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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로간다 님의 서재입니다.

무한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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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로간다
작품등록일 :
2019.11.22 15: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8:59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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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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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913

작성
19.11.2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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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난데없는 이세계 생활

DUMMY

무한영혼



1999년 12월 31일.

시간 밤 11시 00분.


세계말.

종말.

20세기의 끝.


모든 사람이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을 때 오토바이를 타고 도시 곳곳을 누비는 무리가 있었다.

그들의 오토바이는 각지각색이었다. 모형도 다르고 튜닝도 했는지 화려하면서 다채로웠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포효하는 드래곤이 그들의 점퍼에 각인처럼 새겨 있었다. 그리고 그 제일 처음에 이 모든 자를 이끄는 사내가 있었다.

그의 점포에는 다른 점퍼와 다른 특별함이 있었다. 그것은 점퍼에 새겨진 붉은 드래곤의 두 눈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홍옥.

루비라고 불리는 보석이 그 점퍼에 각인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다른 점퍼에 비해서 유난히 존재감이 눈에 띄었다. 거기다가 그림도 달랐다. 포효하는 그림과 다르게 그 점퍼에는 군림하는 레드 드래곤이 있었다.




드래곤 랜드.

대한민국 모든 고등학교를 통일한 대장들의 모임.

사회의 악과 맞서기 위해서 학생들이 스스로 나섰던 역사적인 사건의 주역들.

전국 십만 명의 회원들이 있는 차세대 왕의 증표.

조직들도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무력의 결정체.

국가 권력도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권력의 상징.

국가와 조직이 함부로 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레드 드래곤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정치가와 재벌가, 그리고 마피아의 후손들이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학생들로 이루어진 조직이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더니 전국 고등학교를 지배하는 세력이 되었다.

20세기와 21세기가 교차하는 현대.

사람들은 이론보다 미신을 믿었고 알 수 없는 멸망론 때문에 불안감은 사람들의 뇌리에 인식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미묘한 세기말에 교묘하게 파고들었다.

불법과 합법. 그리고 편법이 판치는 심연의 그 미묘한 경계에서 레드 드래곤은 포효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유였다.

비록 기간이 한정된 자유라지만 자유라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그게 그들과의 약속이었다.

드래곤 랜드를 해체하는 대가로 오늘 그들의 질주는 허락을 받았다. 요번 질주를 사람들은 이렇게 불렀다.

드래곤 브레스. 용의 숨결.

드래곤 브레스는 한국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전설로 남을 거다.

모든 대로가 그들의 질주를 시작으로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집에서 티브이를 보는 사람들의 눈은 뉴스에 나오는 종각에 가 있을 거다. 어떤 언론도 절대 그들의 정보를 유출하지 않았다.

그들은 사라져야 했다.

웅웅웅

거친 배기음이 도로를 가득 태우고 있었다. 선두에 선 붉은 용이 포효하면 그 뒤를 이어서 모든 용이 단체로 질주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그들이 서울을 완주하고 약속된 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오늘로써 드래곤 랜드는 끝이다.”

“흑.”


붉은 점퍼를 입고 있는 남자의 말에 단상 밑에 있던 사람들이 우수로 가득 찬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우리의 만남은 우연일지 모르지만, 우리가 같이 움직일 때는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나는.”


그 순간 수천 명의 두 눈동자는 가장 높이 있는 남자에게 집중했다. 그렇게 크지도 않은 목소리인데 신기하게도 바로 귀에서 말하는 것처럼 들려왔다. 앞과 뒤와 상관없이 말이다.


“너희와 달려서 행복했다.”

“크흑.”


그 말이 결정타인지 울음을 참았던 자들까지 모두 함께 울었다.


“나 드래곤 로드 강한철은 세상을 향해 선포한다! 오늘부로 드래곤 랜드는 해체한다!”

그리고 그는 포효하듯이 말했다.

“그러니 행복하게 살아라!”

“예스. 마이 로드!”


드래곤 로드. 드래곤 랜드의 통치자가 가지는 직책이자 총대장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그리고 미국물이 든 한국인의 모습이기도 했다.


“가라!”


그 말이 끝나자 수천 명의 사람이 자신들의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집으로 말이다.

그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마지막까지 본 그는 자신의 오토바이에도 시동을 걸었다.


“갈 거야?”


그때 그를 붙잡는 목소리가 있었다.

뒤돌아보자 그곳에는 새하얀 여자가 있었다. 순수함의 결정체 같은 그녀는 눈의 여신 같았다. 알비노의 특성이 그대로 녹아내린 여자.

실버 드래곤. 은룡. 아이사 브란데.

드래곤 랜드의 한 축을 이루는 여덟 명의 드래곤 중 한명이었다. 그리고 그녀 뒤로 남은 6명의 용이 모여 있었다. 하나 같이 용이라는 단어가 부족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가야지. 내가 집에 가야지 오늘 일이 끝나지 않겠어.”


그 말에 그녀는 부정할 수 없었다. 오늘로써 드래곤 랜드는 해체되어야 한다. 그게 그들과의 거래 조건이었다.


“내일부터 새해니까 어디 놀러 갈까?”

“누구랑 가게.”

“우리 둘이.”

“정말?”


그 말에 눈이 반짝이는 그녀를 보자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정말이지. 그러니 내일 보자고.”

“어디서 보게?”

“우리 만나는 곳 있잖아.”

“좋아. 그럼 내일 10시에 보자.”

“알겠어. 그러니까 너도 퍼뜩 들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한철은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재들 보내고 가야지.”

“끙. 그럼 나 먼저 간다.”


손을 흔들어주면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한철.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8쌍의 눈동자들. 1시까지 집에 가기 위해서는 빨리 가야 할 듯싶었다.

속도를 높이자 빠르게 움직이는 소리가 귓가에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아직 통제되고 있는 한강대교로 향하고 있었다.

오토바이를 타자 추워지는 몸을 더욱 움츠리면 속력을 줄였다.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서 자고 싶었다. 내일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하지만 너무 추우니 잠시 쉬다가 갈 생각이었다. 오토바이에 기대어 한강의 검은 물결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좋은가 보네.]

“좋죠.”


강한철 주변에는 아무도 없지만, 그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 처음 인지를 한 순간부터 항상 같이 있었던 존재. 흔히들 귀신이라고 불리는 존재였다.

평범했던 자신이 특별했던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한철은 귀신들을 통해서 자신의 능력을 올렸고 이내 그 능력으로 인하여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일을 끝내잖아요.”

[잘했다.]

“녀석도 괜찮겠죠?”


그렇게 말하더니 하늘을 바라봤다. 달조차 뜨지 않아 캄캄한 밤하늘만이 그를 마주하고 있었다.


[흠. 그것 두고 봐야지. 근데 말이야. 너희들도 참 대단하다. 어떻게 그들과 싸울 생각을 했냐?]

“싸우지 않으면 저희도 나중에 먹힐 테니까요.”

[흠. 부정은 못 하겠구나.]

“어쨌든 집에 가서 자고 싶네요.”


내일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한강대교가 보인다. 이제 여기를 지나가기만 하면 집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시동을 걸었다. 속력이 점점 높아지면서 중간쯤에 도착할 때였다.


[피해!]


이름도 없어 그. 나이가 들어서는 멋져 보이게 무명이라고 불리던 귀신의 외침이 귓가에 파고들었다. 순간 몸을 움츠렸지만, 그것보다 빠르게 뭔가가 그를 꿰뚫었다.

펑 소리와 함께 그의 몸에서 감당할 수 없는 피가 터져 나왔고 핸들은 우측으로 꺾인 상태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가드 레인이 있었다.

쾅 소리와 함께 가드 레인 위로 넘어가는 한철과 오토바이 잔해 일부가 바다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허공에서 바다로 잠길 때 세상이 멈추었다.

1999년.

2000년.

그사이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13월의 기적이 생겨났다.

타원형 구체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한철이었다.


[한철아!]


한철이 떨어진 곳으로 영혼이 빠르게 다가갔지만, 한철의 육체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그렇게 한강에서는 한철을 찾기 위한 한 영혼의 수색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한철이 사라지고 오토바이 잔해가 바닷속으로 풍덩 빠져들었다.

그리고 한철의 사고 장소로 빠르게 다가오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제일 앞에 있던 남자가 명령했다.


“흔적을 찾아라.”


그들이 말한 흔적은 한가지였다. 그를 꿰뚫은 탄환.


“그리고 지워라.”


도로에 난 혈흔의 제거는 무엇보다도 신중해야 했다. 전문가들이 달려들어 약품으로 혈흔을 제일 먼저 제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탄환이 박힌 곳은 긴급 보수를 시작했다.

직원이 건네주는 탄환을 잠시 바라보더니 한철이 떨어진 곳으로 갔다.


“잘 가라.”


그리고 그 위로 탄환을 떨어트리는 남자였다.

탄환은 허공에서 강으로 그렇게 떨어졌다. 탄환은 그렇게 강물을 따라 거슬러 내려가고 있었다. 강이 모여 만드는 바다라는 곳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 바다보다 더 깊은 곳에 있는 자가 있었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핵보다 더 깊숙한 곳.

현세 사람들은 그곳을 이렇게 부른다.

저승이라고.


삼도천.

저승과 이승을 나누는 경계선.

그것은 강이라고 하기에 너무 넓고 너무 깊었다. 그리고 거칠었다. 폭풍을 만난 바다처럼 파도가 아파트 높이만큼 주변을 휩쓸고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파도는 강 위로 범람하지 않았다.

강의 시작은 커다란 절벽이 있었다. 그리고 그 강 앞에서 일단의 영혼들이 앉아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저승사자나 사신들이 다가와 그들을 밀고 넘어트려 삼도천에 빠트리겠지만 그 영혼들은 염라대왕이라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들이기에 그들을 중심으로 몇 명의 강자들만 자리 잡고 있었다.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수많은 영혼이 그들 곁에서 자리를 잡으려고 했지만 그들의 무자비한 존재감 앞에서 일반 영혼들은 견디지 못하고 삼도천으로 나가야만 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합니까.”


붉은 장포를 입은 남자가 말했다. 피부를 제외한 머리카락뿐만 아니라 눈썹도, 입술도, 그리고 눈도 붉은 그는 존재 자체가 피로 만들어진 자 같았다.


혈마(血魔).


무림에 있던 존재는 그를 보는 순간 두 가지 반응을 일으켰다. 그의 앞에 다가가 엎드리거나 미친 듯이 삼도천으로 떨어지거나. 혈마. 존재 자체만으로도 세상을 흔들었던 절대 강자가 삼도천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기다려야지. 뭘 어째려고.”


그의 앞에서 말을 거는 자는 늙은 중이었다. 낡고 거친 법복을 입고 해진 머리카락과 뚱뚱한 몸매는 어디를 보더라도 동네 아저씨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혈마조차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이 남자였다.


달마(達磨)


무림의 무학을 전수해준 시초.

무의 시작은 아니지만 무를 최초로 민간인에게 전달한 존재.

원래 무(武)는 허락된 자들만 가지고 있던 이능이었다. 하지만 그 무에 법칙을 만들어 세간에 널리 퍼트린 게 바로 달마대사였다.

정파의 태산북두. 정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소림무공의 시초이기도 했다.


“달마! 우리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느냐! 벌써 천년이라는 시간이 두 번이 지났다.”

“그럼 저분들 앞에서 해봐.”


그 말에 혈마는 치켜뜬 눈을 내리 감아야만 했다.

그곳에는 여러 색의 인간들이 있었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자도, 타오르는 겁화 같은 자도 있었는데 그들은 색뿐만 아니라 검은 박쥐 날개와 하얀 새의 날개, 그리고 도마뱀의 비늘 같은 날개 등 각자의 개성만으로 존재감이 너무나도 뚜렷했다.


“하하하. 그래서 말이지.”

“어머. 여기 뾰루지 난 것 아니야.”

“죽었는데 무슨 뾰루지가 나냐.”


이곳 저승에서는 혈마조차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들이 있었다. 세상에 자신을 이길 자가 없다고 천명하지만, 저들이라면 위험했다. 물론 1:1이면 질 생각은 없지만 이긴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만큼 그들과 혈마하고 격이 달랐다.


“근데 우리가 왜 이곳에 있어야 합니까?”

“그게 계약 아니었나.”

“후우.”


부정할 수 없는 현실에 혈마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작가의말

비정기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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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잔당들과의 전쟁-3 20.01.01 35 1 14쪽
23 잔당들과의 전쟁-2 19.12.30 41 1 16쪽
22 잔당들과의 전쟁-1 19.12.27 46 1 13쪽
21 북부수로-3 19.12.25 46 1 15쪽
20 북부수로-2 19.12.24 49 1 16쪽
19 북부수로 19.12.24 51 1 15쪽
18 전력강화-1 19.12.20 60 1 15쪽
17 그들이 왔다 -2 19.12.19 54 1 18쪽
16 동부전쟁-2 19.12.18 59 1 15쪽
15 동부전쟁-1 19.12.17 89 1 16쪽
14 그들이 왔다 19.12.16 77 1 14쪽
13 새로운 시도-2 19.12.15 77 1 15쪽
12 새로운 시도-1 19.12.14 72 1 16쪽
11 이계장마-4 19.12.12 78 1 16쪽
10 이계장마-3 19.12.10 71 1 15쪽
9 이계장마-2 19.12.09 73 1 15쪽
8 이계장마 19.12.09 84 1 15쪽
7 난데없는 이세계 생활-7 19.12.08 83 1 15쪽
6 난데없는 이세계 생활-6 19.12.05 80 2 15쪽
5 난데없는 이세계 생활-5 19.12.03 94 2 16쪽
4 난데없는 이세계 생활-4 19.12.01 97 2 15쪽
3 난데없는 이세계 생활-3 19.11.30 120 2 16쪽
2 난데없는 이세계 생활-2 19.11.27 145 3 15쪽
» 난데없는 이세계 생활 19.11.22 25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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