 자가, 남궁세가의 무공을 익히고 있었는지······말씀을 좀 해보시란 말이외다.”


제갈선이 다시금 남궁환의 대답을 독촉했다.

그러자, 다른 가주들의 시선이 일제히 남궁환을 향했다.

사실, 남궁환의 입장에서도 지금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예상조차 하지 못한 어처구니 없는 일이긴 했다.


설마하니, 산왕이란 놈이 남궁시후였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그때였다.


“말씀중에 죄송합니다만, 제가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는 그대로 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들어선 이는 바로 남궁혜였다.

창룡검대의 복식을 갖춘 그녀가 가주들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혜아야, 지금은 어른들이······.”

“창룡검대, 부대주로써 올리는 말씀입니다. 가주님들.”


남궁혜가 자신을 제지하려는 제갈선을 슬쩍 올려다보며 물었다.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제갈선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산왕은, 저희 남궁세가 사람입니다. 정확히는 제 동생 남궁시후가 바로 산왕의 정체입니다.”

“······.”


남궁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주들의 시선이 다시금 남궁환을 향했다.

그 말이 사실이냐는 듯, 시선으로 묻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남궁환은 아직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무엇보다 현재 세가가 의문의 세력에 의해 야금야금 정보를 털리고 있었기에 그것을 수습하는데 온 심력을 쏟아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허, 산왕이 실은 남궁가주님의 소생이셨다? 오늘 여러모로 놀라는 일의 연속이군요.”


제갈선은 턱 밑 수염을 쓰다듬으며, 등을 의자에 기댔다.

이미 용봉회의 분위기는 달아 오를대로 오른 상황이었다.

모두가 밖에서는 산왕을 연호하고 있는 것이 어쩌면 주목받아 마땅해야 할 본선 비무보다 예선전이 더욱 화끈해진 듯 했다.


“일단은 대회를 속히 재 진행 시키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산왕······아니, 시후의 문제는 추후 따로 의논해보는걸로 하시지요.”


이번에 말을 꺼낸이는 사천당가의 가주인 당제였다.

당제는 현재 모인 오대세가의 가주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인물이었다.

그때까지 아무말도 없던 남궁환이 마침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불편을 끼쳐드려 여러 가주들께 죄송하단 말씀 올리오. 허나, 본인 또한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일인지라, 추후 어떻게 된 일인지 조사하여 내 말씀드리겠소.”

“남궁가주님께서 이리 말씀하시니, 저희야 뭐 따로 할 말이 더 있겠습니까? 어련히 알아서 해주시겠지요.”


당제의 중재에 다른 가주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의견에 동의했다.

이내, 돌아선 남궁환의 표정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 * *


그날 저녁.

예선 사차전은 싱겁게 끝을 맺었다.

사실 기권을 외쳤지만, 난 모두가 보는 앞에서 팽지혁을 제압했다.

단순한 기파만으로 팽지혁을 물러서게 했다는 것.

그것이 모두의 뇌리에 각인된 셈이다.

그런 마당에 난 다시금 제갈세가로 돌아왔다.

용봉회를 완벽히 내 판으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도주한 그 의문의 개자식을 잡아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별 수 있겠는가? 이미 도망간 놈을.


드르륵.


난 총관 서태평이 안내해 준, 곳으로 향했다.

제갈세가는 다른 가문들과는 달리 무가보다는 아무래도 문인집안 특유의 먹냄새가 풍기는 곳이었다.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을 지나, 후원으로 들어섰을 때, 나는 무심코 걸음을 멈추고야 말았다.


“······.”


흑풍절야, 평천하제갈.


후원으로 향하는 길목에 놓인 거대한 바위.

그 바위에 검으로 새긴 듯 보이는 글귀에는 마치 용이 살아 꿈틀거리는 듯한 웅혼한 기색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흑풍을 베어낸 밤, 제갈은 다시금 천하를 평정한다.”


뜻을 풀이하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광오하구나.”


내 이름이 당당히 새겨진 바위다.


“그렇지요, 너무나도 광오한 문구입니다.”


그런 내 뒤로 누군가 나타났다.

이미 수십여장부터 내 뒤를 쫓고 있었음을 알고 있었기에, 난 일체 미동도 않고 가만히 바위만을 바라보았다.


“해석하기에 따라, 흑풍을 베어내기도 혹은 흑풍이 베어낸 밤을 따라서도······어떻게든 해석이 가능하답니다.”


뒷짐을 쥔 채, 내게 천천히 다가오는 한 사내.

백옥같은 피부에 섭선을 살랑이는 그 사내는 마치 여인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곱디 고운 미색을 가지고 있었다.


착-!


그런 그가 섭선을 탁 쳐, 걷어들이고는 뒤돌아서있는 내게 한쪽 무릎을 굽혔다.


“감히 인사올리겠습니다, 흑풍대 작전조 소속, 제갈형문. 흑풍대주를······뵙습니다.”


아득한 기억의 파편 중 하나가, 파문을 일으키며 두둥실 수면위로 떠올랐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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