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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2: 진흙가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9.11.01 10:29
최근연재일 :
2019.12.02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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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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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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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글자
11쪽

40. 발악

DUMMY

40. 발악




“여, 여기가 성벽 안이에요?” 릴리가 성벽 안으로 들어오고 잠시 후 말했다.


그녀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겁을 먹으면서도 화려한 성벽 안을 보고 호기심과 기쁨을 언뜻언뜻 보였다. 하기야 어른스럽긴 해도 고작 십 대 중반의 소녀였으니, 이러한 반응은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데이브가 릴리가 겁먹지 않게 조심히 다독이며 말했다.


“그래, 예쁘지? 나중에 실컷 둘러보게 해줄게. 맛있는 것도 사 먹고. 그러니까 지금은 서둘러주렴.”


그러자 릴리의 표정은 다시 긴장으로 굳어졌다.


루카스와 데이브는 꼬마아이(말론)의 경고를 듣고 중간 매입장도 들르지 않고, 메어리 부인과 릴리를 데리고 곧장 성벽 안으로 들어왔다.


성문에서 수상쩍게 여긴 경비원이 길을 막았지만, 이미 수차례 본 데이브가 지폐를 조금 찔러주자 곧바로 통과시켜주었다.


아무리 난폭한 건달이라도 성벽 안까지 들어와 어찌하지는 못할 터. 일단, 한숨은 돌린 것이다.


데이브는 안면이 있는 시장가게 주인들을 통해 적당히 묵을 수 있는 안전한 숙소를 수소문하였는데, 다행히도 포도주를 취급하던 잡화점 주인이 적당한 가게를 하나 소개시켜 주었다.


성벽 안 빈민가 근처에 있는 한 허름한 연관이었는데, 폭력이나, 살인 사건은 드물지만, 귀중품은 도둑맞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경고해 주었다. 고작 그 정도 문제는 현재 데이브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데이브는 루카스 일가를 데리고 곧장 잡화점 주인이 이야기한 여관으로 가 가장 싼 방에 자리를 잡았다. 허름하다고는 했지만, 진흙타운 출신인 자신들에게는 약간 좁은 것 외에는 쾌적하게 그지없었다.


데이브가 허름하고, 좁은 방안을 살피며 말했다.


“침대는 하나뿐이니, 릴리와 메어리 부인이 같이 자고, 루카스 넌 대충 모포를 깔아 자야겠다.”


허나, 루카스는 곧바로 나갈 채비를 하며 말했다.


“아뇨, 바닥은 데이브나 쓰세요. 전 할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데이브의 말도 듣지 않은 채 방을 나가버렸다.


데이브는 겁먹은 메어리 부인과 릴리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말하고는 곧바로 루카스를 쫓아가 무엇을 하려는 것이냐고 추궁했다.

표정이 비장한 게 무슨 일을 저지를 기세였다.


“어디 가는 거야?” 데이브가 살기등등한 루카스를 붙잡아 세우며 물었다.


“이 문제 해결하려고요. 언제까지 숨어 있을 수는 없잖습니까?”


데이브가 진정하라고 다독였다. 이 문제를 성급하게 접근할게 아니었다.


“아뇨, 아뇨. 데이브야말로 정신 차려요. 그렇게 머뭇거렸다간 더 위험해져요. 전 당신에게 큰 빚을 졌고, 존경도 하지만. 이 문제는 제가 더 잘 알아요. 허투루 시간을 보냈다간 위험해지는 건 저희예요.”


루카스가 데이브의 어깨에 손을 올려 힘을 줬다. 루카스의 진심이 느껴졌다,


“여기서 시간만 낭비해봤자 돈만 떨어지기밖에 더 해요? 당장은 여유가 있지만, 돈이 다 떨어지면 거리로 나앉을 거고, 그럼 경비대에 걸려 성벽 밖으로 쫓겨나게 될 겁니다. 이곳 빈민가도 우리 같은 외지인을 안 받아 줄 텐데, 그럼 어머니와 여동생은 거지나 창녀가 되겠죠. 바깥 상황이 이런데 돈을 벌 수 없고요.............. 지금 쳐야 합니다. 저들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지금! 먼저 선수를 쳐야 합니다.”


“너무 위험해!”


“채집꾼으로는 당신이 저보다 위지만, 이런 문제는 제가 더 잘 압니다. 위험하긴 하지만 불가능한건 아니에요. 저도 생각이 있어요. 일단 이 일을 주도한 두꺼비 목만 따면 나머지 두목들도 겁을 먹고 머뭇거릴 거예요. 그때, 가서 협상하면 돼요. 전 그쪽에 관해 친구도 여럿 있습니다. 지금 저들이 방심하고 있을 때 바로 쳐야 해요. 제가 당신을 믿듯, 당신도 절 믿어주십시오.”


데이브는 말리고 싶었지만, 딱히 뾰족한 수가 없어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의 무력함을 새삼 깨달았다.


데이브가 머뭇거리자 루카스가 말했다.


“3일만 기다려 주십시오. 3일... 만약, 3일 후에도 제가 안 오면 그때 어머니랑 제 여동생 좀 부탁드립니다. 부디.”


그 말만 남기고 루카스는 떠나버렸다. 행여 데이브가 다시 막기라도 할까 봐 도망치듯 가버렸는데, 쫓아가면 막을 수도 있었지만, 차마 그러질 못했다. 자신에겐 당장 뾰족한 수가 없기에. 그렇게 데이브는 자신의 한심함과 나약함, 무능함을 곱씹어야 했다.


자신이 약하기 때문에 모두 이런 위기에 놓인 것이었다. 자신이 나약하기에 가족이 자신을 판 것이었다. 데이브는 극심함 자괴감을 곱씹는 가운데, 마음속 깊이 그 방향을 알 수가 없는 분노가 요동치는 걸 느꼈다.




◆◆◆◆◆◆◆




이반의 가족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벌써 늦은 저녁 시간대. 데이브는 이보다 늦게 온 적이 있긴 하였지만, 여하튼 느낌이 좋지 못했다.


이반은 생각했다. 설마 데이브가 눈치채고 도망친 게 아닐지. 그랬다간 작전은 실패였고, 그 말은 휴 가문의 위기를 뜻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이반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불안한 현실을 떨쳐버리려고 하였다.


데이브가 어떻게 알고 도망친단 말인가? 어디 천사가 내려와서 귀띔이라도 해줬으면 모를까. 허나, 신도 버린 이 더러운 곳에서 그런 일 따위 일어날 수 없었다.


허나, 그럼에도 이반은 점점 초조해지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어찌나 초조한지 제 자리에서 계속 맴돌며, 이마에는 소심한 겁쟁이처럼 땀이 맺히기까지 하였다.


속으로 데이브가 안 오면 어떻게 하지라고 수차례 자문했다. 그랬다간 계약 위반이었고, 두꺼비 놈이 어떤 트집을 잡을지 알 수가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반의 머릿속에 그 광경이 떠올랐다. 여자, 남자, 노인 할 거 없이 가죽을 벗기고, 고기를 토막 내던 그 끔찍한 광경이. 그 광경은 이반조차 살 떨리게 했다.

그런 끔찍한 곳에 자신이, 자신의 가족이 갈 거라 생각되자 오줌이 마려워지기 시작했다.


“아냐, 아냐....... 그럴 리가 없어. 난 휴 가문의 가장인 이반이야. 내가 그렇게 끝날 리 없어. 신들이 날 지켜주신다고.”


이반은 자신의 삶을 돌아봤다. 거짓말과 폭력, 협박으로 점철된 자신의 삶을 말이다.


가문의 몰락 탓에 고귀한 혈통임에도 자신은 이곳 시궁창에서 쥐새끼들과 뒤엉켜 살았다.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품위를 버리고 사기꾼과 건달로 살았다. 얼마나 고통의 나날이던가?

쓰레기들의 물건을 훔치고 빼앗으며, 때때로 사람을 죽이기도 하였다.


허나, 그것도 이제 끝이었다. 기회가 바로 코앞까지 와 있었다. 이 지긋지긋한 생활도 곧 끝이었다.


자신은 선택받은 것이다. 그러니 황금알을 낳는 거위도 수중에 넣은 것 아니겠는가?

고지는 바로 코앞. 이 거래만 끝나면, 이 거래만 끝나면!


“중간 매입장으로 가봐!” 초조함을 견디지 못하고 이반이 소리쳤다.


“방금 갔다 왔어요. 삼촌.” 조카 놈이 건방지게 대답했다.


“그럼 또 갔다 와!!”


이반이 인내심을 잃고 그리 소리쳤다. 허공에 망치를 휘둘러 위협하자 조카 놈이 오줌이라도 지릴 것 같은 표정으로 뛰쳐나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반코 놈이 불만을 중얼거렸다. 자기 아들에게 너무 거칠게 굴지 말라는 거였는데, 이반은 다시 인내심을 잃고 한심한 사촌 놈의 목을 덥석 잡아 벽에 몰아붙여 으르렁댔다.


“건방지게 내 말에 토 달지 마! 나 아니었으면 진즉에 굶어 죽었을 놈이!!”


아들인 레반이 이반을 붙잡아 진정시켰다. 정신이 차린 이반은 주변을 둘러보고 자신이 얼마나 흥분했는지 새삼 깨달았다. 모두 자신 때문에 겁을 먹었다.


문득, 이반은 후회가 밀려왔다. 생애 처음으로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한 게 아닌가 싶었다.

차라리 동정심에 호소에 데이브에게 돈을 달라고 해야 하는 게 옳지 않았나 싶었다.


‘아냐, 아니 될 말씀! 휴 가문의 가장인 내가 그런 고아 놈에게 부탁하다니...... 그건 가당치도 않지!’


이반은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여태까지는 빼앗아 오는 약탈자였는데, 갑자기 뺏기는 입장이 된 기분이었다. 역겨운 두꺼비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넘겨야 하다니...... 허나, 거부했다간 가족 전부 정육점 돼지가 될 신세였다.


이반은 진정하려고 애썼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말하며, 자신의 아름다운 미래를 생각했다.


일단 성벽 안으로 들어가 살찐 돼지를 물색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의 재산을 빼앗을 생각을 하였다. 머릿속의 사냥감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이반은 긴장이 풀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 자신은 자랑스러운 휴 가문의 가장 이반이었다. 자신은 포식자였고, 세상 전부가 자신이 사냥할 사냥감이었다.


언제가 가문의 위상을 회복하면 이 굴욕을 두꺼비에게 돌려줄 생각도 하였다. 언젠간 반드시.


‘그래, 언젠가 반드시.’


그때, 누군가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데이브 혹은 조카일 텐데, 누구든 상관없었다. 이 초조함을 해소해줄 이라면 누구든 좋았다.


허나,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데이브도 조카 놈도 아니었다. 두꺼비 밑에 있는 혼혈 건달 중 하나였다. 그의 뒤에는 여러 건달들이 있었고, 개중에 겁에 질린 조카도 보였다.


심장이 방망이질 쳤다. 식은땀이 등을 타고 비처럼 쏟아졌다. 이반은 무엇인가 크게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두꺼비의 부하 놈이 말했다.


“데이브가 도망친 것 같소. 루카스의 가족들이 전부 사라졌거든. 어디서 정보가 샌 거지?”


이반은 손에 든 망치를 움켜쥐었다. 유일하게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이었다.


허나, 상대방의 수가 더 많았고, 혼혈의 손톱과 이빨뿐 아니라, 도끼와 철퇴, 칼, 총까지 있었다. 이반은 싸우기도 전에 투지가 꺾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누라가 레이첼과 레반을 등 뒤로 숨기는 모습이 보였다. 반코는 당장이라도 혼자 도망칠 기세였다. 이반은 자신이 떨고 있는 걸 깨달았다.


“내, 내가......”


“당신은 실패했소. 이반. 뒷일은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당신은 일단 두목을 좀 뵈러 가지. 여봐. 친구들?”


그 말과 동시에 여러 건달무리가 집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어딘가로 자신들을 끌고 가려고 했다. 분노한 이반이 망치를 휘둘러 저항했지만, 곧이어 날아든 강렬한 주먹에 맞아 고꾸라지고 말았다.


이반은 절망스럽게 정신을 잃는 와중. 불현듯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은 포식자가 아니었음을. 자신 역시 이 진흙타운에 널린 지렁이 중 하나였음을 너무 뒤늦게 깨닫고 말았다.


작가의말

양이 좀 적은 것 같아 죄송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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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1. 새로운 시작 (시즌2 완결) +97 19.12.01 2,551 144 9쪽
51 50. 마스터 데이브 펠러 +35 19.11.30 2,338 123 8쪽
50 49. 계획대로 +7 19.11.30 1,985 97 6쪽
49 48. 트랩 +20 19.11.29 2,161 116 9쪽
48 47. 치즈 +8 19.11.29 2,014 89 11쪽
47 46. 우물 안 개구리 +20 19.11.28 2,199 111 12쪽
46 45. 동맹 +20 19.11.27 2,155 111 8쪽
45 44. 분노 +16 19.11.26 2,168 108 8쪽
44 43. 세 번째 죽음 +35 19.11.25 2,606 109 13쪽
43 42. 노파의 도움 +26 19.11.24 2,191 103 8쪽
42 41. 실수 +16 19.11.23 2,171 104 10쪽
» 40. 발악 +12 19.11.22 2,246 95 11쪽
40 39. 결정 +28 19.11.21 2,325 109 11쪽
39 38. 때를 기다리는 자 +14 19.11.20 2,494 96 19쪽
38 37. 두 번째 스승 +31 19.11.19 2,487 142 14쪽
37 36. 유언 +6 19.11.19 2,341 106 8쪽
36 35. 이상, 현실 +8 19.11.18 2,334 108 8쪽
35 34. 두꺼비, 쥐, 파리, 돼지 +19 19.11.17 2,409 102 12쪽
34 33. 대가 +17 19.11.16 2,404 104 8쪽
33 32. 마지막 유혹 +4 19.11.16 2,378 110 7쪽
32 31. 질문하는 자 +18 19.11.15 2,504 121 11쪽
31 30. 두꺼비에게 잡힌 파리 +20 19.11.14 2,682 108 15쪽
30 29. 대화, 질문, 의외의 대답 +16 19.11.13 2,615 122 10쪽
29 28. 질문 +10 19.11.13 2,541 113 7쪽
28 27. 부족한 주먹 +12 19.11.12 2,636 111 11쪽
27 26. 차인 여자 +14 19.11.11 2,754 119 12쪽
26 25. 제안 +14 19.11.10 2,763 121 12쪽
25 24. 서서히 성장하는 +22 19.11.09 2,795 121 14쪽
24 23. 흔들리는 집 +16 19.11.08 2,814 1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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