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레이시아 스토리 028
검게 변한 모니터를 보고 있는 강민식은 참담함, 그 이상의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하, 이제는 정말 내 목숨을 걸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구나!’
사실, 강민식의 게임 커리어도 러너 못지 않게 화려했다.
연구소에서 수배 내렸던 5명의 플레이어 중에 그가 속해있다는 것이 그 증거였다!
물론, 정작 본인은 그 사실을 숨기고 있었지만 말이다.
‘후,,, 일이 이렇게 될 거였으면 차라리 함께 들어가는 건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강민식의 귓가로 윤혜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저것 보세요! 구준혁씨가 살아났어요!”
그 말에 강민식의 시선이 곧바로 모니터를 향했다!
모니터에서는 불꽃이 일렁이고 있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믿고 있었다고, 젠장!”
저도 모르게 나온 강민식의 흥분한 목소리가 연구소 안을 가득 채우며 연구소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의 이목을 이끌었다!
“흠흠,,,”
강민식이 그런 시선을 의식한 듯 헛기침을 몇 번하더니, 이내 절제된 목소리로 윤혜나에게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구준혁이 던전을 발견한 것 같군요.”
연구소 측에서도 던전의 존재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앞서간 죄수들을 모니터링하고 있었으니까!
“아! 던전! 던전으로 몸을 던졌던 거로군요!”
그렇게 감탄하듯 말을 내뱉은 윤혜나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럴 만했다.
“그럼, 더 위험해 진 거 아닌가요?”
던전에 혼자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그간 모니터를 통해 수 차례 봐왔으니까!
***
아스레이시아 스토리에 존재하는 던전은 필드의 경우와는 달리, 몬스터들이 젠이 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리고 이렇게 던전에서 젠이 된 몬스터들의 경우에는 밖으로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설정되었다.
이런 특성을 가진 던전의 존재는 플레이어들의 레벨업이나 퀘스트 등의 목적을 좀 더 쉽고 빠르게 달성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나, 이런 던전이 사냥터로서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가끔은 플레이어들을 곤란에 빠뜨리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건 바로 던전의 공간이 넓으며 혼자 들어간 경우였다!
‘지하도시라도 되는 건가? 뭐가 이렇게 넓은 거야?’
목검이 횃불이 되어 주변을 밝히고 있었기에 시야가 확보되는 러너였다.
그런 러너의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넓은 공간에 울창하게 자란 나무들뿐이었다.
‘아니, 뭔 던전에 나무들이 이렇게 많지? 동굴 속에 또 하나의 숲이 있는 것 같네.’
그런 생각을 하며 횃불을 양 옆으로 휘저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러너의 귓가에는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만이 들리고 있었다.
스르르! 스르르!
러너는 처음에는 그 소리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이내 이상함을 느꼈다!
‘아니, 바람도 안 부는데 왜 자꾸 나뭇잎 소리가 들리지?’
러너가 그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 이건 진짜 좆 됐다!’
나무들이 자신을 향해 접근해 오고 있는 것을 인지한 것이다!
‘도망갈 데가 없는데?’
넓은 공터였던 곳까지 어느새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아, 몬스터를 피해 들어온 곳에서 또 몬스터를 만나냐고!’
그런 러너의 눈에 [Lv.42 나무의 정령]이라는 이름의 큰 단풍나무가 기괴한 걸음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무슨 또 레벨이 42나 되냐? 여긴 스테이지마다 몬스터 레벨 제한도 없는 거야?’
스테이지별로 레벨 제한은 당연히 있었다.
그럼에도 나무의 정령의 레벨이 높았던 것은 다름이 아니었다.
바로, 나무의 정령이 몬스터가 아닌 NPC였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방문객이 찾아오셨군.”
평범한 던전이었다면 당연히 몬스터가 젠 되어야 했으나, 러너가 들어온 곳은 히든 던전이었다.
아스레이시아 스토리에서 히든 던전은 몬스터가 아닌 NPC를 만날 수 있던 장소였던 것이다!
‘오호 이거 몬스터가 아니라 NPC 같은데?’
말을 하는 몬스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러너는 방금 말을 건넨 나무의 정령에게서 악의가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악의가 없다면 몬스터가 아닐 것이고 그렇다면 NPC일 것이다, 라는 사고회로가 돌아가는 러너였다.
‘캬, 오늘 아주 그냥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구나!’
히든 던전에서 NPC를 만났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그것도 이상한 일!
러너가 한껏 기대하며 인사를 건넸다.
“아, 예! 안녕하십니까?”
“아니, 그런데 지금 불타고 있는 게 혹시 나무인가?”
생각지도 못한 나무의 정령의 질문에 러너가 당황했다!
‘헐, 뭐지? 이거 대답 잘해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머리를 굴리던 러너가 대답을 내 놓았다.
“하하, 예, 맞습니다. 이미 생명이 다한 나무로 만든 목검이죠.”
“생명이 다한 나무라,,,”
‘이게 아닌가? 표정을 읽기가 어렵네!’
그렇게 다시 러너가 입을 열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말을 하나 봅니다. 하하하!”
“오호,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 그것 참 좋은 표현이군!”
‘됐다!’
사실, 굳이 NPC를 만족시킬만한 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이정도 비볐으면, 이제 뭐라도 주겠지?’
어쨌든, 러너는 자기가 한 아부에 만족하며 나무의 정령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곳을 찾아온 작은 손님에게 선물을 주고 싶군.”
말을 마친 나무의 정령이 나뭇가지를 움직이며 무엇인가를 찾기 시작했다.
‘히든 던전이니까 적어도 유니크 이상의 아이템은 주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러너의 눈앞으로 나무의 정령이 가지를 갖다 댔다.
‘응?’
그것을 본 러너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뭔가요?”
사실 러너는 이것이 뭔지 알고 있었다.
이미 여러 번 봐왔던 물건이었으니까!
“이 구슬에 손을 얹어보게. 만약 자네에게 정령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이 구슬이 반응 할 테니까!”
‘컥! 아이템을 주는 게 아니라 직업을 부여해주는 거였어?’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것이기에 러너는 놀랐다.
그러면서도 내심 기뻤다!
‘가만있어봐, 이거 한마디로 히든 클레스란 말이잖아?’
아직 구슬에 손을 대지 않은 러너였으나, 이미 직업을 가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러너의 전투 타입은 균형형으로 모든 직업을 가질 수 있었으며, 직업을 바꿀 수 없는 기간도 이미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역시 될 놈은 된다!’
그렇게 러너가 하얀 구슬에 손을 얹었다!
[플레이어님의 전투 타입은 균형형으로 확인되셨습니다!]
[정령술사를 직업으로 선택하시겠습니까?]
‘아! 예! 당연하죠!’
[직업 - 정령술사, 를 선택하셨습니다.]
[스킬 - 정령소환, 을 습득하셨습니다.]
러너의 직업이 정령술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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