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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로간다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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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로간다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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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0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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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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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기생인-5화

DUMMY

오후 1시쯤 넘어서자 손님들이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기다렸다가 2시가 되자 잠시 브레이크 타임으로 팻말을 바꾸고 나머지 부족한 것이 있는지 찾아봤지만, 딱히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그래서 남는 시간동안 새로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4시 반에 알람을 맞추어 놓고 식사를 했다. 요리를 하다 보니 배가 고픈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손님들과 겸상을 할 수 없으니 식사 시간을 바꾸는 것은 당연했다.

아직 따끈한 쌀밥에 얼큰한 김치국, 그리고 오댕 볶음과 감자볶음. 김치 볶음과 깍두기를 식판에 받아서 해결했다.


대박은 아니지만 어디서나 먹혀드는 반찬들이었다. 어디를 가더라도 먹을 수 있고 집에서도 먹을 수 있는 요리들. 하지만 집에서 해결하기가 까다로운 음식들이기도 했다.


식사하고 나서 무료한 시간 동안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가 천장을 바라보니 돌아가는 CCTV가 보였다. 저것 설치한다고 제법 돈이 깨졌다. 하지만 저게 있으니 혹시나 생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저 영상은 두 군데로 송출된다. 하나는 보안회사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컴퓨터였다.

솔직히 여기에 누가 와서 건들지는 않겠지만 항상 준비해야 하는 게 인생살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잠시 딴생각을 하다가 의자를 모아서 누울 곳을 만들고 잠이 들었다.


4시 반이 되었는지 알람이 울렸다. 잠에서 깨어나지만, 정신이나 육체는 아직 잠에 익숙해져 있었다. 간단한 체조를 하면서 정신을 채우고 부족했던 반찬들을 데워서 다시 통에 보관했다.


5시 되기 3분 전에 나가서 팻말을 다시 오픈으로 바꿔주었다.

그날 8시가 돼서야 청소를 끝낸 영수는 정산의 시간을 가졌다. 개장 첫날 총 32명의 손님이 왔다. 저렴한 식사라 보니 생각보다 많은 숫자가 온 거였다. 앞으로 수익에 따라 반찬의 숫자를 늘리거나 다양한 메뉴를 만들 생각이었다.


그리고 오늘 첫날 수입은 14만 원이었다. 백반이 4천 원이니 32명이면 12만 8천 원이겠지만 음료를 12개 팔아서 14만 원 수입이 되었다.


“흠. 오늘 반찬은 내일까지 쓰고 모레는 폐기해야겠네.”


쓰고 남은 반찬이 아니라 반찬 재사용은 아니었다. 음식을 판매할 때 반찬 재사용을 혐오하는 영수였기에 반찬 재사용을 절대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


덜어서 먹은 음식이니 문제가 될 것도 없었다. 내일은 두부 부침을 해서 내놓을 생각이었다. 아마도 가장 인기가 좋을 반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점심시간이 되자 손님들이 들어왔고 역시나 예상대로 두부 부침이 가장 인기가 좋았다. 거기에 양념간장까지 같이 하니 누구나 손이 가는 것은 당연했다.

혹시나 몰라서 두부를 5판 주문하기를 잘한 것 같았다. 부지런히 튀기고 또 튀기다 보니 어느덧 손님들은 가고 다른 손님들이 왔다.


영수는 반찬의 기본을 김치 볶음과 오댕볶음으로 하고 나머지를 요일마다 변경했다. 내일은 어육소시지를 달걀에 묻혀서 내보낼 생각이었다. 분홍색에 달걀을 입은 분홍 소시지에 케첩이면 밥반찬으로 끝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루. 이틀. 삼일. 시간이 갈수록 영수의 식당에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저렴한 가격에 마음껏 먹을 수 있는 특징. 그리고 매일 바뀌는 국과 반찬들이 손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약간 외진 곳이라 사람들이 알 수 없기에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게 외양 치중에 힘을 줬다.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게 간판의 백반을 크게 제작했고 전문점이 아닌 식당으로 표기했다. 전문점이라고 하기에는 자신의 실력이 미천해서 그렇기도 했다.


어쨌든 장사는 순탄했다. 이틀째에는 12만 원. 삼 일째는 9만 3천 원. 사 일째에는 11만 3천 원. 오 일째에는 8만 7천 원 등 십만 원에서 위아래로 이만 원을 왔다 갔다 했다.

이렇게 되자 남은 음식들이 많아졌지만, 평균적으로 먹는 50인분과 리필해서 먹는 50인분은 생각보다 많이 나갔다. 덕분에 10인분씩 항상 남았는데 남은 음식은 자신의 일용한 양식이 되어주었다. 왜 다른 사업과 다르게 식당이 끈질기게 버틸 수 있었는지 이유를 체감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금요일. 영수는 치킨집에 들러서 주문해 놓은 포장 상자와 집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서 4캔 만 원인 맥주를 사서 집으로 들어갔다.

영수는 티브이를 켜고 치맥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뉴스를 보니 자영업자가 힘들다고 난리를 치는 뉴스가 나왔다.


“안 힘든 사람 누구 있겠나.”


자영업자만 힘드나. 샐러리맨도 힘들다. 하지만 사람들은 샐러리맨을 걱정하지 않는다. 이유는 하나다. 잘리면 백수라 신경 쓰지 않고 샐러리맨은 직장이 있으니 또 신경 쓰지 않는다. 참으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이중고라고 할 수 있었다.


“딱 1년이 마지노선이겠지.”


추가 대출금을 받기 위해서는 반년간 유지해야 했다. 못해도 대출금으로 삼천만 원 이상 벌 수 있어 보였고 차후 이것저것 하다 보면 얼마 안 되지만 꾸준히 돈을 벌 수 있어 보였다. 그때쯤 되면 자신의 수중에 몇억은 생길 거다. 대출금 1억은 단번에 갚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1년이 지나고 나면 폐업을 할 가능성이 컸다. 아무래도 백반으로 돈을 벌기 힘드니 말이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서 해볼 생각이었다.


1달이 지났다. 그 한 달 동안 영수의 돈충은 기존 30마리에서 50마리로 늘어났다.

달마다 꾸준히 들어오는 기생인 수익금과 남은 잔돈 이천만 원 중에서 천만 원을 돈충으로 사용했다. 덕분에 영수의 하루 수익금은 50만 원으로 증가하였다. 한 달에 1500만 원이었고 일 년이면 1억 8250만 원이 되었다.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돈이 1억이 넘어섰다!


그 말은 곧 숙주도 30명에서 50명으로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돈충

보유: 50마리

단계: 1단계(50)

기생: 50마리.

대기: 0마리

수익: 50만 원.]


보기만 해도 포만감이 느껴졌다. 돈충의 숫자를 10의 자리로 잡는 것은 헷갈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아무래도 한 마리씩 늘리는 것보다 지금처럼 10마리로 늘리는 게 보기에도 좋았고 휴일에 한 번에 나가서 숙주에게 기생시키는 것도 편했다.


처음에는 한 마리씩 늘리지 못하면 손해 본다는 생각에 돈충 숫자부터 늘렸지만, 돈충을 늘려봤자 숙주가 없으면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 주말마다 돈충을 생성하고 숙주에게 기생을 시켰다.


참고로 현재까지 모든 숙주는 은빛 소유자들이었다. 금빛을 보고 싶었지만 의외로 금빛 소유자는 잘 보이지 않았다. 저번에 도로에서 봤던 그 재벌 3세. 혹은 4세로 보이는 남자를 제외하고 말이다.


어쨌든 영수는 평일에는 식당을. 주말에는 숙주를 찾아 서울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한 달간 식당을 운영하면서 벌어들인 금액은 정확히 88만 원. 매일 같이 50명씩 왔다면 한 140만 원에서 160만 원까지 예상했던 수익이 반으로 줄어든 거였다. 그 말은 곧 사람들이 30명 선에서 들어왔다는 거였다. 나쁘지 않은 액수였다. 저렴한 백반으로 이 정도 벌었다면 평타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투자한 금액과 들인 노력에 비해서 형편없지만 그게 자신만 그런 게 아니니 상관없었다.


새로운 달 월요일 아침. 영수는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아침으로 시리얼에 우유를 타서 먹었다.


“아저씨.”


그때 문을 열고 한 꼬마가 들어왔다. 척 봐도 아직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소년이 들어오면서 반갑게 인사를 해왔다.


“어. 왔냐.”


손을 흔들자 녀석은 영수의 앞에 앉았다.


“여기요.”


그것은 도시락이었다. 안을 보니 깨끗하게 씻은 도시락이었다.


“그래. 설거지도 했네.”

“먹고 나서 설거지는 기본이죠.”


녀석은 당당하게 말했다.


“저도 주세요.”

“그래.”


영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대접에 시리얼과 우유를 부어주었다.


“헤헤.”


소년의 이름은 김철수. 녀석과 만난 것은 이 주째 월요일 저녁때였다.

저녁 장사를 준비하고 있을 때 문이 열리더니 소년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인사성이 밝은 소년이었다.


“어서 오렴.”


영수도 반갑게 맞이해주는데 녀석이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영수에게 내밀었다.


“저. 이걸로 식사 가능해요?”


무엇인가 보니 아동 급식 카드였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것으로 하루에 한 끼 6천 원씩. 한 달 30일 기준 18만 원까지 충전되는 아동 급식 카드였다.


영수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모든 카드를 받을 수 있게 가맹점 처리를 했다. 그렇기에 어떤 카드라도 계산을 할 수 있었다.


“물론이지.”


다른 카드보다 수수율이 높아서 안 받는 식당들이 제법 많았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 편의점에서 자주 사용했는데 편의점 밥은 어쩌다 먹으면 맛있지만 매일 먹으면 질리는 법이었다.


“덜어 먹을 수 있지?”

“네.”


힘차게 말하더니 식판을 들고 배식을 하는 소년. 요즘 초등학교도 배식을 한다고 하니 아주 능숙했다. 밥도 푸짐하게. 반찬도 푸짐하게. 그리고 국도 푸짐하게 받았다.


“몇 학년이니?”


영수는 카드기에 결제하면서 말했다.


“5학년이요.”

“오. 내년이면 초등학교에서 제일 큰형이네.”

“헤헤.”


들어왔을 때 보였던 소심한 모습은 사라졌고 밝고 힘이 넘치는 모습이 보였다. 녀석은 이내 자리에 앉더니 식사를 시작했다. 확실히 5학년이다 보니 능숙하게 식사를 하는 게 제법 의젓해 보였다. 어쩌면 고난이 녀석을 어른으로 가는 시간을 단축한 것일지도 몰랐다.


“식사는 어떻게 하고 있니.”

“음음.”

“입에 든 것 삼키고 나서.”

“꿀꺽.”


이내 컵에 따른 물을 시원하게 마셨다.


“음. 평소와 비슷하게 하고 있어요.”

“그 평소가 어떤데?”

“음. 학교 못가면 굶고 학교 가면 안 굶는 정도?”

“이걸로 식사는 해결할 수 있니?”

“조금 힘들어요. 사용하지 못하는 곳도 많고요.”


사람이란 이상한 존재들이었다. 같은 돈인데 형편이 어려워 발급받은 카드를 보고 차별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법인카드는 기업이라 좋아하고 아동 급식 카드는 불우한 이웃이 받는다고 차별을 하다니.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여기 얼마 들었니?”

“왜요?”

“우리 식당 가격 알지?”

“네. 화이트 보드에 4천 원이라고 적혀 있던데요.”

“만약 여기 돈이 12만 원을 결제한다면 하루 한 끼는 내가 책임지마.”

“주말은 영업 쉬지 않아요.”

“대신 도시락이라는 게 있지.”

“음.”

“참고로 나는 하루에 50인분을 준비하는데 우리 가게에는 40인분만 나가서 나머지 10인분을 내가 먹어 치워야 하지. 즉 남은 반찬들이 넉넉한데 생각 있니?”

“음. 그 반찬을 주신다는 거죠?”

“물론. 평일에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주말에는 도시락을 만들어주마.”

“그럼 아저씨 손해 아니에요?”


말똥말똥한 눈으로 말하는 소년. 그 모습에 영수는 웃었다.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그 말에서 알 수 있었다.


“매달 돈 내고 밥 먹는 손님이 있으면 나도 좋지.”


매달 12만 원 추가는 그만큼 영수 관점에서 이득이었다. 거기다가 배고픈 아이의 배를 채우기에도 딱 좋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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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의 능력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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