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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2: 진흙가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9.11.0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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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2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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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376

작성
19.11.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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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6. 우물 안 개구리

DUMMY

46. 우물 안 개구리




차가운 물을 뒤집어쓰자 루카스는 정신을 차렸다. 허나, 썩 반갑진 않았다.


입 안 가득 쇠 맛이 났으며, 시야는 어지러웠고, 무엇보다 전신에 안 아픈 곳이 없었다. 특히, 오른손이 끊어질 듯 아팠다.


‘아....... 끊어질 듯 아픈 게 아니네.’ 루카스는 이미 끊어진 새끼, 약지, 중지 손가락을 보며 생각했다.


손가락을 잃은 사실을 떠올리자 다시 한번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다. 웃기지 않은가? 인지를 해야만 고통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게, 빌어먹을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가슴에는 불로 고문한 흔적이 여러 군데 나 있으며, 전신에 멍이 없는 곳이 없었다.

루카스는 그제야 자신이 두꺼비에게 잡혔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렸다.


때마침 두꺼비의 혐오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정신 차렸나?”


역겨운 울음소리에 루카스가 고개를 들었다.


현재 자신이 있는 곳은 두꺼비가 운영하는 도축장 구석으로, 다행히 작업이 끝났는지 산채로 도축되는 인간은 없었다.


“여.....” 루카스는 자신이 겁먹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리 대답했다. 두꺼비는 전에 봤을 때보다 더욱 혐오스러워진 것 같았다.


두꺼비는 땅딸막한 의자에 앉아 루카스를 내려다보며 위선적인 표정을 지었다.


“우리 애들이 많이 거칠지? 사과하네. 좀 열심히 하는 구석이 있는지라..... 그런데 난 이해할 수가 없군. 왜 이렇게 어렵게 가려는 건가? 데이브와 같이 다녔으니, 광산이 어디 있는지 알 것 아닌가?”


루카스는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그 광산 위치를 알아내겠답시고 사람을 납치해 손가락을 자르더니, 이내 친구처럼 구는 뻔뻔한 태도가 역겹다 못해 우스꽝스럽기까지 하였다.

그 웃음이 거슬렸는지 두꺼비가 불쾌하게 물었다.


“뭐가 웃기지?”


루카스가 대답했다.


“그냥, 두꺼비 잡종이 사람 흉내 내는데, 어떻게 안 웃을 수 있겠어? 차라리 고양이한테 장화를 신기지. 그건 귀엽기까지 하잖아?”


그러자 분노한 두꺼비가 벌떡 일어나 짧고 뚱뚱한 다리로 루카스를 걷어차기 시작했다.

우스꽝스러운 외모와 달리 힘이 제법 세, 차일 때마다 온몸이 비명을 질렀다. 허나, 그럼에도 루카스는 있는 힘껏 비명을 삼켰다.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저항이었으니까.


한참을 발길질하다가 두꺼비가 씩씩대며 말했다.


“손가락 말고, 혀까지 뽑히고 싶나?”


루카스가 킥킥 웃었다.

고통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기뻤다. 최소한 이렇게 저항을 하고 있는 동안은 자신이 진흙타운에 널리고 널린 버러지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실패했지만, 자신은 사람이었다. 데이브와 같은. 그 사실이 잃어버린 손가락을 보상하는 것 같았다.


루카스의 만족한 듯한 태도에 두꺼비는 얼굴은 흉측하게 일그러뜨렸지만, 그렇다고 정말 혀를 뽑지는 못했다. 데이브를 못 찾을 경우, 그나마 자신이 광산을 찾을 나침반이었기에 아예 망가뜨리지는 못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행운인 동시에 불행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지네..... 과연, 자기들이 찾는 게 광산이 아닌 다룰 수도 없는 기계인 걸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한 가지 확실한 건 날 산채로 토막 쳐 고기로 만든다는 거겠지.’


루카스는 불편함을 느끼며 몸을 뒤척였지만, 구속구에 묶인 탓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흥분을 채 가라앉히지 못한 두꺼비가 다시 의자에 앉으며 말을 걸었다. 잡종이라는 말이 꽤나 싫은 눈치였다.


“이해가 안 되는군. 왜 그렇게 놈에게 충성하는 거지?”


“충성이라니? 정말 광산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니까 그러네.”


두꺼비가 뭉뚝한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마치 썩은 소시지처럼 보였다.


“그런 이야기가 아니야. 날 죽이려고 했잖나? 물론 내가 먼저 손을 써서 다행이긴 했지만, 어떤 채집꾼이 와서 절대 네가 데이브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 귀띔해주었지.”


쓰라린 기억이 떠오르자 루카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 엔비라는 놈인가? 이런 식으로 발목이 붙잡히다니 어이가 없었다. 역시 자비를 베풀어선 안 됐는데.


‘그리고 놈들도 믿어선 안 됐는데’ 루카스가 자신의 쓰레기 동료들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녀석들은 말이 친구였지, 서로에게 돈벌이 수단에 지나지 않은 시궁창 쥐새끼 같은 놈들이었다. 배가 고프면 자신 부모 가리지 않고 갉아 먹는 그런 존재들. 아무리 다급했어도 그 정도는 기억했어야 했는데.

루카스는 자신의 어리석은 선택을 뒤늦게 후회했다.


“왜 날 죽이려고 했지? 혹시, 저번에 구해주지 않은 거로 삐진 건가?” 두꺼비가 정말 궁금하다는 투로 물었다.


“설마. 우리 같은 시궁창 쓰레기들에게 그런 우정을 기대한 적 없어. 그냥 죽이고 싶어서야. 가만 생각해보니 빌어먹은 더러운 잡종 밑에서 일하기 싫더라고.”


두꺼비의 표정이 다시 한번 구겨졌지만, 아까 전처럼 발길질을 하진 않았다. 대신 조롱하듯 피식 한번 웃을 뿐이었다.


“거짓말을 못 하는군. 계속 잡종이라고 하면 내가 죽여줄 것 같나?”


‘빌어먹을 놈.....’


두꺼비는 거만하게 말을 이었다.


“음, 분위가나 전환할 겸 옛날이야기 할까? 어릴 적 어머니께선 내가 겁을 먹거나, 아버지께 얻어맞을 때 옛날이야기를 해주셨거든. 뭐가 좋을까?...... 아, 이 도축장에 대해 이야기 해주지. 과거 내 아버지가 소유했던 곳이야. 그리고 내가 물려받았지. 그분 의견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어쨌건....... 과거 내 아버지는 빈민가에 사는 벨보이 나부랭이였어. 비천한 신분이었지. 허나, 사업가 정신이 없는 건 아닌지 그간 모은 돈으로 여기 진흙타운으로 와 작은 사업을 시작하셨어. 바로 여기서 말이야. 무엇을 했을 것 같나? 바로, ‘아기 공장’이야.”


두꺼비는 잠시 말을 멈추고선 싱긋 웃어 보였다. 그 미소는 분노와 슬픔을 품고 있는 경직된 미소였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아기 공장’을 던전의 수많은 도시 전설로 치부하는데, 내가 확실히 이야기해 주지. ‘아기 공장’은 존재해. 왜냐면 내가 거기서 탄생했거든. 아기 공장이 뭐 하는데 인줄 아나? 빈민층 원주민 여성이나, 노예를 강제로 임신 시켜 낳은 아기를 파는 곳이야. 무슨 돼지 새끼마냥. 꿀꿀꿀꿀.”


두꺼비는 농담을 하려던 건지 자기 코를 돼지 코로 만들며, 돼지 울음소리를 냈다. 허나, 분위기가 너무 심각해 웃기긴커녕 소름만 더 끼쳤다.


“근데, 궁금하지 않나? 왜 아기를 사 가는 걸까? 그것도 원주민 아기를? 아기를 어디다 써먹는다고? 내가 알려줄까? 아주 재밌거든.”


루카스는 침묵했다. 그런 루카스 쪽으로 두꺼비가 얼굴을 가깝게 들이밀며 다시 말을 이었다.


“정육점 돼지처럼 부위별로 토막 내 마법 촉매 재료로 쓰기 위해서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아버지 일을 도우며 어깨너머로 배웠거든. 원래는 인간의 신체와 장기를 마법 촉매제로 썼다고 했는데, 법이 생기는 통에 더 이상 그럴 수가 없게 됐고. 그래서 마법사들은 꿩 대신 닭이라고 우리 원주민 내지 잡종을 인간 대신 쓰기로 한 거야. 특히, 아기 같은 순수한 존재는 부르는 게 값이더라고. 웃기지 않나? 난 엄청 웃겼는데. 그런 웃기는 이유 탓에 수많은 내 형제와 어머니를 잃었다고 생각하니. 어이가 없어 웃음이 그치지 않았어. 나중에 아버지가 그만 웃으라고 두들겨 패기까지 하셨지!”


두꺼비의 우둘투둘한 피부는 분노 탓에 꿈틀거리더니, 이내 핏줄이 불룩 솟아올랐다.


“참고로 난 불경기에 태어난 덕분에 바로 해체되지 않고, 일을 돕는 노예로 길러졌어. 마치, 소와 같았지. 쓸모 있으면 키우고, 없어지면 잡아먹히는. 다행히 나는 힘도 세고, 머리도 좋은 편이라 아버지의 상품이 되지 않았어. 다행이지. 그런데 날 사랑하신 어머니는 그렇지 않았나 봐. 출산 노예로 수많은 자식을 잃은 어머니는 나라도 살리기 위해 아버지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노려 나를 데리고 성당으로 피신했어. 지금은 버려졌지만, 한때, 이곳에도 성당이 있었거든........ 어머니는 날 품에 안고 성당으로 가 그곳의 사람들에게 신의 자비를 구걸했지. 아직도 기억나. 전 어떻게 되든 상관없으니 부디 이 아이를 지켜주세요... 신의 하인이 과연 어땠을 거 같나? 놀랍게도 우릴 거부했어. 신은 자신의 자식들은 자신과 닮게 만드셨는데, 우린 그렇지 않다고 말이야. 신은 우릴 버렸어.”


그 끝을 알 수 없는 증오 가득한 눈빛에 루카스는 한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를 느꼈다.


“그 뒤는 뻔해. 덕분에 어머니와 나는 다시 아버지의 손에 붙잡혔고, 어머니는 바로 도축 당하셨어. 그 일이 있고 난 후 의문이 하나 들더군. 우리와 너희가 뭐 그리 다른지 말이야. 조금밖에 다르지 않는데, 왜 그토록 차별하는지. 그래서 난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길거리에 있던 한 부랑아를 죽였어. 우리와 똑같더군. 죽으면 고기에 불과해. 심지어 맛있기까지 하더군. 그래서 난 그 고기를 내 형제들에게 먹여 포섭했고, 나중에는 힘을 합쳐 아버지와 그 부인, 그 자식들을 죽였어. 바로 여기서. 그리고 난 그 고기를 먹었지.”


“역겨워 토할 거 같군. 동정이라도 해주길 바라나?” 루카스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아니, 그냥 자네와 나는 닮았다고 말하고 싶은 거뿐이야. 자네 역시 아버지를 부정하고, 이 비참한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지 않았나? 너와 나는 닮은꼴이야. 그러니, 제안하지. 지금이라도 내게 협조하면 정식으로 내 조직에 받아 줄게. 그것도 간부로. 광산에서 얻는 막대한 부를 너에게도 나눠주겠다는 거야. 더 이상 비참한 삶과 안녕이지. 밑바닥 찌꺼기 인생인 우리가 인사이더(성벽 안 거주민)를 비웃을 만큼 부자가 되는 거야.”


달콤한 제안이긴 했다. 이 상황을 유일하게 빠져나갈 방법이기도 했고, 허나, 수락을 하자니 데이브의 얼굴이 계속 아른거렸다. 그리고 그의 꿈도.....


“썩 끌리는 제안이긴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난 광산이 어디 있는지 모르거든.” 루카스가 앵무새처럼 말했다. 배신하는 게 편하긴 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최소한 자기 같은 놈에게 그런 대우를 받을 분은 아니었다.


“그럼, 어디 있는지는 아나? 데이브를 찾는 것을 도와준다면 똑같이 보상하지.”


루카스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두꺼비가 루카스의 머리채를 붙잡아 강제로 고개를 들게 하였다.


“만약, 그것도 돕지 않는다면 장담하는데, 네 어미와 딸을 데려와, 네 눈앞에서 도축해 버릴 거야. 내가 내 아버지에게 그랬듯이. 아버지는 애처럼 울더군. 과연 넌 어떨까?! 성벽 안에 있다고 내가 못 찾을 줄 아나?”


그 순간 루카스는 두꺼비의 목덜미를 물어뜯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운만 따라 준다면 숨통을 끊을지도 몰랐는데, 행동으로 옮기려는 찰나 두꺼비의 부하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형제!”


“무슨 일이야?” 두꺼비가 물었다.


“놈이 제 발로 나타났네.”


“놈이라니?”


“데이브 말이야! 데이브!”


놀란 충격 탓에 루카스와 두꺼비는 서로의 눈을 마주 봤다. 그리고는 두꺼비가 비릿하고 역겨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무래도 널 구하려고 왔나 보군. 멍청하게도.”


작가의말

개인적인 여담이지만, 캐릭터를 쓸 때, 사정 없는 자가 어디 있겠는가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제가 만든 캐릭터니 그정도는 예의인거 같아서.


재미있게 읽어봐 주십시오.


작은암자 님 추천글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그런거 아주 좋아합니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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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8. 트랩 +20 19.11.29 2,161 116 9쪽
48 47. 치즈 +8 19.11.29 2,014 89 11쪽
» 46. 우물 안 개구리 +20 19.11.28 2,199 111 12쪽
46 45. 동맹 +20 19.11.27 2,155 111 8쪽
45 44. 분노 +16 19.11.26 2,168 108 8쪽
44 43. 세 번째 죽음 +35 19.11.25 2,606 109 13쪽
43 42. 노파의 도움 +26 19.11.24 2,191 103 8쪽
42 41. 실수 +16 19.11.23 2,171 104 10쪽
41 40. 발악 +12 19.11.22 2,245 95 11쪽
40 39. 결정 +28 19.11.21 2,325 109 11쪽
39 38. 때를 기다리는 자 +14 19.11.20 2,494 96 19쪽
38 37. 두 번째 스승 +31 19.11.19 2,487 142 14쪽
37 36. 유언 +6 19.11.19 2,341 106 8쪽
36 35. 이상, 현실 +8 19.11.18 2,334 108 8쪽
35 34. 두꺼비, 쥐, 파리, 돼지 +19 19.11.17 2,409 102 12쪽
34 33. 대가 +17 19.11.16 2,404 104 8쪽
33 32. 마지막 유혹 +4 19.11.16 2,378 110 7쪽
32 31. 질문하는 자 +18 19.11.15 2,504 121 11쪽
31 30. 두꺼비에게 잡힌 파리 +20 19.11.14 2,682 108 15쪽
30 29. 대화, 질문, 의외의 대답 +16 19.11.13 2,615 122 10쪽
29 28. 질문 +10 19.11.13 2,541 113 7쪽
28 27. 부족한 주먹 +12 19.11.12 2,636 111 11쪽
27 26. 차인 여자 +14 19.11.11 2,754 119 12쪽
26 25. 제안 +14 19.11.10 2,763 121 12쪽
25 24. 서서히 성장하는 +22 19.11.09 2,795 121 14쪽
24 23. 흔들리는 집 +16 19.11.08 2,814 1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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