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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환상 때로는 허구

나는 성덕이다


[나는 성덕이다] 셜록 자막 방영.....슬픔과 두려움

KBS의 ‘셜록’ 자막 방영 - 분노, 슬픔, 두려움.....

 

나는 더빙 콘텐츠를 사랑한다.

비엘이 주류를 이루는 드라마 씨디엔 아직 손을 안 대고 있지만

IPtv에 유료로 올라온 ‘어밴져스’ 더빙이나 ‘늑대아이’ 더빙을 구입해서 볼 정도의 애정이다.

 

내가 성우와 더빙 콘텐츠에 관심을 갖게 된지 거의 20년이 다 돼 간다.

어린 시절엔 주로 tv로 영화나 애니를 접했고,

그런 이유로 더빙은 무척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라나 케이블이 보편화되고,

인터넷과 붎법 공유파일이 난무하면서 사람들은 점차 더빙에서 멀어져 갔다.

 

내가 본격적으로 성덕질을 시작할 무렵부터

외화나 애니의 더빙에 대해 반감을 가진 사람은 늘어만 갔다.

더빙 반대론자들이 인터넷을 거의 점령하다시피 했고,

그 사이에서 성우, 더빙 팬들은 더빙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힘겹게 버텨 나가고 있었다.

 

그런 내게, 아니 성덕들에게 영국드라마 ‘셜록’은 조금은 특별한 더빙작이 아닌가 싶다.

 

셜록 1시즌을 방영할 당시 인기작이라는 이유로

또 다시 더빙 반대론자들의 표적이 되진 않을까……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이 컸었다.

그러나 ‘셜록’은 과감한 연기파 신인성우의 기용.

감각적인 연출과 원작에서도 볼 수 없는 귀여운 타이포 등으로

무척이나 좋은 반응을 얻으며 원작 팬들 사이에서도 꽤 호평이었다.

 

더빙이라면 먼저 쌍수를 들고 까기에 바쁜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봤고,

그렇기에 이런 좋은 반응은 더빙 팬인 나에게 무척이나 뿌듯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셜록 2시즌이 방영됐다.

타이포나 연출 등에서 1시즌보다 못하다는 평이었지만

주연 성두들이 안정된 연기, 안정된 연출 등으로 이 역시 호평이었다.

 

하지만 KBS는 이번에 셜록2시즌 재방송을 더빙이 아닌

 

자막으로 내보냈다.

 

지상파 방송에서는 외국의 콘텐츠를 가져올 때 더빙이 기본이다.

더빙은 일차적으로는 시청 약자들의 편익을 위한 서비스이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우리말’의 보호를 위한 하나의 조치이다.

 

그래서 지상파, 그것도 공.영.방.송.인 KBS는 더빙을 해 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

 

하지만 KBS는 공영방송으로서의 그런 의무를 저버리고 자막을 선택햇다.

 

자막이든 더빙이든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댁들이 더빙을 좋아하는 건 알겠소.

그런데 그거 하나 자막 방영한 것 같고 왜 그 난리들이쇼?”

 

그거 하나……

 

언제나 시작은 바로 ‘그거 하나’에서부터였다.

토요명화가 사라졌다.

토요일 낮에 하던 외화시리즈가 사라졌다.

영화특급이 사라졌다.

주말의 명화가 사라졌다.

MBC 외화부가 사라졌다……

 

현재 SBS는 더빙 콘텐츠는 아동 시간대에 방영하는 애니가 전부다.

MBC는 외주 녹음으로 넘겨버린 ‘CSI’ 시리즈만 근근히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설 특선으로 방영됐던 ‘세 얼간이’ 더빙이 무척이나 의외이면서 반가웠었다.)

 

몇 년 전만 해도

토요명화, 토요일 낮 외화시리즈

명화극장, 일요일(시간대는 변경이 많았다.) 밤 시간대 외화시리즈

등 네 개의 더빙 외화를 접할 수 있던 KBS에서는

현재 앞선 글에서 언급한 ‘초한지’, ‘명화극장’, 토요일 자정 타임의 외화시리즈

이렇게 세 개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겨우 하나 줄었다고 생각하는가?

영국드라마 ‘닥터후’는 한 때 일요일 밤 11시 타임에 방영됐었다.

그때의 시청률은 10퍼센트를 넘었다고 한다.

 

토요명화는 10시 타임이었다.

명화극장도 그 비슷한 타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초한지는 새벽 1시가 다 돼서야 방영을 시작한다.

명화극장은 밤 12시 20분, 늦으면 40분에야 방송을 시작한다.

토요일 외화도 초한지와 비슷한 시간대에 방송된다.

 

MBC의 CSI 역시 자정을 넘겨서야 방송을 시작한다.

 

접근성이 낮으니 시청률이 좋을 리 없다.

 

특히 중간 유입이 어려운 시리즈물의 경우 더욱 시청률이 나오기 어렵다.

그래서 예산이 줄어가고,

초한지는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신인들이 듣는 이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고,

명화극장은 첫방 영화들이 거의 없어지고 잇으며

급기야 토요일, 재방이던 ‘셜록’은 발자막으로 전파를 탔다.

(HI를 ‘잘 가.“라고 해석하는 정도 수준의 자막이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부정적인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아, KBS가 더빙 콘텐츠를 버리려 하는구나.

그래서 지금 시청자들 떠보려고 인기작인 ‘셜록’을 자막으로 방영했구나.”

 

한 신인성우의 페이스북을 보면서 슬픔을 느낀다.

 

신상지우고.PNG

 

그리고 내가 어릴 때부터 즐기고 사랑하던 더빙 콘텐츠가,

더빙 외화가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진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도 듣보잡이고,

성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더 적을 터이니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은 더욱 적을 것이다.

 

하지만 혹여 이 글을 읽는 사람들께 부탁드린다.

 

당신이 더빙을 싫어한다면, 조금만 마음을 열어 주시길.

당신이 더빙에 관심이 없다면, 조금만 관심을 갖고 봐 주시길

당신이 더빙에 긍정적이라면, 조금만 목소리를 내어 주시길.

 

한글날이 공휴일이 돼도

우리나라는 우리말 보호의 목적도 갖고 잇는

더빙을 버리는 수순을 점차 밟아 가고 있다.

 

소심하게 하는 말이지만,

언제부터 자막으로 영화를 보는 것이 수준 높은 영화감상이 된 것일까.

자국어로 더빙된 영상으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언제부터 수준 낮은 영화보기가 됐나.

 

성덕으로서, 아니 우리말로 더빙된 영화를 보고픈 사람으로서

지금 나는 무척이나 필사적인 마음이다.


댓글 1

  • 001. Personacon 이설理雪

    14.01.04 20:55

    성우계를 죽이려 드네요.=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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