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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jdguswns0908 님의 서재입니다.

표지

독점 남궁대제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얼죽아.
그림/삽화
얼죽아.
작품등록일 :
2022.09.23 16:10
최근연재일 :
2022.10.22 20:4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218,804
추천수 :
4,201
글자수 :
184,176

작성
22.10.05 08:50
조회
6,350
추천
117
글자
13쪽

16화.

DUMMY

16화.



“나와 할 얘기가 있지 않느냐?”


남궁천이 날 보며 한 말이었고,


“전 없는데요.”


이건 내가 전한 말이었다.

굳이 그와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난 있다. 놈! 이리 와 앉거라!”


내 태도에 남궁천이 버럭 일갈을 내질렀다.

동시에, 퍼져나온 짜릿한 기파에 나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생사현관을 타통했다지만, 역시 아직 남궁천의 경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


난 불만 가득한 표정을 일부러 드러낸 채, 그대로 그의 앞에 앉았다.


어쩔 수 없이 지금은 굴복한다.

지금은 내가 더 약하니까.

물론 남궁천의 표정도 썩을 대로 썩었지만, 내가 군소리없이 자리에 앉자 그는 이내 포기하고는 마저 입을 열었다.


“전에 네가 얘기했던 거나 마저 풀어보자꾸나.”

“무슨 말요? 제가 뭘 말했습니까?”

“시작은 남궁이 했다는 그 말. 네 놈의 말에는 명백히 세가를 향한 적의가 가득했음이라!”

“아, 그냥 화나서 한 말이니까 잊으십쇼.”


난 대충 성의 없게 지껄였다.

굳이 남궁천에게 사서 의심을 주고 싶진 않았다.

당시에는 감정이 욱해서, 생각나는대로 지껄인 것에 지나지 않았다라고 말은 했지만, 실은 남궁세가에 어느정도 실망은 한 상태긴 했다.


뭐, 뜯어고치겠다 이런건 아니다.

그럴만한 정도 없고, 필요도 없고, 시간도 없다.

다만, 내가 이용하기 좋게 개조 정도는 해줄 생각이다, 후후.


“거 참, 당시에 물으시던지, 왜 이제와서 이러십니까?”

“뭐가 그리 서운했더냐?”


남궁천의 어조가 조금은 부드러워진 것 같다.

갑자기 사람이 변하니까 속이 느글거린다.


“세가의 대장로인 나는 누구를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지 않았느냐. 그것은 곧 싸움을 부추기는 일이 될 터이니.”

“이미 싸움은 벌어졌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그런 소리를 하신다는게 전······정말 모순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럴수도 있겠지. 허나, 내가 나선다면? 내가 나선다해서 후계싸움이 멈출 것 같더냐?”


남궁천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희 형제들 뿐만 아니라, 네 놈 사촌 형제들도 생각을 해보거라. 이건 단순하게 너만의 문제가 아니니······.”

“왜요? 왜 저만의 문제가 아닙니까?”


난 비릿한 웃음을 머금고 남궁천의 두 눈을 똑바로 직시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내 문제가 아니라, 남궁시후의 문제였지만... 이상하게 울컥 화가 치솟았다.


“날 죽이겠다는 사람 천지인데, 그게 내 문제지. 왜 나만의 문제가 아니냐고요. 죽음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는거... 그게 얼마나 뭣 같은지 아십니까? ”

“······.”


흑풍대주였을때의 감정이 나도 모르게 새어나왔다.

흑령궁에서 하루하루 살기 위해 발악하던 그 날, 그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비참한 죽음이든, 숭고한 죽음이든 그게 어떤 죽음이던간에, 죽음은 그냥 죽음이다.


개 같은 명예로 포장하고, 어떠한 명분을 가져다 대도 죽음이란 것에 당당할 수 있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엄습하는 죽음에게, 비로소 무릎을 꿇었을 때.

그건 운 좋게 살아도, 이미 산다고 할 수 없을만큼 피폐해져 있으리라.


미치도록 경험해봤으니까.

그렇기에 난 고통스럽게 죽어갔을 남궁시후를 위해, 이렇게나마 혼을 달래보는 거다.


그의 사무친 원한의 깊이가 어느정도일지 나조차도 쉽게 가늠이 되지 않았으니까.


“나더러 세가를 생각해라, 세가의 가주직을 이어받으려면 세가 전체를 위하는 마음도 길러야 한다······이딴 소리는 하지 마십쇼. 그럴 마음 추호도 없으니까.”

“후후, 정말 달라졌구나.”


남궁천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 역시 마주쳐오는 시선을 굳이 피하지 않았다.


“오냐, 내 여기서 무슨 말을 한 대도 이미 삐뚤어진 네 시선으로는 그리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구나. 좋다.”


남궁천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괜시리 기분만 더 안 좋아졌다.


그런 내게 남궁천이 마저 입을 열었다.


“증명해보이거라. 이번 용봉회에서.”


어차피 가지 말라해도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을 굳이 입밖으로 내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다.


“내 특별히 가주에게 얘기를 해놓을터이니, 그동안 심기일전하여 네가 직접 증명하거라. 허면······혹시 모르지. 아무도 생각지 않았던 변수가 생길지도.”

“증명이라.”


절로 입꼬리가 비틀렸다.

난 이깟 장단에 놀아줄 의향이 전혀 없다.

하지만 웃기게도 황궁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남궁세가를 완벽히 손아귀에 쥐어야 했다.


난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돌아섰다.

그래도 남궁천에 대해 알아낸 사실이 조금은 있었다.


어쩌면 남궁천만은 이 남궁시후를 지켜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방식은 확실히 잘못됐지만.’


아무리 무가여도, 그래서 강하게 키워야 된다고 생각해서.

어떤 핑계를 가져다댄들, 이미 죽은 남궁시후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 상황은 제대로 이용해주지.’


남궁천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다해도, 난 이미 내딘 걸음을 돌이킬 생각이 전혀 없었다.


* * *


“치밀해.”


남궁시후가 떠나고 남궁천은 홀로 생각에 잠겼다.

그는 남궁세가의 대 장로로써 충분히 균형을 잡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도 사람이다.

당연히 마음속으로는 더 애정이 가고 눈길이 가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사실 그는 혼인도 치르지 않았고, 그랬기에 자식도 없었다.

그래서 자식을 가진 아비의 마음을 모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눈길이 가는 아이는 항상 있었다.


“남궁시후.”


그리고 그런 시후의 어미인 그녀까지도.

소영이만을 데리고 세가에 들어온 그녀는 정말이지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비록 행색은 초라했지만, 누가봐도 기품이 서린 몸짓과 어조는 충분히 세가의 어른들을 단숨에 휘어잡을만큼 대단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녀는 너무도 여렸다.

그리고 남궁환에게는 다른 부인들이 있었다.


그것은 곧 그녀를 지옥으로 몰아넣었을 것이다.


‘도와주세요, 시숙······제발.’


자신을 내보내달라고.

이 지옥같은 세가에서 제발 좀 벗어나게 해달라고.

그렇게 매일같이 애원했었다.

하지만 그는 남궁세가의 대장로였다.

가문의 분란이 이는건 그도 원치 않았다.


그래서 무시했다.

그게 천추의 한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렇게 그녀는 하루가 다르게 말라갔고, 결국에는 죽어버렸다.

그녀가 죽은 뒤, 남궁환 역시 달라졌다.

애초에 저렇게 차가운 동생이 아니었는데, 자식들조차 모조리 내팽겨둔 채, 오로지 세가 일에만 몰두했으니까.


“쯧쯧.”


그랬기에, 남궁천은 몰래 숨어서 남궁시후를 지켜봤다.

하지만······역시는 역시였다.

무공에도 재능이 없고, 근골조차 평범했으며 무엇보다 멍청했다는 말이 제일 잘 어울리는 그저 그런 녀석이었다.


처음에는 도와줄까도 생각을 했었다.

남궁천이 돕는다면 세가 내에 그 누가 감히 뭐라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

제수씨의 죽음처럼, 자신이 돕는다는 것은 곧 세가내의 분란을 만들어버리는 꼴이 될까 봐.


그렇게 멍청하다고만 생각했던 넷째 조카도 제수씨처럼 점점 죽어가기 시작했다.

눈빛이 죽고, 몸이 죽고······마침내는 정신마저 죽어버린 그런 모습들을 남궁천은 탄식하며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언제부터 일까?

어느 순간부터 시후는 완벽히 달라졌다.


의와 협은 모두 죽어버렸다며, 남궁천 본인에게 당당히 일갈했다.

같은 식구끼리도 챙기지 못할 의 와 협을 어디 당당하게 나가서 외칠 수 있겠는가.


그렇게 독기라고 해야 할까?

남궁시후는 아예 눈빛 자체가 달라져 있었다.


“만약 녀석의 말이 사실이라면······.”


눈대중으로 무공을 익혔다는 그 말이 사실이라면······.

여지껏 그런 멍청한 행동으로 자신을 숨겨왔다는 말도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온 몸에 전율이 일었다.


그리고 마침내는 오늘, 그는 결국 보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적잖이 놀랐으니까.


“태양혈.”


내공을 일갑자 이상 쌓는 순간, 볼록해지는 태양혈이 그 증거였다.

그 나이에 내공을 일갑자 이상 쌓았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

검의 천재라 일컬어지던, 저 검치 독무자도 그 나이에 저만한 내공을 쌓지 못했었으니까.


물론 내공을 쌓는다해도 무학에 대한 깨달음이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내공만 많아봐야 어따 써먹느냔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저 멀리 짐을 싸고 문을 나서는 시후의 모습을 보면 말이다.

뒷짐을 쥔 채, 떠나는 남궁시후를 바라보며 남궁천은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나직히 입을 열었다.


“용봉회에서 돌아오면······그때는 달라지겠지. 이곳이······또한 내가.”


한차례 비바람이라도 몰아치려는지, 어째 오늘따라 날이 별로 좋지 않았다.


* * * 


용봉회의 날짜가 정해졌다.

남은 기간은 꼬박 석달.

더군다나 용봉회에 참석하는 우리 가주 직계 형제들에게는 마차도 지급된다.

또한 호위를 위해 따로 남궁세가의 정예인 창룡검대까지도 따라붙는다.

한마디로······귀찮은 상황이라는 거다.


그래서 난 묘수를 생각해냈다.


“먼저 튄다.”


이곳 안휘성에서, 제갈세가가 있는 섬서성의 서안까지는 무진장 멀다.

말을 타지 않는다면 대충 두어달만 걸어가면 도착할 것이다.

물론 유유자적 걸어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운동하기도 딱 좋네.”


난 내 처소에 도착하기 무섭게 짐을 싸기 시작했다.


“공자님, 어디 가세요?”


소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고, 난 그녀를 향해 얼른 입을 열었다.


“너도 짐 싸. 우리 용봉회에 맞춰 도착하려면 지금 출발해야 돼.”

“엥? 용봉회는 아직 석달이나 남았는데요?”


멈칫.

그녀의 말에 난 짐싸던 손을 멈추고 소영을 돌아봤다.


“용봉회가 석달 남은걸 넌 어떻게 알았지?”

“그야 이미 예전부터 들었는데요?”

“······.”


수상하다.

분명 남궁천은 오늘 우리를 불러모은 자리에서 날짜가 이제 정해졌다고 했다.

하지만 그걸 굳이 입밖으로 내지 않았다.

어차피 처음부터 이 몸에 깃들었을 때 소영부터 의심을 하고 있었으니까.


“난 먼저 출발할거야.”

“왜요? 어차피 마차도 다 내주실텐데······.”

“내가 그 밥맛 떨어지는 것들하고 같이 사이좋게 마차에 타게 생겼냐?”

“그건 그렇죠. 헤헤.”


소영은 이내 납득했다는 듯 헤실헤실 웃으면서 자신의 짐을 챙긴다며 나가버렸다.


“생각할수록 수상하네.”


진지하게 한번 뒤를 파볼까 고민했지만, 곧 난 고개를 내저었다.

지금 할 일도 태산인데 소영이까지 신경쓰기에는 몸이 두 개라도 부족했다.

난 그렇게 소영이더러 짐을 싸라고 처소에 보내놓고는 후다닥 밖으로 나섰다.

소영이라는 수상한 짐 덩어리 하나를 달고 가기에는 너무너무 귀찮았다.


“안됩니다.”


물론 곧장 문을 지키는 경계무사에게 발목을 잡혔지만.


“뒤에 백부님이 보고있는 것 안 보여? 이미 허락 받았다고.”

“······.”


이 한마디로 난 세가를 벗어났다.

어째선지 남궁천은 날 보고 있음에도 잡지 않았다.

그것은 곧 내가 떠난다는 것을 허락했다는 것과 다름없다.


내가 굳이 용봉회 날짜까지 꽤 시간이 남았음에도 이런 고생을 감수하는 것은······비단 귀찮아서만은 아니었다.


바로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을 찾기 위함이 더욱 컸다.


“내공, 그리고······근력.”


탈태환골을 하지 않는 한, 골격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

순수한 근육의 힘이 동반되어야 같은 내공과 무학을 가지고도 무리없이 내 마음대로 펼칠 수 있는 법.

그렇기에 난 일부러 이런 고행을 선택한 것이다.

내공이야 어차피 제갈세가에 가는 김에 옆동네인 사천성을 들러 내 비밀창고를 털면 된다.


그러니까 용봉회 전까지 남은 석달은 순수하게 몸의 근력을 붙이고 유연성을 좀 기르

고, 체력도 다져놓을 수 있는 충분한 기회의 장이 된 셈이었다.


“그 전에······.”


물론 지금 당장 들를 곳은 따로 있었다.

일단······애석하게도 난 땡전 한푼 없다.

소호의 창고에서 가져온 재물은 몽땅 영약으로 바꿔먹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돈이 나올 구멍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본국상단이랬지, 아마?”


제대로 삥을 뜯을 수 있는 좋은 곳이 떡하니 날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아주 제대로 뜯어먹어 줄 생각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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