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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2: 진흙가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9.11.01 10:29
최근연재일 :
2019.12.02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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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376

작성
19.11.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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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6. 차인 여자

DUMMY

26. 차인 여자




데이브는 무사히 루시오의 손아귀에서 벗어났으나, 찝찝함은 가시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너무 쉽게 풀려났으니까.


데이브는 소문 외에는 그를 알지 못하였지만, 그가 자신이 말한 것처럼 작은 사업가가 아니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의 부하들은 골목을 휘어잡았으며, 직원들의 수도 꽤나 많았다. 상당한 수준의 수입이 없으면 절대 그 수를 감당하지 못할 터.


그런 그가 그저 한번 찔러보고는 이렇게 쉬이 물러난 게 이상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그 못지않게 자신은 왜 그가 내민 손을 뿌리친 건지 스스로에게 의구심이 들었다.

루시오라면 중간 매입장보다 훨씬 크고, 좋은 거래처가 될지도 몰랐을 텐데 말이다.


데이브는 자신에게 왜 그런 것이냐고 물어보았지만, 돌아온 것은 느낌이라는 애매모호한 대답뿐이었다. 매로나 이쪽의 폭력배들에 비하면 그는 평범한 게 이를 데가 없었지만, 왠지 모를 위험한 냄새가 풍겼다. 거미처럼 계산적이며 철저한. 어쩌면 그런 탓에 그와 거리를 두는 것일지도 몰랐다.


‘어떻게든 되겠지. 정 안되면 그때 가서라도........’ 데이브가 머리를 휘휘 저으며 잡생각을 떨쳐냈다. 오늘은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이만 들어가 쉬고 싶었다.


데이브가 늦은 저녁에 돌아오자 여느 때처럼 모두 데이브를 반겼다. 왜 이리 늦었냐고 물어보는가 하면, 너만 기다리고 있었다고 수선을 떨었는데, 이 모습을 보고 데이브는 슬슬 생활비가 쪼들리고 있는 상황임을 본능적으로 눈치챘다.


그때,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다리느라 죽는 줄 알았어.”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레이첼이었다.


데이브는 놀라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마주했을 때, 그녀는 두 번 다시 자신을 보지 않을 거라 했는데, 실제로 그날 이후 지금 처음 마주한 거였다.


“....... 아, 반가워.”


그때, 레이첼의 오빠인 레반이 말했다.


“고작 약혼녀한테 한다는 말이 그게 전부야?”


“너무 그러지 마. 일 막 하고 들어온 사람한테, 오빠도 나가서 돈 좀 벌든가.” 레이첼이 타박했다.


그러자 반코가 껄껄 웃으며 조카에게 한마디 했다.


“이거 한 방 먹었네.”


너무나도 화목한 분위기. 데이브는 이런 분위기의 집을 원했다. 자신을 반기고 서로 농담을 주고받는 화목한 가정을 말이다. 그런데, 막상 보니 위화감이 느껴졌다.


데이브는 퍼뜩 정신을 차리며 따로 빼놓은 생활비를 건넸다. 가장인 이반이 챙겼는데, 그는 다른 곳을 들려 헛돈을 썼는지 따지지 않고, 곧바로 식사할 것을 권했다.


“우리는 이미 같이 식사를 했으니. 레이첼과 단둘이 먹게.”


“예?”


“우리 딸이 데이브와 단둘이 식사하고 싶다고 해서 기다렸어. 사랑스럽지?” 수잔 부인이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데이브는 레이첼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는 특유의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왜, 그러고 있어? 날 굶겨 죽일 생각이야?”


데이브는 그 멍하니 있다가 그 말을 듣고 정신을 차렸다.


“아냐, 아냐. 식사해야지.............”




어쩌다 보니 데이브는 레이첼과 단둘이 식사를 하게 되었다.

심지어 딱딱한 빵이나, 남은 음식이 아닌 따뜻한 스튜와 부드러운 빵이었는데, 오늘 자기 생일인가 싶을 정도였다..... 아니지. 생일 때도 이런 대접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맞은편에 앉은 레이첼이 말했다.


“그렇게 긴장하지 마........ 무슨 속셈이 있는 건 아니니까?”


“아니, 난 뭐......” 속마음이 찔린 데이브가 겸연쩍게 말했다.


레이첼이 스튜를 입에 넣고는 다시 말했다.


“아니다. 솔직히 말할게. 무슨 속셈 있는 거 맞아. 네가 유일하게 이 집의 고정수입이니까. 저번 일 때문에 행여 도망이라도 갈까 봐 이렇게 잘해주는 거야. 네가 사라지면 우리 집은 순식간에 기울어 무너질 테니................. 야비하지?”


“............. 너희 집은 어릴 때 날 거둬줬잖아.”


“야비하다는 건 인정한다는 거네.”


그 말에 데이브와 레이첼이 웃었다. 웃음이 잦아들고 레이첼이 다시 물었다.


“정말....... 나 안 볼 생각이었어?”


데이브는 그제야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릴리를 따라 가면 두 번 다시 보지 않겠다고 악다구니를 쓰던 레이첼의 모습이.


“미안, 잊고 있었어........ 당연히 그럴 생각도 없었고.”


잊었다는 말에 레이첼이 움찔했다. 그리고는 심술궂게 웃으며 물었다.


“.............혹시 그런 어린 애가 취향인 거야? 물론 어린 여자를 좋아하는 건 이해가 되는데-”


“-잠깐, 잠깐, 잠깐. 농담이라도 그런 말 하지 마. 만약 내가 그런 놈이라면 지옥의 불 속에 영원히 불타야 할 테니까.”


데이브는 다소 화를 내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자 레이첼이 사과하며 적당히 수습했다.


“알았어. 알았어. 그만할게. 화가 나서 심술 좀 부려봤어........... 그때 했던 말 진심이 아니야. 그러니까 두 번 다시 안보겠다는 말............. 그땐 그냥 좀 화가 났었어. 내가 다쳐서 온 게 화가 났고, 그러고도 또 도와주러 가는 모습이.............”


말꼬리를 흐리는 레이첼의 모습에 데이브가 당황하며 위로했다.


“나도 미안해. 그때 너무 다급해 보여서 어쩔 수가 없었어. 나도 널 두 번 다시 안 볼 생각은 아니었어.”


레이첼이 피식 웃었다.


“어색해지네...... 누가 이야기하더라 어색한데, 술만큼 좋은 게 없다고, 그러고 보니 너랑 같이 술을 마신 적은 없네? 잠깐만 기다려 봐.”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어디선가 포도주병과 잔을 두 개 가져왔다.


“고급스러운 유리잔은 아니지만, 쓰는 데 문제는 없으면 되니. 좀 참으라고.”


데이브는 잔을 받으며 물었다.


“웬 거야? 마셔도 돼?”


“이 집에 유일한 고정 수입원인 네가 마시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


레이첼은 데이브에게 건배를 제안했고, 데이브도 기꺼이 받아줬다. 일단 레이첼과 화해한 게 너무 기뻤으니까.


목구멍으로 한 잔, 두 잔씩 술이 넘어감에 따라 기분도 유쾌해졌는데,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레이첼과 같이 방에 들어와 있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지 시야가 어지럽고, 머리가 붕 뜨는 것 같았다.


혼자 있기도 좁은 데이브의 쪽방에 들어오자 레이첼은 데이브를 바닥에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데이브가 사준 옷을 훌러덩 벗기 시작했다. 속옷 차림이 눈에 들어왔는데, 데이브는 몸이 반응하는 동시에 머리에서 비상등이 켜졌다.


멈춰야 했다.


레이첼이 속옷을 벗어 던지려던 찰나 데이브가 막았다.


“아, 안 돼. 멈춰... 레이첼...... 멈춰.”


“왜?” 레이첼이 특유의 꿀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입안에서 달콤한 포도주 향이 났다.


“우린.... 이래선 안 돼.”


데이브가 억지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레이첼이 양손을 데이브의 가슴에 얹으며 멈춰 세웠다.


“왜? 우린 곧 결혼할 사이인데....... 아니면, 당장 내일이라도 하던가. 아버지도 인정하고 널 진짜 가족으로 받아주실 거야.”


데이브는 멈칫했다. 레이첼과의 결혼이라니....... 그건 데이브의 삶의 목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데이브는 그날을 떠올렸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이반의 손에 끌려 이 집에 온 날을. 그날 데이브는 레이첼을 처음 봤고, 이내 사랑에 빠졌다.


이반이 눈치챈 건지, 아니면 계획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데이브에게 이 집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봉사하면 레이첼을 줄 뿐 아니라, 위대한 휴 가문의 일원이 될 수 있다고 사탕발림을 하였다. 진짜 가족이 될 수 있다고..............


그리고 수많은 세월이 지나 현재가 되었다. 마침내 그 목표가 눈앞에 있는 것이었다.

데이브는 당장이라도 레이첼의 몸에 손을 뻗고 싶었다. 그녀를 안고, 그녀와 자신을 닮은 자식을 가지고 싶었다. 딸이건 아들이건 상관이 없었다. 진짜 가족을 만들고 싶었다.


허나........... 그때, 또 다른 목소리가 내면에서 들렸다. ‘이제 그게 아니잖아.’ 라고 말이다.


데이브는 들끓던 심장이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성이 돌아오며 레이첼의 몸에 손을 뻗는 대신 옷을 주워 그녀의 몸을 가려주었다.

레이첼의 얼굴이 굳어졌다.


“왜 그래....... 뭐가 마음에 안 들어?” 목소리에서조차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우린.... 이래선 안 돼.” 술 탓인지 데이브의 혀가 굳어졌다.


“약혼한 사이인데, 왜 안 돼? 까짓것 결혼하면-”


“-나 너랑 결혼할 수 없어. 레이첼. 너랑 결혼할 수 없다고.”


레이첼의 표정은 굳은 것을 넘어 일그러졌다. 데이브는 그사이 그녀를 완전히 밀어냈는데, 술기운 때문에 착각한 건지. 그녀의 눈이 촉촉해진 것을 보았다.

레이첼이 이를 꽉 깨문 채 물었다.


“뭐야...... 딴 여자라도?..아니면 정말 그 애새끼한테?...................”


데이브가 부정했다. 릴리는 자신에게 그런 대상이 아니었고, 다른 여자를 넘본 적도 없었다.


“아냐, 아냐, 아니라고. 그런 게 아니야. 네가 너랑 결혼하지 못하는 건. 내가 널 행복하게 해줄 수 없기 때문이야........ 난 널 성벽 안에 들어가게 해줄 수 없어.”


멍하니 데이브를 보던 레이첼이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성벽 안에 들어가게 해줄 수 없다니......”


데이브가 솔직히 고백했다.


“말 그대로야. 난 널 성벽 안에 데려다줄 수 없어. 나 역시 성벽 안으로 들어갈 생각 없고. 그건 내 꿈 아니야.”


레이첼은 어이가 없어 되묻고 말았다. 성벽에 들어가는 것도, 자신과 결혼하는 것도 꿈이 아니면 뭐가 꿈인지 궁금하였다. 가슴에서 검은 것들이 왈칵왈칵 올라왔다.


“............그럼 네 꿈은 뭔데?”


데이브가 슬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기를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거. 그게 내 꿈이야. 그래서 우리가 성벽 안에 들어가기 위해 아웅다웅 안 하고, 성벽 안 사람들이 우릴 무시하지 않게 만드는 게 그게 내 꿈이야........ 거기에 큰돈이 필요하고, 그래서 성벽 안으로 들어가게 해줄 여유 따윈 없어.”


“그게 무슨 바보 같은 이야기야. 네가 왜 그런걸...........?”


“나도 몰라........... 그저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 하지만 걱정 마. 생활비는 내가 어떻게든 책임질게. 너라면 다른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러니. 나는-”


그 순간 레에첼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거짓말! 전부 거짓말이야! 너도 다른 남자랑 똑같아! 아버지나 삼촌이나, 오빠 같은 거짓말쟁이야. 다른 여자 생긴 거지?! 이제 돈 좀 번다고 나 따위는 버리려는 거지? 맞잖아?! 내가 바보인 줄 알아? 나도 소문들었어! 네가 광산을 발견해 떼돈을 번다고! 그러니까 그런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는 거잖아!”


알코올 탓에 데이브는 머리가 제대로 돌지 않았다. 그저 부정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난 절대-”


“-닥쳐! 닥쳐! 너도 똑같아........ 처음에는 그럴듯한 소리 지껄이고는 막판에 약속을 뒤집지. 다른 남자들처럼!...... 다 똑같아. 너 같은 걸 변호했다니 내가 멍청했어.”


레이첼은 그렇게 말하며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갔다.


작가의말

진행속도가 느린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슬슬 이야기에 속도가 붙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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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49. 계획대로 +7 19.11.30 1,985 97 6쪽
49 48. 트랩 +20 19.11.29 2,161 116 9쪽
48 47. 치즈 +8 19.11.29 2,012 89 11쪽
47 46. 우물 안 개구리 +20 19.11.28 2,198 111 12쪽
46 45. 동맹 +20 19.11.27 2,155 111 8쪽
45 44. 분노 +16 19.11.26 2,168 108 8쪽
44 43. 세 번째 죽음 +35 19.11.25 2,605 109 13쪽
43 42. 노파의 도움 +26 19.11.24 2,191 103 8쪽
42 41. 실수 +16 19.11.23 2,171 104 10쪽
41 40. 발악 +12 19.11.22 2,245 95 11쪽
40 39. 결정 +28 19.11.21 2,325 109 11쪽
39 38. 때를 기다리는 자 +14 19.11.20 2,494 96 19쪽
38 37. 두 번째 스승 +31 19.11.19 2,487 142 14쪽
37 36. 유언 +6 19.11.19 2,341 106 8쪽
36 35. 이상, 현실 +8 19.11.18 2,333 108 8쪽
35 34. 두꺼비, 쥐, 파리, 돼지 +19 19.11.17 2,409 102 12쪽
34 33. 대가 +17 19.11.16 2,404 104 8쪽
33 32. 마지막 유혹 +4 19.11.16 2,378 110 7쪽
32 31. 질문하는 자 +18 19.11.15 2,504 121 11쪽
31 30. 두꺼비에게 잡힌 파리 +20 19.11.14 2,680 108 15쪽
30 29. 대화, 질문, 의외의 대답 +16 19.11.13 2,615 122 10쪽
29 28. 질문 +10 19.11.13 2,541 113 7쪽
28 27. 부족한 주먹 +12 19.11.12 2,636 111 11쪽
» 26. 차인 여자 +14 19.11.11 2,754 119 12쪽
26 25. 제안 +14 19.11.10 2,763 121 12쪽
25 24. 서서히 성장하는 +22 19.11.09 2,795 121 14쪽
24 23. 흔들리는 집 +16 19.11.08 2,814 1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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