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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71 님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무제..

황사가 지나고, 꽃샘바람 몰려온 저녁,

벌건 화로 앞에 모여앉은 우리들은,

소를 먹습니다.

 

누군가의 배를 채우기 위해 태어난 소는,

슬픈 눈망울로 먼산을 바라보며 한번,

크게 울었을지도 모릅니다.

 

다 그런 거야...

벌건 화로에서 숨을 거둔 살들이 타들어가는 동안,

우리는 그렇고 그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무던히도 먹어치우던 여물의 기억도,

대지를 달리고 싶었던 튼실한 다리도,

시선을 멈추고 숨을 고르게 하던 발정도,

갈갈이 해체되어 버린 지금,

 

우리들은 술과 살점들로 입을 채우고,

탄식과 푸념을 토하고,

또 잔을 부딪칩니다.

 

다 그런 거야... 인생 뭐 있어?

빨리 먹어... 고기 타겠네...

다 잊어버려...

 

마침내 빈 술병과 빈 접시, 빈 화로 앞에서

우리들은 각자의 멍에를 매고,

먹어치운 살점만큼 무거워진 몸을 일으킵니다.

 

걸어가야 하겠지요, 누군가의 배를 채우기 위해서

슬픈 눈을 하구선 먼데를 바라보며 한번,

크게 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갈갈이 해체되어,

부위로나 기억될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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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작성일
» 내 일상 | 무제.. 18-05-30
1 내 일상 | 이만하면 됐지... 싶다가도. 1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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