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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2: 진흙가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9.11.01 10:29
최근연재일 :
2019.12.02 01:09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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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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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376

작성
19.11.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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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글자
11쪽

47. 치즈

DUMMY

47. 치즈




데이브가 자수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두꺼비는 밀수품을 보관해 두는 창고로 향했다.

창고 안에는 각 조직의 주먹들과 한 남루한 청년이 있었는데, 유일하게 청년만이 밧줄에 꽁꽁 묶여 있었다.


두꺼비는 꽁꽁 묶인 청년을 보며 말했다.


“저 친구가 데이브인가?”


창고를 지키던 부하 하나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두꺼비는 청년의 턱을 손으로 움켜잡아 고개를 들게 했다. 얼굴에 맞은 흔적이 엿보였다.

“이런, 맞았군? 누구 때렸나?”


그러자 윗머리가 벗겨지진 중년의 사내가 손을 들었다.

정육점 랄피의 부하로, 술주정뱅이처럼 툭 튀어나온 배가 인상적이었다.


“제가 그랬습니다. 건방지게 굴기에 예의를 가르쳐줬습죠.”


“무슨 건방진 짓을 했지?”


그때, 데이브가 끼어들어 말했다.


“밧줄에 묶이지 않겠다고 했거든요. 자수하러 왔는데, 밧줄에 묶이면 이상하지 않습니까? 도망치다 잡힌 사람처럼요.”


두꺼비가 데이브를 한번 바라봤다. 표정을 보아하니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인간의 때때로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을 앞에 두면 이런 태도를 취했다. 전부 무력하게 놓아버리고 포기하는...... 하긴, 일개 채집꾼이니 별수 있겠는가? 두꺼비는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리자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운명이 자신에게 빛을 비추는 것 같았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군. 이봐, 이 밧줄 좀 풀어줘.”


그러자 두꺼비의 부하가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 데이브의 밧줄을 잘라줬다. 그런 뒤, 두꺼비가 상냥하게 말을 걸었다.


“사과하지. 데이브. 데이브라고 불러도 될까?”


“예. 편하신 대로.”


“다시 한번 사과하네. 데이브, 자넬 찾긴 했지만, 이런 뜻으로 찾은 건 아니야.”


뻔뻔한 거짓말이었지만, 두꺼비는 창피한 줄 모르고 그렇게 말했다. 오랜 폭력배 생활로 배운 사실 중 하나는 포식자가 상냥하게 굴면, 피식자는 마치 친구라도 된 듯 순종적으로 따른다는 거였다. 비상식적인 일이었지만, 엄연히 사실이었다. 그래서 두꺼비는 더 뻔뻔하고 담대하게 굴었다.


“난.... 아니, 우리는 자네와 친구가 되기 위해 찾은 걸세.”


믿든 말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 채집꾼은 도마 위에 올라온 생선이었으니 선택사항이 없었고, 시간만 지나면 스스로 그렇게 믿을 터였다.


진흙타운의 하류층 인간들은 토막 쳐진다는 현실을 바라보기보단 요리사와 친구가 된다는 망상에 빠지는 한심한 놈들뿐이었다. 자기들은 아니라곤 했지만, 두꺼비는 전부 똑같은 놈들인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두꺼비의 친근한 태도에 데이브는 잠시 침묵하며 생각을 하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 만약, 순순히 협조한다면 저와 제 가족, 루카스 일가의 안전은 보장해 주실 수 있습니까?”


‘가족이 자길 판 걸 모르는 건가? 알게 뭐람. 그딴 거.’


“물론일세. 안전뿐 아니라, 적정한 대가도 지불하지. 일종의 대가로 말이야.”


데이브는 내키는 태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거절의 뜻도 비치지 않았다. 예상대로 포기가 빠른 녀석이었다.


잠시 후, 약속이라도 한 듯 각 구역의 두목들이 찾아왔다.


똥냄새를 맡는 파리처럼 돈 냄새를 잘 맡는 파리왕과 교활하고 비열한 대왕쥐, 단순한 만큼 잔인한 정육점 랄피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드디어 본격적인 사업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이 일을 주도한 두꺼비가 자랑스레 떠들었다.


“어서 오시게. 친구들. 여기 데이브가 스스로 찾아왔네. 서로 간의 오해를 풀고 우리 일에 협조해주기로 했어.”


그러자 얼추 이해했는지, 각 두목들이 데이브를 바라봤다. 수상쩍게 노려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지갑을 주운 듯 흐뭇하게 보는 이도 있었다.

그때, 가장 의심이 많은 파리왕이 데이브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봐 지렁이. 정말 광산을 발견한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까. 절 찾으신 거 아닙니까?” 데이브는 어이가 없다는 듯 지친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러자 파리왕이 데이브의 입을 손등으로 후려갈겼다.


“입 조심해. 지렁이! 두꺼비만 아니었으면, 네놈을 산채로 거름으로 만들었을 거야. 다시 묻는다. 광산을 발견했나?”


기가 꺾인 데이브가 소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어떻게 발견한 거지?”


데이브가 대답하기 망설이자, 파리왕이 다시 때릴 자세를 잡았고, 그러자 데이브가 얼른 실토했다. 각 두목들은 이런 겁쟁이 같은 태도에 경멸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꼈다.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길을 잃었을 때 말이죠. 좁은 바위 틈새를 지나야 있는데, 생각보다 험한 곳이라 한꺼번에는 많이 못 캡니다.”


썩 달가운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어쨌건 광산이 있다는 게 확실해지자 모두 미소 지었다.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골목대장을 하는 게 아닌, 진짜 거물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었다.


허나, 파리왕은 좀체 의심을 거두지 못했다.


“.... 수상해. 거짓말하는 거 같아. 거짓말쟁이 특유의 구린내가 난다고.”


두꺼비가 속삭여 달랬다.


“하지만 광산 이외에 데이브가 그동안 가져온 원석의 양을 설명할 수 없어...... 더욱이 거짓말이면, 우리 손에 죽을 게 뻔한데, 뭣 하러 찾아왔겠나? 놈은 평화를 얻기 위해 여기 왔다고.”


그 말에 마땅히 반박할 수 없는 파리왕은 씁쓸하게 입을 다물었다. 두꺼비의 말이 맞았다. 광산이 없으면 성립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때, 성질 급한 대왕쥐가 데이브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광산은 어디 있지?”


데이브가 난감한 듯 허공에 손을 한번 휘젓더니 입을 열었다.


“말로 설명 못 합니다. 직접 가야지.”


“왜 말로 설명 못 하지?” 파리왕이 다시 의심을 꽃피우며 물었다.


“당연히 못하죠. 가는 길이 멀고 험해 말로 설명하기 힘듭니다. 한다고 해도, 채집꾼이 아닌 여러분이 이해할 수 없고요. 제가 안내해야 합니다.”


파리왕이 눈을 가늘게 떴다.


“무슨 함정을 파 놓은 게 아니고?”


데이브는 그 시선을 가만히 바라보다 항복하듯 양손을 들어 보였다.


“파 놓을 수 있었음 파고 싶군요. 여러분 전 그저 제 주변 사람들과 안전하게 살고 싶은 생각뿐입니다. 그래서 여기 온 거라고요.”


두꺼비가 재빨리 파리왕을 데이브에게서 떼어놓고 경고했다.


“이봐, 기껏 굴러온 호박을 깰 생각 따위 하지 마! 제깟 놈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 일생일대의 사업 기회를 더 이상 압박하지 마. 이 정도면 충분해.”


결국 파리왕은 찝찝함을 느끼면서도 뒤로 물러났다. 두꺼비가 자세를 가다듬고 데이브에게 말했다.


“미안하네. 데이브. 난 전적으로 그대를 믿네. 혹시 지금 당장 거기로 안내해 줄 수 있나?”


데이브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하지만, 그 전에 루카스의 상태를 확인해 보고 싶은데요. 멀쩡한지......”


건방진 지렁이의 요구에 다른 두목들이 발끈하려고 했으나, 두꺼비가 먼저 선수를 쳐 그 요구를 수용해줬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요구였고, 루카스의 상태를 보여주면 괜한 허튼수작을 안 부릴지도 몰랐다.


부하를 시켜 루카스를 데려오자 데이브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졌다. 하긴 얼굴이 엉망인 데다, 전신도 포도처럼 보랗게 익었으니. 특히, 엄지와 검지만 남은 오른손을 보곤 경악을 금치 못했다.


“빌어먹을!” 데이브가 루카스의 오른손을 보곤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상태가 좋지 못한 것은 인정하네...... 하지만, ‘비교적’ 멀쩡한 상태야. 사실, 자네가 조금만 더 일찍 왔으면 나았겠지만.”


두꺼비가 그리 지껄이자, 데이브는 한순간 분노한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허나 이내, 현실을 인지하곤 무력하게 고개를 숙였다. 두꺼비는 이러한 순간에서 약간 변태적인 쾌락을 느꼈다.


“악의는 없네. 그래도 자네 가족은 무사하네.” 두꺼비가 뻔뻔히 말했다. 사실, 이반의 일가는 ‘상품’으로 쓸 생각이라 건드리지 않은 것뿐이었다.


그때, 루카스가 작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도대체 여길 왜 온 겁니까. 저놈들이 우릴 살려줄 거 같습니까?”


두꺼비가 제지하려고 했지만, 데이브가 어깨에 손을 얹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 괜찮아. 다 해결됐어.... 그렇죠?”


두꺼비를 바라보며 데이브가 물었고, 두꺼비는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약속은 반드시 지키지.”


그 대화에 고문 중에도 울지 않던 루카스가 괴로워하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데이브에게 뭐라 중얼거렸는데, 데이브는 괜찮을 거라며 그저 다독일 뿐이었다. 누가 보면 사랑에라도 빠진 줄 알 터였다.


“루카스의 상태는 확인했으니 이제 가시죠. 가는 동안 루카스를 치료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지. 그런데 제대로 된 치료는 광산에 갔다 온 다음 해주겠네. 루카스도 우리와 함께 가지.”


“어째서요?!” 데이브가 납득할 수 없다는 듯 반발했다.


“자네가 길을 헷갈릴 수도 있지 않나? 또 자네가 서둘렀으면 하는 것도 있고. 혹시라도 개수작을 부릴 경우도. 응? 일종의 상호 보험이라고 해두지. 문제 있나?”


데이브는 따지고 싶은 표정을 지었으나, 입 밖에는 결국 다른 말이 나왔다. 정말 두꺼비의 혀에 잡힌 벌레나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 없습니다.”


두꺼비가 만족스러운 듯 박수를 한번 쳤다.


“좋아, 그럼 바로 움직이지. 난 부하 다섯을 데리고 직접 따라갈 생각인데, 같이 따라갈 사람 있나?”


그러자 대왕쥐가 손을 들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자신의 돈줄을 확인해 보고 싶은 것 같았다.

갈 인원까지 정해지자 데이브가 루카스를 부축하며 말했다.


“그럼 출발하시죠. 내륙은 길이 험하니 반드시 제 말에 따라 주셔야 합니다.”


그 말에 두꺼비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건 걱정 말게. 이런 사태를 대비해 미리 안내인을 고용해 놨으니. 자네는 길 안내만 신경 쓰면 되네.”


데이브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무슨 수작을 부릴 생각인 걸까?


“안내인? 그게 누구죠?”


“자네도 아는 얼굴일 거야.” 두꺼비가 그렇게 대답하며 미소 지었다. 자신의 계획은 완벽했다.


작가의말

5분 뒤 한편 더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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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1. 새로운 시작 (시즌2 완결) +97 19.12.01 2,554 144 9쪽
51 50. 마스터 데이브 펠러 +35 19.11.30 2,340 123 8쪽
50 49. 계획대로 +7 19.11.30 1,988 97 6쪽
49 48. 트랩 +20 19.11.29 2,163 116 9쪽
» 47. 치즈 +8 19.11.29 2,016 89 11쪽
47 46. 우물 안 개구리 +20 19.11.28 2,200 111 12쪽
46 45. 동맹 +20 19.11.27 2,156 111 8쪽
45 44. 분노 +16 19.11.26 2,169 108 8쪽
44 43. 세 번째 죽음 +35 19.11.25 2,607 109 13쪽
43 42. 노파의 도움 +26 19.11.24 2,192 103 8쪽
42 41. 실수 +16 19.11.23 2,173 104 10쪽
41 40. 발악 +12 19.11.22 2,247 95 11쪽
40 39. 결정 +28 19.11.21 2,327 109 11쪽
39 38. 때를 기다리는 자 +14 19.11.20 2,495 96 19쪽
38 37. 두 번째 스승 +31 19.11.19 2,491 142 14쪽
37 36. 유언 +6 19.11.19 2,343 106 8쪽
36 35. 이상, 현실 +8 19.11.18 2,335 108 8쪽
35 34. 두꺼비, 쥐, 파리, 돼지 +19 19.11.17 2,410 102 12쪽
34 33. 대가 +17 19.11.16 2,405 104 8쪽
33 32. 마지막 유혹 +4 19.11.16 2,380 110 7쪽
32 31. 질문하는 자 +18 19.11.15 2,505 121 11쪽
31 30. 두꺼비에게 잡힌 파리 +20 19.11.14 2,683 108 15쪽
30 29. 대화, 질문, 의외의 대답 +16 19.11.13 2,616 122 10쪽
29 28. 질문 +10 19.11.13 2,542 113 7쪽
28 27. 부족한 주먹 +12 19.11.12 2,637 111 11쪽
27 26. 차인 여자 +14 19.11.11 2,755 119 12쪽
26 25. 제안 +14 19.11.10 2,764 121 12쪽
25 24. 서서히 성장하는 +22 19.11.09 2,797 121 14쪽
24 23. 흔들리는 집 +16 19.11.08 2,815 1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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