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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2: 진흙가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9.11.01 10:29
최근연재일 :
2019.12.02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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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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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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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5. 제안

DUMMY

25. 제안




"이, 이게 무슨 짓이야!" 매로가 당황해 외쳤다.


그토록 자신 있던 힘으로 제압을 당하자 그는 크게 흔들렸다.


“당장 제대로 돈을 지불하던지, 아니면 물건을 돌려주던지. 선택해.”


매로는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모두 자신을 보고 있었다. 이렇게 꼴사납게 당하는 자신을 말이다. 지렁이들이 보고 있었다.


“이, 이 건방진!”


매로가 흥분해 일어나려고 했지만, 루카스는 팔을 더 꺾어 단숨에 제압하였다. 그러자 매로가 고통을 못 이겨 꼴사납게 비명을 질렀다.


“더 반항하면 부러뜨린다.” 루카스가 돌처럼 차갑고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매로는 자기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서둘러 협박하기 시작했다.


“너, 너 이 자식! 이러고도 무사할 거 같아? 내 뒤에 누가 있는지 알아?!”


루카스가 매로의 귓가에 대고 들릴 듯 말 듯 나직이 속삭였다.


“너야말로 장부에 장난치는 걸 들켜선 안 될 텐데.”


매로의 눈이 한순간 커졌다. 어떻게 그걸 알고 있는 건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데이브를 통해 수익을 크게 올린 매로는 괜히 나누기 싫어 몇 차례 장부를 속인 적 있었다. 이 사실을 ‘두꺼비’가 알았다간 여간 큰일이 아니었다. 그 역겨운 잡종 놈이 자신을 어찌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할 따름이었다.


그때, 데이브가 끼어들었다.


“뭐 하는 거야. 루카스. 당장 놔드려!”


그러자 놀랍게도 루카스는 잘 훈련된 개처럼 데이브의 말을 따라 매로를 놓아주었다.

이런 허약한 놈의 말을 듣는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마 소문이 사실이었나?’ 매로가 생각했다.


“죄송합니다...... 곤란한 상황인 거 같으셔서.” 루카스가 데이브를 보며 사과했다. 마치, 고양이 앞의 쥐처럼 조심스러웠다.


키도 덩치도 무엇 하나 데이브와 비교가 되지 않았는데, 그런 그가 데이브에게 이토록 숙이니 모두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데이브는 난감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곤 매로에게 사과했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이럴 의도는 없었는데. 괜찮으신가요?”


매로는 성질 같아선 데이브를 두들겨 패고 싶었으나,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그는 루카스의 눈치를 살짝 보곤 말했다.


“괘, 괜찮아. 그, 그럴 수도 있지....... 내가 특별히 용서해주는 줄 알아.”


“.......감사합니다....... 그럼, 거래는......”


“좋아 내가 한번 봐주지 80듀로에 사주지. 두 배 쳐주겠어.”


“최소한 100듀로 가치는 있습니다.”


매로가 끙소리를 냈다.


“90듀로 더 이상은 안 돼......... 이봐, 내 체면 좀 생각해줘.” 매로가 마지막에 속삭이며 말했다. 그러자 데이브가 동의했다.


“예, 그게 좋겠네요. 90듀로......”


데이브는 아쉬웠지만 일단 그렇게 합의했다. 매로는 서둘러 금고에서 돈을 꺼내 데이브에게 건넸다. 이 망신스러운 순간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어서였다.

데이브가 돈을 건네받을 때, 매로에게 나직이 속삭였다.


“전 당신과 계속 거래를 하고 싶습니다. 다만, 앞으로는 공평한 거래를 하고 싶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그 말에 매로의 얼굴이 한순간 붉게 물들었으나, 뒤에서 버티고 있는 루카스의 얼굴을 보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 나 역시 원하는 바이네.”


데이브는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루카스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매로는 그런 그 둘의 등을 보며 분노를 곱씹었다. 자신에게 이런 망신을 주다니. 언젠간 톡톡히 갚아 줄 거라고 속으로 다짐했다.



◆◆◆◆◆◆



루카스와 함께 나온 데이브는 한동안 말없이 같이 걸다가 입을 열었다.


“혹시, 다시 그쪽 생활하려는 거야?”


“아뇨, 아닙니다...... 그냥 곤란해 보이시는 것 같아 도와드린 겁니다.”


그는 큰 키와 덩치, 억센 팔을 가졌음에도 감히 데이브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늑대가 사슴에게 겁을 먹은 게 저런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 거기는 왜 있었던 거야?”


그러자 루카스는 청원자처럼 옷을 조급하게 매만지더니 제법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데, 데이브. 아니, 데이브 씨.”


“데이브라고 불러.”


“데이브....... 혹시 절 채집꾼 보조로 써주실 수 없습니까? 시키시는 일은 뭐든지 다 하겠습니다.”


예상치 못한 부탁에 데이브는 한순간 할 말을 잃었다. 채집꾼이 되기 싫어 프랭크와 그토록 싸운 그가 자신에게 와 채집꾼이 되게 도와 달라고 하다니......... 기특하게 그지없었다.


데이브의 침묵을 부정의 뜻으로 해석하였는지, 루카스가 당황하며 말했다.


“저, 절대로 무슨 속셈이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닙니다. 다만, 여기서 정당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채집꾼이나 잡부밖에 없어서................ 도움을 청할 데도 데이브 밖에 없고.... 절대 게으름 부리지 않겠습니다! 절대로 말이죠! 번 돈으로 데이브에게 진 빚도 꼭 갚-”


“-좋아.” 데이브가 웃으며 말했다.


“.....예?” 루카스가 쉽게 돌아온 대답에 놀라며 다시 물었다.


“좋다고, 나랑 같이 일하자. 게으름 안 부리고 열심히 할 생각 있지?”


“무........ 물론이죠!” 루카스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허리를 곧추 펴며 대답했다. 목소리에는 각오가 엿보였다.


“그럼 바로 내일 만나자. 아버지 쓰던 물건 챙겨서 나와. 음식이나 기타 필요한 건 내가 챙길 테니.”


“하지만, 그럴 수는.....” 루카스가 미안한 티를 냈다.


“괜찮아. 네 아버지가 날 도와준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네 아버지가 안 도와주셨으면 난 진즉에 죽었을 거야.”


“예...... 감사합니다.”


데이브는 오늘 수입 중 일부를 꺼내 루카스에게 건넸다.


“이거 가지고 가. 메어리 부인께 전해 드려. 생활비라고. 직접 찾아뵙고 싶기는 한데, 요즘 내가 조금 바빠서............ 못 찾아 봬서 죄송하다고 말씀 좀 드려줘.”


루카스가 거절하려고 했으나, 이내 받아들였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진흙타운 사람들에게 돈을 거절하는 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너무 그럴 거 없어..... 그래, 계약금이라고 하자. 네가 열심히 날 도와준다는. 어때, 그럼 됐지?”


배려심이 넘치는 데이브의 말에 루카스는 차마 대답을 못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자랑스러워하실 거야. 그럼 내일 보자.”


“어디 가십니까?”


“...............일 좀 마무리하려고.”


데이브는 그렇게 말하고는, 루카스와 헤어져 성벽 안으로 향했다.



◆◆◆◆◆◆



데이브는 성벽을 지나 목적지인 루시오의 구역에 들어섰다.


루시오에게 원석을 상납하는 과정에서 데이브는 그에 대한 소문을 조금씩 들을 수 있었는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거짓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가 자기가 말한 것처럼 작은 사업가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데이브가 주워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매음굴 삐끼 내지 호텔 종업원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한 부유한 귀부인의 애인이 돼 그녀의 재산을 물려받았으며, 그 재산을 기반으로 사업 수완을 발휘해 현재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작은 레스토랑 사업에 손대더니, 현재에 이르러는 성당과 연계한 장례조합을 운영하며, 도매업에도 손대고 있다 하였는데, 심지어 마법사와도 은밀한 밀거래를 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거짓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동안 봐온 직원들의 수와 상태를 봤을 때 그가 보통 인물이 아님을 알 수 있었는데, 어쩌면 성벽 밖 두목들보다 더 위험한 인물일지도 몰랐다.


‘이번이 마지막 만남이겠군.......... 거리를 둬야 해.’


데이브는 경비원의 안내를 받아, 늘 만나던 사무실에 도착했다.


“마스터, 데이브 씨가 오셨습니다.”


문 너머로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시라 해라.”


“들어가시죠.” 경비원 친절히 문을 열어줬다.


루시오는 여느 때와 같이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음침하긴 했지만, 겉보기에는 정말 합법적인 사업가 같았다.


‘어쩌면 그저 소문일 지도.’ 루시오의 훤칠한 외모에 데이브는 한순간 그리 생각하고 말았다.


“어서오시죠. 데이브 씨.” 루시오가 마지막 서류를 작성한 후 말했다.


마지막 상납이라 생각하자, 초조해진 데이브는 평소보다 서둘러 물건을 루시오의 책상 앞에 올렸다.


“반갑습니다. 여기 물건 가져왔습니다.”


루시오가 주머니를 열어 원석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처음 원석에 대해 무지한 것 치고는 현재 상당히 모양새가 잡혀 있었다.


“여느 때처럼 훌륭한 물건이군요. 나름 공부해서 이제 알게 됐죠. 대부분 마지막 거래에는 무슨 심통을 부리는 건지 다들 잔머리를 굴리는 법인데,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데이브 씨는 참 성실합니다.”


“별말씀을...... 그럼 바쁘신 것 같으니 전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데이브가 서둘러 자리를 뜨려하자 루시오가 불러 세웠다.


“잠시만요. 계약은 끝났지만, 그간 봐온 시간을 생각해 이야기를 좀 나눌 수 없겠습니까? 잠깐이면 됩니다.”


데이브는 무슨 속셈인지 한순간 의심했으나, 그냥 요구대로 앉았다.

크게 해코지당한 것도 아니고, 루카스도 살려줬으니 이 정도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다.


“무슨 일 때문이시죠?”


“그냥요. 전 늘 좋은 거래처와 친해지려고 애씁니다. 제 직원들이 모두 당신을 좋아하고요. 예의 바르고, 겸손하고, 도와주기도 잘 도와준다고.”


데이브는 과거 루시오의 직원들에게 약초에 관해 민간요법에 대해 몇 가지 조언을 해준 사실이 떠올랐다.

별거 아니라며 어깨를 으쓱였다.


“저도 데이브 씨가 마음에 듭니다. 신의도 있는 거 같고, 이토록 훌륭한 물건을 가져오다니.............. 혹시 광산이라도 발견하셨습니까?”


갑자기 훅 들어온 질문에 데이브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쯤 되자 자신이 광산 위치를 알려주는 나침반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 오해는 마세요. 광산 위치를 알아내 어찌하겠다는 건 아니니까. 전 그런 식으로 사업을 하기 싫습니다. 지저분하지 않습니까?.......... 그냥 데이브 씨가 걱정 돼서 그런 겁니다. 조금 알아봤는데, 데이브 씨에 대한 소문이 좀 퍼진 상태더군요. 그런 곳에서 그런 소문이 나면 위험할 거 같은데......... 저희가 도와 드리고 싶습니다. 저와 독점 거래한다는 조건으로요. 성벽 안으로 들어오는 것도 불가능한 게 아닙니다.”


데이브는 평소처럼 미소지었다.


“무슨 소문이 퍼진 건진 모르겠지만, 그런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전 광산 같은 걸 찾지 못했거든요. 그저 운이 좋아 물건을 주운 겁니다.”


“아, 그쪽에서 종사하는 전문 상인들도 몇 번 채 보지 못한 물건을 전부 다 운 좋게 주우셨다라........... 아주 설득력이 있네요. 전적으로 믿겠습니다.”


루시오는 말은 그리했으나, 눈은 전혀 아니었다.

데이브는 혹여 루시오가 부하들을 시켜 자신을 감금하고 고문하지 않을까 두려웠다. 다행히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그러시다면 안타깝네요. 다만, 충고해 드리죠. 데이브 씨의 말이 사실이건 아니건, 냄새만 맡아도 무식한 개떼들이 달려들 겁니다. 혹시, 그때 제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찾아오십시오. 전 언제나 거래처를 도울 의향이 있으니...... 단, 그때 가서는 지금과 조건이 조금 다를 겁니다.”


“그 친절하신 말씀 기억해 두겠습니다.” 데이브가 대답했다.


“당신과 다시 거래할 날만을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데이브와 루시오가 그렇게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다.


작가의말

조금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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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1. 새로운 시작 (시즌2 완결) +97 19.12.01 2,554 144 9쪽
51 50. 마스터 데이브 펠러 +35 19.11.30 2,340 123 8쪽
50 49. 계획대로 +7 19.11.30 1,988 97 6쪽
49 48. 트랩 +20 19.11.29 2,163 116 9쪽
48 47. 치즈 +8 19.11.29 2,016 89 11쪽
47 46. 우물 안 개구리 +20 19.11.28 2,200 111 12쪽
46 45. 동맹 +20 19.11.27 2,156 111 8쪽
45 44. 분노 +16 19.11.26 2,169 108 8쪽
44 43. 세 번째 죽음 +35 19.11.25 2,607 109 13쪽
43 42. 노파의 도움 +26 19.11.24 2,192 103 8쪽
42 41. 실수 +16 19.11.23 2,173 104 10쪽
41 40. 발악 +12 19.11.22 2,247 95 11쪽
40 39. 결정 +28 19.11.21 2,327 109 11쪽
39 38. 때를 기다리는 자 +14 19.11.20 2,495 96 19쪽
38 37. 두 번째 스승 +31 19.11.19 2,491 142 14쪽
37 36. 유언 +6 19.11.19 2,343 106 8쪽
36 35. 이상, 현실 +8 19.11.18 2,335 108 8쪽
35 34. 두꺼비, 쥐, 파리, 돼지 +19 19.11.17 2,410 102 12쪽
34 33. 대가 +17 19.11.16 2,405 104 8쪽
33 32. 마지막 유혹 +4 19.11.16 2,380 110 7쪽
32 31. 질문하는 자 +18 19.11.15 2,505 121 11쪽
31 30. 두꺼비에게 잡힌 파리 +20 19.11.14 2,683 108 15쪽
30 29. 대화, 질문, 의외의 대답 +16 19.11.13 2,616 122 10쪽
29 28. 질문 +10 19.11.13 2,542 113 7쪽
28 27. 부족한 주먹 +12 19.11.12 2,637 111 11쪽
27 26. 차인 여자 +14 19.11.11 2,755 119 12쪽
» 25. 제안 +14 19.11.10 2,765 121 12쪽
25 24. 서서히 성장하는 +22 19.11.09 2,797 121 14쪽
24 23. 흔들리는 집 +16 19.11.08 2,815 1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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