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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님의 서재입니다.

감독 이야기 : 낯선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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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작품등록일 :
2017.12.04 19:58
최근연재일 :
2024.03.18 20:47
연재수 :
202 회
조회수 :
1,077,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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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64,586

작성
21.10.05 20:25
조회
1,918
추천
75
글자
28쪽

147. 공공의 적 (3)

DUMMY

“월리스으으! 이거야! 이거라고!”


역전 골이 터지자 조지 맥도넬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며 옆에 있던 해리 윌슨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어댔다.


“봤어, 해리? 저게 로스 카운티의 레프트백이야! 저게 프리미어십 최고 레프트백의 실력이라고!”


“그래, 알았으니 진정······.”


“우워어어! 믿기지가 않아, 조지! 내 살아생전 로스 카운티에서 이런 걸 보게 될 줄이야! 저기서부터 죄다 부숴버리고 올라가서 골까지 넣었어! 수비수가! 상대는 셀틱인데!”


“월리스잖아, 케니! 레인저스 출신의 리 월리스잖아! 잠시 잊고 있었어!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말이야!”


“맞아! 생각해보면 올 시즌 이적 시장에서 제일 기쁘고 설렜던 영입이 바로 월리스였지! 다른 선수들도 워낙 잘해주다 보니 무감각해졌던 거야!”


“그렇지, 그렇지! 원래 저런 선수라니까! 레인저스 시절에 우리 팀을 상대로 비슷한 골을 넣었을 땐 가슴이 먹먹했었는데. 그는 이제 숫사슴의 유니폼을 입고 있어! 정말로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야!”


“······못 말리겠군.”


윌슨은 체념한 얼굴로 자신의 양어깨를 붙들고 있는 두 사람 사이에서 몸을 내맡겨두기로 했다.


“저기 봐. 선수를 바꾸려나 본데?”


정육점의 코리 맥골드릭이 뒷좌석에서 일어나 터치라인을 가리켰다. 니르 비톤이 몸을 풀며 준비하고 있는 게 보였다.


“몇 번 당하더니 결국 교체하는구먼.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크레이그 던컨의 말이었다.


교체판에 빨간색으로 표시되는 25번. 고개를 푹 숙이며 나오는 요한센.


블랜차드와 월리스가 측면에서 제공권을 마음껏 주무르고 있으니 셀틱으로서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 현시점에선 그에 준하는 장신 미드필더를 투입하여 경합에 힘을 싣는 게 나을 것이다.


게다가 비톤이 요한센보다 수비적인 면에서는 한층 무게감을 더해줄 수 있으니 최선의 교체라 할 수 있었다.


단 제공권 다툼에 한정해서.


“최선일지언정 최상이라 보기는 어렵지. 일단 공중볼이라도 틀어막아 보자는 생각인 것 같은데. 저것만 가지고 대처할 수 있겠나? 부팔의 드리블을?”


던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비를 하나 제쳐내며 측면을 휘젓는 부팔.


그사이 언더래핑하며 안으로 좁혀 들어가는 월리스. 볼을 받더니 전방의 블랜차드와 신속한 연계를 시도한다.


슛을 날리기 좋은 지점으로 원터치 패스를 돌려놓는 블랜차드. 이어지는 월리스의 강력한 중거리 포.


오오 -


골키퍼가 몸을 던지며 간신히 막아낸다.


“저 녀석, 제대로 물이 올랐다니까!”


던컨이 외쳤다.


“볼을 잡는 족족 뭔가를 해내고 있잖아. 원래 발재간이 좋은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오늘은 왠지 심상치 않아.”


방금도 부팔로부터 시작된 공격. 전반전이 톰슨의 무대였다면 후반전은 모로코의 테크니션이 날뛰는 판이었다.


월리스 또한 역전 골을 넣은 뒤로 화력이 점차 폭주하고 있는 상태. 셀틱의 측면이 유린당하는 건 단순히 제공권을 먹혀버린 문제 하나로만 볼 게 아닌 것이다.


이 사태에서 가장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는 매튜스는 대안이 없어 바꿀 수도 없다.


이른 교체로 변화를 줬으나 별 효과도 못 본채 밀려나기만 하는 셀틱. 또다시 로스 카운티가 중앙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며 공격권을 가져온다.


브리튼이 올라가는 월리스를 겨냥해 측면으로 길게 넘긴 패스를 비톤이 캐치하여 머리로 끊어냈으나 그뿐이었다.


세컨드 볼이 너무나도 쉽게 블랜차드의 발에 들어갔고, 월리스와 비톤을 앞질러 가는 부팔에게로 스루패스가 전달된다.


“좋아, 한 번 더 가자!”


터치라인을 따라 달리는 부팔.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쫓아가며 따라붙는 매튜스.


이번엔 돌파 경로를 읽어내고 저지하는 데 성공하지만, 뒤에 있는 블랜차드에게 볼이 가는 것까지 막아내진 못 한다.


빠른 템포의 횡패스가 좀 더 중앙으로 운반되고, 캐리가 전방을 훑어보더니 왼발로 감아 찬다.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박스 안에 진입하는 볼. 중앙 수비와 키퍼의 처리 범위를 벗어난 궤적이 먼 포스트로 쇄도하는 톰슨에게로 향했다.


“으아악!”


맥도넬은 환호성 대신 비명을 질렀다.


머리에 맞추면 들어갈 수도 있던 기막힌 크로스였는데. 톰슨보다 먼저 앞에 뛰어들며 골라인 바깥으로 걷어낸 티어니 때문이었다.


경험도 부족한 어린 수비수가 두 번이나 팀을 위기에서 구해 내다니.


“그래도 흐름이 이쪽에 완전히 넘어왔어.”


풀러가 말했다.


“그 엄청난 역전 골 이후 기선제압이 제대로 됐다니까? 이대로 밀어붙이다 보면 골이 나올 거야.”


“후반전 들어가면서 선수들 몸이 더 가벼워진 것 같아. 저렇게 공격을 퍼붓는데 설마 이대로 끝나지는 않겠지.”


맥도넬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관전을 계속했다.


이번엔 측면으로 넓게 이동한 월리스가 크로스를 올리고 딩월이 잘라먹듯이 들어가 머리에 맞췄지만, 고든 키퍼의 정면에 헌납한다.


“아으! 딩월, 저 녀석은 참······.”


어딘가를 보더니 빠르게 골킥을 전개하는 고든. 낮은 아치형으로 길게 뻗어 나간 볼이 중앙선을 훌쩍 넘어 로스 카운티 진영까지 도달한다.


자하가 그 패스 길을 따라 측면으로 빠지며 달렸고, 월리스의 자리를 커버하던 패터슨이 자연스레 따라붙는다.


먼저 볼을 잡는 데 성공했으나 패터슨이 밀착해 있는 탓에 등지고 버텨야 하는 모양새가 된 자하.


그에게 남은 선택권은 뺏기기 전에 일단 뒤로 돌려주는 것뿐이었고, 로스 카운티가 무난하게 방어해낸 장면이라 할 수 있었다.


맥도넬은 그렇게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어?”


발뒤꿈치를 이용해 패터슨의 다리 사이로 볼을 빼내며 돌아나가는 자하를 직접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순식간에 당한 패터슨은 반칙으로 잡아챌 생각도 못 하며 일 초간 멍하니 서 있었고, 자하가 박스 안까지 볼을 몰고 가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지체 없이 슛 동작으로 이어가는 걸 확인한 얀손이 몸을 던졌지만, 오른발로 접으며 태클을 흘려버리는 자하.


두 센터백이 맥없이 무너지니 남은 건 브라운 키퍼 하나.


왼발 슛이 마지막 남은 그마저 스쳐 지나가며 골망을 가른다.


“······어?”


맥도넬과 일행들은 아직도 사태가 파악되지 않아 어안이 벙벙해진 얼굴로 자하의 셀레브레이션을 지켜봐야만 했다.


2 : 2


*******


“뭐, 뭐야? 대니, 뭐해! 폰투스, 막······.”


닐 스튜어트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몇 분 전만 해도 로스 카운티가 압도적으로 누르는 그림이었는데. 눈 깜짝할 새 동점이 되었다. 승기를 꽉 잡았다고 생각했던 분위기가 패색이 짙은 분위기로 변질되고 있다.


“이걸 어떻게 해야······.”


스튜어트는 당황하며 감독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언제나 그렇듯 그는 태연하게 턱을 쓸며 필드를 주시하고 있었다.


“진작 에이든을 측면으로 내려야 했을까요? 아니면 리가 역전 골을 넣었을 때부터 공격을 자제시키는 게 나았을지도······.”


“그런 건 결과론적인 말들에 불과하네, 닐.”


델 레오네가 입을 열었다.


“에이든을 내려서 자하를 막게 했다면 전방에 새로 공격수를 투입해야 했겠지. 폼이 좋은 소피앙을 불러들여야 했을 테고. 그러면 우리는 최고의 공격 루트를 포기했으니 수비적인 운영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어.”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 정도로 그치면 다행이겠지만. 최악의 경우는 에이든마저 봉쇄하는 데 실패하는 거지.”


“······.”


“똑같이 실점을 했지만 상황이 달라져. 이미 소피앙이 나갔으니 셀틱이 내려앉으면 밀집해 있는 수비를 흔들기가 더 어려워지겠지. 결국 크로스에 의존하게 될 공산이 클 거야.”


“······듣고 보니 맞습니다.”


윌프리드 자하. 후반기 리그에서 드리블 성공률 부동의 1위를 기록 중. 전반기 최고 순위가 5위였던 걸 생각하면 그새 더 발전한 셈이다.


그런 선수에게 딩월을 붙인다고 또 통하리라 장담할 순 없겠지. 오히려 전반기에 당했던 수모를 기억하며 잔뜩 벼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렵네요. 수습하기 위해서 교체한 것이 되레 독이 될 수도 있으니······.”


“그래서 판을 잘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네.”


감독이 말했다.


“물러서는 게 꼭 좋은 선택이라 볼 순 없지. 상대도 사활을 걸고 있는 이런 국면에선 단순히 지킨다고 안전한 게 아니거든. 양 팀이 서로 절실할 땐 리드하는 쪽도 초조해지는 법이니까.”


스튜어트는 조용히 끄덕였다.


그 또한 역전 골에 기뻐하면서도 앞서가고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보다는 그저 한 골을 더 빨리 넣어주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우리는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처지에 있어. 더군다나 셀틱인데 고작 한 점 앞서는 거로 안심할 수 있겠나? 점수를 어떻게든 벌려야 했고, 상대의 취약점을 공략하기 위해서 그만큼의 리스크는 감수해야 했지.”


이탈리안이 대뜸 웃음을 지었다.


“오늘은 좀 특별하고도 재미난 일들이 많은 것 같군. 그렇지 않나? 앤드류가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였고, 리도 질세라 훌륭한 돌파로 골까지 만들었어. 자하의 플레이가 평범해 보일 지경이야.”


“동점 골은 평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조급해할 것 없네, 닐. 아직 시간은 70분을 넘기지도 않았어.”


그가 계속 말했다.


“우리의 든든한 센터백들이 허무하게 녹아버린 건 의외였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아. 저 골은 충분히 계산 범위 안에 있으니.”


“자하가 이럴 줄 알고 계셨던 겁니까?”


“내가 예언자도 아닌데 어찌 알겠나? 다만 서로의 좌측면을 노리는 양상 속에서 셀틱이 일을 낸다면 그게 누구일지는 빤한 답이지.”


삐익 -


길게 부는 휘슬 소리에 스튜어트는 황급히 필드로 고개를 돌렸다. 부팔이 박스 쪽에 넘어져 있었다.


“페널······.”


들뜬 목소리로 외쳤지만, 주심의 손은 바깥을 가리킨다.


“아, 프리킥이네요······.”


이윽고 캐리가 찬 볼이 예리하게 휘어지며 벽을 넘겼으나, 크로스바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고 만다.


“한 골 정도는 내줄 거라 생각했어.”


아쉬운 기회가 지나간 뒤 감독이 말을 이어나갔다.


“물론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것이긴 하지만. 피치 위 선수들의 몸놀림, 그동안의 성장세나 동기부여. 이 모든 걸 고려했을 때 자하의 골 정도는 충분히 염두에 두고 있었지.”


“하지만 셀틱은 두 골을 넣었습니다. 감독님 말씀대로라면······.”


“그래. 전반전의 티어니는 나를 제법 당황케 했어. 정말 대단한 소년이야. 그쪽이 뭔가를 만들어내기는 시기상조라 봤는데 전혀 아니더군. 계획을 급히 수정해야만 했지.”


그가 스튜어트를 마주 보았다.


“그게 변수라는 것이네. 예상치도 못했던 곳에서 터지는. 이미 계산에 넣어둔 대상과는 다른 문제지. 허나 그런 변수를 안겨다 준 건 우리도 마찬가지 아닌가?”


“앤드류 말이군요.”


“그 녀석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은 덕에 고민을 좀 덜었어.”


다시 필드로 시선을 향하는 감독.


“놀라운 장면들이 연이어 터지는 중이네. 마치 경기 자체가 변수 덩어리라도 되는 것처럼. 이런 흐름이면 자하의 골 정도는 평범해 보이지 않나? 그가 지닌 기대치에 비해서 말이야.”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여기 부임해서 숱한 경기를 치렀지만, 오늘 같은 적은 처음이군. 의외성으로만 따지면 나폴리전보다도 내 예상을 넘나드는 상황들이 많은 것 같아.”


삐익 -


또 한 번 불리는 휘슬. 자하의 드리블에 타이밍을 뺏긴 월리스가 어깨를 잡아챈 것에 대한 처벌이 주어졌다.


“아, 옐로카드를······.”


“허, 잉글랜드에서 건너온 임대생이 셀틱에게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큰 선물을 해주고 싶은 모양인데? 골도 골이지만, 드리블이 훨씬 매서워졌어.”


“······.”


“확실히 이대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아. 어느 쪽에서든 흥미로운 전개가 나오겠지.”


“감독님이 알아서 잘하시리라 믿지만······. 이렇게 손 놓고 지켜보기만 해도 되는 걸까요? 비기기라도 하면 그대로 결말이 정해질지도 모르는데······.”


스튜어트가 조심스럽게 묻자 이탈리안은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하하, 닐. 자네는 여전히 나를 잘 모르는군. 손을 놓다니. 후반전 들어가기 전에 알렉스를 투입한 건 벌써 잊었나?”


“그렇긴 한데 알렉스가 들어간 이후 자하가 골을 넣었습니다. 방금도 영향력을 발휘했고요.”


“걱정 말게. 이 이상으로 우리 선수들이 휘둘리진 않을 테니까. 자네는 왜 내가 알렉스를 투입했다고 생각하나?”


“그야······ 정교한 킥으로 좌측면에 빠른 패스를 찔러주기 위함이었죠.”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골까지 넣을 수 있었지. 그러자 셀틱은 어떤 대처를 했나?”


“비톤을 넣으면서 제공권을 강화했습니다.”


“그 덩치가 투입된 이후 마냥 리와 제임스의 체격만 이용해서 재미를 보기는 어려워졌지. 여기까지만 보면 변화를 잘 준 것 같은데 말이야. 자네가 아까 했던 말 기억하나?”


“예? 어떤······.”


“교체를 한 것이 되레 독이 될 수 있겠다고 했지.”


“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스튜어트는 대답하고는 눈을 굴리며 그 의미를 곱씹었다.


“그러면?”


“나 역시 동의하네. 알렉스를 넣은 건 단순히 측면에 볼을 배급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동시에 저 카드를 꺼내도록 만드는 게 목적이었거든.”


“상대의 교체가 감독님의 의도였단 말씀입니까?”


“비톤을 넣음으로써 후방의 견고함을 챙기는 대신 저들이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어.”


그가 말했다.


“바로 요한센의 활동 반경과 기동력. 공간을 부지런히 메워주던 선수가 빠지고 몸이 굼뜬 3선이 들어오면서 셀틱은 무의식적으로 수비라인이 낮아질 수밖에 없지.”


그의 손이 로스 카운티 진영을 가리켰다.


“미드필더들을 전체적으로 조정해야 할 텐데 보르헤스는 공격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데 여념이 없군.”


일직선으로 긋는 손의 방향이 중앙선 부근을 지목한다.


“후방의 무게중심은 낮아지고 있는데, 전방은 전진하기를 원해. 그러나 그들을 커버해 줄 요한센은 없지. 그들 사이의 간격이 점점 벌어지면서 기이한 형태가 만들어지고, 압박 시스템은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돼.”


로스 카운티가 끊임없이 몰아붙이는 형국. 그 과정에서 스튜어트는 허술해져 있는 셀틱의 중앙을 발견했다.


“보르헤스가 제대로 견제를 못 하고 있는 시점에서 태평양처럼 벌어지고 있는 간격. 저 광활한 공간은 알렉스의 단독 무대로 최적이지.”


“아아······.”


어느새 그들 진영까지 밀려난 셀틱. 여러 번의 패스가 빈약해진 압박 사이를 헤집어 대다가 끝내 캐리에게 도달할 동안에도 그에게 붙은 마크맨이 아무도 없었다.


정면으로 찔러주는 캐리의 볼. 수비가 다 자리 잡고 있는데도 그 좁은 틈새를 비집으며 박스 안으로 파고든다.


암브로즈가 막지 못하고 뒤로 흘려버리니 그에 맞춰 들어가던 부팔에게 기회가 찾아왔고, 매튜스를 간단히 벗겨내며 슛까지 날린다.


“저걸 막다니!”


고든 키퍼의 선방에 스튜어트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엄청난 패스였는데요. 전 들어간 줄 알았습니다.”


“상대도 필사적으로 버티는군. 그 열의엔 찬사를 보내 줄 만해.”


이어지는 코너킥.


캐리의 왼발을 떠난 볼이 키퍼를 넘겨 먼 포스트 쪽으로 길게 떨어졌고, 약속된 움직임처럼 월리스가 낙하지점으로 달려가 관자놀이에 볼을 맞추며 중앙에 토스한다.


이어지는 블랜차드의 파워풀한 헤더.


“끄아아!”


재차 이어지는 선방에 스튜어트는 정신을 놓을 뻔했다.


두 손으로 이마를 감싸 쥐며 아쉬워하는 블랜차드. 고든 키퍼의 반사 신경으로 쳐낸 헤더 슛이 다시 코너킥으로 연결된다.


“슬슬 70분에 가까워지고 있군.”


감독이 말했다.


“남은 20분 동안 이 공세를 버텨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저들은 챔피언의 자리를 지킬 자격이 충분하니 기꺼이 결과에 승복해야겠지.”


넥타이를 고쳐 매는 그의 손길은 한층 더 여유로워 보였다.


“보기에는 지금도 상당히 위태로운 것 같지만. 그리고 내 계산대로라면 아마 우리는 적어도 한 골을 더 기대해 볼 수 있어.”


“한 골 말입니까?”


“일단 선수들을 믿어보세.”


왜 이제야 눈치챈 걸까.


필드를 자세히 보니 전반전과 달리 셀틱의 간격이 엉망이었다.


윗선의 엉성한 전방 압박을 풀어내면 후속으로 저지할 바리케이드조차 없어진 상황. 그 수준은 캐리가 볼을 잡고 10미터를 나아가도 될 정도였다.


그렇다고 불안함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여전히 로스 카운티는 쫓아가야만 하는 처지고, 추격에 실패하면 시즌 레이스까지 실패하는 절박한 순간을 지켜보는 중이었으니까.


캐리의 장거리 패스를 받은 블랜차드의 헤더 슛이 골대 위를 벗어나고, 브리튼의 중거리 슛이 키퍼에게 막히는 걸 보면서 마음은 더 초조해져만 갔다.


이렇게 맹공을 퍼붓다가도 단 한 번의 습격에 무너질 수도 있다. 자하가 뜬금없이 넣었던 그 골처럼.


와아아 -


간만에 터져 나온 홈팬들의 함성.


중앙에서 패스를 낚아챈 셀틱이 빠른 속공을 진행한 까닭이었다.


공격진이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고, 보르헤스의 스루패스가 절묘하게 휘어지며 경합 중인 그리피스와 패터슨을 스쳐 지나간다.


측면에서 안으로 내달리며 쇄도하고 있는 커먼스에게로.


“안 돼!”


하지만 뒤에서 빠르게 달라붙어 온 수비가 길게 뻗은 다리에 볼을 뺏기며 바닥에 엎어지는 커먼스.


“나이스, 폰투스!”


양 진영 벤치의 희비가 엇갈린다.


결정적인 수비 이후 곧바로 덤벼드는 보르헤스를 매끄럽게 제쳐내며 볼을 몰고 전진하는 얀손.


빠른 템포를 살리기 위함이었는지, 아니면 달려오는 브라운을 피하려던 거였는지. 비어있는 캐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좌측으로 패스를 찔러준다.


“아······.”


급했는지 부정확하게 나간 패스가 블랜차드의 발에 닿지 못하자 스튜어트는 다시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대로 터치라인 바깥으로 굴러 나가며 무산되는 역습 기회.


아니, 그렇게 될 줄 알았다.


딩월이 전속력으로 볼을 쫓아가더니 나가기 직전에 몸을 홱 틀면서 공격의 흐름을 기어이 살려내고야 만다.


균형을 잡지 못하고 엉덩방아를 찧으며 나뒹구는 딩월. 그의 허슬플레이를 미치도록 칭찬해주고 싶었으나 당장은 그럴 겨를이 없었다.


몸을 던져 살려낸 볼을 올라오던 월리스가 중앙으로 연결했고, 블랜차드가 패스를 흘려내며 앞으로 내달렸다.


그와 일직선 상에 있던 부팔을 봤기 때문이다.


월리스와 블랜차드가 방해꾼 없이 나아가고, 반대쪽에서도 톰슨이 질주하고 있다. 패스만 잘 넣어주면 엄청난 기회가 나올 것이었다.


“이런, 소피앙! 뭐해!”


그 간발의 타이밍을 놓쳐버리자 스튜어트는 격분하여 소리치고 말았다.


기회를 날려버린 것도 모자라 붙어오는 자하에게 뺏기지 않으려 등진 채로 버티기에 급급한 모습.


템포를 잡아먹는 부팔의 치명적인 단점이 하필 이런 때 나오다니. 딩월의 헌신이 무색해져 버린 꼴이 아닌가.


그때였다.


반시계방향으로 돌면서 자하를 떨쳐내는 움직임. 곧이어 다리를 쭉 내밀며 덮쳐오는 매튜스마저 옆으로 부드럽게 피하는 드리블에 분노하던 뇌가 잠시 정지되었다.


순식간에 두 명이 나가떨어지고 중앙선을 넘어서는 부팔.


캐리가 10미터를 전진할 수 있다고 했던 공간은 이 모로코 윙어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다음 상대는 비톤이었지만, 상체 페인팅을 짧게 주면서 다시 오른쪽으로 제쳐내니 반응도 못 하고 휘청거린다.


심상찮은 낌새를 알아챈 브라운이 쫓아가며 어떻게든 막아서려 스터드를 들어낸 백태클을 시도한다.


퇴장을 각오하고 저지른 행위였으나 좀 더 빠른 부팔의 발놀림이 그마저 헛발질로 만들어낸다.


원정팬의 함성이 경기장을 진동하고 스튜어트의 입이 점점 크게 벌어졌다.


미드필더진이 죄다 한 명에게 무너져 내리자 최종 수비수인 암브로즈가 허겁지겁 나오는 건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반다이크 또한 자세를 잡으며 부팔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박스 바로 앞에 도착할 때까지 연달아 오른쪽으로 볼을 드리블하는 부팔, 그를 따라 오른쪽으로 쫓아가는 수비진.


그리고 오른발 슛.


강하게 찬 건 아니었지만, 완전히 꺾인 땅볼 슛이 좌측 하단 구석을 향해 굴러갔고, 부팔에게 쏠려서 반대쪽 포스트에 붙어있던 고든이 뒤늦게 다이빙하지만 역부족이었다.


키퍼의 손끝을 지나친 볼.


“어? 어······ 어어?”


스튜어트는 경직된 입을 간신히 움직였다.


“어어어어어?”


우레와 같은 함성이 머리 위로 쏟아졌다.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지만 전광판의 바뀐 숫자가 허상이 아님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2 : 3


“우와악! 돌은 거 아니냐고!”


“소피앙, 이 미친놈아!”


필드에서 경기를 뛰고 있는 당사자들의 기분은 말할 것도 없었다.


골을 넣은 부팔 본인 또한 놀랐는지 호들갑을 떨며 방황하듯 뛰어다녔고, 뒤따라온 팀원들이 그를 자빠뜨리면서 차례대로 덮쳐들었다.


부팔 - 부팔 -


뜻밖의 장면에 경악한 관중들도 즉석에서 짧은 콜네임을 불러댔다.


“이게······ 말씀하셨던 그 한 골인 겁니까? 감독님의 계산에 있던······.”


“그럴 리가. 순전히 저기 아래서부터 스스로 몰고 간 선수의 개인 기량으로 만든 골이지.”


이탈리안이 말했다.


“말했잖은가? 오늘 경기는 변수로 가득하다고. 의외성이 다분한 그런 흐름으로 가고 있다고 말이야. 소피앙은 팀에서 현재 유일하게 의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그런 선수고.”


스튜어트는 바로 알아차렸다. 얼핏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였으나 살짝 낯빛이 변해 있다는 걸. 그도 놀란 게 분명했다.


“마침내 폭발했군. 우리가 기대하던 소피앙의 진가가. 시즌이 막바지에 다다라서야 보게 된 건 아쉽게 됐지만.”


“······그러네요.”


“그래도 이런 중요한 때에 터져줬으니 고마운 일이야.”


동료들에 의해 사정없이 짓뭉개졌던 부팔이 만신창이가 된 몰골로 브리튼의 손을 붙잡으며 일어나고 있었다.


“귀중한 이별 선물을 주고 싶었던 건 자하만이 아니었던 거지.”


*******


후반 76분.


감독은 부팔을 불러들였다.


과정으로도 결과로도 환상적이었던 재역전 골의 영웅이 팬들에게 기립 박수를 받게끔 대우해 주기 위한 교체였다.


물론 그런 목적만으로 불러들인 건 아니지만.


박수갈채가 쏟아진 후 연이어 함성이 크게 일었다.


부팔과 가벼운 포옹을 나누며 필드에 들어서는 잭 마틴을 향한 환호였다.


이젠 셀틱 측이 조급해질 차례였다.


패배해선 안 된다. 홈에서 순위가 뒤집히는 참사만큼은 막아야만 한다.


그런 선수들의 의지가 매섭게 로스 카운티 문전으로 날아들었고, 스튜어트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빨리 종료 휘슬이 들려오기를 간절히 바랐다.


코너킥 상황에서 반다이크가 찍어 내린 헤더 슛을 브라운 키퍼가 쳐내는 슈퍼 세이브를 보았을 땐 간담이 서늘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셀틱은 라인을 지나치게 올리는 중이었다.


중앙선 부근에서 찌른 캐리의 직선 패스가 총알처럼 나아가 셀틱의 수비진 사이를 꿰뚫는다.


매튜스가 힘껏 다리를 뻗지만 한발 늦어버리니, 뒤로 돌아가며 침투하는 공격수에게 기회가 열린다.


완벽한 온 사이드.


80분이 넘도록 에너지를 소비하느라 지칠 대로 지친 수비진이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잭 마틴의 움직임을 따라잡는 건 무리였다.


그가 단독 찬스를 놓친 적이 얼마나 있는가?


골키퍼로서 가만히 서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에게 슛 각을 고스란히 내주는 것보다는 달려 나가는 게 맞는 판단이었다.


볼 밑을 찍어 올리면서 골키퍼의 머리를 훌쩍 넘겨버리는 잭 마틴.


고든이 놀라며 두 팔을 번쩍 든 채 뒤를 돌아보았고, 깔끔한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칩슛이 골망 안으로 정확히 떨어지고 있었다.


잭 마틴은 궤적을 보더니 들어가는 걸 확인할 필요도 없다는 듯 등을 돌려 셀레브레이션을 하기 시작했다.


“드······ 들어갔다!”


부팔의 골이 화려한 과정을 거쳐서 들어갔다면, 이번엔 심플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그런 골이었다.


“폼이 안 좋은 매튜스를 끊임없이 괴롭혀서 체력을 고갈시켜놓고 우리의 해결사를 투입하여 마무리 짓는다.”


기쁨에 어쩔 줄 모르는 스튜어트를 보며 감독이 말했다.


“이게 내 계산에 있던 한 골이었네.”


*******


2 : 4


익숙한 숫자였다.


데일라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은 숫자.


“젠장······.”


다른 채널로 돌려도 피할 수 없던, 지겹도록 TV에서 떠들어댔던 숫자.


나폴리가 당했던 산 파올로의 기적을 상징하는 그 스코어.


중계 해설들이 무슨 멘트를 내뱉고 있을지는 안 봐도 알 것 같았다.


로스 카운티가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팀으로 올라서게 한. 이 나라의 국민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되었던 산 파올로의 기적.


셀틱이 돌연 공공의 적으로 몰리게 되었던 결정적인 이유.


그 스코어가 재현되었다. 저 팀에게 있어 기념비적인 순간을 또다시 세워주고 말았다.


이 사태에서 가장 피해가 막심했던 셀틱의 손으로.


Ohh, Way - Ohh Way, Ohh Way, Ohh Way -

County - County -

Ohh, Way - Ohh Way, Ohh Way, Ohh Way -

County - County -


원정팬들, 스코틀랜드인들의 외침이 더 커져갔다.


Ohh To - Ohh To Be -


셀틱 파크에 로스 카운티의 챈트만이 울려 퍼진다.


Ohh To Be a Staggie -


애써 태연한 척하고 싶었지만, 등에선 식은땀이 흘렀다. 선수들을 지휘해야 하는데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불안하면서도 설마 그럴까 싶었다.


그래도 셀틱인데, 셀틱 파크인데. 마지막엔 웃고 있지 않을까?


전광판의 숫자가 아니라는 듯 비웃는다.


워낙 비현실적이라 뜬구름 잡는 듯했던 느낌이 생생하게 다가오는 중이었다.


그 현실을 일깨우는 소리.


Celtic is going to collapse, Because of the County -

Celtic is going to collapse, Because of the County -


90분이 지났고 추가 시간이 주어지는 지금도 공격권을 잡고 있는 건 로스 카운티 쪽이었다.


순위가 뒤집혔다.


셀틱은 더 이상 자력 우승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


삑 - 삐익 -


와아아아아 -


“이겼다!”


스튜어트는 종료 휘슬을 듣고 나서야 한 줌의 불안감마저 내던질 수 있었다.


“이겼습니다! 이제 우리가 1위입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야, 닐.”


감독이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중요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축배를 들긴 이르지. 아직 두 경기가 남았어. 여기서 우리가 미끄러지면 다시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될 것이네.”


“······그렇죠. 명심하겠습니다.”


“뭐, 유리한 고지를 점한 건 맞지. 자네들도 수고가 많았어.”


“저희야 지시한 걸 따랐을 뿐인데요. 그나저나······ 저쪽과 인사치레라도 해야 할까요?”


그대로 굳어버렸는지 터치라인에 우두커니 서 있는 데일라.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으나 충격이 심하다는 건 짐작 가능했다.


“놔두는 게 좋겠군. 굳이 가서 악수를 나누는 건 오히려 실례가 될 테니까.”


“그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럼 바로 다음 경기 준비에 들어가지.”


감독이 스튜어트의 어깨를 두드리며 돌아섰고, 스튜어트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힘차게 대답했다.


“예, 감독님!”


뒤처지고 있을 때만 해도 이런 결과가 나오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전술에 관한 설명을 들었을 때도 수긍은 했으나 믿음 반 의심 반이었던 게 사실이었다.


모든 것이 말한 대로 이뤄지는 걸 보고 나서야 끝내 감탄하게 된다.


그가 옳다는 걸 재확인하게 된다.


언제나 그랬다. 앞으로도 똑같이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고 있을 때도 여유를 잃지 않거나, 미리 세워둔 계획에 확신을 가지고 앞을 내다보는 그런 일은 저 사람만이 가능한 거니까.


아마 자신처럼 평범한 인간은 평생 그를 이해할 수 없겠지.


한편으론 평생 그를 진심으로 따를 테고 말이다.



=============================

< 셀틱 2 : 4 로스 카운티 >

셀소 보르헤스(12‘)

윌프리드 자하(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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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딩월(28‘)

리 월리스(57‘)

소피앙 부팔(73‘)

잭 마틴(82‘)


=============================


작가의말

빠른 시일 안에 찾아뵈려고 했는데..

예정보다 길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저번보다 더 늦진 않았네요
계속 텀을 줄여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재밌게 봐주셔서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소중한 후원금을 보내주신
모아두상 님
foir 님
다크기사 님
짱짱가 님
모두 후원 감사드립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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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195. 한 마리의 송골매 +5 23.12.10 821 39 23쪽
194 194. 두 마리의 사자 (2) +5 23.12.02 828 41 25쪽
193 193. 두 마리의 사자 +4 23.11.22 886 42 25쪽
192 192. 캡틴 잭 +3 23.11.10 847 40 26쪽
191 191. 경기장 위의 숫사슴들 +6 23.10.31 897 35 28쪽
190 190. 계몽의 시대 (3) +3 23.10.20 922 44 23쪽
189 189. 계몽의 시대 (2) +5 23.10.08 937 39 26쪽
188 188. 계몽의 시대 +4 23.09.26 983 42 26쪽
187 187. 새로운 국면 (5) +7 23.09.15 1,035 45 22쪽
186 186. 새로운 국면 (4) +6 23.09.03 1,061 42 25쪽
185 185. 새로운 국면 (3) +8 23.08.19 1,146 45 22쪽
184 184. 새로운 국면 (2) +8 23.08.04 1,192 40 26쪽
183 183. 새로운 국면 +7 23.07.13 1,272 56 22쪽
182 182. 지상 최고의 팀 (4) +8 23.06.28 1,247 50 29쪽
181 181. 지상 최고의 팀 (3) +5 23.06.16 1,140 39 24쪽
180 180. 지상 최고의 팀 (2) +6 23.05.27 1,252 50 24쪽
179 179. 지상 최고의 팀 +5 23.05.07 1,339 50 27쪽
178 178. 승부욕의 화신 +3 23.04.22 1,267 50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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