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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견(自遣) 님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2006년 추석을 지내고 썼던 글...

추석연휴가 끝났다. 3일짜리 짧은 연휴였던데다가 비도 오고 회사에서는 다른 일들이 일주일간 정신없었기에 뭐랄까, 쉬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사실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지나간 3일이었다. 모처럼 집에 들어가 가족들 만나고 맛있는 밥을 몇 끼 먹을 수 있었다는 것이 좋았고 그리고...별로 기억나는 일이 없는 것이다.
 
친척들이 모이네 어쩌네 하지만 평소에 그렇게까지 친하게 지내지도 않으면서 명절날만 반짝 만난다고 새삼 반가운 마음이 들지도 않을 뿐더러 괜히 여러사람 모여 쓸데없이 소란스러워지는 것도 피곤하다. 아마도 많이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사실 개개인이 여러 문제들을 안고 살아가야 하고 그 무게에 힘들어 하는 때가 지금일 수도 있다. 이런 때에 나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이런 저런 소리를 듣는 것은 정말 피곤해지는 일인 것이다. 심지어는 가족들조차 나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하기 힘든데 말이다. (그들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나잇살을 이만큼 먹었으면 이런 생각을 보통 하지 않는다. 나름대로 사회인이 되고 어른이 되면서 세상과 일종의 타협을 하고 그것을 일상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 보통인 것이다. 또, 경우에 따라 그런 일상이 마음에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그런 생각을 멈추지 않고 있다. 나라고 해서 가면 쓰는 법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만큼 사회생활을 하면 싫어도 익숙해질 정도로 알게 되는 것이다. 나 역시 그러려고 노력을 했던 적도 있다. 말하자면 평범한 어른이 되자 라는 노력이다. 혼자서 다른 생각하지 말고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같이 좋아하고, 남들이 싫어하는 것을 함께 싫어한다 라는 것이 이른바 세상의 보편적인 '평범'이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자랑스러워해야 하며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언어체계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부정해서는 안된다.
 
써놓고 보니 그럴 듯하기는 하다. 틀린 소리는 아닌 것이다. 그러나, 실제 생활로 들어가면 그 의미가 상당히 곡해되어 있고, 과장되어 있으며, 또한 꽉 막혀 있다. 그 해석은 분명 사람마다 틀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해석한 (혹은 들은) 의미를 진리라고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것에 쉽게 동조해버린다. 그렇게 해서 '다수'가 생겨나고 그들의 단순한 이해가 진실로 둔갑하는 것이다.
 
얼핏 보면 굉장히 어려운 이야기같지만 사실은 간단하기 그지없다. 단순하게 사람들은 모두 다른 각각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질 수 있다 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좀 인정해라 라고 나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추석 연휴 며칠 보내고서 이야기가 너무 거창해지는 것이 아닌가 할 수도 있지만 ..뭐 어제 오늘 생각한 것이 아니니까 이런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독립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군대를 거치고, 영국 생활을 거치며 그 생각은 더욱 확고하게 굳어져 갔다. 즉, 나는 나만의 세계, 나만의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라는 생각이다.
 
내가 생각하고 내가 결정하고 내가 책임진다. 지금 역시 집을 나와서 혼자서 지내고 있지만 불편하기는 커녕 마음의 자유를 느끼고 있다. 처음 집을 나가 혼자서 살겠다고 했을 때 흔히들 집이 편하지 왜 나가서 고생하려고 하느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뭐 결혼하면 어련히 나가 살지 않겠냐는 소리였고 일견 타당한 소리였다. 그 이야기에는 물론 왜 굳이 돈을 낭비하냐는 뜻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그 편이 이익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아니다.
 
독립이란 것은 단순히 혼자서 사는 것이 아닌 자신의 마음을 독립시켜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완전한 독립을 이루지도 못하고 무슨 어른인가? 부모 돈을 쓰면서 내 돈을 저축한다...말이 되는 소리인가 말이다.
 
물론 나 역시 현재 완전히 만족스러운 독립을 이루지는 못했다. 어쨌든 그럴 듯한 아파트 하나도 없고, 결혼도 아직인 만큼 나의 세계를 만들었다고 하기엔 시기상조인 것이다. 그러나 고교시절부터 그런 생각을 한시도 멈춘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얼마전부터 나는 한가지 작은 결의를 했다. 그것은 다시는 다른 이를 위해 가면을 만들어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또는 트러블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표정과 생각을 감추며 살아가기 마련이고, 그런 것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라고들 말하기도 한다. 뭐 그럴 수도 있다. 굳이 문제를 만들어가며 살기엔 세상이 너무 피곤한 것이다. 그러나 자신을 감추며 살아가는 것은 더욱 피곤하다. 나름대로 뛰어난 적응력으로 이제까지 사람들과 사회와 이념에 융화하여 살아왔지만... 어느 순간 나는 깨닫고 말았다.
 
이런 삶은 내게는 너무 힘든 것이다.
 
굳이 그렇게 살자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왜 그렇게 살아야 하냐고 자문하면 마땅한 답이 없다. 그렇게 '좋은 사람' 이 되고 싶은가? 아니면 애초에 나는 그렇게 '좋은 사람' 인 것인가?
 
이것 역시 글로 풀어놓으면 다른 이를 배려하며 산다 라는 그럴 듯한 문장으로 둔갑할 수 있다. 이런 정론이 나오면 문득 말이 막힐 때가 있다.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해보자. 내가 나를 배려하는 것이 남을 배려하지 않는 것으로 통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고, 나 자신이 행복해지는 것이다. 명절 날 갖은 맘고생을 하며 의무적인 관계유지에 애쓰는 것보다 차라리 한 두마디 욕을 먹더라도 자신의 생각대로 하는 것이 좋다.
 
내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사람에게 칭찬을 듣는 것과 또는 욕을 듣는 것, 잘 생각해 보면 그 어느 쪽도 대수로운 일이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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