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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소진의 서재

나만의 길을 가는 탑솔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김영한
작품등록일 :
2021.03.10 17:47
최근연재일 :
2021.04.02 13:45
연재수 :
3 회
조회수 :
421
추천수 :
4
글자수 :
11,797

작성
21.03.10 18:36
조회
83
추천
1
글자
10쪽

01. 트롤? 맞트롤! (2)

DUMMY

“씨발, 이게 무슨······.”


티머가 되어버린 강종수의 머리는 번개처럼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가 의식을 잃기 직전 했던 게임, 그리고 그 게임에서 그가 가장 즐겨하던 최애 챔피언 티머.


그리고 티머가 되어있는 자신.


“그렇다면 이건······.”


강종수는 스스로 감탄할 정도로 놀라운 추리력을 발휘하며, 이것은 그가 사경을 헤매는 사이 꾸고 있는 개꿈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가끔 반쯤 자각몽에 가까운 꿈을 꿔본 적은 있었지만······ 그래도 이거는 좀······.”


왠만한 어린 아이들만큼 작은 키에, 새끼 곰마냥 온몸에 나있는 부들부들한 털.


그리고 그도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게 입에 문 곰방대와, 그 끝에서 피어오르는 담배연기까지. ······담배 연기?


“콜록, 콜록······! 뭐야, 내가 언제 담배를······.”


비흡연자인 강종수는 자신이 골치 아픈 고민 앞에서 본능적으로 담배를 피웠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아쉽게도 그에겐 이 낯선 현상에 대해 더 고민할 시간적인 여유가 주어지지 않았다.


“저쪽이다! 이 몬스터 새끼들······! 다 죽여버려!”


그리고 돌연 괴성과 함께 그가 서있던 숲 너머에서 달려오는 수십 명의 건장한 남자들.


“······미니몹?”


그들이 입고 있는 복장과 무기를 보아하니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그 친구들이 맞다는 직감이 들었지만, 아쉽게도 당장 눈앞에 4D로 구현된 그들의 실체는 영화 속 깡패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강건한 병사들.


이에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한 강종수는 황급히 자신의 몸에 묶여진 도구들을 살피며 이리저리 손을 더듬었다.


“총! 이 티머 새끼, 총은 어디다 놨어!”


하지만 달리는 와중에 고개를 돌려 그가 처음 서있던 지점을 보니, 나무에 기대진 채 뻗어져 있는 아름다운 AK-47 소총의 자태.


“씨발······. 왜 하필 북한 놈들 총이······. 아, 일단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더 이상 생각하기를 포기한 강종수는 이 개꿈에서 무참히 살해당하지 않기 위해 총을 포기하고 필사적으로 달렸고, 다행히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잽싼 티머의 발놀림 덕분에 그는 드디어 아군이 모여있는 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도, 도와주세요! 저기 저 미니몹······ 아니, 병사들이······!”

“음? 저 씨발, 트롤 새끼가······! 적당히 구석에 찌그러져 있으랬더니, 이번엔 대놓고 인간 병사들을 몰고 왔어?”

“적이다! 다들 전투 준비!”


그리고 티머가 된 강종수와 그를 뒤쫓는 인간 병사들이 가까워지자, 엘프와 수인족을 비롯한 여러 숲 진영의 전사들이 일제히 달려나와 인간 병사들을 향해 돌진했다.


“어······ 어! 지나갑니다!”


그리고 강종수는 티머의 날랜 발걸음을 이용해 앞에서 달려오는 엘프와 수인족 전사들을 이리저리 피해 움직였고, 그럴 때마다 엘프와 수인족 전사들은 한껏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흘겨봤지만 뒤이어 달려드는 인간 병사들 때문에 어느새 그들의 시선은 다시 전방을 향해 움직였다.


“후욱······ 후우······. 씨발, 개꿈 꾸다 뒤질 뻔했네.”


어느덧 숲 진영 전사들의 가장 후방에 도착한 티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한창 난전을 벌이는 이들을 바라보다, 안전하다는 확신이 섬과 동시에 그대로 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워 버렸다.


“후우······ 근데 원래 꿈에서도 이렇게 숨이 차고 그러나?”


그리고 돌연 그가 꾸고 있는 꿈에 대한 의아함이 들었지만, 그가 고민에 잠김과 동시에 자연스레 입에 물리고 마는 곰방대.


“콜록, 콜록······!”


이에 비흡연자인 강종수는 누워 있다가 갑작스레 고통스런 기침을 토해내고는 가까스로 진정하며 옆에 있던 바위 뒤에 숨은 채 길게 심호흡을 반복했다.


“씨발, 이게 꿈이라고?”


고개를 슬쩍 들어 바위 너머를 바라보니 어느덧 숲 진영과, 인간 진영의 싸움은 절정에 달해 양쪽 병력의 절반 이상이 죽거나 심한 부상을 입고 있는 상황.


하지만 무수한 전장을 거쳐온 강종수는 이내 그 전투의 끝이 숲 진영의 패배로 끝나리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하곤 다시 고민에 잠기기 시작했다.


“저거 길어야 10분이면 몰살각인데······. 그렇다고 총도 없는 티머인 내가 같이 칼 들고 싸워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게 그가 곰방대를 물고 숨을 들이마시려는 찰나.


바위 옆으로 불쏙 튀어나온 인간 병사 하나가 피칠갑이 된 칼을 내밀며 그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이 더러운 티머 새끼······!”


그리고 강종수는 반사적으로 오른쪽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아냄과 동시에 녀석의 가슴팍을 향해 발사.


탕! 타당! 탕! 탕!


무려 5발이나 되는 탄환이 연이어 쏟아지자 상대는 가슴팍에서 엄청난 피를 쏟아내며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졌고, 강종수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화약 냄새를 맡으며 화들짝 몸을 일으켜 세웠다.


“씨, 씨발. 뭐야······. 나······ 사격 만발?”


강종수는 순간 자신이 계속 이상한 말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아쉽게도 그에겐 계속해서 고민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이 개새끼가······!”

“야! 티머는 개가 아니라, 곰이라고······!”


탕! 탕탕! 탕!


티머를 비하하는 발언에 발끈한 강종수는 연달아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고, 어느새 그가 탄창 하나를 다 비웠을 때에는 주변에 4명이나 되는 인간 병사의 시신이 널부러져 있었다.


“티머가 저걸······?”

“오오! 다들 힘을 내라! 티머가 드디어 각성했다!”

“씨발 새끼! 기왕 각성할 거면 아까 저 인간 새끼들 오기 전에 일찍 좀 각성하지! 꼭 이럴 때 각성해야지만······ 속이 후련했냐!”


강종수는 환호하는 엘프와 수인족 전사들 사이에서 뭔가 익숙한 듯 낯선 한 마디를 들은 것 같은 기분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아쉽게도 그의 손엔 곰방대 대신 권총이 쥐어져 있었기에 그는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다행이네, 탄창은 넉넉해.’


그래도 이 티머는 그 흔한 잡종 티머들과는 다른 것인지 권총 탄창만 무려 대여섯 개가 전투 조끼에 꽂혀 있었고, 이에 강종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가 가진 사격만발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며 빠르게 인간 병사들의 수를 순식간에 줄여나갔다.


“제, 젠장! 도망쳐!”

“퇴각하라! 다들 퇴각해!”

“부상자들은 버리고 간다! 뒤돌아보지 말고 숙영지까지 계속 달려!”


이에 인간 병사들은 더 이상의 전투를 포기하고 일제히 퇴각하기 시작했고, 마찬가지로 엘프와 수인족 전사들은 죽은 동료들의 복수를 부르짖으며 이를 추격하기 시작.


그리고 그제서야 긴장감이 풀린 강종수는 쓰러지듯 바닥에 주저앉아 잠시 숨을 고르다가, 이내 자신의 티머 전용총을 놓고 왔다는 것을 깨닫곤 황급히 멀어지는 숲 진영 전사들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멈춰라! 이 비겁한 인간 놈들!”

“남자가 써렌이라니! 적을 앞에 두고 퇴각이라니!”


그리고 강종수는 고성을 지르는 숲 진영 전사들의 뒤를 따라 달리다 그가 놓고 갔던 티모총을 발견하곤 황급히 그 총을 주워들며 빠르게 노리쇠를 2-3회 후퇴전진 시켰다.


“우상탄 열 발 이상무! 어······?”


강종수는 점점 스스로가 자신이 아니게 되어간다는 불안감에 돌연 말을 멈췄고, 이내 그는 잠시 고민에 잠기려다가 어느새 손에 쥐어진 곰방대를 바라보며 황급히 곰방대 끝의 담뱃재를 바닥에 털어냈다.


“이 씨발······. 이게 대체 뭐하자는 건데······.”


그렇게 강종수가 곰방대를 입에 물지 않기 위해 왼손으로는 입을 틀어막고, 오른손으로는 곰방대를 든 채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저 멀리서는 자신감 넘치게 추격에 나섰던 숲 진영 전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일제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매, 매복이다!”

“정글이 왜 이런 곳에······!”

“하하하하! 우리의 퇴각은 모두 이 갱을 부르기 위한 2보 후퇴였을 뿐!”


그렇게 숲 진영 전사들이 갑작스런 인간 진영의 기습에 필사적인 도주를 시도하자, 상대 쪽의 챔피언인 브이는 말캉말캉한 슬라임 덩어리를 마치 포탄처럼 쏘아내며 연달아 수인족 전사들의 몸통을 꿰뚫었다.


“하하하하! 죽어라, 이 미니몹 놈들! 빨리 다 죽어서 전부 내 골드가 되라고!”


그렇게 브이의 활약으로 숲 진영 전사들의 몰살이 코앞까지 다가온 가운데.


돌연 숲 진영 전사들이 도망치려던 커다란 바위 쪽에서 귀여운 새끼 곰의 얼굴이 불쑥 튀어올라왔다.


“······티머?”

“본 중대장은 너희들에게 실망했다.”


강종수는 자신도 모르게 입밖으로 튀어나간 한마디에 잠시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이내 티머 전용총을 들어 신중하게 커다란 젤리 덩어리인 브이를 조준했다.


“······사요나라!”


탕!


전장을 울리는 커다란 총성에 한순간 나무들 위에 앉아 있던 새들이 일제히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고, 강종수는 진하게 밀려오는 화약 냄새에 코끝을 찡긋거리며 반동으로 흐트러진 조준점을 다시 맞춰나갔다.


“······해치웠나?”


그리고 강종수는 자신도 모르게 외쳐버린 마법의 주문에 스스로 경악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뒤이어 약속한 것마냥 저 멀리에서는 거대한 젤리 덩어리가 다시 한번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그렇게 강종수는 점점 그 커다란 젤리 몸으로 다가오는 브이를 보며 서서히 방아쇠를 당겼다.


작가의말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오늘 술을 마시지 않았고, 현재 아무런 약도 복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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