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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님의 서재입니다.

감독 이야기 : 낯선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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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작품등록일 :
2017.12.04 19:58
최근연재일 :
2024.04.07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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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8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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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글자
23쪽

165. 잉글랜드 원정 (2)

DUMMY

[ Sky Sports ] 폰투스 얀손에 대한 구단 협상엔 별문제 없음


[ Daily Mirror ] 옵션을 포함한 6m 파운드(약 107억 원)를 최종 비드로 제출할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


[ BBC ] 독점) 제임스 블랜차드에 관심을 보인 에버튼


[ Daily Mail ] 에버튼은 2013년에 떠난 마루안 펠라이니가 전방에서 발휘했던 영향력을 블랜차드로 재현하길 원한다



에버튼 vs 로스 카운티


경기 전 양 팀 감독 컨퍼런스.


“에버튼 소속이 아닌 다른 팀 선수에게 제가 더 할 수 있는 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맞지만, 이적에 관한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 에버튼 감독 ‘로베르토 마르티네스(Roberto Martinez)’ -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선수가 원한다면 보내줄 의향이 있습니다. 원한다면 말이죠. 블랜차드가 다른 곳을 가고 싶어 한다는 얘기는 전달받은 적 없습니다.” - 로스 카운티 감독 ‘안토니오 델 레오네(Antonio Del Leone)’ -



< Pre-Season Match >

에버튼 : 로스 카운티

2015년 7월 23일 (목) 20:00

구디슨 파크 (관중 수 : 28,576명)



[에버튼 / 4-2-3-1]

FW : 로멜로 루카쿠

AM : 톰 클레버리 / 로스 바클리 / 케빈 미랄라스

CM : 무하메드 베시치 / 가레스 베리

DF : 브렌던 갤러웨이 / 필 자기엘카 / 존 스톤스 / 셰이머스 콜먼

GK : 팀 하워드


[로스 카운티 / 4-1-4-1]

FW : 리암 보이스

MF : 존 맥긴 / 대런 케틀웰 / 알렉산더 캐리 / 앤드류 톰슨

DM : 리차드 브리튼

DF : 리 월리스 / 대니 패터슨 / 스콧 보이드 / 아메드 델샤드

GK : 마크 브라운



“이번에도 아예 다른 구조야.”


포포투의 존 프리먼은 경기를 지켜보며 열심히 타자를 두들기고 있었다.


프리미어 리그 팀과 연달아 맞붙는 로스 카운티의 잉글랜드 원정. 그것만으로도 이슈 거리는 충분했지만, 프리먼은 좀 더 다른 부분이 크게 신경 쓰이는 중이었다.


승패의 여부보다는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면서 리그 레이스를 준비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프리시즌.


델 레오네는 그 취지를 누구보다도 철저하게 활용하면서 전술 실험도 서슴지 않는 감독이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는데도 이토록 흥미로운 건 처음이었다.


“친선 경기에서 손가락을 바삐 움직이게 될 줄은 생각 못했는데.”


세세하게 따지면 한 번에 설명하기 어려운 내용들이었지만, 큼지막하게 분류했을 때 눈에 띄는 특징은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매 경기 달라지는 로스 카운티의 시스템이다.


작년 프리시즌에는 이 정도로 포메이션을 바꿔대지 않았을뿐더러 단순히 실험용으로만 가동하는 게 아니라 상대 팀의 성향에 맞춘 전술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우선 뉴캐슬 유나이티드전.


4-1-2-3으로 대단히 공격적인 진형을 갖추고, 나폴리를 상대할 때처럼 과감한 전방 압박을 가했다. 이를 위해서 센터백은 폰투스 얀손과 발 빠른 패터슨을 채용했을 것이다.


왜 공격적으로 나선 것일까?


뉴캐슬 감독 스티브 매클래런은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지만, 현대 축구의 흐름에 훌륭히 적응한 인물은 아니다.


선택에 보수적인 경향이 짙으며, 압박 전술이나 후방 빌드업에 체계적인 구조를 잡지 못하니 단순하게 멀리 걷어내는 축구를 선호한다.


이런 스타일의 감독 밑에선 수비 라인이 자연스레 낮아지게 된다.


델 레오네는 미리 그 특성을 파악해 놓고서 강하게 밀어붙인 거다.


카운터 어택에 정통한 팀으로 이름을 떨친 로스 카운티지만, 적어도 스코티시 리그 내에서는 슬슬 최강자로 인정받는 분위기.


그 말은 곧 더 이상 함부로 뒷공간을 열어줄 팀들이 없을 것이며, 앞으로 상대가 방패를 세우고 웅크리는 광경을 자주 접하게 될 거란 얘기다.


특히 앤드류 톰슨의 스피드는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니까.


“패권을 유지하려면 로스 카운티도 새로운 방식을 터득할 필요가 있지. 그래서 공격적인 진형을 연습하려는 건 줄로만 알았는데.”


크리스탈 팰리스전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이탈리안 감독은 뉴캐슬전과 달리 팀의 무게를 일정 이상 내리고, 역습을 노리는 패턴으로 컨셉을 완전히 탈바꿈해서 나왔다.


에이든 딩월이 광범위하게 뛰면서 아래를 돕고, 다이렉트한 전개를 위해 알렉산더 캐리를 배치한, 예전에 자주 활용했던 4-4-2 변형.


이전 경기에서 거의 윙처럼 올라갔던 풀백들은 오버래핑을 자제하며 수비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프리먼은 그게 크리스탈 팰리스와 뉴캐슬이 보유한 공격진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플로리안 토뱅과 무사 시소코도 분명 좋은 선수지만, 윌프리드 자하와 야닉 볼라시가 포진한 좌우 날개는 공간만 충분하면 개인 능력만으로 측면을 휘저을 수 있는 파괴력을 지녔으니.


반면 공간이 협소할 때는 다소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약점도 존재한다.


셀틱에 임대로 왔던 자하를 여러 번 상대해 본 델 레오네가 그 부분은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을 터.


아마 측면을 내주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을 게 틀림없다.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리 월리스가 윙에 배치되면서 고든 스미스의 수비 부담도 많이 덜어낼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지루한 내용이었음에도 프리먼의 시선으로는 상대 팀에 맞춘 대응이 꽤나 재미있어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기였다.


효과도 적절히 먹혀들어 갔었고 말이다.


그다음 레스터 시티전.


프리먼은 올해 부임한 클라우디오 라니에리가 레스터 시티에서 사용하는 4-4-2를 눈여겨보던 중이었다.


전형적인 빅 앤 스몰 조합의 영국식 킥 앤 러시 4-4-2가 아닌, 로스 카운티가 쓰던 4-4-2 변형과 유사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오카자키 신지와 에이든 딩월 둘 다 왕성한 스테미너를 무기 삼아 전방위로 뛰어다니며 궂은일을 도맡고, 제이미 바디와 잭 마틴이 최전방에서 마무리 짓는 그림. 제법 닮았다.


역시 아리고 사키의 철학에 영향을 받은 이탈리안들이라 그런지 압박에 기조를 둔 4-4-2를 쓰는 게 자연스러운 모양이다.


물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EPL에서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웨인 루니가 4-4-2 체제에서 폭넓게 움직이던 시스템과 비슷하니 그렇게 생소할 만큼 독특한 전술은 아니다.


만일 델 레오네가 크리스탈 팰리스전 그대로 나왔다면 같은 진형으로 맞붙는 두 팀의 대결을 감상할 수 있었을 텐데.


기대했던 딩월과 신지의 활동량 대결은커녕 최전방엔 케빈 루카센이 선발로 나와 최악의 퍼포먼스만 보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프리먼은 그보다 4-2-3-1로 바꿔서 나온 변화에 주목하고 싶었다.


델 레오네는 존 맥긴을 중앙 2선에 기용했다.


상대 센터백들의 발이 느리다는 약점을 이용해 맥긴을 수비진과 미드필드진 사이에 교묘히 끼워 넣고 벌어지는 틈새를 공략한 것이다.


레스터 시티가 전진할 때마다 맥긴에게 주어지는 공간이 넓어졌고, 그 환경을 바탕으로 맥긴은 톰슨과 함께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후방 3선은 공격 지원보다 수비에 집중하며 온전히 맥긴만을 받쳐줄 수 있도록 최소한의 주문만 해둔 듯했다.


데미안 생클랜드 같은 어린 선수가 큰 실수 없이 경기를 소화할 수 있던 것도 감독이 그런 조정을 빈틈없이 한 덕분이다.


그리고 현재 에버튼전.


아니나 다를까 이번엔 4-1-4-1이다.


이로써 로스 카운티가 잉글랜드에 와서 치른 네 경기 전부 서로 다른 시스템을 꺼내든 셈이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은 4-1-2-3, 크리스탈 팰리스전은 4-4-2, 레스터 시티전은 4-2-3-1, 에버튼전은 4-1-4-1.


4-1-2-3의 형태에서는 좌우 윙이 최전방 공격수와 동일한 선상까지 올라가 전방 압박을 가했다면, 지금은 확실히 3선과 일자 라인을 맞추면서 측면 미드필더에 가깝게 위치한 모습이다.


단순히 4-3-3의 일종으로 통일해서 보기엔 디테일한 면에서 차이점이 많이 두드러지고 있다.


“에버튼은 풀백을 잘 쓰는 팀이니 그걸 염두에 둔 배치 같은데.”


제일 눈에 들어오는 포인트는 맥긴을 좌측면에 옮겨놨다는 점이었다.


제임스 블랜차드를 쓸 때처럼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는 패턴. 맥긴이 비워둔 측면은 월리스가 올라가서 메운다.


그렇게 해서 3-5-2, 더 정확히는 3-1-4-2의 형태가 만들어지고 있다.


“공격 시엔 3-1-4-2로 움직이다가 에버튼이 공격권을 잡으면 차츰 4-1-4-1로 되돌아가는 건가.”


재미있는 건 백스리가 되었을 때 대니 패터슨의 위치다.


에버튼의 공격수 로멜로 루카쿠는 191cm의 신장을 지녔음에도 폭발적인 스피드까지 탑재한 선수다.


저 위협적인 거한을 견제하려면 체격이 불리한 스콧 보이드를 중앙에서 빼줄 줄 알았는데, 자리 이동한 그대로 패터슨이 좌측 센터백에 선 모습.


그런데 루카쿠가 중앙 침투보다 우측면으로 빠지길 좋아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던 탓에 패터슨과 자연스레 경합하는 그림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지만, 꼼꼼한 저 감독 성격이라면 의도한 거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어쨌건 이 대응은 효과적으로 통하면서 에버튼의 공격을 무뎌지게 만들었고, 점수 리드까지 해내는 데 성공했다.


선제골은 존 맥긴의 배치가 잘못되지 않았음을 증명한 장면이었다.


수비의 시선을 끌어당긴 월리스의 오버래핑 이후 백패스를 받은 케틀웰의 전진 패스, 박스 안으로 진입하여 받은 맥긴의 침착한 토스. 리암 보이스의 문전 앞 마무리까지.


유로파 리그 우승이란 건 역시 요행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에버튼을 상대로도 이런 경기력을 보여주다니.”


프리먼은 감탄하며 타이핑을 계속해나갔다.


두 번째는 주발의 활용.


뉴캐슬 유나이티드전부터 다시 살펴보면 오른발의 딩월을 왼쪽에 놓고, 왼발의 비스턴을 오른쪽에 기용했다.


좌우 윙을 익숙한 위치와 반대편이 되는 곳에 놓은 역발 조합이다.


크리스탈 팰리스전과 레스터 시티전은 나온 선수들이 각각 익숙한 곳에서 뛰는 정발 윙으로 나왔었다.


지금은 왼발의 맥긴과 오른발의 톰슨을 둔 정발 조합이지만, 맥긴이 중앙으로 움직이면서 우측 윙에 더 힘을 실어주는 형태로 흘러가는 중이다.


“저 감독이 즐겨 쓰는 건 역발과 정발을 좌우에 둔 조합이었지.”


전반기엔 블랜차드와 부팔이 주로 나왔고, 후반기 들어서서는 부팔과 톰슨이 양 날개를 책임지는 식이었다. 세 선수는 모두 오른발이다.


좌측에서 유리한 수적 싸움을 끌어내며 볼을 돌리다가 우측으로 한 번에 전환하는 건 로스 카운티의 주요 패턴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주로 부팔이나 톰슨처럼 측면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가 라이트윙으로 선택되었던 건데.


우와아 -


프리먼은 잠시 손을 멈춘 채 놀란 얼굴로 시선을 고정했다.


로스 카운티가 백스리 형태로 후방 빌드업을 하던 도중이었다.


델샤드가 앞으로 살짝 띄운 패스를 보냈고, 받으면서 나가려고 달리는 앤드류 톰슨과 가로채기 위해 달려 나오는 브렌던 갤러웨이의 사이로 볼이 떨어지며 경합이 이루어지려는 찰나.


톰슨이 한 박자 빠르게 오른쪽 바깥 발로 터치하면서 달려드는 갤러웨이의 다리 사이로 볼을 빼내니 구디슨 파크가 함성으로 뒤덮인 것이었다.


퍼스트 터치로 풀백을 제친 뒤 후속 터치로 달려드는 무하메드 베시치의 태클을 피하며 치고 나가는 동작은 굉장히 리드미컬하여 그 톰슨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예전이었다면 시도조차 안 했을 과감하고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


작년 후반기 막바지에 들어서면서 그런 조짐을 보여 왔던 톰슨이었지만, 올해는 프리시즌부터 심상찮은 번득임이 계속되고 있다.


측면으로 내달리며 순식간에 엔드라인까지 도달한 그의 러닝 크로스가 리암 보이스의 머리를 맞추었으나 아쉽게 골대 옆으로 빗나가고 만다.


하지만 분명 관중들을 열광케 하고도 남을 장면이었다.


“이제는 확실히 저쪽으로 힘을 실어줄 정도가 됐어.”


프리먼은 정신을 차리고 다시 분석해나갔다.


정발 윙의 특징은 저렇게 측면 돌파하는 데 특화되어 있으며, 정교한 크로스를 올리기 용이하다.


역발 윙은 크로스를 올리기는 어렵지만, 안으로 파고들면서 직접 골문을 노리기엔 좋다. 주발의 반대 영역에서 뛰면 감아 차는 슛을 시도하기 편한 까닭이다.


델 레오네는 블랜차드나 부팔을 윙 포워드처럼 활용했고, 톰슨을 와이드한 윙어로 써먹는 편이었다.


그래서 프리먼은 맥긴이 좌측에 나온 현 상황을 꽤 흥미롭게 보았다.


표기상으로는 레프트윙이지만, 실제로는 레스터 시티전에서 중앙 2선으로 나왔을 때처럼 움직이고 있다.


측면과 중앙 사이에 걸친 플레이메이커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게다가 절대 지나칠 수 없는 부분. 알렉산더 캐리를 오른쪽 중앙 미드필더에 놓았다는 사실이다.


캐리는 왼발이기에 항상 왼쪽 중앙에 배치되었었다.


지금은 아마 역할이 겹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저렇게 놓았을 것이다.


그대로 왼쪽에 두었다면 맥긴이 중앙으로 들어올 때 서로 동선이 꼬일 수도 있었으니까. 이탈리안 감독이 그런 걸 가만히 두고 볼 리 없다.


오히려 오른쪽에 두니 양쪽으로 플레이메이킹을 배분하면서 경기를 더 매끄럽게 운영하는 상황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캐리가 저 위치에서 적응만 잘한다면 로스 카운티는 새로운 무기를 하나 더 얻게 될지도.”


그리고 프리먼은 이것뿐만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주발에 따라 윙의 역할이 달라지는 것처럼 중앙 미드필더도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정발 플레이메이커는 볼 배급. 특히 반대편으로 전환하는 패스를 정밀하게 보내줄 수 있는 위치이며, 캐리가 늘 해왔던 역할이다.


현재 그가 자리한 역발 플레이메이커는 볼 운반에 최적화된 위치다.


왼발잡이를 기준으로 잡았을 때 왼쪽에서 드리블하면 측면으로 쏠리기 쉽지만, 오른쪽에서 드리블하면 더 안정적으로 중앙을 가로질러 전진할 수 있게 된다.


후방에서 장거리 패스를 뿌려주는 게 평소 익숙하던 캐리의 모습이지만, 오늘은 확실히 상대 미드필더와 충돌하면서 전진하는 장면이 유독 많아졌다.


그렇게 수비의 이목을 끌면서 안으로 들어가다가 우측으로 넣어주는 패스의 비율 또한.


“인체 구조상 일정 거리가 있는 패스는 주발의 반대 방향으로 더 보내주기 쉽지.”


와아 -


방금도 캐리의 기습적인 패스로 우측면을 허물었지만, 필 자기엘카의 재빠른 커버로 톰슨의 크로스를 코너킥으로 무마해낸 장면이다.


이후 전반전을 끝내는 휘슬이 울렸고, 프리먼은 그제야 손가락을 멈출 수 있었다.


쉴 새 없이 써 내려간 탓에 두서없는 글들을 찬찬히 정리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겠지만, 이 문장만큼은 그대로 칼럼에 기고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선수들이 경기 감각을 되찾듯 감독 또한 전술 감각을 되찾는 중이다. ]


변화무쌍한 시스템과 극대화된 주발 활용까지. 이번 프리시즌의 내용을 정확히 관통해서 표현할 수 있는 말이었다.


*******


“좋아. 혹시나 했는데 마지막 세 번째도 문제없이 작성할 수 있겠어.”


프리먼은 후반전이 되자 교체로 들어오는 두 선수를 보며 곧장 노트북에 손을 올렸다.


골키퍼 간의 교체는 딱히 의미가 없고, 주목해야 할 건 톰슨과 교체되면서 들어가는 저 선수다.


필립 로스(Phillip Ross).


재작년엔 임대 생활만 했었다가 작년은 무슨 이유에선지 감독이 임대 불가를 걸어버리며 로스 카운티에 남겼던. 1군 훈련에는 포함했지만, 프리미어십에 출전한 적은 없고, 주로 국내 컵 대회에 선발 출장시켰던 선수였는데.


후반전마다 꼬박꼬박 교체로 투입하는 것이 뭔가 예사롭지 않다.


“그동안 나온 것만 보면 3선 위로는 전 포지션을 다 소화할 수 있는 것 같던데.”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은 좌측 윙 포워드로, 크리스탈 팰리스전은 최전방의 투 스트라이커 중 하나로, 레스터 시티전은 루카센을 빼면서 원 스트라이커 체제로 쓰기도 했었다.


60분에 대규모 교체가 이루어지고 나서 우측 윙으로 옮기거나 2선 중앙을 소화한 것까지 포함하면 전방의 모든 포지션을 다 뛴 유일한 선수.


단순히 프리시즌이라 여기저기 땜질할 요량으로 썼다고 하기엔 옮겨 다닌 포지션마다 준수한 모습을 보여줬다.


어쩌면 저 어린 선수를 프리미어십에서 생각보다 많이 보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각 포지션의 주전들과 비교하면 그 격차가 작진 않으니 당장 선발은 어렵겠지만, 이 폼을 개막 이후로도 적용시키기만 한다면 팀 적으로는 분명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쪽은 한번 노려볼 만할지도.”


전력 누수가 심한 왼쪽 날개.


영입이 없을 거라고 정식 발표한 뒤로 누가 저 자리에 서느냐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프리시즌에서 힌트를 얻으려던 프리먼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감독이 매 경기 시스템을 뒤바꿔버리면서 더 헷갈려지기만 할 뿐.


“대체 저기는 어떻게 하려는 걸까.”


열심히 머리를 굴려 봐도 나오는 답은 없었다.



후반 60분이 되자마자 시작된 그 교체.



FW : 필립 로스 / 리암 보이스 / 엘리엇 비스턴

CM : 대런 케틀웰 / 데미안 생클랜드

DM : 스티브 샌더스

DF : 고든 스미스 / 대니 패터슨 / 폰투스 얀손 / 딜런 갈브레이스

GK : 데이비드 밀스



“포메이션을 아예 바꿨어. 뉴캐슬전 때 나왔던 역발 조합이군.”


플레이메이킹을 맡던 맥긴과 캐리가 나가니 좌우의 윙 포워드는 안으로 침투하고, 풀백의 오버래핑이 활발해지면서 단순한 측면 전개가 활발해졌다.


케틀웰과 생클랜드는 뒤쪽에서 공간 커버에만 주력하는 모습이다.


수비수로만 나왔던 샌더스가 백포를 보호하는 자리에 나온 것은 의도한 건지 내보낼 선수가 없어서 대신 나온 건지 더 지켜봐야 할 일.


중요한 건 감독이 어떤 형태로 주무르든 문제없이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올해는 진정으로 안토니오 델 레오네의 팀을 보게 되는 건가.”


정확히 삼 년 차에 세계를 뒤집어놓겠다던 이탈리안의 발언. 그건 자신의 팀이 완성되는 기간을 가리킨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올 시즌이 바로 삼 년 차.


부팔과 데 루어가 나가고 맥긴 하나만 들어온 상태라 표면적으로만 보면 더 약해지기만 한 것 같은데.


그럼에도 기대가 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델 레오네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허투루 그런 말을 할 위인이 아니기에 기대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기는 로스 카운티가 2 : 1로 승리를 거두었다.


교체로 들어온 스티븐 네이스미스가 고든 스미스의 뒤로 돌아들어 가며 스루패스를 받아 골망을 흔들었지만.


코너킥에서 폰투스 얀손과 몸싸움을 벌이던 호엘 로블레스 골키퍼가 공중볼을 놓치면서 혼전 상황이 일어났고, 딜런 갈브레이스가 침착하게 볼을 밀어 넣으면서 다시 앞서 나갈 수 있었다.


“3승 1무라니.”


비록 프리시즌이라지만, 멈출 줄 모르는 로스 카운티의 기세에 프리먼은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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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버튼 1 : 2 로스 카운티 >

스티븐 네이스미스(73‘)

+++++++++++++++++++++++++++++

리암 보이스(22‘)

딜런 갈브레이스(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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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PN ] 스티븐 네이스미스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앤드류 톰슨에게 달려가 유니폼을 교환했다


[ BBC ]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로스 카운티는 EPL에서도 살아남을 팀일지도 모른다.” 극찬을 아끼지 않아


[ The Athletic ] 폰투스 얀손은 잉글랜드 원정이 끝난 뒤 스코틀랜드로 가는 비행기에 타지 않을 수도 있다


[ Daily Mail ]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 개인 협상 돌입


[ Sky Sports ] 막바지로 치닫는 로스 카운티의 순회공연, 메인이벤트를 앞두다



아스날 vs 로스 카운티


경기 전 양 팀 감독 컨퍼런스.


미리 카메라를 들고 집결한 기자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컨퍼런스 룸.


이윽고 그들이 기다리던 인물이 나타나자 일제히 플래시가 쏟아지며 방을 환하게 비췄다.


백발과 깊게 팬 주름살에 무수한 세월이 느껴졌지만, 흘러넘치는 기품과 날카로운 매의 눈이 무척 인상적인 얼굴이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아르센.”


기자들이 인사하자 손을 들며 화답하는 노신사.


무려 19년 동안 아스날에서 장기 집권 중인 희대의 명장이자 살아있는 EPL의 전설.


아르센 벵거(Arsene Wenger).


그의 등장만으로 공기가 달라지고 있었다.


“올해 아스날은 상당히 분위기가 좋던데요. 목표는 어떤가요? 역시 프리미어 리그 우승일까요?”


“물론입니다. 우리는 항상 우승을 목표로 달리는 팀이니까요. 이번 시즌이 가장 적기라 생각하고는 있습니다.”


“확실히 프리시즌부터 느낌이 좋습니다. 지금 연승인 상태죠? 에미레이츠 컵도 우승하셨고요. 무난하게 무패 행진을 달리는 느낌인데요?”


“하하하.”


“그리고······ 이번 상대도 프리시즌 무패 중인 팀입니다. 로스 카운티를 만나게 되었는데요.”


가볍게 웃어넘기던 벵거의 눈빛이 일순간 달라졌다.


“들리는 얘기로는 로스 카운티의 잉글랜드 원정에 수락하기 위해서 에미레이츠 컵 일정을 앞당기고, 예정되어 있던 프리미어 리그 아시아 트로피에 불참했다는데 사실인지?”


“맞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들과 한 번 경기를 치러보고 싶었습니다. 곧 있을 커뮤니티 실드를 대비해서 팀을 점검하기에도 적합한 상대라 생각했지요.”


“오, 라니에리 감독과 비슷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아르센, 당신도 로스 카운티를 높게 평가하고 있는 건가요?”


“그들은 빠르고 활력이 넘칩니다. 거기에 감독이 팀을 잘 버무릴 줄 알아서 위력이 배가 되고 있죠. 어느 누구든 상대하기 까다로운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더욱 기대 중이고요.”


“그래서 더욱 기대 중이다······. 좋은 답변 감사합니다.”


이어서 기자들이 하나둘 질문을 던졌고, 벵거는 백전노장다운 여유를 보이며 깔끔하게 답변해나갔다.


“마지막으로 로스 카운티가 올해 메인 스폰서십을 체결하며 유니폼에 부착한 로고가 O2입니다. 많이 익숙하실 테죠?”


“······.”


“아스날을 대표했던 상징이라고 볼 수도 있는 마크이기도 하니까요. 어떤가요? 오랜만에 본 소감이?”


“글쎄요. 딱히 의견은 없군요. 우리는 현재 협약 중인 에미레이츠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O2도 훌륭한 곳입니다. 좋은 스폰서와 계약한 로스 카운티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주겠습니다.”


“으음. 그렇군요. 그러면······.”


“하지만 당신들이 원하는 답변은 이게 아니겠죠? O2의 아스날······. 수년이 흘러도, 역사상 숱한 스폰서 계약이 오갔음에도 사람들이 그 마크만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있는 건 역시 그것 때문일 테니까요.”


벵거는 물병을 잡고 한 모금 마시더니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무패 우승 기록은 제아무리 로스 카운티라도 쉽지 않을 겁니다. 그 무대가 스코틀랜드의 프리미어십이어도, 후원하는 곳이 O2여도 말입니다.”


기뻐하는 기자들의 표정을 보며 그는 가벼운 농담 한마디까지 덧붙였다.


“그리고 그들의 무패는 당장 내일부터 끊기게 될 겁니다. 우리 아스날에 의해서.”


작가의말

전보단 빠르게 올리긴 했는데...

큰 의미는 없네요. 면목이 없습니다.

프리시즌 파트도 끝맺지 못했는데

맹세코 일부러 질질 끄는 건 아닙니다.

부디 독자분들에게 재미있기라도 바랄 뿐..

이런 느림보 거북이 같은 글에

꾸준히 방문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더 속도를 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_ _)


소중한 후원금을 보내주신

모아두상 님

foir 님

보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_ _)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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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200. 공간 싸움 +6 24.02.06 741 36 26쪽
199 199. 대립 +5 24.01.25 779 32 26쪽
198 198. 대면 +5 24.01.14 832 34 25쪽
197 197. 팀의 완성도 +8 24.01.04 806 43 24쪽
196 196. 신뢰의 결실 +5 23.12.23 860 38 28쪽
195 195. 한 마리의 송골매 +5 23.12.10 846 40 23쪽
194 194. 두 마리의 사자 (2) +5 23.12.02 856 42 25쪽
193 193. 두 마리의 사자 +4 23.11.22 917 43 25쪽
192 192. 캡틴 잭 +3 23.11.10 870 40 26쪽
191 191. 경기장 위의 숫사슴들 +6 23.10.31 928 35 28쪽
190 190. 계몽의 시대 (3) +3 23.10.20 951 44 23쪽
189 189. 계몽의 시대 (2) +5 23.10.08 962 39 26쪽
188 188. 계몽의 시대 +4 23.09.26 1,005 42 26쪽
187 187. 새로운 국면 (5) +7 23.09.15 1,059 45 22쪽
186 186. 새로운 국면 (4) +6 23.09.03 1,087 42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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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184. 새로운 국면 (2) +8 23.08.04 1,216 40 26쪽
183 183. 새로운 국면 +7 23.07.13 1,294 56 22쪽
182 182. 지상 최고의 팀 (4) +8 23.06.28 1,269 50 29쪽
181 181. 지상 최고의 팀 (3) +5 23.06.16 1,163 39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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