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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2: 진흙가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9.11.01 10:29
최근연재일 :
2019.12.02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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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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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2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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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38. 때를 기다리는 자

DUMMY

38. 때를 기다리는 자



‘가스코 무역회사’의 ‘가스코 호름’이 감탄하며 말했다.


‘도대체 이건 어디서 구한 겁니까?’


루시오가 대답했다.


‘반응을 보니 만족스러우신가 보군요.’


‘솔직히 말씀드리죠............. 만족 그 이상입니다. 크기도 크기지만, 원석의 순도와 강도가 아주 우수합니다. 중요한 요소죠.’


그는 그렇게 말하곤, ‘확대경’과 ‘집게’, ‘측정기’ 등을 이용해 데이브가 가져다준 원석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았다.


자기 세대에 작지만 튼실한 무역회사를 세운 ‘가스코’는 여느 자수성가한 인물과 마찬가지로 물건을 보는 안목이 확실했으며, 루시오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정직한 축에 속하는 이였다. 그런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인 것으로 보아 원석의 가치가 아무래도 확실한 듯싶었다.


‘도대체 어떻게 입수한 겁니까?’ 가스코가 호기심을 숨기지 못하고 물었다.


‘던전 인근의 원석 광산은 다 파낸 거로 알고 있는데?..... 이제 와서 새로운 광산을 발견했을 리 만무하고.......... 원주민과의 무역로라도 뚫은 것입니까?’


‘아직은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사업 기밀이라................ 혹시, 그 정도 원석을 주기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면 어떨 거라고 생각합니까?’


그러자 가스코의 눈이 한순간 날카롭게 빛났다. 평소에는 안경과 콧수염, 웃는 인상 탓에 그저 호인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 역시 선원으로 시작해 무역회사를 설립한 이 시대의 작은 영웅이었다. 자못 심각한 사업 이야기가 나오자 일순간 공기가 변했다.


‘음......... 한 대 피워도 되겠소?’ 그가 안경을 고쳐 쓰고, 콧수염을 만지더니, 파이프 담배를 하나 꺼내며 물었다.


‘물론이죠.’


루시오가 허락하자마자 그는 파이프 담배에 불을 붙여 뻑뻑 피우기 시작했다. 회색깔 연기가 공기 중에 천천히 퍼졌다.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확실히 해둡시다. 그저 친분이나 다지는 농담으로 꺼낸 이야깁니까? 아니면, 제법 진지한 사업 이야깁니까? 괜한 기대감을 품었다가 실망하기 싫어서요,’


루시오는 물렁하면서도, 강철 같은 그의 태도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방심할 수 없는 인간이었다.


‘요즘 세상에 확실한 게 어디 있겠습니까? 다만, 제가 바쁘신 분 붙잡고 괜한 이야기할 사람처럼 보이느냐고 묻고 싶습니다.............. 알아서 판단해 주시길.’


가스코 호름은 콧수염이 실룩거릴 정도로 웃고는, 파이프 담배로 루시오를 가리키며 말했다.


‘역시, 루시오 씨. 입담이 대단합니다. 심심치가 않아.’


루시오는 고개를 살짝 숙여 칭찬에 감사를 표했다.


‘그럼....... 제 대답에?’


‘........... 솔직히 쉽게 대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오. 원석은 아주.... 아주 귀중하고 중요한 물품이라....... 솔직히 나도 제대로 취급해본 적이 없소. 거물들이 싸우다가 떨어뜨린 부스러기만 먹어봤지. 그런데 재밌는 건........... 그 부스러기 몇 번이 내게 아주 중요한 기회였다는 거요. 덕분에 커다란 위기를 모면하고, 사업을 키울 수 있었소.’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좀 더 가르침을 줄 수 있겠습니까?’


‘물론, 나도 즐거워지기 시작했소...... 일단 원석에 대해 대강 설명하겠소. 물론, 루시오 씨 같은 젊고 유능한 사업가라면 능히 알겠지만, 여하튼...... 원석은 마법도구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재료요. 원석 자체는 의미가 없지만, 2차 가공만 하면 가공석이 돼 마법 도구의 핵심 부품이 되오.’


‘전혀 지루하지 않으니 편히 이야기해 주십시오. 가스코 씨에 비하면 전 동네 잡화점 주인에 불과합니다.’


가스코는 뻔히 보이는 아부가 썩 싫은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마법도구나 포션 등을 팔아 먹고사는 마법사 가문은 늘 원석을 구하려고 애쓰는데, 문제는 이 원석이라는 게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거요. 늘 만성적인 부족에 시달리지.’


그 순간 루시오의 눈은 번뜩였다. 만성적인 공급 부족은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 돈이 열리는 나무나 다름없었다. 부족한 물량만 공급할 수 있다면, 돈은 둘째 치고, 시장에 대한 막대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있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그것은 권력이었다.


‘그대의 눈이 반짝 빛나는구려........ 하지만, 이렇게 귀중한 물건은 아무나 다룰 수 없는 법. 현재 원석을 공급할 수 있는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소수계층 뿐이오. 일단, 광산을 보유한 왕이나, 귀족, 소수의 자본가요. 안타깝게도 난 거기 어디에도 속하지 않지.’


‘저도 어디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그렇소? 여하튼, 이들이 현재 가장 많은 원석을 공급하고 있소. 허나, 점점 힘이 약해지고 있는 추세이지. 광산은 언젠가 바닥을 보이는 게 인지상정이니까. 그래서 이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원석 채굴량에 제동을 걸고 있소.’


‘그래서 원석이 부족한 거군요.’


‘그렇소. 원석이 먼저 떨어지면, 단순한 수익뿐 아니라, 그와 관련된 영향력도 잃는 거니. 복잡하오.’


‘다른 이들은?’


‘마법사요. 정확히는 소수의 마법사 가문. 그들은 연합체를 이뤄 원석을 제조하는데, 스스로를 ’돌의 연합‘이라 부르오. 놀랍게도 그들은 돌과 진흙으로 원석을 만든다 하더이다. 마법이란 참.......’


‘잠시만요. 가스코 씨........ 예정부터 궁금했던 건데. 만들 수 있다면 굳이 광산에서 캘 필요 없는 것 아닙니까?’


‘아, 좋은 질문이오. 충분히 할 수 있는 질문이지. 이에 관해 설명하려면 시간이 부족하니 요점만 말하겠소. 원석은 만들 수 있지만, 그 양에 한계가 있소. 마법사들이 일일이 마법을 써서 만들어야 하다 보니 생산량이 그리 높지가 않은 실정입니다. 거기다 품질도 일정 이상을 넘지 못하고........... 허나, 어쨌건 그들은 납을 황금으로 만들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이쪽 시장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소. 광산의 보유량도 점점 줄고 있는 실정이고....... 들리는 말로는 광산이 다 고갈되면 자신들이 세계를 지배할 거라고 농담 삼아 지껄인다 하더이다.’


흥분한 가스코는 담배를 피우며 한숨 돌리더니, 다시 차분히 입을 열었다.


‘여하튼. 원석 시장은 현재 이런 상황이라는 거요. 늘 부족한 물량, 점점 줄어드는 생산량, 그때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오만한 마법사. 내가 반대로 묻겠소. 루시오 씨. 이런 상황에 원석을 주기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면 어찌 될 것 같소?’


더없이 훌륭한 답변에 루시오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좋은 답변 감사드립니다. 진심으로.’


가스코는 느긋이 파이프 담배를 빤 뒤 허공에 연기를 뱉은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루시오 씨........... 난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었소..... 물론, 루시오 씨를 믿지만, 늙은이가 겁이 많아 따로 한마디만 해두겠소. 만약, 루시오 씨에게 그런 큰 기회가 온다면 여태껏 같이 일한 파트너를 결코 외면하지 않을 거라 난 믿겠소.’




“마스터? 마스터?”


한순간 회상에 빠진 루시오를 누군가 불러 깨웠다. 경호원이자, 조직의 해결사인 ‘하윈’이었다.


“괜찮으십니까?”


루시오는 눈을 부비며 대답했다. 근래, 잠이 부족한 듯싶었다.


“예, 잠시 딴생각을 하느라..... 무슨 일입니까?”


“일을 맡겼던, 수탐꾼이 왔습니다. 직접 보고를 들으신다고........... 혹시, 피곤하시면 나중에 오라 할까요?”


“아뇨, 일이 먼저죠. 들어오라 하세요.”


루시오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하윈은 수탐꾼을 데리고 들어왔다.


들어온 수탐꾼은 비교적 평범한 사내로, 어딜 가나 볼 법한 흔한 외모를 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개코’라고 합니다. 하윈 씨가 의뢰한 내용에 보고 드릴 것이 있어 이리 찾아왔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여유로운 태도, 정확한 발언. 다행히도 하윈이 고용한 수탐꾼은 요즘 늘어난 뜨내기가 아닌 것 같았다.


‘수탐꾼’이란, 돈을 받아 필요한 정보를 조사하는 자들로, 합법과 불법의 영역을 오가는 회색깔 존재들이었다.


주 고객은 변호사에서 사업가, 건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였는데, 사실 얼마까지만 하더라도 그다지 인기 있는 직업은 아니었다. 근래 일어난 한 ‘집단소송’ 건으로 이야기가 다소 달라졌지만.


이름이 게리였던가? 그 집단소송에 고용된 수탐꾼이 고용주로부터 엄청난 보수를 받으며 부자가 되자, 던전에 넘치는 청년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수탐꾼의 길로 뛰어들었다.

덕분에 근래 수탐꾼을 구하기 쉬워졌지만, 동시에 제대로 된 수탐꾼을 구하는 건 어려워진 실정이었다.


도시 던전에는 잊을만하면 이러한 성공담이 들렸고, 그때마다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헛된 희망을 품으며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줬다.


“성벽 밖에서 가장 세력이 큰 네 개의 폭력조직 두목들이 얼마 전 회동을 가졌습니다. 내용까지는 알아내지 못했지만, 한 허물어져 가는 성당에서 만났더군요. 참가한 인사는 ‘두꺼비’, ‘파리왕’, ‘정육점 랄피’, ‘대왕쥐’로, 각각 ‘진흙타운’, ‘거름농장’, ‘돼지 촌’, ‘거지마을’의 수장이라고 합니다.”


루시오는 경청하고 있다는 뜻으로 고개를 한번 까딱였다. 수탐꾼이 계속해서 보고했다.


“일단 진흙타운의 두꺼비는 ‘사포’라는 두꺼비와 비슷한 원주민과의 혼혈이라고 하는데, 소문에 의하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고 합니다........ 혹은 아버지를 죽여 그 자리를 빼앗았거나........ 어땠건, 그는 꽤나 사업수완이 좋은 자로, 혼혈인 걸 내세워 원주민과의 밀무역을 활성화 시켰으며, 동시에 거대한 인육시장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루시오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최근 들어 인육시장의 규모가 늘어 도시 경비대의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는데, 어쩌면 나중에 써먹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이미 진흙타운에서는 공공연한 사실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고기는 정육점 랄피나 원주민 행상에게 팔고, 장기나 뼈, 일부 신체는 브로커를 통해 마법사에게 공급하고 있답니다.”“역겨운 자군.” 루시오가 그리 말했지만, 사실 남 말할 처지는 아니었다. 최근에 자신도 ‘아기 공장’에 투자했으니.


의외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인간의 피나 장기, 신체 등은 마법의 촉매제로써, 마법사들에게 비싼 값으로 팔렸다.


물론, 현재는 법으로 금지해 엄연한 불법이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높은 수익을 올릴 수도 있었다. 루시오의 경우 법을 정면으로 어기긴 싫어 편법 삼아 원주민이나 그 혼혈을 주로 취급하였다. 끔찍한 이야기지만, 엄연한 현실이었는데, 특히, 순수한 아기는 부르는 게 값이었다.


수탐꾼이 보고를 이었다.


“파리왕은 거름농장을 거점으로 거름 도매업을 하고 있는데, 겉으로는 선량한 사업가처럼 행동하지만, 폭력과 사기를 이용해 거름 유통을 독점하는 악질 상인입니다. 특이사항으로는 성벽 밖 건달들 중 유일하게 성벽 안으로 들어오고 싶어 한다는 건데, 술자리에서 공공연하게 그러한 사실을 말하고 다닙니다.”


“그럼 왜 안 들어오는 거지? 아무리 그래도 그 자리까지 올라갔으면 그 정도 돈은 벌었을 텐데.”


“거처를 괜히 옮겼다간 자리를 빼앗길 가능성이 있어 그런 것 같습니다.”루시오가 납득이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 사업은 확장, 이윤창출 못지않게 혹시 모를 배신과 하극상을 견제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다. 아니, 가장 중요했다.


뒤이어 개코가 나머지 둘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정육점 랄피’는 돼지촌의 모든 돼지 사업을 폭력으로 독점한 소도둑 같은 사내로, 성벽 안에 납품 외에도 원주민과 소소한 밀무역도 한다고 말했다. 사업상 두꺼비와도 긴밀한 관계라는 것을 빼놓지 않았다. 그리고 대왕쥐는................


“여기서부터가 좀 흥미롭습니다............ 대왕쥐는 돈놀이와 인력사무소를 병행하는 놈인데, 말도 안 되는 이율로 올가미를 씌운 다음 채무자의 일당을 가로채는 걸 주 수입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놈들에 비해 그 악명이 자자하죠. 여기서 재밌는 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두꺼비와 구역 싸움을 했다는 것인데, 이 회의를 기점으로 두꺼비가 깨끗이 물러났다는 겁니다. 이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요.”


그러자 루시오의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이 지나갔다.


왜 이기고 있음에도 물러났을까? 성당에서 한 회담과 관여가 있을까? 라는........


“보복이나 반격은?”


개코가 어깨를 으쓱였다.


“제가 조사한 바에는 없습니다. 두꺼비의 부하는 물러났고, 다음 날에 대왕쥐의 부하들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와 자리를 차지했답니다. 되찾으려는 기색이나, 보복의 조짐도 없습니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화해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건달들이 화해하는 이유는 둘 중 하나였다. 양쪽 다 싸울 여력이 없던가, 아니면 더 큰 돈벌이를 발견했던가.


루시오가 성실한 일꾼에게 말했다.


“그게 답니까? 고맙습니다. 보수는 바로 챙겨주도록 하지요.”


개코가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뭐 하나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호기심은 제 직업병 같은 거라. 성벽 밖에 재밌는 소문이 있던데, 그거랑 상관있는 겁니까?............... 가령, 원석 광산을 발견한 채칩꾼이라던가?”


루시오는 개코를 빤히 바라봤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루시오의 검은 두 눈을 부담스러워하였는데, 루시오는 이점을 인지해 자신의 두 눈으로 상대방의 기를 꺾곤 하였다. 역시나 얼마 있지 않아 개코는 약간 움츠러들었다.


“호기심이라....... 존중합니다. 개코. 그게 당신의 직업에 필수적인 덕목이니.......

대답하기에 앞서 제가 재밌는 옛날이야기 하나 해드릴까요? 남자 셋이 한 조각배 위에 타고 있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파도와 바람에 떠밀려 망망대해로 떠나고 말았죠.

절망적인 상황에서 남자A는 남자B에게 네가 경솔하게 군 탓이라고 타박을 했죠, 덕분에 둘은 싸웠습니다. 간신히 남자C가 말렸기에 싸움은 곧 멈췄지만, 둘은 앙금이 남았죠...........

잠시 후 밤이 됐습니다. 모두가 지쳐갔죠. 아침이 되자 남자C가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이런!......... 남자A가 사라진 겁니다.

이때, 남자C가 남자B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봤고, 남자B는 남자A가 똥을 싸다 바다에 떨어졌다고 대답했습니다. 이때, 남자C가 이렇게 물었죠. ‘너 그걸 어떻게 아는데?’ 그다음 어떻게 됐는지 아시나요?”


개코가 저도 모르게 뒤로 반걸음 물러나며 대답했다.


“.......... 글쎄요?”


“조각배에 남자B만 남게 됐습니다. 이게, 호기심의 대가죠. 다시 묻겠습니다. 정말 알고 싶나요?”


개코가 말뜻을 이해하곤 고개를 저었다.


“아뇨.... 솔직히 고객 일에 관여하지 않는 주의라서요.”


루시오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역시 전문가답습니다............. 개코 씨에게 원래 금액의 20%를 더 얹어드려요. 수고하셨다는 일종의 성의 표시입니다.”


개코가 굳은 미소를 짓고는 물러났다.


개코가 물러나자 사무실에는 ‘하윈’만 남게 되었다. 그는 걱정스럽게 물어보았다.


"가만히 보고만 계실 겁니까?"


‘하윈’은 마스터인 루시오보다 열 살은 많았지만, 조직 내 가장이라 할 만큼 충직한 직원이었다.


단단한 얼굴과 희끗희끗한 수염, 팔에 난 허연 흉터는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말해주는 것 같았는데, 실제로 그는 뛰어난 싸움꾼이자 게릴라 지휘관이었다.

아마 루시오의 거대하고도 은밀한 조직의 2인자라 해도 무방할 터.


루시오가 충성스러운 직원을 보며 물었다.


“가만히 안 보면요......?”


하윈에 비해 여리여리한 루시오는 얼핏 연약해 보일 법했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였다.

육체적인 힘에서 하윈에게 비할 바가 아니었으나, 뛰어난 수완과 철저한 성격 탓에 수많은 생사를 넘긴 하윈 조차 그에게 한 수 접어야만 했다.


더욱이 하윈은 이미 루시오에게 큰 빚을 진 터라 감히 넘볼 수 없는 존재이기도 했다.


“필히, 그들은 데이브를........ 아닙니다. 제가 주제가 넘었습니다.”


조언을 하다 말고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은 하윈은 서둘러 입을 닫았다. 루시오는 그 태도에 만족하며 예의 것 답했다.


“급할 거 없습니다. 괜히 상황도 확실치 않은데 어설프게 나섰다간 꼴은 꼴대로 우스워지고, 손해도 손해대로 볼지 몰라요........... 설사, 소문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런 데서 무너질 인간이면 고작 그 정도 인간이라는 것. 차라리 성벽 밖 분들과 거래를 트는 게 낫습니다.”


하윈은 마스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여태까지 틀린 적이 없었으니 감히 반대할 수가 없었다. 또, 그의 말만 따라 안개 너머에 있는 가능성을 위해 성벽 밖 놈들과 괜한 분쟁을 일으키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었다.


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놀랍도록 쉬웠지만, 끝내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어려워 늘 생각하고 생각해서 정해야 했다. 숨통을 단숨에 끊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하지 않느니만 못하는 사업이 바로 전쟁이었다....... 허나, 그럼에도 하윈은 아쉬웠다.


데이브라는 작자가 가진 그 희미한 가능성이 만약 사실로 밝혀진다면 아마 자신들과 같은 밑바닥 인생들은 감히 상상도 못 할 돈을 벌 텐데.......... 어쩌면 지금의 뒷골목을 벗어나 단숨에 무역회사나 마법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윈이 문득 의문이 생겼다.


“그럼, ‘가스코 무역’의 마스터와 ‘꼬맹이 죅죅’을 비롯한 다른 거래처에는 어떻게 말을 전할까요? 없던 이야기라고 통보할까요?”


질문을 들은 루시오가 탁자를 검지로 톡톡 두들겼다. 그는 깊이 생각할 때면 이렇게 행동했다.


“......................... 아뇨, 여지는 계속 남겨두세요. 하지만, 조심해야 합니다. 실질적인 형체는 보여주지 않되, 냄새는 계속 풍겨 관심을 유지하세요. 쉽지는 않겠지만, 여차해 기회가 오면 단숨에 잡을 수 있게............ 이해하죠?”


하윈이 고개를 끄덕였다.


루시오는 데이브가 다녀간 이후부터 원석과 관련된 사업과 그에 따른 투자자를 알게 모르게 모집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다들 직접적으로 묻지는 않지만, 루시오가 그 사업에 뛰어들 거라고 확신한 상태였으며, 그에 맞춰 투자 준비도 거의 끝마친 상태였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호기심은 그리 오해 유지하기는 힘들 겁니다.”


“앞으로 두 달. 두 달 안에 결정 날 테니. 그때까지만 버티세요............. 아, 그리고, 수탐꾼을 더 고용해 성벽 밖 두목들의 범죄사실이나 증거를 한번 모아보세요. 필요하면 그쪽 사람들을 매수해도 좋고요. 돈은 최대한 허락해 드리겠습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예약설정을 제가 실수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현정 님 후원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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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1. 새로운 시작 (시즌2 완결) +97 19.12.01 2,548 144 9쪽
51 50. 마스터 데이브 펠러 +35 19.11.30 2,336 123 8쪽
50 49. 계획대로 +7 19.11.30 1,983 97 6쪽
49 48. 트랩 +20 19.11.29 2,160 116 9쪽
48 47. 치즈 +8 19.11.29 2,011 89 11쪽
47 46. 우물 안 개구리 +20 19.11.28 2,196 111 12쪽
46 45. 동맹 +20 19.11.27 2,153 111 8쪽
45 44. 분노 +16 19.11.26 2,165 108 8쪽
44 43. 세 번째 죽음 +35 19.11.25 2,603 109 13쪽
43 42. 노파의 도움 +26 19.11.24 2,189 103 8쪽
42 41. 실수 +16 19.11.23 2,169 104 10쪽
41 40. 발악 +12 19.11.22 2,243 95 11쪽
40 39. 결정 +28 19.11.21 2,322 109 11쪽
» 38. 때를 기다리는 자 +14 19.11.20 2,492 96 19쪽
38 37. 두 번째 스승 +31 19.11.19 2,482 142 14쪽
37 36. 유언 +6 19.11.19 2,339 106 8쪽
36 35. 이상, 현실 +8 19.11.18 2,330 108 8쪽
35 34. 두꺼비, 쥐, 파리, 돼지 +19 19.11.17 2,407 102 12쪽
34 33. 대가 +17 19.11.16 2,401 104 8쪽
33 32. 마지막 유혹 +4 19.11.16 2,376 110 7쪽
32 31. 질문하는 자 +18 19.11.15 2,503 121 11쪽
31 30. 두꺼비에게 잡힌 파리 +20 19.11.14 2,679 108 15쪽
30 29. 대화, 질문, 의외의 대답 +16 19.11.13 2,614 122 10쪽
29 28. 질문 +10 19.11.13 2,540 113 7쪽
28 27. 부족한 주먹 +12 19.11.12 2,633 111 11쪽
27 26. 차인 여자 +14 19.11.11 2,752 119 12쪽
26 25. 제안 +14 19.11.10 2,761 121 12쪽
25 24. 서서히 성장하는 +22 19.11.09 2,791 121 14쪽
24 23. 흔들리는 집 +16 19.11.08 2,812 1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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