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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2: 진흙가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9.11.01 10:29
최근연재일 :
2019.12.02 01:09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52,040
추천수 :
6,391
글자수 :
233,376

작성
19.11.16 09:05
조회
2,400
추천
104
글자
8쪽

33. 대가

DUMMY

33. 대가




데이브는 루카스에게 잘난 듯 말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막상 홀로 집으로 돌아오니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도 그럴 게 레이첼과의 다툼 후 급격하게 이반의 가족과 사이가 험악해졌기 때문인데, 맞아 죽거나, 쫓겨나지는 않았지만, 마치 적지에 홀로 고립된 기분이었다.


자신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때면 먹은 것도 없이 속이 얹히는 것 같았다.


일부러 천천히 걸어왔음에도 어느새 집 앞에 도착하였는데, 데이브는 문을 열고 들어갈 용기가 도통 나질 않았다.


‘아, 살 떨리네.’


혹시 누군가 이 모습을 본다면 차라리 루카스의 집이나 여관에 머물라고 조언할지 몰랐으나, 데이브는 차마 그럴 생각은 하지 못했다.


데이브도 바보는 아닌지라 이반의 가족이 자신을 고정수입으로 이용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어찌 됐건 자신을 도와준 이들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때, 그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지금 살아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래서 데이브는 이 집을 떠날 수가 없었다. 이 지붕 아래의 사람들은 어찌 됐건 자신의 두 번째 가족이었다.


당장 대립하고, 불편한 게 있다곤 하지만 고작 그런 거로 가족을 버릴 수는 없었다. 비록 지금은 이리 어렵지만, 언젠가는 이들이 자신을 이해해 줄 것이라 믿었다.


“좋아, 들어가는 거야.” 데이브가 용기를 얻기 위해 중얼거리자,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이반이었다.


“그래, 빨리 들어가. 나도 들어가야 하니까.”


데이브가 깜짝 놀라 식료품을 떨어뜨릴 뻔하였다.


“어, 어르신......” 데이브가 뒤를 돌아봤다.


이반의 얼굴은 저번보다 훨씬 안 좋은 상태였다. 얼굴이 창백하고, 살도 쏙 빠진 게 무슨 걱정거리가 있어 보였다. 심지어 잠도 못 잤는지 눈 주변에 어두운 다크서클까지 끼어있었다.


데이브는 자기 때문인 거 같아 미안한 감정이 솟구쳤다.


“........돌아왔습니다. 일 마치고요.”


“그래, 보여....... 빨리, 들어가지.”


이반과 같이 집으로 들어간 후, 데이브는 수잔에게 식료품 바구니를 넘겨줬다. 그리고 품 안에서 미리 빼놓은 생활비를 이반에게 건네주었다.


이반은 지폐를 빤히 바라보다가 자기 품 안에 넣고 말했다.


“술 한잔하겠나?”


“예?” 데이브가 바보처럼 되물었다.


“술 한잔하겠냐고 물었어.”


갑작스러운 제안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는데, 이반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우악스러운 손으로 데이브를 탁자에 억지로 끌고 가 앉혔다.


“마누라, 여기 술 좀 가져다줘.”


수잔은 기다렸다는 듯이 싸구려 증류주를 주전자에 담아 가져왔는데, 이반은 자기 잔에 먼저 따르고 데이브의 잔에 따라줬다.


“한 번에 마시지. 남자답게.”


그 말에 데이브는 이반을 따라 한 모금에 잔을 들이켰다. 독한 증류주가 목구멍을 넘어가자 불붙은 뱀이 위장에 똬리를 틀었다.

데이브는 저도 모르게 ‘크’ 소리를 냈고, 그 모습에 이반이 말했다.


“아, 이제 좀 사내다워졌군. 옛날에는 술 한 잔 못하는 놈이었는데.”


이반의 가족과 술자리에 있었던 추억이 떠오르자 데이브가 쓴웃음을 지었다. 말하기 민망한 사건이 족히 다섯 가지는 있었다.


“어르신 덕분입니다.”


“널 요만할 때 데려왔지.” 이반이 자기 허리 정도 높이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네 아버지는 너처럼 선량한 사람이었어. 나랑 맞지 않았지만, 싫지는 않았지. 네 아버지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우린 친구가 됐어.”


“그리고 절 거둬주셨죠. 아직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다만-”


“-알아, 알아. 난 널 안다고, 좋은 보호자 노릇은 못 했지만, 그래도 누구보다 너를 오래 봤다고 자부하는 몸이야. 네가 레이첼을 거부한 게. 갑자기 지겨워져서나, 딴 여자가 생겨서라고 생각지 않아...... 물론, 그렇다고 그 일이 기분 나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이반의 씁쓸한 말투에, 데이브의 입은 쏙 들어갔다. 레이첼은 분명 이반의 소중한 딸이었다. 그런 그녀를 밖에서 주워온 자신에게 준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그걸 자신이 거부하다니......... 때려죽인다 해도 데이브는 할 말이 없었다.


“걱정은 마. 내 딸은 날 닮아 워낙 예뻐서 너 말고도 돈 싸들고 데려가겠다는 놈들은 많으니.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드는군.................. 넌 여태까지 값을 다 치렀는데, 갑자기 상품을 가져가지 않는다고 하는 거니. 난 같은 상품을 한 번 더 팔 수 있는 셈이야. 오히려 이득이지......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환불은 절대 안 돼.”


이반의 농담에 데이브가 살짝 미소 지었다. 어째 자신을 배려해주려는 것 같아 기쁘기까지 하였다.


“이제 좀 웃는군................... 내가 듣기로 내 딸과 결혼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뭔 말 같지도 않은 것 때문이라고 하던데, 진심인가?”


데이브는 술기운으로 희미했던 그때를 떠올렸다.


“아마..... 맞을 겁니다.”


이반이 바닥에 걸쭉한 가래침을 뱉었다.


“이게 내 생각이네. 넌 이 가래만도 못한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거야........ 금광이라도 발견했나?”


마침내 이 질문이 왔다고 데이브는 생각했다. 이반의 가족이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지 머릿속으로 수차례나 연습했다.


“길러주신 은혜에 맹세컨대, 전 금광이나 광산을 발견하지 않았습니다.”


이반이 침묵했다. 무슨 추궁을 할지 속으로 철저하게 대비를 하였는데, 정작 그가 입을 열자 모든 것이 무의미해졌다.


“그럼 됐어.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하나 더 묻지. 생활비는 이대로 가져올 생각인가?”


예상치 못한 반응. 데이브는 다소 얼이 빠진 채 고개를 끄덕였다.


“........ 무, 물론입니다.”


“좋아.” 이반이 위엄 있게 대답했다.


“그럼 됐어. 자네의 뜻 잘 알겠고................. 거듭 말하지만, 내가 좋은 보호자 노릇은 못 했지만, 그래도 널 여기 데려왔고, 내 나름대로 열심히 키웠어. 그건 늘 기억해.”


“압니다.”


“원래는 내 딸도 줄 생각이었지. 이렇게 자네가 거절했지만......... 그 뜻을 존중하는 바야. 이유가 내 귀에는 똥같이 들릴 뿐이지만. 여하튼 난 자넬 우리 집 가족이라고 생각하네. 여태까지 우릴 도와줬고, 또 앞으로도 생활비를 보태주겠다는데, 내가 어떻게 거절하겠나? 안 그런가?”


이반이 장난스럽게 그리 말하고는 껄껄 웃었다. 데이브도 어색하게 따라 웃었다.


“......... 그런 의미에서 한마디 해주지. 세상 사람들은 나쁜 일에 대가를 치른다고 하지만, 그 못지않게 좋은 일에도 대가가 따른다네........... 데이브. 세상은 옛날 동화가 아니라 좋은 일을 하는 것조차 대가가 따를 수 있네. 악당들에게는 그마저도 거슬리고, 먹잇감으로 보일 수 있거든.”


이곳 진흙타운에서 나름 악당으로 살아온 이반의 말은 제법 설득력이 있었다.


“다시 한번 묻지 그럼에도 그럴 건가? 무슨 대가를 치를지도 모르는데?”


자신의 각오를 진심으로 묻는 것 같아, 데이브도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예, 각오하던 바입니다.”


이반이 껄껄 웃었다.


“제 아비를 닮아 멍청하군...... 좋아 네 뜻은 아주 잘 알겠으니까. 마음대로 해. 하지만 내 조언하지 늘 뒤통수를 조심히 해. 여긴 심사가 뒤틀린 사람들뿐이라 너 같은 녀석만 보면 모두 뒤통수를 때리고 싶어 하거든. 이유는 모르지만, 진짜야.”


데이브는 자신을 걱정해 조언해주는 이반에게 감사 인사를 올렸다.


“말씀 감사합니다. 명심해 두겠습니다.”


이반이 증류주를 마시며 말했다.


“내 생각에는 못한 것 같은데?”


이반의 수수께끼 같은 말에 데이브는 한순간 의구심을 품었지만, 이내 그러려니 하였다.

데이브는 다시 이반이 따라준 증류주를 마시며, 속으로 일이 잘 풀렸다는 사실에 안도하였다.


작가의말

즐거운 주말 한편 더올리겠습니다.(분량이 적은 것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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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후기 +75 19.12.02 2,738 110 7쪽
52 51. 새로운 시작 (시즌2 완결) +97 19.12.01 2,548 144 9쪽
51 50. 마스터 데이브 펠러 +35 19.11.30 2,336 123 8쪽
50 49. 계획대로 +7 19.11.30 1,983 97 6쪽
49 48. 트랩 +20 19.11.29 2,160 116 9쪽
48 47. 치즈 +8 19.11.29 2,011 89 11쪽
47 46. 우물 안 개구리 +20 19.11.28 2,196 111 12쪽
46 45. 동맹 +20 19.11.27 2,153 111 8쪽
45 44. 분노 +16 19.11.26 2,165 108 8쪽
44 43. 세 번째 죽음 +35 19.11.25 2,603 109 13쪽
43 42. 노파의 도움 +26 19.11.24 2,189 103 8쪽
42 41. 실수 +16 19.11.23 2,169 104 10쪽
41 40. 발악 +12 19.11.22 2,243 95 11쪽
40 39. 결정 +28 19.11.21 2,322 109 11쪽
39 38. 때를 기다리는 자 +14 19.11.20 2,491 96 19쪽
38 37. 두 번째 스승 +31 19.11.19 2,482 142 14쪽
37 36. 유언 +6 19.11.19 2,339 106 8쪽
36 35. 이상, 현실 +8 19.11.18 2,330 108 8쪽
35 34. 두꺼비, 쥐, 파리, 돼지 +19 19.11.17 2,407 102 12쪽
» 33. 대가 +17 19.11.16 2,401 104 8쪽
33 32. 마지막 유혹 +4 19.11.16 2,376 110 7쪽
32 31. 질문하는 자 +18 19.11.15 2,503 121 11쪽
31 30. 두꺼비에게 잡힌 파리 +20 19.11.14 2,679 108 15쪽
30 29. 대화, 질문, 의외의 대답 +16 19.11.13 2,614 122 10쪽
29 28. 질문 +10 19.11.13 2,540 113 7쪽
28 27. 부족한 주먹 +12 19.11.12 2,633 111 11쪽
27 26. 차인 여자 +14 19.11.11 2,752 119 12쪽
26 25. 제안 +14 19.11.10 2,761 121 12쪽
25 24. 서서히 성장하는 +22 19.11.09 2,791 121 14쪽
24 23. 흔들리는 집 +16 19.11.08 2,812 1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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