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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업자는 던전판매업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박현민
작품등록일 :
2021.04.07 23:02
최근연재일 :
2021.04.17 11:05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498
추천수 :
63
글자수 :
54,816

작성
21.04.07 23:03
조회
230
추천
8
글자
10쪽

1. 스승님은 내게 X을 줬어

DUMMY

1.

노망난 노친네 덕분에 이 지랄맞을 대륙에서 빌어먹은지 어언 12년.

드디어 개똥같은 마법수련을 끝내고 마침내 5서클 마법사로 성장했다.


“내 살다살다 너같이 재능없는놈은 처음본다!”


무려 12년이나 굴리고 한다는 말이 저딴 재수없는 말이라니. 에라이 이거나 드셔.


“어쩌자고 저런 둔치를 데려왔을까···쯧쯧. 이제 5서클 마법사가 되었으니 이걸 삼켜라.”

“이게 뭔데요.”

딱!

“말하는 싸가지 하고는”


저 영감탱이가···뭔지 물어 보는게 뭐가 어때서! 라는 말을 삼키며 두들겨 맞은 머리를 문질렀다.


“먹기 싫으면 말고”


노인의 얌체같은 모습에 내 미간에 주름이 생기는 소리가 들린다.

노인의 손에서 나온 빛깔좋은 구슬에 내얼굴이 비쳐보였다.


“먹는건 맞죠?”

“한이 이놈아. 어찌 속고만 살았느냐”


근엄한 표정을 짓는 노인에게 버럭했다.


“네! 맨날 속였잖아요! 마력 증진에 좋다고 이상한 체조 시킨건 아무런 득도 없는거같고 무슨 마나량 늘려준다고 풀맛나는 주스 가끔 먹이는데 그거 뒷산 동굴 안쪽에 자라는 이끼 아니에요?”

“뭐, 이, 이끼?”

“이끼 맞잖아요. 다 봤어요! 또 뭐냐 처음 만났을때는 역사상 다시없을 재능이라며 추켜세울때는 언제고 맨날 구박만 하잖아요!”

“어허..”


나의 감정섞인 윽박에 눈앞의 노인. 아니 스승님은 뒷짐을 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 네놈 좋으라고 한 일이거늘···”


씩씩 거리던 나는 몸를 돌려 방을 나서버렸다.


‘그래, 잘된거야. 어차피 5서클만 찍으면 끝이라고 했었으니 더는 미련 없어. 고딩때 따라 왔다가 12년이나 이런 산골에 처박혀서 수련만 시킬줄 누가 알았겠어.’


그렇게 되뇌며 애써 자위한 나는 오랜만의 휴식을 위해 내방의 침대에 누워버렸다.

한번 시원하게 질렀더니 속이 후련했다. 틀린말은 없잖아?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래도 좀 심했나?”


그놈의 정이 문제다. 천애고아로 태어나 관심가져주는 사람은 스승이 처음이었으니까.


“에라이!”


그래, 뭐 엄밀히 따지고 보면 속인건 아닌것 같았다. 한국에서 이곳 라모스 대륙으로 차원이동 해온것 부터 긴 시간을 수련해야 하기 때문에 참고 견딜수 있어야 한다고 했음에도 내가 원해서 따라온거니까.


미안한 마음에 나는 조심스럽게 스승님이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방으로 들어가니 등을돌린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노인의 뒷모습은 무척이나 초라해 보였다.


“스승님. 제가 답답한 마음에 투정부린···..에휴.”

“후루룹, 쿨럭.”

“아니, 제자가 삐져서 화내면서 나갔는데 지금 컵라면이 목구멍에 들어가십니까?”


너무나 어이없게도 스승님, 아니 다시 노친네로 강등이다. 저 컵라면이나 먹고 있는 꼴이 너무나 얄밉기 그지없었다.


“크흠. 그래도 너네 동네는 이 컵라면 만든사람한테 작위도 주고 영지라도 하사해야돼. 간편하고 맛있고 저렴하고 얼마나 좋냐.”

“컵라면사러 차원이동할 마력으로 집에나 보내줘요.”

후루룩


뺏길세라 그사이 국물을 원샷하는 모습에 울화통이 터진다.


“아, 진짜. 나도 라면 좋아한다고요!”

“미안, 이게 마지막이야. 꺼억.”

“잠시라도 스승님에게 죄송스러웠던 제가 더 바보가 된 느낌입니다.”


잔뜩 삐져있는 내게 스승님은 재밌다는듯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억울해 하지말고 이걸 먹거라.”


다시금 스승님의 손에서 일전의 구슬이 나타났다.


“이런거 말고 라면 먹고 싶다고 했잖아요.”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5서클에만 당도하면 다 끝난다고. 그 이유가 바로 이 녀석이다.”

“이거 먹일려고 12년동안 저를 개고생 시킨거에요?”

“응.”


아주 당당하다 못해 위풍당당한 대답이렸다.


“뭔지 알려주면 어디 덧나요?”


그말에 스승님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저 영감탱이가 왜저래.


“사실, 이 구슬에는 어마어마한 비밀이 잠들어 있다고 전해져 온단다. 내가 차원이동까지 하면서 널 데려온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지. 수많은 비밀이 겹겹이 쌓이 이 구슬, 아니 일종의 유물이라고 봐도 되겠구나.”


장황스레 이야기를 읊어가는 스승님이 계속해서 비밀, 비밀 거리는게 혹시···


“그래서 잘 모른다는 말 아니에요?”

“아, 응. 맞아.”

“세상에나. 뭔지도 모르면서 하나뿐인 제자에게 이걸 먹이려는 거에요?”


짐짓 당황한듯한 스승님의 표정에서 이내 노기가 서렸다.


“이놈! 마법의 신 테티스와 아크메이지인 나 테오도르 메이헨의 이름을 걸고 결코 수상한건 아니니 의심치 말거라!”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모든것은 널 위해서이니라. 의심치 말고 얼른 먹거라.”


마법의신과 자신의 이름까지 거는데 어찌 의심하리라. 속는셈 치고 한번 먹어주기로 했다.

적당한 무게와 손에 착 감기는 촉감.

잠시 눈앞에 가져다 살펴보았다. 아까전처럼 내 얼굴이 비칠정도로 비이상적으로 깨끗한 구슬이었다.

천천히 입에 넣어 억지로 꿀꺽 삼키고 나니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이거 먹으면 소화는 되는 건가요?”

“네게 딱 맞는 녀석이라면 자연스레 몸속에서 분해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자연스레 배출될 것이니 걱정말거라. 내가 장담하는데 넌 그 힘을 모두 흡수 할 것이다.”


아까는 잘 모른다 하지 않았나? 근데 어떻게 흡수가 될수도 있고 아니면 배출된다는 거지?

아무래도 아크메이지 밑에서 다양한 지식을 배우고 지독하기 그지없는 12년의 세월을 보내다 보니 눈치하나는 기가막히게 빨라진 나였다.

눈을 부릅뜨며 테오도르 스승님을 바라보자 알겠다는 듯 말을 해주었다.


“나도 먹어봤거든. 근데 나이도 많이 먹었고 아무래도 워낙 다양한 방식으로 마나를 쌓다 보니 마나가 순수하지 않아서 조건이 안맞는 듯 하더구나.”


일순간 현기증이 들었다. 구슬의 영향인지 배속이 부글부글 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스승님의 대사에서 불안한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배출 되더라고. 그래서 잘 갈무리해서 챙겨놓았고 널 데려와서 수련시킨 것이니라.”

설···마?


내 불안감은 적중했다. 하지만 스승님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온몸이 끓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깨끗히 씻었으니 안더러워. 얼굴이 시뻘건게 효과가 바로 오는구나. 걱정말고 한숨 푹 자거라. 껄껄.”


야이 개똥만도 못한 노친네가! 라는 말은 생각으로만 끝나고 의식의 끈이 끊어졌다.


2.

정신을 차렸을때 가장먼저 보이고 들린것은 스승 테오도르의 모습이 아닌 뜬금없는 반투명의 메세지창 이었다.


[마력의 힘으로 육체가 재구성됩니다. 1레벨부터 시작합니다.]


“아이고 머리야.”


나도 모르게 두통을 호소하는 중얼거림을 내뱉었다.


“뭐지?”


마치 홀로그램처럼 눈앞에 떠있는 메세지창도 그 안의 내용도 이상했지만 내 입으로 내뱉은 목소리도 좀 이상해진 것 같았다.

조금은 앳되어 보이는 목소리랄까.


“그런데 1레벨부터 시작한다는건 무슨 말이지.”


기이한 상황인건 틀림 없었다. 눈앞에 나타나는 메세지창에 목소리도 좀 달라졌으니.


“두통은 좀 있는데 몸은 기가막히게 개운한데? 마치 새로 태어난것 같아.”


말 그대로였다. 살면서 이렇게 기분좋았던 적은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둘러보니 내몸이 아닌듯 했다. 깨끗한 피부에 군살없이 탄력적인 몸에 감탄하던 중 그제야 이곳이 어딘지 궁금해졌다.

깨끗한 벽지에 책장, 침대 그리고 컴퓨터와 TV···어라?


“전자제품이 왜 있지? 여기 한국인가!”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라모스 대륙에 있을땐 영화에서나 보던 중세시대의 공간들이었기에 집이란 수련이 끝나면 잠자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희 상품 설명 드리기 전에..]

“와 한국어다!”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그와 동시에 한동안 잊고 있던 한국어가 튀어나왔고 어색하긴 했지만 어렴풋이 익숙한 감정에 전율이 일었다.


“채널도 돌릴수 있어!”

[지금 당신이 무슨짓을 하는건지는 알아? 널 사랑한 만큼···]


[반갑습니다 여러분. 즐거운 주말 이시간을 책임질 행복···]


“개쩐다! 와, 아 이거 한국어로 뭐였더라. 아 영상! 영상미!”


혼자 신이나사 발광을 하며 채널을 돌리며 감격하던 중 방문이 덜컥 열렸다.


“일어났냐?”


문이 열리고 나타난 사람은 스승님이었다. 하지만···


“스승님 방금 한국어 하신거에요? 그리고 옷은 그게 뭐에요 아저씨같이.”

“너네 동네에도 있는 말이지만 우리 라모스대륙에도 이런말이 있지. ‘발칸 제국령을 떠나는 순간 그대는 발칸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라고 말이야”

“뭐 조금 다른것 같긴한데 무슨말인지 알겠어요. 그나저나 상상도 안해봤는데 스승님 얼굴과 수염 달고 등산복은 진짜 끝내줍니다.”


말 그대로였다. 나는 물론 한국인이니 상관없지만 테오도르 스승님은 전형적인···그 있잖아. 영화에서 나오는 서구적인 얼굴의 마법사 할아버지. 딱 그 얼굴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런 테오도르의 얼굴에 아버지들이 입는 칙칙하지만 눈에띄는 색갈의 등산복을 입고 나타나 한국어로 말을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기괴했다.


“그런데 한국어 되게 능숙하시네요.”

“당연하지. 나 한국 국민이야. 주민등록증도 있어.”

“네? 농담이죠?”


나도 없는 주민등록증을?


“물론 이능력자 전형으로 한국 귀화 신분이긴 하지만.”


그간 들었던 개소리중에 제일 참신한 개소리같았다. 이능력자 전형은 또 뭐고

내 얼빠진 표정을 본 테오도르가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의 사랑스런 제자 주한아. 네가 12년 동안 라모스 대륙에서 뭐빠지게 수련하는 동안 너네 동네는 참 많이 바꼈단다. 혹시나 네 수련에 방해될까봐 알려주진 않았지만 이제 수련은 끝난으니 설명해주마.”

“그게 무슨..”

“아마 궁금한게 참 많을게다. 일단 배고프지? 컵라면 먹자!”


이때까지 스승님의 말씀중 가장 행복하고 기대되는 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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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3. 예, 이녀석이 바로 그녀석입니다.(1) 21.04.13 42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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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 돌아왔는데 왜이래요(5) 21.04.10 134 6 8쪽
5 2. 돌아왔는데 왜이래요(4) 21.04.09 118 6 8쪽
4 2. 돌아왔는데 왜이래요(3) 21.04.08 137 6 9쪽
3 2. 돌아왔는데 왜이래요(2) 21.04.08 184 6 12쪽
2 2. 돌아왔는데 왜이래요(1) 21.04.08 192 6 8쪽
» 1. 스승님은 내게 X을 줬어 21.04.07 231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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