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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2: 진흙가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9.11.01 10:29
최근연재일 :
2019.12.02 01:09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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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043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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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3,376

작성
19.11.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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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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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글자
11쪽

27. 부족한 주먹

DUMMY

27. 부족한 주먹




데이브는 자신과 루카스가 먹을 소박한 음식과 펠러가 먹을 진귀한 음식을 따로 챙겨 나왔다.


약속 장소인 공터에는 여느 때처럼 여러 채집꾼들이 오가고 있었는데, 그 인파들 사이에서 어색하게 서 있는 루카스를 발견하였다.


그는 아버지의 옷과 바구니 등을 챙겨 나왔는데, 이 일이 처음인지 다소 어리숙해 보였다. 데이브는 과거 자신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여! 루카스!” 데이브가 큰 소리로 그를 불렀다.


루카스는 반갑게 데이브를 바라보고 다가왔는데, 가까워지자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데이브, 무슨 일 있었나요? 얼굴이........”


“얼굴이 왜?”


“무슨 걱정거리 있는 사람처럼 안 좋아요. 창백하고, 눈 밑에 다크서클도.........”


데이브는 자기 얼굴을 만져보았다. 레이첼 일 때문에 어젯밤 잠을 제대로 못 자긴 했지만.


‘설마 레이첼이 울다니.........’


데이브는 씁쓸한 속마음을 속이고 애써 웃으며 말해다.


“별거 아니야. 신경 쓰지 마. 그보다 많이 걸어야 하는데, 괜찮겠어?”


“체력이라면 자신 있습니다.”


데이브는 주변을 살폈다. 몇몇 자신을 힐끔거리는 시선이 보였다.


“.......... 잘됐네. 그럼 한번 가보지.”



◆◆◆◆◆◆



데이브는 선두에서 산을 올라가고 있었다. 루카스를 테스트해볼 겸, 추격자들을 따돌리기 위해서 말이다.


솔직히 육체적 힘이나 체력이라면 자신은 루카스에게 비할 바가 못 됐지만, 이런 험한 길로 다니는 요령이 없기에 루카스는 다소 뒤처졌다. 힘이나 체력을 떠나 요령이 없어 효율이 안 좋았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낙오하지 않고 쫓아오는 것은 실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역시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지 않은가? 심지어 투쟁심도 남달랐다.


“좀 쉬었다 갈까?” 데이브는 루카스를 뒤돌아보며 말했다.


루카스는 헉헉거리며서도 고개를 저었다.


“아뇨!........ 따라 갈 수 있습니다!”


목소리에서는 약해 보이고 싶지 않다는 욕심과 짐짝이 되지 않겠다는 투쟁심이 엿보였다.

데이브는 루카스의 그 기질을 보고 감탄했다. 자신에게 그런 뜨겁고 강인한 면모가 없었으니까. 당장은 자신의 도움을 받았지만, 조건과 환경이 허락된다면 루카스는 자신은 상상도 못 할 대단한 사람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르막길이 끝나고 비교적 평탄한 길이 나왔다. 나무나 바위 등 장애물도 적어 올라왔던 길에 비하면 소풍 수준이었는데, 실제로 루카스가 어느새 바로 뒤까지 따라와 있었다.


데이브는 이 모든 게 마음에 들었다.

혼자서 걷지 않고 누군가와 같이 있는 게. 누구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게.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등을 맡길 수 있다는 게...... 전부 축복과 같았다. 완벽했다. 단 하나, 자신들을 뒤를 끈질기게 추격하는 저 추격자들만 빼면 말이다.


루카스도 눈치챘는지 속삭였다.


“데이브 아까 전부터 누가 쫓아오는 것 같은데.........”


“너도 눈치챘어?”


“자랑은 아니지만, 주먹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터득합니다..... 안 그럼 대개 죽거든요. 어떻게 할까요?”


“뿌리쳐야지.”


“저 때문에 힘들 겁니다. 이 일이 익숙하지 않아 제가 지나간 곳에는 흔적이 남을 겁니다. 허락해 주신다면, 제가 처리해보겠습니다.”


데이브가 식겁했다.


“처리라니... 그 무슨 무서운.”


“아뇨, 적당히 겁만 줘 쫓아내겠다는 겁니다. 약간은 다칠지 모르지만, 목숨이 끊어지거나 장애를 남기지는 않겠습니다. 맹세하겠습니다.”


데이브는 잠시 고민했다. 루카스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사람이 하나 더 늘면 쫓아오기 더 수월했다. 추격자를 데리고 펠러 님을 찾아뵈러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 그 말 지킬 수 있어?”


“예.” 루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할게....... 되도록 다치는 사람 없이 잘 부탁해.”


데이브의 허락이 떨어지자 루카스는 곧바로 방향을 바꿔 수풀과 나무 사이로 모습을 감췄다.




◆◆◆◆◆◆




루카스는 나무토막처럼 굳은 다리를 매만졌다. 이렇게 오래 걸은 적이 있나 싶었다. 그것도 그냥 길을 걷는 게 아니라, 돌밭길이나 오르막, 산길 등 다양한 곳을 말이다.

솔직히 당장 몸을 뉘면 나가떨어질 것 같은 심정이었다.


‘난 역시 이게 더 편해.’ 루카스가 손에 낀 ‘트렌치 나이프(단검과 너클을 합친 무기)’를 보며 생각했다. 서글프면서도 익숙했다.


데이브의 도움으로 죽다 살아난 루카스는 간신히 어머니와 여동생으로부터 용서를 받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고, 무덤에도 묻히게 못 한 게 아직까지도 응어리로 남아있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라며 이제부터 새롭게 시작하자고 루카스에게 말했다

.

루카스는 그날을 기점으로 뒷골목 인생을 청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용도 외에는 폭력도 쓰지 않기로 신께 맹세했다.

아마, 이 경우 역시 거기에 포함된 것일 터였다.


루카스는 수풀 틈에 숨어 추격자를 기다렸다. 우리를 쫓아오고 있을 터이니. 반드시 이 길로 지나갈 터였다. 채집꾼으로서는 자긴 초보자 그 무엇도 아니었지만, 이런 경우에서라면 말이 달랐다. 폭력은 자신의 인생과 함께해온 친구와 같은 존재였으니까.


어느 정도 기다리자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사람은 총 네 명. 허리춤에는 호신용으로 쓰는 단검이 꽂혀 있었다.


‘단검으로 무장한 남자 넷이라...... 우습군.’


루카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저 쥐새끼 같은 놈들을 덮쳤다.


거한의 남자가 수풀 사이에서 갑자기 튀어나오자 추격자들은 혼비백산했는데, 그 겁쟁이 같은 모습에서 루카스는 싸우기도 전에 자신이 이겼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폭력에 골이 난 루카스는 초장에 기를 꺾을 생각으로 가장 가까이 있던 덩치의 턱을 후려갈겼다. 성질 같아선 배를 쑤셔주고 싶었지만, 데이브와의 약속이 마음에 걸려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턱을 맞은 덩치는 그대로 기절하듯 쓰러졌고, 다른 추격자 셋은 맹수를 만난 듯 뒷걸음질 쳤다. 그중 붉은 머리 놈이 단검을 어쭙잖게 들어 위협을 했는데, 루카스는 경계하긴커녕 대범하게 접근해 트렌치 나이프 송곳날 부분으로 몇 번 찌를 제스쳐를 취하다가 빈틈을 보이는 순간 반대 손으로 상대의 관자놀이를 후려갈겨 버렸다.


단숨에 두 명을 기절시키자 상황은 끝났다. 다른 둘은 덤벼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단검을 땅에 던져 항복의 뜻을 밝혔다.


“누구요?! 갑자기 왜 이러는 것이요! 우린 가진 게 없소.” 한 추격자가 말했다.


“너희야말로 왜 우릴 쫓아오는 거지?”


놈들은 뻔뻔하게도 거짓말을 했다.


“........... 오, 오해요! 우린 채집이나 하러 온 거지, 결코-”


루카스는 괘씸한 거짓말쟁이의 멱살을 붙잡아 나무쪽으로 밀어붙였다. 성벽 밖에는 거짓말쟁이투성이였고, 진실을 듣기 위해서는 고통과 두려움이 필수였다. 다행히 두 분야는 루카스의 장기였다.


루카스가 목을 조이며 압박을 가하자, 결국 다른 추격자가 자신들의 죄를 시인했다.


“인정할게! 인정해! 맞아. 우리가 뒤를 쫓았어!”


루카스는 더 말해보라는 뜻으로 그를 날카롭게 바라봤다. 트렌치 나이프의 송곳을 보여줘 거짓말하면 재미없을 거라는 뜻도 확실히 내비쳤다.


이름 모를 추격자가 조심스럽게 말을 시작했다.


“.........너는 모르는 것 같은데. 데이브 저 녀석은 광산을 발견했어. 그래서 다녀올 때마다 원석을 산더미처럼 가져오지.”


루카스가 그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자 놈은 더욱 열성적으로 말했다.


“그런데 자기는 광산을 못 찾았다고 발뺌하며 혼자 꿀을 빨고 있어........... 이건 옳지 않아! 그런 걸 발견하면 모두와 나눠야지.............맞아! 그래 우리는 모두와 나누기 위해 놈의 뒤를 쫓은 거야. 우리랑 동업하자! 데이브 같은 탐욕스러운 놈 말고........ 우리랑 같이 데이브가 발견한 광산이 어디 있는지 찾아내 나누자! 우리 모두 부자가 될 거야. 어쩌면 성벽 안에도 갈 수 있을지 몰라. 이 지긋지긋한 곳을 벗어날 수도 있어!”


녀석은 자신의 설득이 먹혔다고 생각해서인지 되는대로 지껄였다. 루카스는 어이가 없었다. 누가 탐욕적이라고? 진흙타운에 헛소리 지껄이기 좋아하는 놈이 얼마나 많은지 새삼 깨달았다.


루카스는 멱살을 붙들고 있던 놈을 한구석으로 던져버리고 놈에게 다가갔다.

놈은 경계하면서도 묘한 기대를 품었다. 자신의 혀가 루카스를 설득했다고 믿는 표정이었다.


“이름이 뭐지?” 루카스가 대뜸 말했다.


“엔비. 진흙타운의 엔비. 이들은 내 동료인 이웃들.”


“그렇군.” 루카스가 다른 쪽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엔비가 딱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긴장과 기대가 섞인 미소였다.


“그럼...... 어떻-”


엔비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루카스의 주먹이 얼굴에 제대로 꽂혔기 때문이었다.

앞의 다른 놈들과 달리 힘 조절을 하지 않고 그냥 냅다 꽂은 거라. 도통 상상도 할 수 없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허나, 루카스는 그것만으로는 모자라는지 휘청거리는 놈의 머리채를 붙잡아 일말의 자비도 없이 주먹질했다. 마치, 망치로 호두껍데기를 깨는 것 같았다.


피떡이 된 엔비를 바닥에 던져버리며 루카스가 말했다.


“잘 들어. 이웃들의 엔비. 난 네 얼굴을 기억할 거야. 한 번만 더 수작질을 부리면 다음에는 절대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아. 기억해. 조금이라도 수상한 냄새가 풍기거나, 개수작을 부리면 너와 네 동료들을 찾아내 호두껍데기마냥 대가리를 부숴놓을 거야. 대답해...... 대답해!”


엔비가 엉망이 된 얼굴로 신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추하고 역겹게도 오줌을 지렸는데, 루카스는 한순간 고민했다.

이런 기회주의 협잡꾼은 많이 봐왔기에 나중을 위해서라도 지금 죽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아차 하면 발목을 물릴 수 있었다. 죽이는 건 일이 아니었다. 시체도 얼마든지 숨길 수 있었다. 허나........ 그러자니 데이브와의 약속이 걸렸다.


자기 대신 가족을 보살펴주고, 자신까지 구해준 남자와의 약속이 말이다.


루카스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한 번 더 경고를 남기고 그냥 떠나는 쪽을 선택하고 말았다.


작가의말

재미있게 읽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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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1. 새로운 시작 (시즌2 완결) +97 19.12.01 2,548 144 9쪽
51 50. 마스터 데이브 펠러 +35 19.11.30 2,336 123 8쪽
50 49. 계획대로 +7 19.11.30 1,983 97 6쪽
49 48. 트랩 +20 19.11.29 2,160 116 9쪽
48 47. 치즈 +8 19.11.29 2,011 89 11쪽
47 46. 우물 안 개구리 +20 19.11.28 2,196 111 12쪽
46 45. 동맹 +20 19.11.27 2,153 111 8쪽
45 44. 분노 +16 19.11.26 2,165 108 8쪽
44 43. 세 번째 죽음 +35 19.11.25 2,603 109 13쪽
43 42. 노파의 도움 +26 19.11.24 2,189 103 8쪽
42 41. 실수 +16 19.11.23 2,169 104 10쪽
41 40. 발악 +12 19.11.22 2,243 95 11쪽
40 39. 결정 +28 19.11.21 2,322 109 11쪽
39 38. 때를 기다리는 자 +14 19.11.20 2,492 96 19쪽
38 37. 두 번째 스승 +31 19.11.19 2,482 142 14쪽
37 36. 유언 +6 19.11.19 2,339 106 8쪽
36 35. 이상, 현실 +8 19.11.18 2,330 108 8쪽
35 34. 두꺼비, 쥐, 파리, 돼지 +19 19.11.17 2,407 102 12쪽
34 33. 대가 +17 19.11.16 2,401 104 8쪽
33 32. 마지막 유혹 +4 19.11.16 2,376 110 7쪽
32 31. 질문하는 자 +18 19.11.15 2,503 121 11쪽
31 30. 두꺼비에게 잡힌 파리 +20 19.11.14 2,679 108 15쪽
30 29. 대화, 질문, 의외의 대답 +16 19.11.13 2,614 122 10쪽
29 28. 질문 +10 19.11.13 2,540 113 7쪽
» 27. 부족한 주먹 +12 19.11.12 2,634 111 11쪽
27 26. 차인 여자 +14 19.11.11 2,752 119 12쪽
26 25. 제안 +14 19.11.10 2,761 121 12쪽
25 24. 서서히 성장하는 +22 19.11.09 2,791 121 14쪽
24 23. 흔들리는 집 +16 19.11.08 2,812 1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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